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41)
〈 541화 〉 541 너무 저렴한가요
* * *
1.
[이 비상시에 대비한 우회조항을 꼼꼼히 설계하지 않은 부주의함을 욕합니다.]“억지 부리지 마라! 나라고 제 트라우마와 한 편이 되어 깽판을 치는 미친 여자가 있을 줄 어찌 상상할 수 있었겠냐!”
염라대왕은 미칠 것만 같았다.
헬즈 쇼핑호스트는 차원 너머의 고객들에게 선보이는 영혼의 덤핑쇼.
혼을 빚어 쇼핑호스트들의 공포를 단계적으로 형상화하여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기본적으로 상품은 쇼핑호스트가 지닌 공포.
보통 내로라하는 영웅들도 21단계에 도달하거든 영혼의 숭고함마저 잃고 무너진다.
가장 깊은 내면의 공포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런 공포가 쇼핑호스트와 손을 잡을 리 없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코 염라대왕이 부주의했던 것이 아니다.
그러니 더욱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대체 저놈의 미친 요호는 어떻게 저딴 강자를 공포의 상징으로 삼고, 또 그 공포의 상징이라는 녀석은 저놈과 손을 잡을 수 있단 말인가!’
보통 21단계의 공포란 존재의 자기규정을 부정하며 영혼을 파멸시키는 절대적인 상극의 개념.
타협할 수 없는.
공존할 수 없는.
심지어는 대적할 수도 없는.
마주치거든 반드시 피해야 할 개념이다.
‘미친년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친 요호를 불렀구나.
그것도 강자와의 싸움에 미친 요호를!
저 실력으로 봐선 두려워할 실력도 아니다.
당장의 기세는 요괴왕보다 묵언검객이 밀리지만 내면의 역량을 가늠하자면 어째서인지 백중지세, 그것도 근소하게 묵언검객이 우위를 점한다.
묵언검객은 한 차례 요괴왕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인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비등하거나 약한 존재를 공포라고 여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염라대왕의 염라부에는 그 원인이 적혀있었다.
━━━
묵언검객
공포 21단계 요괴왕
두려워하는 이유 부하들과 동료들의 조력에 힘입어 이겼을 뿐, 1 대 1로 못 이기면 진검승부라고 할 수 없어 일기토를 하고 싶지만 혹시 질까봐 두려움.
━━━
예상이 정확히 적중했다.
싸우지 못해서 안달이 난 녀석이다.
“에라이 육시랄 년아! 그리도 싸움이 하고 싶으면 니들끼리 할 것이지, 왜 애먼 지옥을 부수고 내 고객들에게 손찌검을 하려 드느냐!!”
빗발치는 강환과 야구배트 돌리듯이 손을 휘둘러 강환을 쳐내 게이트로 날려보내는 요괴왕.
그 무자비한 연속공세에 다른 게이트를 전부 파괴당하고 VVIP 고객 하나의 게이트를 지키는 데만 전념하고 있는 염라대왕은 서러움이 복받쳐 올랐다.
강환생성을 멈추고 수첩이라도 들거든 그 잠깐 사이에 수작이라도 부리려고 말을 걸었는데, 이게 웬걸 묵언검객이 입을 열어서 대답했다.
“그야 1 대 1 승부를 방해하는 구경꾼부터 없애야 속 시원하게 싸울 수 있으니까 그렇죠.”
열불이 터지는 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목소리.
솜털을 간질이고 고막을 어루만지는 미성에 잠시 누그러졌던 마음이 더욱 불같이 솟구쳤다.
“아니!! 말도 할 수 있었는데 수첩을 쓰고 있었던 것이냐!!!”
【맹세】
[불구대천] 묵언검객과 대요괴는 하늘 아래 공존할 수 없는 존재. 마주쳤다면,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싸움을 회피하거나 끝마칠 수 없다.【축복】
[생사대적의 힘] 숙명의 적을 상대할 때, 모든 전투력의 한계가 해제된다. 최강의 자신을 알고 싶은가? 숙적과 마주쳐라. 그리하면 알게 되리라.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대요괴를 향해 걸었던 인과가 다시금 되살아나며 버프까지 주어졌다.
[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으로부터 해방됩니다.] [……] […………] [로부터 해방됩니다.] [로부터 해방됩니다.] [으로부터 해방됩니다.]제약으로부터 재차 해방되는 것은 덤.
딱히 놀리려던 것도, 무시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됐네요.”
당사자의 무성의한 해명은 염라대왕의 거대한 목덜미에 핏줄이 솟구치도록 만들었다.
2.
헬스몬스터는 넋 놓고 구경했다.
“이게 머냐? 1 대 500도 못 칠 팔뚝으로 어떻게 저런 거인을 가지고 놀 수가 있지?”
이것이 내공이라는 것입니다. 아시겠어요?
모르면 배우세요!
맞는 말인데 왤케 띠껍지?ㅋㅋㅋ
보통은 3 대 500도 대단한 건데 이 인간은 진지하게 1 대 500을 논하고 있네ㅅㅂㅋㅋ
당신도 사기캐야!!
아무도 공감 못할 충격
ㄹㅇㅋㅋ
시청자들 눈에는 3대1500을 치는 미친 헬스괴물이나 요괴왕에게 300구째 강환을 던져서 염라대왕의 턱주가리로 쳐내도록 만드는 묵언검객이나 둘 다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같은 괴물끼리도 격의 고하가 존재하듯이 헬스몬스터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느꼈다.
