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55)
〈 555화 〉 555 적당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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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무림비망록을 경험하고 내공의 변화를 감지하며 게임세계를 현실처럼 받아들였던 해응응으로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짓이었다.
건방진 녀석들을 적으로 둘 때에야 이것저것 시원하게 때려 부수고 다녔지.
하지만 저들은 민간인이 아닌가.
민간인을 정말로 NPC로서만 취급하며 시간벌이로 사용한다.
현실이라면 사파의 거두, 외도의 귀축이라 불리며 당장 토벌령을 내리고 앞장서서 목을 썰러 찾아갈 짓이지만 게임에서는 그냥 악성향 플레이일 뿐!
‘배움에는 끝이 없다더니. 이렇게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네요.’
요호호의 악질짓을 감명 깊게 본 해응응.
그녀의 안에서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올랐다.
저렇게도 제자들을 굴릴 수 있구나.
NPC를 저렇게도 써먹을 수 있구나.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나도 저렇게 굴릴 수 있다고 빛나는 눈.
그녀를 잘 아는 누군가가 옆에서 봤다면 당장 도망치라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위험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이었다.
2.
요호호 공략대의 스테이지 2는 더욱 저세상 공략으로 치닫고 있었다.
“구출인원 판정 말입니다. 어쩌면 판정에 구멍이 있지 않을까요?”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팽휘룡이 요호호를 보는 눈이 곱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다고는 해도 방법이 너무 거칠다.
하북팽가가 딱히 정파인 것은 아니다.
하북팽가는 오대세가의 일원.
오대세가는 무림맹에 맞서는 세가연합.
정파의 상징인 무림맹과는 때로는 공조하고, 때로는 척을 지기도 하는 관계다.
정파와 사파.
성향으로 분류하자면 정사지간의 성향.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질 수 있는 중도파에 가깝다.
필요하다면 나쁜 짓도 저지를 수 있다.
남들 몰래 들키지 않는 선에서.
야금야금 이권을 챙기는 것 정도는 다들 하는 일이니까.
그렇지만 이 요호호라는 인간의 공략은 지나치게 효율과 실리만을 따진다.
평판.
명예.
그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수준이다.
“일정범위 내에 있는 사람만 구출대상으로 판정이 된다거나, 구출대상들이 서로 죽이는 경우에는 사상자로 카운트가 되지 않는다거나 말입니다.”
“너무 과격한 공략을 생각하는 건 아닌가?”
“정상급 스트리머는 다 자신들만의 공략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룰의 허점을 노리고 역이용하는 공략을 좋아하죠.”
해남파의 해응응도 그런 공략을 한다.
그런 점에서는 정상급 스트리머들의 공통점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악질스러운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요호호의 공략은 해응응의 공략과 근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어차피 진짜 목숨이 걸린 것도 아닙니다. 이건 게임이에요 게임. 과몰입은 하지 맙시다.”
게임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 마음.
자신은 상위차원의 존재라고 여기는 것.
NPC를 대등한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 우월감.
‘귀환자가 아니어서 그렇군.’
이제야 깨달았다.
해응응과 요호호의 차이를.
게임이 현실이 된 세계를 경험했는가, 경험 해보지 못했는가.
거기에 차이가 있었다.
겪어보지 못한 이상, 요호호가 NPC나 게임을 현실의 사람이나 현실처럼 대할 일은 없다.
그에게는 그저 ‘게임’이니까.
‘손잡을 상대를 잘못 골랐군.’
팽휘룡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역시! 예상이 맞았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인지한 범위 내의 NPC는 지켜야 할 대상에 포함되지만 일정구역 밖으로 보내면 구조대상에서 제외되는군요.”
“당장 인근 지하철로 시민들을 밀어 넣어서 떠나보내도록 하죠!”
다른 지하철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 그들의 생사는 장담할 수 없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즉시 아귀들의 먹잇감행.
지하를 회전하는 아귀들의 회전초밥이 된다.
그러나 요호호의 알 바는 아니었다.
판정상으로는 그들이 죽인 것이 아니니까.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민간인의 수를 해를 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감축할 수 있다.
그런 태도마저도 열 받았다.
묵언검객이 누군가를 죽일 때에는 이런 비겁한 계산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한 세계의 생명체로서.
자신과 같은 생명체로서.
생과 사를 걸고 적의 존재를 인정하며, 전력을 다해 그를 베어 죽였다.
정사지간을 떠나서 그것이 최소한의 상식.
당연한 도리였다.
스테이지 3.
판정의 공백을 한층 더 이용해서 울고불고 거부하는 민간인들의 집을 강제로 부수며 식료품을 징발하고, 마트를 털어 요리를 만든다.
“저거 사람들도 도망 못치게 붙잡아주시죠. 민간인들이 우리를 피해서 숨고 도망다니느라 제물을 바쳐서 시간을 벌기가 힘듭니다.”
“아, 요리팀은 아귀들을 시민들이 숨어든 집으로 유인할 수 있는 음식병기의 개발을 부탁드립니다.”
즐겁지 않다.
이 게임은 오직 요호호의 가학심만을 채울 뿐.
게임을 이렇게까지 독하게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원초적이고 짧은 호기심 너머로는 지독한 연민과 자괴감, 강제적인 몰입박탈이 뒤따른다.
