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69)
〈 569화 〉 569 랭커영상
* * *
1.
협상에 실패한 철두공과 신입은 어색한 얼굴로 스피드런 랭킹보드 단체모드를 실행했다.
이직을 시도했다가 직장동료에게 걸린 것처럼 숨막히는 어색함에 시달리는 두 사람.
김만득은 이 괘씸한 것들을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이들이 없으면 자신만 손해 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점핑레빗이 다른 게임보다 낫다는 말은 안하마.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끝은 봐야하지 않겠냐?”
“그, 그렇죠!”
“…미안하다. 열심히 하마.”
배신각을 쟀던 건 괘씸하지만 점핑레빗이 싫은 마음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던 김만득의 너그러움에 두 사람은 흑역사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열심히 공략영상을 분석하기로 결심했다.
【랭킹보드】
[만렙토끼 스피드런] [ 필드] [Any%(fastest completion, 가장 빠른 완수) 부문]Rank 01.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Time record 23분 11초 42
Rank 02.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Time record 23분 13초 07
Rank 03.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Time record 23분 13초 10
…
…
Rank 17. 묵언검객 / Time record 25분 25초
…
…
Rank 97. 보팔토끼 / Time record 40분 40초
Rank 98. 엄길단의은거고수 / Time record 40분 42초 05
Rank 99. 나보다못하면민트좋아함 / Time record 40분 42초 07
Rank 100. 엄길단의은거고수 / Time record 40분 42초 12
이게 뭐야.
김만득은 전신의 피가 빠지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여기에 있었다.
“너희들. 최단시간 클리어 기록이 몇 분이냐?”
“저는 1시간 21분인데요…”
“1시간 25분이다. 점핑괴인 너는 어떻지.”
“1시간 3분.”
빠르다.
면벽동 3인방 사이에서는 독보적인 기록.
그러나 상위랭커들은 여기서 시간을 삼분의 이로 줄인다.
쳐내야 할 군더더기와 익혀야 할 공략포인트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묵언검객은 그런 랭커들과도 차원이 다른 기록을 달성했고.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은 가히 절망만이 느껴지는 어나더레벨의 기록을 보유했다.
“미친 거 아닌가 진짜…? 어떻게 저런 기록이 가능하지??”
랭킹보드 100위권 너머로 스크롤을 계속 내리는 김만득.
그가 찾던 사람의 닉네임을 발견하기까지는 무려 랭킹 1000위권 끝자락까지 닿아야 했다.
Rank 988. 점창노괴 / Time record 45분 37초 30
Rank 989. 점핑괴인 / Time record 45분 37초 33
Rank 990. 엄길동의왼쪽다리 / Time record 45분 38초 58
그에게 점핑레빗도 만렙에 도달할 수 있는 게임임을 알려주었던 2대 점핑괴인.
그의 순위는 고작 989위에 불과했다.
그것이 그의 최고기록이었다.
최상위권 경쟁에는 끼어들지도 못하고 그저 앞서나가는 이들의 뒤를 쫓다가 끝나버렸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재능의 벽을 넘지 못한 자의 말로다.
‘두렵구나.’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랭커를 떠받드는 수많은 들러리 중 하나로 끝나버린 기록이.
그조차도 따라잡지 못한 자신들의 현재 순위가.
하지만 정말로 두려운 건 따로 있다.
두려움에 짓눌려 도전할 용기를 잃는 것이다.
“…영상부터 분석하자.”
우선은 세계최강의 실력을 견식 할 시간이다.
[Rank 01.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Time record 23분 11초 42] [랭킹기록영상을 열람하시겠습니까?] [기록을 열람합니다.]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점핑레빗 세계 1위 기록을 달성한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열람하였다.
“어?”
“으음?”
“이런 싯팔?”
영상시작 1분.
발에 땅이 닿기가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초반부가 초고속으로 밀린다.
실력에 따라 슈퍼점프로 얼마나 많은 블록을 한 번에 넘기느냐로 기록이 결정되는 해발 0m부터 1000m 사이의 제 1 구간.
10m가 1층으로 총 100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구간을 일반인은 1층을 넘길 때마다 평균 15~20회의 점프를 하고 구간총합 1500~2000점프를 뛴다.
만렙토끼들은?
롱점프가 기본적으로 숙달이 되었기에 10m로 이루어진 1층을 평균 3~4회 안으로 스킵한다.
100층을 모두 넘기기까지는 300~400점프면 된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은?
1층이 아니라 층 3~4개를 한 번에 넘기는 슈퍼점프를 평지에서부터 지 맘대로 연속으로 펼친다.
1구간 스킵까지 점프횟수 합산 30회 이내.
“이건 사기잖아요!! 슈퍼점프는 점프게이지를 채워야만 발동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그건 다르다. 격파로도 게이지를 채울 수 있으니까. 게이지를 채울 조건만 충족시키면 점프횟수가 많지 않아도 쓸 수 있지.”
“그렇다고 쳐도 저건 딱히 뭘 부순 것도 아니라 무제한으로 막 쓰고 있잖아요!”
신입과 철두공의 말이 모두 맞았다.
그러나 점핑괴인 김만득은 알았다.
저것이 어떻게 가능한 현상인지.
“게임시스템의 보조기능을 이용해서 슈퍼점프를 한 것이 아니야.”
“그럼요?”
“그냥 하는 법을 익힌 거야.”
“네?”
“슈퍼점프를 자기 발로 그냥 뛸 수 있다고.”
“…게이지 안 채우고요?”
“어.”
“사람이 토끼식 슈퍼점프를?”
“어.”
“…저거 설마 저희도 익혀야해요?”
