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46)
〈 546화 〉 546 게임클리어
* * *
1.
한바탕의 도주극은 당연히 장삼단봉 어르신에게 머리채를 붙잡혀 질질 끌려가는 것으로 끝났다.
“욘석이 머리끄댕이 좀 잡아당겼기로서니 어딜 어른 앞에서 눈을 부라려? 제 자식하고 제대로 시간도 보내지 않는 주제에!”
불합리한 구박도 잠시.
닥터 요한 2세가 어떤 이였는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를 듣고 나자 장삼단봉 어르신은 머쓱한 얼굴로 대꾸했다.
“앞뒤 다 자르고 말한 것은 네가 아니더냐. 그러게 설명을 조리 있게 좀 할 것이지. 그리 말하면 누구라도 나처럼 반응하지 않겠느냐.”
“그래도 어르신이 나빴어요.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대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끙… 그래, 미안하다. 제대로 듣지도 않고 화를 내서. 선계에서 하는 짓이라고는 동물계 선인들이랑 장기나 두고 여동빈이랑 칼지랄 하는 게 전부라서 이런 대화가 서툴긴 마찬가지였구나.”
“동물계 선인이요?”
“신선이 어디 사람만 되는 줄 아느냐? 거북이도 신선이 되고 이무기도 신선이 된다.”
“여우도 신선이 되나요?”
꼬리를 살랑 흔들며 묻는 말에 어르신의 눈이 몹쓸 것을 봤다는 것처럼 구겨졌다.
“이번 대에는 없다. 어디 상고시절에는 달기라는 구미호가 올라왔다는 기록이 있었지.”
“그 신선은 지금 어디로 갔는데요?”
“죽었다.”
“신선이요?”
“신선도 존재력이 쇠하면 죽는다. 영기, 선기, 공력. 그런 것들 말이다.”
“아하.”
지식이 늘었다.
“내 선계에 오른 뒤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 망할 놈의 게임에도 외부의 적이 있다.”
“지금까지는 선계의 신선들이 다 틀어막고 있어서 아랫세계에는 영향이 가지 않았지만, 신선들이 지치거나 힘이 다하거든 무림에도 대격변이 일어나겠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보고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게이트.
다른 차원으로부터의 침략을 일컫는 것이다.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지구와 달리.
무림에서는 신선들이 방파제 겸 보호막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구는 어떠냐.”
“사람들이 직접 막고 있어요.”
긴 수다의 끝에 말하는 것이 아닌 듣는 사람의 입장이 된 장삼단봉 어르신.
그를 상대하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라도 무림에서 떠나지 못하는 와중에 지구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며칠이 걸리든, 한 달 이상이 걸리든 온갖 소식을 듣고 싶었을 테니까.
“허어.”
“그런 고얀 것들을 봤나.”
“딱한 처자구나.”
때로는 감탄하고, 때로는 탄식하고.
제 일처럼 희로애락을 보이던 장삼단봉 어르신의 얼굴에서는 한결 시름이 가셨다.
“그만하면 되었다.”
“아직 전해드릴 소식이 많은데요.”
“네가 있고 각성자들이 있으며 지구를 지키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안 것만으로도 내 큰 시름을 덜었다.”
선계에서 게이트를 막으며 장삼단봉 어르신이 느꼈던 불안은 해응응 덕분에 사라졌다.
“네가 있는 한 그쪽 지구는 무사하겠지. 지금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다행히도 41일간 지속되었을 예정인 설교고문은 불과 20일 만에 끝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 할애비가 직접 사주지는 못하겠지만 기회가 되거든 꼭 당과를 먹어보거라. 벌꿀사탕 못지않은 맛은 보장하마.”
“기억. 메모리 데이터에 저장했습니다.”
“그래, 연이 닿거든 나중에 또 보자꾸나.”
마크2를 역소환으로 돌려보낸 뒤, 어르신은 한결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애가 말투가 어눌하고 기이한 것이 언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티가 나더구나. 앞으로는 대화도 자주하고 그래라.”
“그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어허! 어딜 말대꾸를 하느냐. 다른 건 몰라도 애 돌보는 것만큼은 네가 재능도 없고 노력도 게을리 한다는 것쯤은 확신할 수 있다.”
“저 정도면 훌륭한 엄마죠. 사람들은 절 마망검객이라고도 부른다고요.”
“제 자식은 내팽개치고 남의 집 자식들한테 그리 불리면 기분이 좋으냐?”
“…….”
ㅋㅋㅋㅋㅋㅋ
통한의 1패
쥐잡듯이 패버리네ㅋㅋㅋ
인간상성 오졌죠?
“아이에 대한 건 이쯤 하고, 네가 겪었다던 그 반요곡이라는 게임 말이다.”
“재밌겠죠?”
“이 나이 먹고 새 게임이 재미가 있겠느냐? 게임이라면 이제 진저리가 난다. 아무튼 그곳의 신선이라는 것들에 대해 해줄 말이 있다.”
어르신은 차원이나 소속은 달라도 같은 신선이기에 짐작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알려주었다.
“신선은 지상의 모든 근심과 제약을 벗어던지고 우화하는 번데기처럼 육신을 벗어던지는 정신체로 거듭나는 이들이다. 허나 모든 신선이 선하지는 않지.”
“반요곡의 신선은 다를 것이란 말인가요?”
“네가 보기엔 어떻더냐. 반요곡의 세계관과 그 속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처지가.”
“가혹할 정도로 불행했죠.”
“그렇다. 굳이 따지자면 그 세계의 주류를 이루는 신선들은 인간신선이나 동물선인이 아닌 요괴선인. 요괴 출신 신선이 주를 이루는 세계다.”
