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50)
〈 550화 〉 550 훈수검객
* * *
1.
“저도 할게요.”
길드장이 의욕적으로 나서자 검사관도 흔쾌히 허락하였다.
길드장의 시력검사는 얼마나 뛰어날까.
물론 눈가리개로 한쪽 눈을 가리고 시력을 재는 정적검사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액션시력검사. 검사시작 이래로 백소천님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양쪽 눈 총합 1000점을 허락하지 않은 시험의 기록이 깨질 수 있을까?’
건강검진보다는 실력측정에 가까운 액션시력검사가 시작되었다.
좌측에 구멍이 뚫린 란돌트 고리.
위쪽에 구멍이 뚫린 란돌트 고리.
세모.
동그라미.
숫자 육.
숫자 구.
모양과 숫자의 형태를 식별하던 가벼운 테스트가 빠르게 끝나며 표적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지나가거나 레일을 따라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냥하는 기분이네요.’
아니면 클레이 사격이라던가.
쟁반이 빙글빙글 날아오르면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는 것처럼 표적지의 숫자와 모양을 부르는 것으로 시력검사표를 격추시킨다.
점점 속도가 오르고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치는 표적지들이 어느덧 전방 90도를 넘어서 120도, 150도, 180도로 시야각마저 점점 넓어진다.
‘백소천씨가 단단히 손을 봤네요. 난이도별로 짜임새가 잘 잡혔어요.’
사실 초고수 이상부터는 맹인검객이 아니고서야 높은 점수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고수는 원래 ‘눈’도 눈이지만 기감의 발달수준이 대단히 뛰어나다.
보지 않고도 상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초식의 변화를 읽어낸다.
“양 눈 각각 500점으로 총점 1000점을 기록하셨습니다. 최고점수입니다!”
“역시 재밌네요. 오랜만에 즐거웠어요.”
가볍게 웃으며 직원의 어깨를 다독여주니 얼굴이 확 붉어진다.
“다, 다음으로 흉부 엑스레이 검사가 있겠습니다.”
“그건 왜 하는 건가요?”
“폐와 심장부의 질환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길드장님은 원체 호흡도 기시고 숨도 오래 참으시니 심장을 주로 유심히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개가 갸웃해지는 이야기였다.
게임에서야 확실히 그런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금제의 영향도 지금은 대부분 벗어났다.
하지만 실제 진단결과는 어떨까?
‘괜히 너무 걱정 끼치기는 싫은데요.’
요 며칠, 그녀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대성통곡을 해대는 통에 해응응도 나름의 배려라는 것이 생겼다.
자신의 건강상태에 지대한 관심을 지닌 이들에게 겉보기와 달리 좋지 못한 건강실태를 드러내는 것은 눈물바다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어라? 잠시만요.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
잠시 다른 의사들과 논의를 마치고 온 검사관이 엄한 얼굴로 타일렀다.
“X선 촬영중에 내공 일으키시면 안 돼요. 이러면 진단을 못하거든요.”
“전 내공이 많아서 공력을 운기하지 않아도 원래 이래요.”
“정말요?”
“초절정고수 되어보셨어요?”
“아니, 그거 됐으면 제가 스트리머를 했지 의사 노릇 하고 있겠어요?”
“모르면 그냥 받아들이세요.”
뭔가 아닌 것 같은데.
미심쩍어하면서도 ‘그래서 님 경지가?’라는 무림계 필살기에 검사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럼 혹시 위내시경도 안 됩니까?”
“무의식중에 공력을 일으키면 잘린 줄이 몸 속에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네, 그럼 생략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대소변검사를…”
“저는 대소변을 안 봐요.”
“네?”
“무림고수는 원래 그래요.”
“아니 사람이 어떻게 대소변을 안 보고 삽니까?”
“초절정고수세요?”
“…”
전가의 보도처럼 아무때나 사용해도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명언!
검사관은 의심이 짙어졌지만 여자들은 원래 이슬만 먹고 산다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씨도 있는 마당에, 진짜 선녀처럼 고운 길드장님 마음은 또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대소변 검사는 생략하고 혈액검사를 위해 피만 뽑겠습니다.”
그 정도라면야 못할 것도 없겠다며 선뜻 팔을 내미는 길드장.
위로 슬쩍 들어올린 팔을 따라 스르륵 내려가는 소맷자락에 뽀얀 피부가 드러나니, 속살이라도 본 것 같은 기분에 검사관은 속마음이 심란해졌다.
“?”
빨리 안 뽑고 뭐하냐며 팔을 가볍게 흔들며 재촉하는 해응응.
정신을 차린 의사가 주사바늘을 꽂았다.
“??”
긴장이 너무 심했나보다.
잘 들어가지 않는 바늘을 다시 조준하고 넣었다.
“???”
이게 왜 안 들어가지?
당황하는 검시관에게 해응응이 아,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이거 검사 안될 것 같아요.”
“네? 왜요?”
“도검불침이거든요.”
“…”
“초절정고수 되보셨…”
“도검불침이 뭔지는 안 말해도 압니다.”
골 때리는 일이지만 너무 강한 무림인은 원래 몸이 튼튼해서 뭘 조사하고 그러기도 어렵다.