“공략에 도움이 되려면 일단 저걸 익혀야겠지.”
“왜요? 속도가 좀 느려도 다른 방향에서 공략에 도움이 되는 힌트를 찾으면 되잖아요.”
“같은 조건으로 플레이를 하지도 못하면 어느 구간에서 시간절약이 필요한지, 더 높은 효율을 분석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요컨대 이런 상황이다.
노벨상을 받은 학자가 학회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 학자가 막힌 구간까지 기록된 공식조차도 학회에서는 충격을 금치 못할 새로운 공식인 상황.
걸음마도 못 떼는 것들에게 더 빨리 효율적으로 뛰는 법을 찾으라고 한들, 얼마나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겠나.
돕더라도 그건 실력으로 돕는 게 아니다.
공상과 망상.
가정과 추측.
실질적인 데이터가 아닌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 이거 나쁜 생각 아닌 것 같죠 하는 호소, 부디 한 번 이렇게도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하는 읍소에 불과하다.
제안과 호소, 읍소라니.
그런 걸로 공략에 도움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이 생각해도 너무 추했다.
“…너무 레벨이 다른데. 이런 사람의 기록이 어떻게 다른 랭커들이랑 15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났지?”
오히려 그 사실이 더욱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순식간에 구간돌파를 끝마치고 정상에 올라서기 위한 고산 내부 공략루트까지 진입하는 주아영.
점프의 모든 것을 깨우친 사람처럼 경공을 쓰지 않고도 제 집처럼 넘나드는 모습은 천부적인 자질이 무엇인지 느끼게 했다.
“앗, 타임로그 보니 이 구간에서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여기에 숨은 난관이 있는 건가?”
제 8 구간, 해발 8000m.
눈이 몰아치는 설산지대.
주아영이 눈밭에 넙죽 엎드리더니 데굴데굴 굴렀다.
“저건 어떤 공략이지?”
“눈뭉치를 모아서 점점 빠르게 구르려는 건가?”
“…눈을 먹고 있는데?”
뭔가 미심쩍기는 해도 일단은 진지하게 일거수일투족에 의미를 부여하고 숨겨진 진의를 찾으려던 삼인방은 급기야 주아영이 눈을 감고 대자로 눕는 대목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략 하다 말고 놀고 있군.”
“완전 여유인데요?!”
“제기랄. 저렇게까지 해도 1등이라니, 너무하잖아!”
패닉에 빠진 삼인방.
그러거나 말거나 한동안 휴식을 만끽하던 주아영이 몸을 벌떡 일으키고는 등산을 마저 만끽했다.
이후, 순식간에 클리어를 해버린 주아영.
사실상 후발주자들을 능욕하다시피 하는 기록.
이것이 점핑레빗 현 랭킹 1위의 스피드런 캡슐플레이가 기록된 공식최고기록이었다.
“이건 도움이 안 돼.”
“동감이에요.”
“하아. 그럼 다음 랭커 영상으로 보자.”
“다음은 묵언검객이다.”
“…의미가 있을까요?”
“…뭐, 없겠지. 그래도 일단 한 번 봐보자. 의외로 참고가 될 구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전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하게 엉망진창이었다.
초장부터 격노한 어스웜은 원웨이로 수직으로 솟구치면서 달려들고, 묵언검객은 발이 땅에 닿기나 하는지 의심되는 신법과 경공술을 거듭 펼치고.
급기야는 구름을 소환해서 땅에 발도 안 닿고 지 맘대로 계속 떠있으려고까지 한다.
콰과광
콰광
치트플레이 방지 프로그램이라도 짜여졌는지 구름을 소환해서 타고 날아다니면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며 구름을 쪼개기도 하는데, 이 여자는 그걸 또 이용해서 번개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구름을 흩어놓아서 아래에 있던 어스웜이 맞게 유도한다.
시스템의 허점까지 이용해서 신나게 전기찜질을 해서 감전상태로 만들고는 그 틈에 설산지대에서 눈밭에 마크2를 소환하고는 하얀 발자국을 여기저기 총총 남기는 마크2를 뒤에서 흐뭇하게 쳐다본다.
“마마. 눈은 먹으면 맛있습니까?”
“아영이는 가끔 먹고는 한다던데 저는 권장하지 않아요.”
“궁금. 이유가 알고 싶습니다.”
“무림에서는 북해빙궁 가는 길에 얼어죽은 시체가 눈 밑에서 종종 발견되곤 하거든요.”
“안궁금. 더는 이유가 알고 싶지 않습니다…”
동심을 파괴하며 한참 놀다가 어스웜이 슬슬 가까워졌다 싶으면 마크2를 옆구리에 끼고 같이 날아올라서 클리어하거나 역소환시키고 혼자 등반해서 깬다.
이따금 안광플래시로 눈을 빛내며 빛을 발사하는 마크2의 공격에 어스웜이 가소롭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며 크워어어어! 하고 울부짖으니 마크2도 크아앙 하고 귀엽게 울음소리를 내는 모습에 신입이 키득 웃었다.
“와. 이거 귀엽네요. 브이튜브에는 왜 안 올렸지?”
“훌륭한 모녀지간이군.”
“…하아. 역시 참고는 되지 않았군.”
여운에 잠긴 신입과 철두공과 달리, 몰려오는 현타를 애써 외면하며 김만득은 다음 랭커영상을 찾아 스크롤을 내렸다.
[Rank 97. 보팔토끼 / Time record 40분 40초] [랭킹기록영상을 열람하시겠습니까?]…무려 97위까지 내려간 뒤에야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과 묵언검객의 등산 도중 기만질 힐링캠프 영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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