그것이 장삼단봉 어르신을 근심토록 만들었다.
“사람이라면 사람의 세상을 지키려고 하겠지. 하지만 요괴라면 사람의 세상을 어찌하려 들 것 같으냐.”
“부수려고 들겠죠.”
“그렇다. 보다 요괴들을 위한 세계로 바꾸려 들겠지. 하지만 요괴라는 족속들은 본디 저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놈들이다. 종족적 본질은 어쩔 수 없지.”
“사람은 다른가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기적인 개체가 열에 셋인 종족이랑 열에 일곱인 종족의 차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선도를 추구하는 요괴선인 미후라라는 녀석도 그랬을진대 도를 깨우쳐 등선을 한 것은 얼마나 살벌한 족속이겠느냐.”
“그렇긴 하겠네요.”
“백령신군이니 사생아왕자니 하는 것들은 전부 지상의 것들이다. 진정한 적은 그 너머에 있으리라는 사실을 염두하거라.”
“꼭 기억해둘게요.”
“그러면 이제 그 요괴왕이라는 녀석도 한 번 꺼내보아라.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싫다.
요괴왕은 사념으로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요괴왕이 소환을 거부합니다.] [소환대상자가 소환을 거부하였기에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본인이 싫다는데 별 수 있나.
포기해야겠다고 전하려는데 대뜸 장삼단봉 어르신의 손이 허공을 타격했다.
[소환거부의사가 담긴 의사판별념파가 외부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사념파 패턴그래프의 역전이 감지되었습니다.] [패턴 그린] [의사 수락] [요괴왕이 소환됩니다.]제멋대로 허공에서 요괴왕의 멱살을 쥐고 불쑥 꺼내버리는 장삼단봉 어르신.
기가 막힌 재주에 요괴왕과 해응응, 시청자들 모두 넋이 나갔다.
“고놈 생긴 것 하고는. 사람을 닮은꼴을 보아하니 인간의 마음을 꽤 접했구나.”
“손을 놓지 못할까! 무엄한 녀석. 짐은 만류귀종의 정점을 노리는 영장류의 최강자, 요괴왕이다!”
장삼단봉 어르신은 긴 말 하지 않았다.
냅다 손을 휘둘러 머리통을 빠악 갈기니, 천하의 요괴왕도 맥을 못 추리고 풀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왜 쓰러졌는지도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요괴왕이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마다 툭툭 치는 손길에 계속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선계에는 어디 너 같은 놈들이 없는 줄 아느냐? 행성계의 역사와 함께 하는 신령체들조차 넘지 못할 것이 어디 만류귀종을 입에 담느냐.”
극선과 극마가 표리일체의 깨달음을 공유한다고 해도 그것은 표면상의 만류귀종일 뿐, 종을 아우르는 만류귀종을 논하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
이만한 강함을 손에 넣고도 천외천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요괴왕은 허탈함을 느끼며 저항을 포기했다.
“포기는 빠른 것을 보아하니 아주 싹수가 글러먹은 녀석은 아니구나.”
“요괴왕은 왜 보고 싶다고 하셨나요?”
“싹수가 안 보인다 싶으면 가는 길에 같이 데려가서 정신교육이나 시켜주려고 그랬다.”
오ㅋㅋㅋ
요괴왕 화들짝
20일 고문도 이 정도로 진이 빠지는데 기한미정 무제한으로 괴롭힘 당한다? 이거 갱생 못하면 귀에서 피 흘리면서 죽거든요
삼장법사가 손오공 사람 만든 것도 실은 긴고아 때문이 아니라 수다 때문일지도 모름
ㄹㅇㅋㅋ
다행히도 요괴왕은 장삼단봉 어르신을 따라 무림비망록 선계에 끌려가는 미래는 피했다.
“네놈의 뭐든지 먹어치워서 모방하려 들려는 본능을 똑바로 간수하지 못하거든 내 얼굴을 또 보는 날이 오게 될 거다.”
“…알았다.”
시무룩해진 요괴왕을 돌려보낸 뒤.
어르신은 작별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구나.”
“안녕히 가세요.”
“돌아간다니까 아주 좋아 죽는구나.”
아니꼽다며 혀를 쯧쯧 차던 어르신이 뒷짐을 지며 돌아섰다.
“그래도 고마웠다. 덕분에 앞으로 오백년은 더 살아갈 힘이 나는구나.”
떠나는 얼굴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어르신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은 채, 선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었다.
“잘 지내거라.”
“어르신도요.”
빛이 범람하는 차원 너머의 풍경.
무릉도원을 연상토록 하는 선계 저편으로 발을 내딛는 어르신.
[25단계 공포의 상징이 사라졌습니다.] [모든 상품의 판촉이 끝났습니다.] [영혼을 빚어 상품으로 파는 잔혹한 지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를 클리어했습니다.]게임 클리어를 알리는 팡파레.
휘황찬란한 이펙트.
그 너머로 채팅이 연달아 떠올랐다.
아니 근데 님ㅋㅋㅋ 장삼단봉 어르신은 계약 안함?
요괴왕처럼 계약하면 데려올 수 있잖아요!
어르신 왜 그냥 돌려보냄?
상품구매 안함?
고려장 메타임?
“아.”
눈이 떨리고 꼬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흔들리며 동요를 드러내기도 잠시.
노렸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어깨를 펴며 두 팔을 허리에 얹고 당당하게 말했다.
“남의 세계를 지킬 수호자를 뺏어오는 것은 나쁜 행동이에요.”
거짓말!
담당일진 유기하고 싶었던 불량마망검객이면 개추
(본심)아ㅋㅋ 이걸 들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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