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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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2화 〉 562 오붓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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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청자들은 말한다.
망겜계의 바이블ㄷㄷ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쓰레기게임ㄷㄷㄷ
점핑레빗은 쓰레기라고.
주아영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희가 점핑레빗의 뭘 안다고 그래?”
음… 점핑혐망겜?
인간고문시뮬레이션
골반크러시게임
고통 없이 무한반복 가능한 지옥
차라리 사망후유증이 있는 낙반사고로 죽는 게 가장 나음. 안 그러면 한판 또 끌려감;
“겁쟁이들.”
주아영은 화가 났다.
그저 소문만 믿거나 지레 겁먹은 이들이 헛소문을 확증편향으로 부풀려 더욱 살을 찌운다.
점핑레빗의 좋은 점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점핑레빗을 시작합니다.]“언니. 난이도는 어떻게 하실래요?”
“눈이 많이 내리는 산이면 좋겠어요.”
“아하. 최고난이도 도전과제 좋아하시는구나.”
“?”
“대빙하모드로 갈게요!”
“잠깐만…”
“걱정 말아요. 20단위로 도전과제 뭐뭐 누를지 미리 다 세팅 되어 있거든요. 바로 갈게요!”
[최고난이도로 설정되었습니다.] [60단계 도전과제 활성화로 인해 가 자동적용 됩니다.] [맵이 ‘고산의 전설’ 필드로 설정되었습니다.]저 얼굴을 보라.
가만히만 있어도 윤이 나는 찬란한 얼굴이 눈이 떨리고 입을 벌릴 정도로 감격한 것을.
역시 언니는 다르다.
점핑레빗의 좋은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이 된 주아영은 활짝 웃으며 묵언검객이 된 해응응에게 손을 내밀었다.
“언니, 빨리 가요!”
“먼저 가세요. 전 조금만 더 설산의 고요함을 즐기고 싶어요.”
“5분 지나면 바닥에서 어스 웜 올라오는데요?”
“…….”
“지금 부지런히 멀리멀리 올라가야 해요!”
수련검객의 수련계획은 와장창 부서졌다.
2.
[멸망의 괴물 어스 웜Earth warm] [대적불가] [일정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무작위 칸수의 지면을 집어삼킨다.]점핑레빗의 비인간적인 난이도.
그 악마적인 난이도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멸망의 괴물이 또 다시 등장했다.
신법으로 절벽을 타고 오르며 발로 커다란 돌뭉치를 걷어차 밑으로 뿌려보고, PVP용으로 마련된 큼지막한 바위도 굴려보았다.
무식하게 커다란 지렁이는 돌멩이는 입도 안 다물고 쏙 삼키고 바위가 머리에 맞아도 고개만 가볍게 흔들고 건재했다.
“히히. 너무 좋당!”
“…그렇게 좋나요?”
“언니랑 오랜만에 같이 게임 하잖아요. 좀비해저드 빼면 거의 처음 아닌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끼처럼 웅크려 앉으며 폴짝 뛰어오르는 주아영.
슈퍼점프 판정을 받아 수십 미터를 단숨에 뛰어넘는 자세가 퍽 안정적이었다.
“자세가 불편하지는 않나요?”
“처음 하는 분들은 골반이나 관절이 아프다는 얘기 많이 하는데 어시스트액션에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뭣하면 신법으로 넘나들어도 되고요!”
“그래서 수련을 하기 좋은 장소는…”
“앗, 1분 지났다. 어스웜 올라오니까 일단 이동해요, 언니!”
“…….”
1분마다 맵타일을 깨부수며 올라오는 어스웜.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어스웜을 피해서 도망 다니게 된다.
고요한 설산의 경치를 즐기기는커녕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쁜 신세.
성가시다.
화가 난 해응응이 강환을 뽑아 어스웜에게 던졌다.
쿠구궁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뒤트는 어스웜.
저대로 콱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한 번에 1층에서 10층, 10m에서 100m 사이의 타일을 집어삼키는 어스웜.
단숨에 100m를 집어삼키고 그 너머까지 올라오는 모습에 주아영이 꺅꺅 환호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언니는 역시 점핑레빗의 재미를 아시네요. 통상속도의 어스웜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거죠? 자발적으로 난이도를 올리실 정도로!”
뒷목이 저린다.
주화입마에 걸려서 내공이 골수를 때리는 것 같다.
어떤 의미로는 부럽다.
한 게임을 이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단지 거기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았으면 할 뿐.
“점핑레빗 면벽수련을 하는 징벌동 수감자들은 요즘 좀 어떤가요?”
“신법이 꽤 나아졌어요! 골반 뒤틀고 슈퍼점프 배우는 것보다 신법이 훨씬 안전하다고 다들 신법을 부지런히 연마하시더라고요.”
“그런가요.”
“저는 몰랐는데 어스웜이 가끔 자기 입에 들어온 생명체를 씹는 모션이 있는데, 거기서 이빨에 걸리면 굉장히 아프대요. 그거 경험하기가 싫다던가?”
