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43)
〈 543화 〉 543 억울해요
* * *
1.
무림비망록과 이어진 이중차원.
그곳은 선계라 불리는 차원이었다.
경지에 달한 무림인.
그들이 지상의 육신을 버리고 등선하여 다다르는 곳.
선계라 불리는 무릉도원.
깨달은 자들의 성소.
혹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싸움을 거듭하는 한 투선의 악몽이 이어지던 장소였다.
남자는 모든 희망을 상실했다.
투신 여동빈, 그를 물리치면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그를 이기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그가 강해지는 만큼 여동빈도 같이 강해진다.
매 순간 서로 같이 강해지기를 거듭하는 싸움에서 어찌 승리를 할 수 있겠는가.
도전목표 최종달성은 진즉에 포기했다.
검을 내려놓고 신선놀음이나 하며 죽지 못해 즐기는 삶을 누리던 나날.
[정명한 인과가 당신에게 새로운 차원과 이어지는 문을 개방했습니다.] [차원 너머로의 외유를 만끽하시겠습니까?]어디든 좋다.
저곳이 무림비망록만 아니라면.
무림비망록 너머.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라면.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꺼이 문을 넘어섰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자신을 다른 차원으로 불러낸 이가 누구인지.
“어르신?”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
달라진 복장.
그러나 한 번 보았기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외모를 지닌, 야캐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어느 멍청하고도 딱했던 지구출신 동지.
“고맙다 해응응! 내 연이 닿은 연자라고 검 한 수 가르쳐준 은혜로 그 지옥에서 이 늙은이를 꺼내주다니, 네가 진정 보은이 무엇인지 아는구나!”
극한 난이도를 고른 최고참 어르신.
우화등선을 하고도 200년째 천계에서 투신 여동빈과 칼부림을 하던 자.
해응응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자기가 강해지는 만큼 여동빈도 강해진다며 눈물의 하소연을 일삼던 무당파의 시조.
무림비망록의 역사를 함께 한 자.
닉네임 어르신이 재회의 기쁨에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2.
“고맙다 해응응! 내 연이 닿은 연자라고 검 한 수 가르쳐준 은혜로 그 지옥에서 이 늙은이를 꺼내주다니, 네가 진정 보은이 무엇인지 아는구나!”
본인이야 기쁨에 벅차 내뱉었을 말이지만 앞뒤 사정을 모르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뭐 이런 해괴한 멘트가 다 있나 싶었다.
ㅋㅋㅋㅋ?
이분 누구심?
누구신진 몰라도 여기가 지옥인데요ㅋㅋㅋ
지옥에서 나왔더니 지옥에 왔다? 두둥
이거 몰래카메라임?ㅋㅋㅋ
시청자들의 말대로 이곳은 진짜 지옥.
무림비망록에서 꺼내줬다고 좋아할만한 장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 한 명 제대로 멕이는 것 아닌가 싶은 상황!
“일단 사과부터 할게요.”
감사인사를 받기는커녕 사과부터 하겠다는 해응응.
그녀의 눈치를 보는 행동에 깨달은 바가 있는지 장삼단봉 어르신이 기쁨을 억누르고 낯선 차원의 풍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폐허가 된 대지.
초토화 된 문명의 흔적들.
소멸당한 영혼들이 공간에 새긴 메아리치는 비명.
어느 모로 보아도 심상치 않다.
기감을 확장시켜도 느껴지는 생명체는 단 둘.
해응응과 웬 해괴하고도 강한 요괴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인가?”
“지옥이요.”
“뭐어?”
“무림비망록은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해응응은 손을 휘저으며 다급히 변명했다.
“그냥 지옥이에요. 진짜 지옥.”
아ㅋㅋ 그냥 지옥이면 안심할 수 있지
팔열지옥도 있고 팔한지옥도 있는 마당에 무속성 평범한 지옥이면 땡큐해야됨ㅇㅇ
갈!!! 사서삼경이나 외워야 할 어린 것이 어딜 감히 색목인의 말을 쓰고 자빠졌느냐!!!
아 되게 깐깐하시네. 그럼 뭐라고 해요;
감사라고 외치거라!!!
감사?? 이거 맞음?? ㅋㅋㅋㅋ
팩트> 감사는 한자가 맞다.
감사!!! 압도적 감사!!!
어… 일단 한자가 맞긴 해.
아ㅋㅋㅋ 존나 얼탱이 없네
이거 맞아…? 진짜 맞아…?
웃음보가 터지는 화목한 채팅창.
그 화기애애한 기운을 조금이라도 빌리고 싶었던 해응응이 조심스레 미소를 지어보았다.
웃는 낯짝을 보면 살인도 참는다는 무림의 옛말도 있지 않던가.
부들부들.
격하게 어깨를 떠는 장삼단봉 어르신.
그만큼 감격하셨구나.
최대한 좋게 생각하고 싶은 해응응이었지만.
기나긴 침묵과 빡침의 끝.
어르신이 내뱉은 첫 말은 그녀의 희망회로를 와장창 깨부쉈다.
“야이 개호로잡년아!”
???
헐?
묵언검객한테 면전에 욕을??
이거 실화임? 이거 실화임? 이거 실화임?
묵언검객 공포 25단계 : 욕쟁이 할아버지
갑자기 욕먹으면 무섭긴 하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저딴 할배가 왜 요괴왕보다 더 무서운 거냐고!!
혼란에 빠진 시청자들.
그 혼란을 바로잡아야 할 당사자는 눈에 보일 정도로 겁에 질려서 다른 의미로 어깨를 덜덜 떨었다.