“와. 빼빼마른 멸치라기에 관심도 없었는데 저게 더 좋은 거였네. 근육을 발달시키지 않아도 내공 빨로 힘을 압축해서 펼칠 수가 있잖아?”
헬스계의 혁신.
근육개발의 새로운 지평이 펼쳐졌다.
“난 찬성. 이분은 정상급 스트리머 될 자격 있네. 아니 이분이 작정하고 우리 방해하러 오면 우리가 정상급 스트리머 타이틀 반납해야 될 기세야.”
헬스 시뮬레이션 하러 오라는 뜻임
같이 헬스하자고 꼬시는 거 맞죠?
요 요 트리케라톱스놈 교활하게 꼬시는 거 봐라
트리케라톱스가 폭스의 학명인가요?
맨 앤 네츄럴 게임에서 헬몬이가 근육강화3단계 찍고 맨 몸으로 들어 올린 가장 큰 생물체 이름임
그거 무거운 거 맞음?
45인승 관광버스가 15톤인데 트리케라톱스 이쉑 5톤밖에 안함 공룡계의 멸치임
그럼 헬몬이 별명이 멸치야?
ㅇㅇ 공룡계의 멸치
별명이 왜 그따구임?
그야… 육체원툴이라 정상급 스트리머 내전 들어가면 멸치처럼 맨날 발리니깐.
시청자들의 채팅처럼 한계가 뚜렷한 그와 달리, 묵언검객은 누구에게나 불리한 쓰레기 게임을 진지하게 클리어 직전까지 몰고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클리어는 사실상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 님이 10000원 후원!]묵언검객이랑 교수님이랑 누가 먼저 깰 것 같냐?
같은 정상급 스트리머이자 동갑내기인 요호호의 후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수님 그 양반 아직도 살아있었어?”
급하게 방송을 켜보니 돌아가는 꼴이 가관이기는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침략의 핵심 포인트는 초기거점 설치 및 외부로의 확장인데 이 과정을 보다 매끄럽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상품을 구매하시면 제 침략계획서를 부록으로 같이 드립니다.
다른 차원을 침공하고 싶어 하는 차원 너머 VIP고객들에게 침공 꿀팁을 부록으로 끼워 팔아서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려고 하는 미친 플레이!
묵언검객과는 정반대로 염라대왕과 VIP들을 적대하지 않고 우호관계를 쌓는 루트의 공략법이었다.
“와 전혀 모르겠다. 누가 이겨도 안 이상하네.”
한쪽은 지옥부수기를.
한쪽은 침략행성부수기를.
각기 다른 부수기에 들어간 두 스트리머.
레코드쟁탈전의 마지막 두 주역, 묵언검객과 교수님의 공략대결은 해당 소식을 긴급히 렉카로 퍼다 나른 스피드마스터의 후원으로 끝이 났다.
3.
[ 님이 100000원 영상후원!]빨리 안 잡으면 저쪽에서 먼저 깹니다!
“!!”
최초공략을 뺏기면 이번 방송을 킨 의미가 사라진다.
헤비쿠커를 해야 하는 미래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
보스전을 한 번 더 하고 말지, 망겜만큼은 절대로 못하겠다는 의지로 무장한 묵언검객이 검환을 벼려내어 허공에 심검을 띄워 올렸다.
요괴왕의 영혼태양.
염라대왕의 거인의 형상.
그 모두와 필적하는 한 자루의 검.
검 하나에 담기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힘이 날아들자 요괴왕도 최후의 일격임을 직감하고 영혼태양의 모든 자원을 쏟아 부어 검을 받아쳤다.
하늘 저 멀리 퍼져나가는 음처럼 뻗어나가는 검이 영혼태양과 충돌했다.
거대한 영혼태양이 탁구공만한 크기로 줄어들 정도로 그 안에 실린 힘은 대단했다.
그러나 요괴왕도 보통 존재는 아니었다.
쳐냈다.
끝내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심검.
마지막 게이트의 앞을 지키던 염라대왕도 혼비백산하여 일체의 저항을 포기하고 등을 돌려 달아났다.
빛이 번쩍이고.
몸이 떠오르고.
충격파가 확산되고.
대지가 주저앉으며.
마침내 세상만물이 요동쳤다.
천지개벽????.
대격변의 중심지.
게이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염라대왕은 백기를 들었다.
“제발 그만하게!! 다시는 영혼을 빚어다 파는 쇼핑채널을 여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좀 그만하라고!!!!”
살아남은 염라대왕의 애타는 외침.
저런 일격을 자신이 당했다간 목숨도 건사하기 힘들겠다는 절박함.
그 모든 감정을 읽으면서 해응응은 무심히 답했다.
“유감이네요. 저는 완판이 아니면 장사를 멈추지 않는 편이라서.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두세요. 제가 요괴왕을 판매한 뒤에.”
“고객을!!! 네가 살 수 없게 쫓아냈잖아!!!!”
요괴왕도 독한 년이라고 뒤에서 어이없어하는 사이, 해응응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럼 저한테 파세요.”
“뭐???”
“제가 좋은 곳에 잘 쓸게요.”
“영혼은 있고?”
해응응은 검을 들어 염라대왕을 가리켰다.
“그쪽 목숨 값이랑 바꾸면 가격이 맞나요?”
말을 해놓고 소심하게 손을 입가에 가져가며 고민에 빠진 해응응.
이내 그녀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 저렴한가요?”
여기서 뭘 더 부술 건데.
염라대왕은 이미 울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