즉사모션을 모를 정도로 어스웜에게 잡아먹힌 경험이 극히 드물다는 사실이 해응응은 오히려 신기했다.
이소혜가 채찍 시뮬레이터와 상성이 잘 맞는 것처럼 주아영은 점핑레빗과의 상성이 잘 맞았다.
그것도 세상 그 누구보다도.
“언니, 저번에 공략템 없이 정상에 오르기 도전하셨죠? 그거 이번에도 해보실래요?”
“…버그엔딩을 봐버렸잖아요.”
“대신에 그때보다 지금의 언니가 훨씬 강하잖아요. 언니도 정정당당하게 힘으로 겨뤄보고 싶어서 구름도 안타고 두 발로 산을 타고 계시고요.”
…그러네.
내가 왜 두 발로 오르고 있었지?
구름을 타면 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열심히 오르던 해응응은 괜히 새삼 억울해졌다.
그렇다고 수제자 앞에서 무식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냥 처음부터 그러고 싶었던 척, 열심히 등산을 했다.
그런데도 여유가 나질 않는다.
단단히 빡이 돈 어스웜은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맵을 분해하며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투콰쾅
괜한 심통에 초식의 흐름을 압축하여 담아낸 초강환을 날려 보내니, 단순한 힘의 폭발을 넘어서 초식의 형태로 구현되는 강환폭발에 어스웜이 내지르는 고통스러운 비명이 더욱 커졌다.
고통만 두 배면 좋을 텐데 올라오는 속도도 두 배 빨라지고 색깔도 아주 핏빛으로 변했다.
세상의 종말이 발치에서부터 실시간으로 급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지, 주아영은 여전히 신이 나서는 온갖 고인물 잡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신법도 슬쩍슬쩍 섞어서 펼치는 것이 한두 번 연습해본 숙련도가 아니었다.
“아~! 너무 재밌다! 히히.”
“…기뻐하니 다행이네요.”
어스웜이 빨라지는 만큼 이쪽도 속도를 높이니 의외로 잡담을 나눌 시간이 나왔다.
“아영. 반복되는 세계를 되풀이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나요?”
“지루하지 않아요. 그럴 수가 있겠어요? 저한텐 여기서 보내는 1분 1초가 힐링이고 마음 속 평안을 되찾는 순간들인데.”
부모를 여의고 보육원에서 살던 그녀의 가슴 속에는 점핑레빗이라는 마음의 고향이 새겨졌다.
무림에서의 해응응 본인에게는 현대지구가 마음 속 그러운 고향이었지만 막상 현대로 넘어온 지금은 무림시절을 그리워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녀는 한 순간도 점핑레빗에서 보낸 시간을 후회하는 적이 없었다.
‘현실이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요.’
멸망하는 세계가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가 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주아영의 마음은 주아영의 것.
해응응의 것이 아니니까.
타인의 마음 속 진심을 100% 꺼내어 들여다보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저는 언니 마음 이해할 수 있어요.”
“?”
“언니한테는 무공을 수련할 때에 찾아오는 명정의 순간이 제가 누리는 점핑레빗에서의 시간과 같죠?”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상대의 마음이 어떠할지 헤아릴 수는 있다.
지금 아영이가 그녀를 헤아린 것처럼.
“그러네요. 분명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마음속에 품은 풍경은 다를 수 있다.
마음속에 품은 시간도 다를 수 있다.
마음속에 품은 계기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통해 누리는 평온함만큼은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곱씹으며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마음에 평온을 선사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오랜 고통을 잠시나마 잊는다.
“언니가 곱씹는 시간에 제가 있었으면 했지만 거기까지는 욕심이라는 것쯤은 저도 알아요. 언니가 무림에서 보낸 시간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정상에 가까워지는 경치.
몰아치는 눈보라.
그토록 찾아헤매던 설산의 정경이 펼쳐졌지만 해응응의 눈과 귀는 산의 적막함이 아닌, 수제자의 솔직한 고백으로 향했다.
“무리하신 거죠? 절 위해서. 마지막이 되기 전에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아, 딱히 그런 건 아닌…”
“무리해서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돼요. 언니 거짓말 싫어하시잖아요.”
싫어하는 게 아니라 금제 때문에 못하는 거였는데.
“저, 이제 만족했어요. 언니가 돌아가시더라도 이 추억은 평생 간직할게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인 점핑레빗에서 가장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 보낸 시간, 분명 앞으로 몇 십 년이든 절대로 잊지 못할 거예요.”
당장 발치에서 눈보라를 뚫고 올라오는 격노한 어스 웜만 없었다면 참 감동적으로 들렸을 멘트였다.
‘본인이 저렇게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는데 감동을 깨는 것도 미안한 짓이겠죠?’
조용한 수련장소가 필요했을 뿐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죽기 전에 아끼는 수제자와 소중한 시간을 오붓하게 보내게 된 해응응.
오해를 고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녀로 인해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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