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39)
〈 539화 〉 539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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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의 끝에 홀로 군림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강을 꿈꾸었던 요괴는, 실은 요괴라는 종족을 그리 싫어하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지니지 못한 각양각색의 강함과 지혜를 지닌 개체들은 언제나 그에게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어째서 내게는 저런 훌륭한 날개가 없을까.
어째서 내게는 저런 단단한 발톱이 없을까.
그것이 분했던 그는 자신이 지니지 못한 모든 것들을 빼앗고 소화시켜서라도 손에 넣고자 했다.
그러니 그가 지닌 요괴에 대한 근본적인 감정은 이라고 할 수 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증오.
끝내 손에 넣은 것에 대한 애정.
그것은 요괴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묵언검객. 그녀가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 짐의 심장은 다시금 뛰기 시작했지.’
아직 내게도 탐욕을 부르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노려야 할 다음 경지가 있다는 사실에.
요괴왕은 삶의 의미를 찾았다.
그렇기에 요괴를 닮은 악마라는 족속들에게도 나름의 기대를 품었다.
대악마라는 녀석의 수준은 하찮은 것들 사이에서는 나름 높은 수준이었고, 다른 방향으로 힘을 키운다면 능히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방송국 너머의 하늘을 날아오르며 마주치는 악마들을 한 줌의 핏물로 전락시킬 때마다 요괴왕의 표정은 점차 차갑게 굳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렇게나 넓은 세상이다.
그리 멀리 가지도 않았건만 천만이 넘는 악마를 보고 지나쳤다.
그럼에도 단 하나도 성에 차는 것이 없다.
실력의 고하가 문제가 아니다.
악마라는 종족.
그것들이 힘을 키우는 방식이 문제였다.
그들은 다양성이 없었다.
‘대체 무엇이냐. 무작정 다른 존재들의 힘을 착취하여 체급을 키웠을 뿐인 이 더러운 족속들은!’
누구보다 강한 욕망을 지닌 대요괴 시절의 기억이 요괴왕에게 말하고 있다.
이들이 지닌 욕망이 얼마나 저열하고 추잡한 것인지.
악마들은 강해진다.
영혼을 잡아먹음으로써.
계약을 하고, 알량한 힘을 내리고, 영혼을 받는다.
그 영혼을 쥐어짜내듯이 괴롭혀 발생하는 고통으로 점철된 음에너지를 영혼석에 담아 흡입한다.
혹은 영혼 그 자체를 자신의 육신이나 소차원에 집어넣어 스스로 고문을 자행하며 언제 어디서든 매 순간 힘을 공급받는다.
고문의 종족.
가학과 유열의 추종자.
거기에는 ‘강해진다’는 사고 자체가 결여되어 있다.
자신의 무기를 더욱 강하게 ‘단련한다’는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속이고’ ‘꼬드기며’ ‘무너뜨리는’ 더럽고 추잡한 방식의 궤변으로 점철된 착취만이 존재할 뿐.
“요계는 좁은 땅이었다. 너희 악마들이 살아가는 지옥에 비하면 섬마을만도 못한 수준이지.”
참다못해 새어나온 본심이 육성이 되어 나옴에도 요괴왕은 입을 닫지 않았다.
“한 세대의 평화를 누려 인구가 불어난 것조차 감당치 못하고 세계의 존재력이 모두 쇠하여 멸망할 정도로 작은 세계였다.”
“살기 위해 인간계를 침공하고, 그들의 터전을 빼앗으며, 나아가 인간이라는 종족 전체를 존재력 대신해 소모할 먹이로 삼았다.”
종의 전쟁은 치열했다.
패왕과 백령신군.
두 인간은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어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경외심마저 품게 했다.
그들이 지닌 가능성이 두려웠다.
그렇기에 그는 모든 인간에게 요괴의 피를 먹여 반요로 만들고자 했고, 어리석은 백령신군은 그의 뜻을 따라 인간진영을 반요들의 진영으로 타락시켰다.
인간과는 오랜 전쟁을 치렀지만.
동시에 그들을 진정한 적수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너희는 무엇이냐.”
“이렇게나 많은 영혼을, 이렇게나 많은 목숨을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보다도 가볍게 거머쥐면서 그저 배를 불릴 뿐이라니.”
“투쟁심도 본성도 모두 상실한 채로 그저 가학심을 즐기기 위한 공장을 만든 것이 전부인가? 이것이 너희가 추구하는 종의 진화방향인가?”
손짓을 따라 붕괴하는 건물외벽 너머로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영혼을 고문하고 쥐어짜는 고문도구들이 나타났다.
탁한 색으로 물들어 비명을 자아내는 영혼들의 번쩍임이 빛의 대해를 이루었다.
이미 하나의 결말을 맞이한 세계.
일말의 이변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 감옥.
이것이 지옥이었다.
악마들이 이룩한 그들만의 낙원이었다.
조금도 사랑할 수 없는 세계였다.
“그렇다면 짐 또한 기대하지 않겠다.”
인간들에게는 오랜 시간 기회를 주었다.