NPC라고 생각하면 뭐든 저지를 수 있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버틸 수 없으니까.
팽가의 무림인들마저 동화율이 널뛰기를 하며 몰입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 저기 어린애는 체구가 작아서 장대에 매달아서 아귀들을 한 곳에 유인하기 좋겠군요. 습격해서 잡아주시겠습니까?”
“보자보자 하니 끝이 없군. 참을 만큼 참았다. 악종같은 짓에 놀아나는 것은 여기까지다.”
“지금 제 지시를 거부하는 겁니까? 사전에 쓴 계약서에 따르면 위약금을… 커헉!”
팽휘룡의 주먹이 요호호의 면상을 후려쳤다.
코피를 흘리며 휘청거리는 요호호를 따라가며 연달아 주먹을 꽂는 팽휘룡.
‘시키니까 하긴 하는데 존나 이건 좀 아니지 않음?’ 하는 얼굴로 우울하게 돌아다니던 무림인들이 환호하며 무기를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우린 악마의 졸개가 아니다, 이 미친 게이머야!”
“팽휘룡 가주 만세!”
피투성이가 된 요호호가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고통이야 금방 끝났다.
동화율을 내리면 그만이니까.
그렇지만 통제되지 않는 상황은 처음이었다.
계약서까지 쓰고 방송하는 와중에 스트리머를 폭행하는 사태가 일어나다니!
“이건 그냥 게임이잖아.”
“그럼 넌 게임을 더럽게 재미없게 하는 녀석이겠지.”
팽휘룡의 중식도가 요호호의 목을 날렸다.
아니ㅋㅋㅋㅋ
고용주를 그냥 담가버리네
솔직히 담가도 무죄임
ㄹㅇㅋㅋ
시청자들조차 인정하는 정의구현!
팽휘룡은 진즉에 담가버릴 것을 왜 이리 눈치를 봤나 아쉬워질 정도로 묵은 체중이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팽 대협!”
“우리 이제 게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도 되는 거죠?”
“잘 죽었다 나쁜 사장놈!”
광복을 맞이한 사람들처럼 기쁨을 만끽하는 세계각국에서 초빙 받은 요리사들.
“뭣들 하는 거냐? 손을 멈추지 마라. 누가 로그아웃을 해도 좋다고 했지?”
“예? 아니, 요호호 죽이셨잖아요.”
“그놈의 게임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서 죽이기는 했지. 그렇다고 해남파와의 경쟁을 도중에 내팽개칠 것 같으냐?”
“…이걸 계속 하신다고요?”
“사람을 덜 죽일 뿐이다. 하는 일은 똑같다.”
“오 이런. 악마새끼가 무림인으로 바뀐 것밖에 차이가 없잖아…”
무림인이 그렇지 뭐.
악마 비슷한 녀석들.
요리사들의 푸념에 팽휘룡이 중식도를 휘둘러 아귀 한 마리를 수직으로 양단했다.
“색목인 친구들. 난 지금 중식도를 들고 있네.”
칼을 든 요리사에게 요리에 대해 참견하지 말라.
요리사들은 그보다 무서운 격언을 깨달았다.
무기를 든 무림인도 화나게 하지 말라.
이집 하극상이 시원하고 맛있네요.
“…”
ㅋㅋㅋㅋㅋ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저 저 팍스련 또 남의 집에서 몰살각 보인다고 꼬리 치는 것 보소
같은 무림인이 아니라면.
3.
해응응은 헤비쿠커 두 번째 플레이에 앞서 우지우와 민우성을 찾아왔다.
우지우는 그게 좀 걱정이었다.
“길드장님. 저희도 막 시민 장대에 매달아다가 인간미끼로 써먹고 그런 거 시키려는 거 아니죠?”
“당연하죠. 저를 민간인을 미끼로 쓰는 사파의 악종으로 취급하지 말아요.”
“공략에 대해 특별한 전달사항이 있으십니까?”
민우성은 염려 대신 자신감을 내비쳤다.
뭐든 분부만 하라는 태도에 우지우는 언제 봐도 얄미운 녀석이라고 눈을 흘겼다.
“별건 아니고 요호호 씨의 게임플레이를 보고 제가 깨달음을 얻어서요.”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깨달음인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아직 시민들의 협조가 100%가 아니라서 현장에서 몇몇 시설의 이용이 불가능하고 건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죠?”
구조 활동으로 민심을 올린다고 모든 시민들이 협력적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재산피해를 막고 싶은 자산가들은 공략에 필요한 시설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들만의 중립지대를 구축, 거리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선을 그으려고 한다.
우지우와 민우성은 그런 이들은 내버려두고 있었지만 해응응이 생각하기엔 그건 너무 온화한 플레이였다.
“거리에서 아귀들과 싸우며 수고하는 건 여러분인데 저들만 안전하게 꿀을 빨면서 더 열심히 일하라고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꼬와요.”
“…저희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십니까?”
“아귀들을 트럭에 실어다가 돌격시켜버리죠. 그러면 중립건물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올 테고, 그 안의 물자도 운용할 수 있잖아요.”
어디서 팽휘룡 같은 인간이 나와서 길드장 머리라도 한 대 깡 때려주면 안 되나.
선계로 돌아간 장삼단봉 어르신이 그리워지는 우지우와 민우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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