괜히 무림에서 무공고수들이 병 걸리면 동네 의원이 아니라 전국구 의선이니 약선이니 하는 의료고수들을 초빙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긴 각성자들 성형수술도 칼이 안 박혀서 못 한다고 역용술이나 미용무공에 그렇게 매달려대는데, 혈액검사라고 가능할 리가 없죠.’
그럼 다른 방법을 써야지.
해응응이 검지를 길게 뻗고는 팔뚝 위를 스윽 하고 긁었다.
실선을 따라 떠오른 핏방울들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하자 의사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누가 혈액검사를 이렇게 해요!!”
“빨리 채취하세요. 상처 곧 멎어요.”
“혈액검사를 누가 이렇게 하냐고!!”
원래는 정맥 채혈도 아니고 자해급의 상처내기로 채혈을 하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검시관은 채혈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진이 다 빠졌다.
“사탕도 주나요?”
“…드리겠습니다.”
알사탕 하나를 주자 불만스레 쳐다보는 길드장.
한 주먹 가득 퍼서 들려주자 그제야 만족스레 웃으며 사탕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초음파 검사나 정밀MRI도 남아있지만 본인이 원체 거부감이 강한 탓에 말도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초절정고수도 아니니까 그래서 님 경지가? 같은 소리를 들으면 할 말도 없고.
“백소천씨가 무림인 건강검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죠?”
“예, 맞습니다.”
“저도 하나 도와드릴게요.”
그래서 더 의외였다.
건강검진에 새로운 과정을 추가하자는 제안이.
내심 기대도 컸다.
현대무림의 최강자가 제시하는 건강검진 기준은 얼마나 유용할까.
어쩌면 수많은 무림인의 목숨을 살릴 뛰어난 검진과정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검사관의 기대가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래서 어떤 코스를 추가할 생각이신가요?”
“검강검진이요.”
“…..네?”
“초절정고수 감수성을 고려하면 검강도 진단해주고 그래야죠. 얼마나 열심히 수련했는데.”
초절정고수 감수성이 뭔데 이 씹덕아.
피 뽑은 건 길드장인데 왜 내 머리가 어지럽냐고 새삼 억울함을 느끼는 검사관이었다.
2.
검강검진은 의외로 제대로 된 코스를 지녔다.
검강의 출력이 고르게 유지되는지, 순간적인 출력강화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절삭력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순도가 얼마나 맑은지.
다양한 요소를 측정하고 대상자가 얼마나 건강한 초고수인지를 검사한다.
“색이 너무 불투명하면 내공의 순도가 낮은 거예요. 혈관건강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으니 파괴적인 심공운기는 중단하고 건강을 돌아봐야 해요.”
“오오. CT가 안 먹히는 환자분들의 건강을 그런 방식으로도 알아볼 수 있군요?”
초절정 이상의 고수들의 검강을 검진하는 전대미문의 검진코스.
백소천도 능력부족으로 추가하지 못한 과정을 추가한 장문인 덕분에 초고수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생겼다.
“이걸로 건강검진은 끝마쳐도 되죠?”
“아, 마지막으로 목소리에 대해서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도 극히 드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묵언을 유지해오셨는데 이번에 말문이 트이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요?”
“혹시 목에 불편함이 느껴진다거나 심경적인 큰 변화가 있어서 묵언수행을 중지하고 다시 말을 하시게 된 건 아닌지 꼭 여쭙고 싶었습니다.”
아하.
그게 궁금했구나.
금제를 모르는 시청자들이나 의사들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만도 했다.
소문도 무성하다.
건강이 호전되어서 말문이 열린 것이다.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말 안했을 뿐, 수술을 받아서 성공한 것이다.
특별한 스킬을 얻은 것이다.
온갖 추측과 소문이 브이튜브에 만연해있다.
장삼단봉 어르신이 무림에서는 말도 못하던 것이 지구에서는 용케 잘 말한다고 언급했던 부분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본인에게 해명을 요청해도 할 말이 없다.
“그냥 말하고 싶은 기분이 됐어요.”
“와… 컨셉 진짜 독하네…”
해응응 본인 입장에서는 지금 그런 게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건강검진 끝났으니까 이제 밥 먹어도 되죠?”
무림숙수들의 잔칫상을 즐기는 것.
그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 그거라면 식은 음식을 다시 데워서 드셔야 할 겁니다.”
“왜요?”
“건강검진 받는 사이에 요리 끝내고 벌써 게임하러 들어갔거든요.”
“…아직 반 시진(1시간)밖에 안 지났는데요.”
“객잔에서 일다경(15분)만 손님들 기다리게 해도 칼싸움이 나는데 요리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저번에 갔던데 장난 아니더라고요.”
객잔문화에 한국인의 빨리빨리정신까지 접목된 끔찍한 혼종은 1시간의 여유조차 허락지 않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다 식은 밥상을 보고 입맛이 떨어진 해응응은 괜히 심기가 불편해졌다.
“식사는 됐어요.”
그렇게 게임을 좋아하면 어디 솜씨나 보자.
훈수나 두면서 괴롭혀줘야지.
훈수검객의 성난 발걸음이 전용캡슐로 향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