짓밟기를 원했으면서도.
비좁은 반요곡 너머, 장대한 대륙에서 요괴에 맞먹는 강자가 등장하는 것을.
잡아먹을 가치가 있는 존재를.
종의 한계를 뛰어넘은 찬란한 아름다움을.
그 모든 것들은.
이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기대하지 않으니, 죽음의 유예 또한 더는 허락지 않겠다.”
요괴왕의 손이 창공으로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영혼의 탁한 빛을 방패처럼 휘어감은 건물들이 마치 주먹에 짓눌린 찹쌀떡처럼 형체가 뭉개져 점토처럼 흘러내렸다.
퍽━.
피처럼 흐르는 영혼의 점액.
짐독에 노출된 건물 속에서 악마들이 절규하며 한줌의 핏물로 화했다.
솟아오른 핏물이 모여들어 요괴왕을 중심으로 거대한 붉은 원을 그리고, 먹어치운 영혼의 질량과 밀도에 따라 겹겹이 고리를 만들었다.
“구제할 길 없는 오만에 종언을. 변하지 않는 세계에 최후를. 스러지도록 해라. 권리 없는 힘을 누려왔던 존재들이여.”
요괴왕의 장대한 힘이 도심의 건물들을 넘어서 황야 위에 세워진 창고들을 연달아 덮쳤다.
영혼창고가 흩어지며 갇혔던 영혼들이 풀려나자 귀곡성과 함께 눈부신 영혼의 물결이 창공을 향해 줄지어 솟구쳤다.
마치 행성의 탄생과정을 목도하듯이 우주적인 신비가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고통뿐인 삶 앞에서는 죽음조차도 자비가 되지. 영원한 패배자들이여. 그대들의 영원한 속박을 끊는 대가로 짐에게 모든 힘을 넘겨라.”
공장과 함께 파괴당한 악마들의 영혼이 요괴왕을 중심으로 고리를 형성했다.
영혼의 고리 너머로 창고에서 착취당하던 영혼들이 모여들더니 탁한 빛으로 물든 흑색의 가스층을 새로이 형성하였다.
이는 그들을 고문했던 악마들을 짓누르는 복수의 의지로 점철된 영체적인 구속이었다.
“우습구나. 저 많은 영혼 중 단 하나도 짐의 의지를 거부하지 않고 스스로 그 힘을 바치다니.”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린 종족의 말로란 이토록 처참한 것이었다.
자신들이 먹잇감으로 전락시켰던 피식자들의 영혼에 짓눌려 고리 너머로 그 어떤 영혼도 탈출할 수 없는 영적인 감옥에 갇히다니.
어찌 보면 자신들이 만들었던 감옥에 또 다른 형태로 갇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걸로 끝이다.”
수많은 영혼을 빚어 거대한 인공영력을 형성해내는 순간, 요괴왕이 더 이상 힘을 쓰지 않아도 지상의 모든 생명체의 피륙이 터져 영혼이 딸려나왔다.
착취당하던 영혼체들의 구속이 파괴되며 그들의 영혼이 딸려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되어 이루어지는 종말.
하나의 세계를 최후까지 몰아붙이는 능력.
이것이 의 힘이다.
…시시한 최후로군.
대요괴가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자아, 보셨습니까? 이것이 묵언검객의 21단계 공포로 현현된 입니다.
초토화된 지상에 남은 일부 시설로부터 거대규모로 증폭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목소리의 주인은 .
요괴왕이 앞서 손수 해치웠을 존재였다.
그의 생존 자체가 놀랍지는 않았다.
이 행성의 진정한 주인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라고 육신은 멸해도 영혼은 자유롭게 풀어주었으니까.
놀란 것은 그의 발언이었다.
“여전히 짐을 상품 취급하다니. 지옥 전체를 파괴당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가?”
요괴왕은 어이가 없었다.
행성의 주인도 마구 기세를 끌어올리지만 수많은 영혼을 빚어내어 구현한 영혼태양 앞에서는 상대도 인지했을 것이다.
그의 영혼에 대한 조예가 악마들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악마보다 못하지는 않다고.
보십시오. 자신만의 정의관에 불타는 이 사악한 영웅을. 그에게는 신념이 있고 힘이 있습니다. 한 세계의 마왕을 만들려는 고객들에게 탐스러운 존재이죠!
대악마의 활기찬 외침.
그에 호응하듯이 지옥의 도처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몇 체를 팔 것이냐.”
이번 상품은 유일등급. 오직 한 분에게만 판매되는 상품입니다!
“어서 최초입찰가를 제시하십시오.”
“구미가 당기는군. 안 그래도 마왕의 자리에 걸맞은 혼을 벼려내기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는데.”
“끌끌. 오랜만에 경매최고가를 갱신하겠군.”
게이트 너머로부터 전해지는 수많은 지고한 존재들의 영성어린 외침들.
그들은 진심으로 요괴왕의 존재를 상품으로 여기는 헬즈 쇼핑호스트 세계의 차원 너머로부터 찾아온 진정한 거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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