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63)
〈 563화 〉 563 하나마나한 이벤트
* * *
1.
버그를 이용해서라도 한 번 클리어했던 게임.
정정당당하게 재도전을 한다고 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애초에 신법을 구사할 수 있는 시점에서 슈퍼점프니 삼단점프니 하는 게임 속 고인물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소위 말하는 벨런스가 망가진 것이다.
무림인이라는 가상현실게임계의 포식자, 내로라하는 해남파 최상위포식자 사이에서도 정점에 군림하는 그녀가 정상에 도달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실제로는 이런 경치였군요.’
고산의 전설 필드.
그 정상에 도달하여 검을 뽑으니 맹렬하게 하늘로 따라 올라오던 어스웜이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을 비틀고 괴로워하였다.
발버둥치는 어스웜에게 호잇 하고 검을 내밀어보니 더욱 뒤로 물러선다.
“언니, 원트에 깼어요!”
“잘됐네요.”
“언니도 이제 60렙 토끼에요!”
“…?”
“도전과제를 몇 개나 활성화하고 클리어하냐에 따라 고인물들끼리 레벨을 정하거든요.”
“도전과제 없이 클리어하면요?”
“0레벨 뉴비토끼죠!”
“클리어도 못했으면요?”
“응애토끼?”
“귀엽네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인물들이 뉴비들을 귀엽게 부르는 방식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삼류 피라미.
허접 졸개.
인간 샌드백.
무림이나 다른 게임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멸칭과는 비교되는 호칭에서부터 이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심성이 얼마나 고운지를 알 수 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했다.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짐승으로부터 도망쳐서 구원받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가 아니던가.
그러는 와중에도 서로 싸우고 헐뜯고 비하할 정신머리가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대단한 정신머리였다.
“이제 도전과제 100단계 만렙토끼로 도전해보실래요?”
“등반이 더 힘들어지겠죠?”
“당연하죠!”
“아영. 당신은 100레벨 토끼 맞죠?”
“물론이죠!”
그럼 이 게임의 최종보스인 종말의 짐승들은 현실세계로 나오지 못하겠구나.
강환도 거뜬히 삼키고 강폭조차 견뎌내는 괴물은 인류가 상대하기엔 너무 벅찬 괴물이다.
해응응 본인이라도 몇 주야에 걸친 장기전으로 약점을 찾아내어 제거하지 않고서는 저 거대한 종말의 짐승을 해치울 자신이 없었다.
‘인류의 역량은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뛰어난 걸지도 모르겠네요.’
[동감이다. 짐과 동등한 괴수가 버젓이 살아 숨 쉬는 세계라니.]요괴왕과 동격의 보스가 존재하는 게임.
그것을 옛적에 단독으로 클리어했던 용사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지금도 그녀가 모르는 어딘가 에서는 반요곡이나 점핑레빗에 비견될 게임들이 속출하고, 그걸 또 클리어하는 플레이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데.
해응응은 위화감을 깨달았다.
최고난이도로 게임을 클리어하면 보상이 지급된다.
게임 내 보상.
다음 회차 특전.
그런 것들이 아닌 현실의 플레이어에게 지급되는 보상이 있다.
공력증진.
신체강화.
이능부여.
그런데 아영이는 뭘 얻었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영이에게는 내공이 없었다.
신체능력도 열심히 단련한 수준에 불과했다.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면 각성자연습생 시절에 진즉에 능력을 활용해서 각성자가 되어 활동했겠지.
‘클리어보상을 얻은 적이 없어요.’
괜한 기우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모르는 뭔가를 받았을지도 모르지.
“아영. 점핑레빗의 클리어보상은 뭐였나요?”
“음… 성취감? 만렙토끼가 되었다는 자부심?”
“…아무래도 다음 공략게임이 정해진 것 같네요.”
점핑레빗은 아직 완전공략이 되지 않았다.
2.
가상현실게임들은 최고난이도 클리어 시, 플레이어에게 막대한 현실보상을 지급한다.
동시에 게임을 클리어하지 못한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몬스터의 출현을 저지하게 도와준다.
‘일방적인 공격수단인 게이트와 달리 게임은 인류를 돕기 위한 일종의 구제장치. 그렇게 여겨지는 감이 있었죠.’
어떤 게임에는 그 게임의 클리어에 특화된 플레이어가 한 명씩은 존재한다.
단지 당사자가 그 게임을 찾아내지 못했거나 존재 자체도 몰라서 공략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할 뿐, 보통은 어떤 망겜도 도전자가 하나씩은 존재한다.
그러나 간혹 도전자도 게임클리어에 실패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①게임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경우.
이 경우의 대표적 예시는 반요곡이 존재한다.
②게임이 너무 망겜인 경우.
이 경우의 대표적 예시는 헤비쿠커가 있었다.
③게임의 클리어 조건이 불분명한 경우.
이 경우의 새로운 예시로 점핑레빗이 추가됐다.
“그렇게 많이 게임을 했는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챘지? 어이가 없네…”
주아영은 당혹스러웠다.
점핑레빗은 진즉에 다 점령한 게임이라고 여겼는데.
100개의 도전과제.
그걸 동시에 활성화해서 최고난이도로 클리어하는 기행까지도 저질렀는데.
어떻게 그것까지 최종클리어 판정이 안 뜰 수가 있는지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다.
