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67)
〈 567화 〉 567 우주악질
* * *
1.
처음엔 속한 곳은 달라도 비슷한 처지라고 이해하려다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물었다.
“댁들은 접속을 안 하면 되잖습니까. 그러면 이런 끔찍한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아도 됐는데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는 겁니까?”
우주죄수들은 말했다.
“하지만 시참에 비벼보고 싶은걸!!!”
“방송이 보고 싶어!!! 생방송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이 틀어주는 화면을 보는 생활이 좋아!!!”
“…마지막 녀석은 굳이 여기에 참여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운동 삼아 나왔다!!”
과연 우주적 또라이는 지상의 또라이가 이해할 수 없는 면모가 있구나.
김만득은 이들을 이해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정이야 어쨌건 이제는 힘을 합쳐서 함께 공략을 진행할 동료들이 아닌가.
“어쨌든 다들 힘을 합쳐봅시다.”
좋게좋게 가자.
그런 생각은 공략이 시작되면서 와장창 부서졌다.
“여기 바위 좀 같이 부숴주실… 으아악! 갑자기 왜 나한테 번개를 쏘는 거야!”
“아~~ 김치펀치님 만 원 미션 감사합니다!”
“이새끼가 지금 방송을 하고 있어?! 너 이게 장난으로 보여?!”
“아 뭐요. 우주에서 감금생활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부업으로 심심풀이 삼아서 방송 키고 묵언검객 시청자들하고 놀 수도 있지. 왜 진지 빨아요?”
“나한테 피해를 줬잖아!”
“너도 남한테 피해 끼쳐서 면벽동 갇혔잖아요. 앗, 김만득을죽이고싶은면벽동간수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한 대 패드리겠습니다!”
게임공략과 방송을 병행하면서 툭하면 미션이네 후원이네 헛짓거리를 하면서 방해를 하는 우주죄수들.
면벽수련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외부와의 소통도 소통이지만, 그 소통으로 이루어지는 악영향에 도저히 정상적인 공략이 진행되질 않았다.
“죽어라, 김만득!”
“넌 못 지나간다!”
“삼단 감전이다!”
“개새끼들아아아아──!”
슈퍼점프로 높이 날아오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 우주죄수들이 쏜 뇌전창 번개를 맞고 상태이상 에 걸려서 수직으로 추락하는 김만득.
캡슐을 뛰쳐나가더라도 저들은 지구 어딘가에 존재하는 자택에서 게임에 접속하고 있다.
당연히 얼굴을 마주쳐서 현피를 뜨는 것도 불가능.
마주치려면 일단 게임에 접속할 수밖에 없다.
격노한 김만득은 사설서버에서 우주죄수들이 게임을 끝내고 나오기만 기다렸다.
“야! 니들 미쳤어?”
삿대질부터 하고 들어가는 그에게 우주죄수들이 뚱하게 반문했다.
“뭐?”
“아까부터 진짜 시끄럽네.”
“꼬우면 게임 하지 마. 우린 이러고 놀 거야.”
애초에 악질짓을 해서 우주죄수가 되어버린 이들이 현실에서 쓰레기짓을 하다가 면벽동에 갇힌 면벽수련자 앞이라고 행동거지를 조심할 리가 없었다.
어디 옆방 사는 죄수라면 모를까,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만 얼굴 보는 처지에 굳이 김만득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니들도 석방되고 싶잖아. 이러지 말고 힘 좀 합쳐서 같이 공략하자. 응?”
김만득은 접근법을 달리하며 일그러지려는 얼굴주름을 펴고 입꼬리가 떨릴 정도로 억지로 웃는 얼굴을 만들며 타일러보고자 시도했다.
이 인성 빻은 녀석들과도 공략만 성공하면 다시는 얼굴 안 볼 사이 아닌가.
차라리 빨리 공략을 끝내는 편이 낫다.
물론 그건 그만의 생각이었다.
우주죄수들의 표정이 곱지 못하게 변했다.
“뭐야. 형씨는 이거 깨면 면벽동 나가?”
“우린 왜 못 나가?”
“형량 100년 줄여주기로는 이미 350년형을 선고받아서 탈출할 수 없잖아!”
“개부럽네.”
“우리는 못 나가는데 쟨 왜 나가야해? 그냥 여기서 사이좋게 같이 살면 안 돼?”
“절대 인정 못 해.”
“우리가 못 나가면 쟤도 못 나가!”
내가 잘나갈 수 없으면 남도 잘나갈 수 없다!
남 잘 되는 꼴은 못 본다는 저급한 정신으로 똘똘 뭉친 우주죄수들!
“아니 무슨 가상형기가 현실형기보다 더 길어?”
김만득은 기본 백의자리부터 시작하는 우주죄수들의 형기에 진심으로 기겁했다.
저 정도면 그냥 방송을 안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방송만 포기하면 백년 이상의 시간을 가상에서 버리지 않고 자유인으로 살 수 있는데?
가상과 현실 사이에 시간배속이 걸려도 저거 다 보내려면 10배속으로도 현실기준 최소 10년이다.
대요괴와 싸우던 묵언검객은 승리를 위해서 1초가 100년처럼 긴 주와지시의 시간을 뛰어넘었다고 해도 이들은 무얼 위해서 그 긴 시간을 견딘단 말인가.
“니들 그냥 생방송 포기하고 캡슐 나가서 컴퓨터로 방송 보는 게 낫지 않냐?”
물론 우주죄수들도 저들 딴에는 진심이었다.
“그러면 묵언검객한테 감각링크를 걸 수가 없잖아!!”
“내 도네로 묵언검객의 기분이 나빠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묵언검객의 감정을 지배하고 싶다고!!!”
