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8)
〈 538화 〉 538 최흉의 재회
* * *
1.
해응응에게 헤비쿠커를 제하는 대신 헬즈 쇼핑호스트를 클리어할 것을 요구했던 성좌들.
그들은 잔인한 기대감을 담아 지켜보았다.
묵언검객과 요괴왕은 상극의 존재. 이것은 그녀의 실수였다.
자신의 숙적을 제 손으로 부활시켰으니 죽음을 면치 못하겠구나.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표현은 이럴 때를 위한 것이군. 어리석은 인간족다운 최후다.
자가당착의 위기에 처하는 것은 인간의 습성.
성좌들은 다가올 참극을 고대하며 유혈에 취했다.
“시시한 세계로군.”
하늘을 올려다본 요괴왕이 무심한 얼굴로 그리 말하며 묵언검객 대신 대악마의 수급을 베기 전까지는.
2.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요괴가 있었다.
그는 최강도 아니었고, 천재도 아니었으며, 하물며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외모를 지니지도 못했다.
최약의 요괴.
저능한 자질.
그릇된 외모.
최초의 그는 요계의 무수한 요괴들 가운데서도 가장 하찮고 미천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꿈꾸었다.
자신이 지니지 못한 모든 것들을.
그것을 이룰 미래를.
간절하고도 처절한 소망의 끝에 그는 이루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지닌 이들을 먹어치움으로써.
강함을 소화했고, 재능을 소화했으며, 미형의 외모마저 소화하였다.
그런 그가 요계를 넘어서 인간계를 집어삼키고 새로운 요괴왕의 경지에 접어드는 순간, 이름 없는 요괴는 대요괴를 넘어서 요괴왕의 자리에 도달한다.
그것이 제 3대 요괴왕.
반요곡의 묵언검객이 상대했던 최흉의 강적.
[요괴왕이 인과를 얻어 강림합니다.]그가 스스로 상자를 찢고 걸어 나왔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방송사고.
긴장감이 감도는 스튜디오 위에서 요괴왕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볍게 눈살을 찌푸린 요괴왕.
그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거슬리는군.”
그의 손이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스튜디오 전체가 쿵 하고 요동치며 천장이 구겨졌다.
철골이 휘고 잔해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난장판 속에서 카메라와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게임 내부의 방송도, 게임 그 자체를 비치는 방송도 자욱한 먼지와 굉음에 휩싸여 혼란에 빠졌다.
캬아악!!
감각링크 풀어!!!
재난 시뮬레이터 온다!!!
반요곡이 아니니 괜찮으리라 방심했던 시청자들이 난데없는 감각과부하에 비명을 지르며 급히 감각링크를 해제했다.
혼란이 잦아든 것은 뻥 뚫린 천장 너머로 요괴왕이 하늘을 올려다본 뒤였다.
“천기의 흐름이 바뀌었군. 이곳은 요계도 인간계도 아니구나.”
눈을 뜨니 하루아침에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던 세계가 엉뚱한 세계로 뒤바뀌었다.
조금쯤은 놀랄 법도 하건만 요괴왕 정도 되는 거물은 그 자존심이 동요조차 허락하지 않는지 좌중을 오시하며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잠깐이나마 닿은 순간, 대악마는 진심으로 힘을 끌어올렸다.
“훗.”
그러나 요괴왕의 돌아오는 반응은 비웃음 뿐.
그의 시선은 대악마를 떠나 묵언검객에게 향했다.
나름 지옥의 2인자로 자리매김해왔던 대악마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상황.
그러나 너무 큰 실력차이는 누군가를 향한 질투와 시기어린 마음조차 들지 않게 만든다.
대악마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그런 하찮은 감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명백하게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 괴물의 관심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은 것에.
“묵언검객.”
요괴왕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세계의 패권을 건 경쟁에서 짐은 한 번 패배하고 명을 달리하였다. 그랬던 짐의 인과를 다시금 이용하여 불러낸 것은 무슨 저의냐.”
[당신을 불러내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누구든 이 지옥을 부술 상대이기만 하면 상관없었죠.]한 세계의 정점, 찬란한 성좌의 위에 올라선 지금의 요괴왕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변함없이 폭풍을 몰고 다니는 인간이로구나. 무수한 성좌들이 주목하는 무대 위에서 그 알량한 재주를 뽐내 저항하는 신세라니.”
요괴왕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묵언검객의 최대의 적.
그녀 또한 자신의 최대의 적이었다.
사정이야 어떻건 관계없다.
적과 적이 재회하였다.
서로 죽고 죽이는 것 이외의 일은 떠올릴 수도 없다.
버텨도 쓰러지고 돌아서면 더욱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이 검붉은 안개와 함께 스튜디오를, 지옥의 도심을, 나아가 지옥천지 전체를 뒤덮었다.
“차라리 부숴버리고 싶구나. 그 목숨이 더 이상 추해지기 전에 짐의 손으로 말이다.”
묵언검객은 최강의 존재여야만 한다.