“최종클리어를 하면 혹시 다른 난이도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시작할 때 무기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멀티모드에서 다른 플레이어들 양학하기는 좋아요. 근데 그러면 뉴비들이 멀티모드 안 하니까 고인물들은 매너로 무기 안 끼고 들어가요.”
“…”
“왜 그러세요 언니?”
“그 무기,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는데요.”
“네에?”
“종말의 짐승이요. 제 강환에 반응은 미미했지만 분명 데미지가 들어갔거든요.”
해응응의 플레이어로서의 감이 말하고 있다.
그 무기의 올바른 사용법이 무엇인지.
수제자 주아영도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설마 그걸 잡으라고요? 무기 하나 딸랑 들고?”
“일단 어떤 무기인지부터 보여주세요.”
게임에 들어가서 무기를 보니 확신이 들었다.
“이거 특수능력 있죠?”
“와. 어떻게 아셨어요? 잡아보지도 않으셨으면서.”
“무기에서 힘이 느껴져요. 마법이 내장된 아티펙트나 귀물처럼.”
창을 내지르는 방향으로 번개가 쏘아지는 뇌전창.
검을 베는 궤적으로 참격이 날아가는 참살검.
활을 쏘면 적중부위가 폭발하는 기폭활.
모두 범상한 무기가 아니다.
해응응이 반요곡에서 쓰던 몰살검에 못지않게 하나같이 신병이기 소리를 들을만한 업Karma이 담겨있음이 느껴졌다.
“이 병기들의 입수조건이 무엇이었나요?”
“점핑레빗의 맵 세 가지에서 각각 최고난이도로 클리어를 하면 해금되는 방식이에요!”
“각 필드에 담긴 업의 정수로군요.”
고산의 전설에서는 뇌전창을.
대분화구에서는 기폭활을.
회오리가 몰아치는 도심에서는 참살검을.
각기 다른 필드에서 주어지는 보상은 그 필드의 주민들이 남긴 최후의 안배.
부디 누군가가 그들의 원통한 최후를 기리며 복수해주길 염원하는 뜻에서 만들어진 결전병기였다.
“언니. 그럼 저희가 무기 들고 종말의 짐승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가능성을 논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공을 해야겠죠.”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꽤나 진심을 담아 파부은 일격에도 거뜬하게 버텼던 종말의 짐승이다.
폭주까지 하면서 더러운 성질머리로 맵 끝까지 솟구쳐 오르던 꼴을 보라.
한두 대 때려서 죽을 놈이 아니다.
그럴만한 덩치도 아니고.
잘못 때리면 또 다시 맵을 갉아먹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지도 모른다.
‘상당한 장기전이 되겠네요.’
예상되는 것은 숨겨진 기믹.
보스를 격퇴하는데 필요한 추가조건의 입수가 급선무.
이것만큼은 시행착오로 찾아낼 수밖에 없다.
“저도 일단은 노력해보겠는데 혼자서는 절대로 무리라고 생각해요.”
주아영은 문득 사악한 욕심이 들었다.
공략을 핑계로 언니를 점핑레빗에 묶어둔다면.
단 둘이서 점핑레빗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만일 공략을 찾더라도 모르는 체 한다면.
언니의 마지막을 그녀 혼자 독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친 소리야.’
괜한 욕심이었다.
그게 지금까지 많은 것을 베풀어준 언니에게 어디 할 짓인가.
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 점핑레빗에 잡아먹혀서 원하는 만큼 수련을 하지 못하고 떠난다면, 그 한을 죽어서 어찌 해소하겠는가.
평소에 언니가 해왔던 짓을 생각하면 죽어서도 천국이 아니라 저승에 가는 건 확정일 텐데.
…저승을 개박살을 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로 저승에 가더라도 다 부수고 다닐 것 같지만.
아무튼 언니를 위해서라도 그런 몹쓸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언니. 공지를 올리는 건 어때요?”
“공지라니요?”
“점핑레빗 클리어 공략을 찾는 공지요.”
“!”
“혼자서는 힘들어도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면 시간을 아낄 수 있잖아요.”
언니의 근심을 해결하면서 시간도 아낀다.
그러려면 이 방법이 제일이었다.
일석이조.
일거양득.
모든 골칫거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해응응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브이를 들었다.
…보통은 엄지를 들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올라간 공지.
━━━
【공지사항】
[점핑레빗 고인물들의 도움을 요청합니다.]「점핑레빗 진엔딩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발견되어 고인물들의 조력 및 제보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진엔딩 진입조건
①도전과제 100개를 모두 활성화한 채 클리어하여 만렙토끼가 된다.
②만렙토끼가 되면 해금되는 무기로 해당필드를 재도전하여 종말의 짐승을 사살하는 공략에 도전한다.
③새로운 공략힌트와 폭주를 일으키지 않는 패턴, 폭주를 일으키고도 종말의 짐승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상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여 공략에 유의미한 진척을 이루신 분들은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공략에 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는 소정의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
이상.
2대 매니저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이 올림.」
━━━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돌아온 시참이벤트 및 공략도움요청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이딴 망겜에 고인물이 몇 명이나 있다고 이걸 도움 요청을 하냐고ㅠㅠㅠㅠㅠㅠ
주최자가 최강자인 도움공지ㅋㅋㅋㅋ
매니저가 열고 매니저가 깨고 매니저가 수상하는 이벤트. 사실상 능욕이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