“내 악질짓으로 지구최고존엄미녀 묵언검객의 기억 속에 1초라도 더 남을 수 있다면 쓰레기 같은 인생은 내다버려도 이득 아닐까?”
그 진심에 상응하는 행동을 안 취해서 문제지.
“그럴 거면 나한테 악질 짓을 하지를 말고 게임이라도 열심히 똑바로 하라고!!”
“그럼 니가 돈 줄 거야? 후원 미션 니가 걸어.”
“맞아. 돈 내놔.”
“나 지난달 후원정산금 십만원… 아니 십만원 같은 백만원이었어. 백만원 내놔. 그럼 봐줄게.”
“내놔.”
“내놔!”
“빨리 안 내놔?”
“어? 꼴받네? 빨리 안 내놓네? 면벽동 탈출하기 싫어? 사설서버에서 100년 우리랑 같이 살래?”
급기야 맡겨놓은 돈 찾는 것처럼 금품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우주죄수들!
김만득은 눈물을 흩뿌리며 로그아웃을 선택했다.
“꺼져 미친놈들아!!”
“응 지가 꺼졌죠?”
“올 때 백만 원.”
“저 새끼 할 거 없어서 한 달 안에 돌아온다에 TVS 교육방송 시청 한 시간 건다. 이거 내가 이기면 미션 건 니들이 방송 보는 거야.”
“야, 내방 시청자들은 왜 미션 안 걸어? 왜 쟤만 미션해? 지금 사람 차별해? 나도 미션 할래. 미션 하고 싶어. 빨리 내기 도네 걸어!!”
로그아웃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송환이펙트 너머로 들려오는 억척스러운 외침들.
면벽수련동으로 돌아온 김만득은 귓가를 어지럽히는 우주죄수들의 능욕 대신 정겹고도 조용한 면벽동으로 돌아왔음에 가슴 깊이 안도했다.
여기가 천국이었구나.
세상은 이렇게 살만했구나.
다른 방 한심한 면벽수련자들이 실은 천사처럼 착한 이웃들이었구나!
“야, 철두공. 신입.”
“왜.”
“…뭡니까? 또 무슨 기행을 저지르시려고요?”
점핑괴인 김만득은 이 지옥 같은 해남파 면벽동과 사설서버에서 탈출하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로 결심했다.
“니들, 오늘부터 만렙토끼가 되어줘야겠다.”
“내가 왜?”
“전 아직 괴인이 되고 싶지 않아요!”
“내 몫의 벽곡단을 삼분의 일씩 나눠주마.”
“…벽곡단에 독을 바를 셈이냐?”
“그런 겁니까?!”
“아니 면벽동에 독이 왜 있어? 독은 저 미친 사설서버에 있지. 니들은 상상도 못할 거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악질 또라이들이 있는지…”
우주적 심연을 보고 온 김만득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면벽동 광기 최고 아웃풋을 겁에 질리게 만들 정도의 무언가가 우주에 있음을 깨달은 옆방 철두공과 맞은편 신입은 두려움에 빠졌다.
그들의 빈약한 머리로는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하고 싶지도 않은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민트초코맛 벽곡단은 주지 마라.”
“벽곡단은 안 줘도 되니까 천장에 매달려서 거꾸로 고개 내밀지만 말아주세요. 한 번씩 맞은편 방 볼 때마다 귀신인가 싶어서 무서웠다고요.”
어차피 자신들에게도 기다리는 것은 똑같은 사설서버 접속임을 깨달은 철두공과 신입.
그들은 같은 처지의 면벽수련자끼리 힘을 합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할 공략이라면 자신들보다 재능 있고 실력이 뛰어난 점핑괴인에게 가르침을 받아서 빨리 강해져서 만렙토끼가 될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이득이었다.
2.
철두공과 신입은 제법 싹수가 있었다.
툭하면 머리로 창살을 들이박으며 자해공갈을 하던 철두공은 깡따구가 있었다.
점핑레빗에서 중요한 재능은 겁을 먹지 않는 것.
잘못 뛰어서 추락하더라도 그때의 기억과 추락하는 감각에 사로잡혀 몸이 굳지 않는 것이다.
자해공갈까지 하는 녀석이 그런 부작용에 사로잡힐 리가 없었고, 철두공은 노하우를 전수받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실력이 상승했다.
“신입은 멀었냐?”
“곧 나온다.”
“저 녀석도 만렙토끼 되면 간수가 약속대로 면벽동 전용 서버 개설하는 거 맞지?”
“약속했어. 만렙토끼가 세 명 이상이면 사설서버를 열어주겠다고.”
김만득과 철두공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신들의 면벽수련실에 나란히 앉아서 건너편 방의 신입이 캡슐을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늘 신입이 만렙토끼가 되면 우주적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도 그들만으로 힘을 합쳐서 사설서버에서 멀티모드 공략에 도전할 수 있다.
“철두공. 넌 이름이 뭐냐?”
“이름 같은 건 나가서 찾아라. 지금은 철두공이면 충분하다. 넌 다른가, 점핑괴인?”
“아니. 똑같지. 이런 곳에서 이름으로 불려봤자 기분만 나빠질 뿐이야. 지금은 점핑괴인이 좋아.”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기묘한 유대감을 나누던 점핑괴인과 철두공.
마침내 캡슐 열리는 소리와 함께 맞은편 방에서 신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창살을 붙잡으며 얼굴을 들이민 신입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해냈습니다. 만렙토끼.”
“제엔자앙! 믿고 있었다고 신입!!”
우리 셋이 함께라면 이번에야말로 공략에 성공해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점핑괴인 김만득은 다시금 희망을 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