자신을 쓰러뜨린 적이 최강이 아니라는 사실 따위,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마치 애증관계ㄷㄷ
이런 애정은 필요 없어!!!
얀데레 요괴왕 실화야?
묵언검객이 요괴왕을 의식하는 만큼, 요괴왕도 그녀를 의식한다.
경계심의 결말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살육전으로 이어지리라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군. 네가 지키고자 했던, 이끌고자 했던 이들이 단 하나도.”
요괴왕은 알고 있다.
그녀가 조금도 초조해하지 않는 것을.
반요곡의 인간계에서라면 부하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독연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았으리란 사실을.
“시시한 세상이군.”
세계의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야심.
짓눌리고 지배당해왔던 인간과 요괴들을 위해 맞서겠다는 대의.
서로의 각오와 결의를 부딪치며 패권을 겨루었던 그때와 달리, 이곳에서 겨룰 가치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신들의 싸움을 했던 존재들이 제전을 보고자 만들어냈을 뿐인 인공적인 무대.
그것이 심히 불쾌했다.
그래서 베었다.
서걱!
“너희의 주인에게 고해라. 이 요괴왕은 누군가의 유희를 위해 놀아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니, 짐의 안식을 방해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목만 남은 대악마의 얼굴이 그의 손 안에서 활활 불타올랐다.
‘분노하고 있군요.’
무인의 감지능력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 이상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손짓 하나에 하나의 무의 흐름을 감지하고, 발돋움 한 번에 초식에 담긴 심오한 이치를 깨우친다.
그런 본능이 말하고 있다.
요괴왕은 자신을 노리고 있지 않다고.
헬즈 쇼핑호스트의 세계 그 자체에 분노하고 있다고.
“영혼을 빚어 두려움을 형상화하는 제련의 상자. 공포의 상징을 형상화하는 도구로 짐을 불러내다니. 짐의 존재가 그렇게나 의식이 되었더냐?”
[착각하지 말아요. 그쪽보다 더한 강자는 최소한으로도 세 명이나 알고 있으니까.]고금제일인 기극조.
서로 나날이 싸우며 강해지는 최고령 어르신과 투신 여동빈.
이 셋의 강함은 지금의 그녀도 이길 자신이 없다.
“기가 막히는군. 인계에 그렇게나 인재가 많다니. 패왕과 같은 시대에 그만한 인재들이 나온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하나.”
패왕.
반요곡의 강자들 가운데에서도 유일한 인간진영 강자로, 그의 폭정을 견디다 못한 백령신군이 요괴의 힘을 빌려 그를 몰아내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누라리혼의 전승을 빌려 백귀야행이라는 요괴대군을 부르는 능력을 지닌 백령신군.
그 또한 대요괴에 못지않은 강자임은 틀림없지만 요괴왕으로 격상한 대요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네임벨류는 아니었다.
그런 백령신군에게 밀려 폐위당한 패왕도 범상한 수준은 아니지만 결국 실력에 한계가 있는 자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요괴왕이 그를 논하는 것을 보면 백령신군 이상으로 패왕을 경계하는 것이 느껴졌다.
[패왕이 그렇게 강한 존재인가요?]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논할 때 함께 그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그녀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물음에 요괴왕은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세계의 끝을 보았는가.”
[아직이요.]“그렇다면 그에 대해 알려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포일러 금지조약을 준수하는 요괴왕
갑자기 호감요괴왕이 되어버리고
이야기의 끝은 네가 직접 보아라.
요괴왕의 말에 담긴 뜻에 해응응은 설핏 웃었다.
그렇게나 잔혹한 패악질을 벌인 적수였건만 자신의 세계에 남은 비밀만큼은 누설하지 않는다.
왕의 자부심인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 세계를 향한 애증의 표현인가.
어느 쪽이든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는 반요곡의 세계를 존중했다.
그리고 그 존중을 위협하는 헬즈 쇼핑호스트의 세계를 증오했다.
“짐을 감히 일개 상품으로 내려다보고 구매하려 드는 자들이여. 그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리도 원한다면 직접 겪어보도록 해라. 왕이란 어떤 존재인지. 왕의 분노가 어찌나 커다란 것인지!”
지면을 융기시키며 전선줄과 함께 저만치 창공으로 솟아오른 요괴왕.
그의 뜻을 따라 독연이 세계를 뒤덮고 수많은 악마들이 한 줌 핏물로 전락하여 그 영혼을 요괴왕에게 빼앗겨 새하얀 혼 덩어리를 착취당한다.
당장이라도 세계의 멸망이 재현되며 차원문이 열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
그러나 휴방소동 때와 달리, 차원문은 단 하나도 열리지 않았다.
촬영 중
불이 꺼지지 않은 카메라.
요괴왕과 자신을 향해 떠오른 무인드론.
강행되는 촬영에서 해응응은 심상치 않은 징조를 느꼈다.
‘이 지경이 되고도 아직도 그를 으로 인식한다는 말인가요?’
이 세계의 악의는 그녀가 상상했던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