“배은망덕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아니고 진짜 지옥에 신선을 떨어뜨려? 내 오늘 너 죽이고 타락한다. 신선 관둘 거다 이년아!”
살계를 열기로 결심한 장삼단봉 어르신.
그가 신병이기 을 꺼내들었다.
3.
장삼단봉 어르신은 본디 무당파의 시조, 장삼봉을 뜻깊게 본 무틀딱이었다.
“시위 나가서 맞아보니까 경찰 삼단봉이 그리도 아프던데. 장삼봉이 경찰삼단봉까지 쓰면 못 때려잡을 것이 없는 거 아니냐?”
오전에 폭력시위 한 탕 마치고 근처 캡슐방에서 헛소리를 하던 어르신.
그는 극한난이도 특권으로 무림비망록에 가져갈 수 있는 현실아이템을 ‘경찰삼단봉’으로 골랐다.
낮에 개 잡듯이 두들겨 맞았던 팔뚝이 아렸던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었다.
다소 추한 이유로 골랐던 무기.
그것도 험난한 무림세계를 수십 년 함께 하다 보니 어느덧 정든 애병이 되었다.
애초에 지구를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의 손에 착 감기는 경찰삼단봉뿐이니 신병이기라고 아껴가며 애지중지 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싯팔 무슨 경찰삼단봉이 이리 단단해!!!”
“아이고 내공깡패 노인네가 공력빨로 사기 친다!!”
국산 경찰삼단봉의 허접한 내구력을 아는 동시대 빙의자들은 억울함에 하소연했지만 경찰삼단봉의 실체를 모르는 무림인들은 좋다고 또 칭송했다.
“경찰삼단봉이야말로 모든 봉 중에 으뜸으로 손꼽을 신병이기다!”
“도에 청룡언월도가 있고 검에 의천검이 있다면 봉에는 경찰삼단봉이 있다!”
“초패왕항우가 초천검과 초천창 대신 경찰삼단봉을 들었다면 초나라가 대륙을 재패하고 무림인이 관을 장악했을 것이다!!”
이러한 칭송과 추종을 받으며 속세의 사람들, 후대의 무림에 그 이름이 알려지며 신화적인 무기로서의 명성과 위격을 갖춘 경찰삼단봉은 신병이기에 걸맞은 권능이 깃들기 시작했다.
반요곡의 묵언검객이 흔하디흔한 초보자용 기본검을 귀물로 승화시켜 몰살검으로 만들어낸 것의 상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파바방!!
그것이 장삼단봉의 손에 들린 경찰삼단봉이 해응응의 숨통을 노리고 뱀처럼 휘어들며 손아귀 안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 이러지 말고 말로 얘기해요, 어르신.”
“배은망덕한 네년과 나눌 것은 폭력의 대화밖에 없다!!”
연달아 쏘아 보낸 강환들이 귀기어린 기운을 뿜어내는 경찰삼단봉에 닿을 적마다 거품처럼 펑펑 터지며 밀집된 기운이 흩어졌다.
봉을 다루는 공격방법 중 하나인 ‘타격’.
이를 극한까지 발전시킨 장삼단봉의 무공은 어떤 물체도 일합을 맞대거든 형체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공력이 내부에 침투했다.
방어무시.
물리관통.
소위 말하는 관통데미지가 무기를 쥔 손을 울리게 만들고, 골통까지 충격이 닿아 뇌를 진동시키니 살고 싶다면 간격을 허락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원거리로 펼쳐내는 무공은 본디 공력의 소모도가 높기 마련이고, 일정수준 이하의 공격은 막는 시늉도 안하고 튕겨낸다.
장삼단봉을 저지할 만큼의 유의미한 공격을 가하려면 공력을 크게 투자해야 했고, 그마저도 일격에 튕겨내며 거침없이 달려드니 수지가 맞질 않았다.
‘과연 전설적인 검선 여동빈과 수백 년을 라이벌로 겨루며 지냈던 투신답네요.’
효율을 떠나서 대응이라도 하는 것도 전부 무림에서 보고 들은 것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장삼단봉 어르신은 신선의 권능인 꿈의 계시를 이용하여 지구에서 온 후배들에게 하소연을 한 뒤, 답례라도 주듯이 가르침을 베풀고는 했다.
자신이 속세에 있을 적에 어디에 보물을 숨겨두었다느니, 그 무공은 어떻게 사용하는 편이 좋다느니, 어떤 심법은 주화입마를 유발하려고 적대문파에서 구결에 함정을 심어두었다느니.
그가 베푼 많은 조언들은 무림말학들이 살아남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해응응 또한 나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나이 많은 어르신 말벗이나 해드리면서 용돈도 받는 기분이었는데, 막상 적으로 상대하면 이렇게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 분이었군요.’
견디다 못한 해응응이 요괴왕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와주세요.”
“짐이 왜 그래야하지?”
“장삼단봉 어르신은 신선이에요. 요괴왕인 당신을 살려둘 리가 없어요. 얼른 가세하세요.”
“짐에게는 더 좋은 생각이 있다.”
낌새가 이상하다 싶어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 요괴왕을 흘끗 돌아보는데 그의 신형이 빛에 휩싸였다.
신묘한 전승을 사용하거나 막대한 공력을 퍼붓는 것이 아니었다.
한 줄기 빛으로 화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요괴왕.
그렇다.
그는 도주를 선택했다.
와ㅋㅋㅋ 이걸 런해버린다고?
역시 도주의 달인 요괴왕
끈질긴 생명력의 상징답게 혼자 살아버렸죠?
네가 구매한 상품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악질서머너와 잘 어울리는 악질소환수네요^^
홀로 남겨진 해응응의 얼굴에 억울함의 감정이 가득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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