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0)
〈 570화 〉 570 성명절기
* * *
1.
[Rank 97. 보팔토끼 / Time record 40분 40초]점핑레빗에서 세 번째로 순위가 높은 랭커.
보팔토끼.
그의 플레이를 보고 나서야 김만득은 안심했다.
이 사람만큼은 스피드런 기록업로드를 브이로그처럼 써먹지 않았다.
도중에 낮잠을 자지도 않았고, 육아를 하지도 않았으며, 자연경광을 구경한답시고 1분 넘게 멍을 때리고 있지도 않았다.
헉, 허억… 싯팔 더럽게 힘드네…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욕설이 게임플레이 녹화에 남을 정도!
“구름을 타고 다니지는 않는군.”
“슈퍼점프도 제대로 게이지를 모아서 쓰고 있어요!”
“대신 게이지를 빠르게 모으는 재주가 있네. 이걸 배우면 되겠어.”
점프를 해서 다음 블록에 착지할 때마다 차오르는 점핑게이지.
보팔토끼는 이 게이지를 아주 영리하게 끌어올렸다.
순간동화율을 낮추고 천장이 있는 지형에서 약한 점프로 천장과 바닥을 오가기를 초고속으로 반복.
약점프 반복 제자리 뛰기를 이용해 순식간에 게이지를 다 채우고 3칸에서 4칸 사이를 뛰어오른다.
“악! 이거 머리가 너무 아파요!”
“큭. 동화율을 낮춰야 하나?”
애를 먹는 신입과 김만득과 달리, 철두공은 아주 수월하게 게이지를 채웠다.
“너 방금 어떻게 한 거냐?! 동화율을 낮춘 상태로는 반복뛰기의 속도와 정밀도가 떨어지는데.”
“동화율을 왜 낮추지? 낮추면 정밀반복모션을 취할 수가 없는데.”
“…이런 미친. 별호값 못한다는 소리 들을까봐 철두공으로 고통을 견디며 반복뛰기를 갈긴 건가.”
정말 황당하면서도 실용적인 무공응용법이었다.
고인물의 테크닉에 숨겨진 요령은 모르지만 부족한 요령은 무공의 힘으로 견뎌내는 철두공!
“다음은 이거다. 묵언검객은 구름타기로 스킵하고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은 연속슈퍼점프로 넘겼던 징검다리구간.”
징검다리 구간은 수평으로 지나가야 할 길이 많다.
수직으로 오르기엔 지나치게 높이가 높아서 등반이 불가능한 탓이었다.
앞의 두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들에게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루트였기에 그들은 수평으로 징검다리를 빠르게 통과하는 노하우를 연구했다.
“이 사람, 평지에서 슈퍼점프로 30m나 40m를 넘어서 거의 육칠십 미터를 단숨에 뛰어넘었군. 거의 축지법 아닌가?”
“하. 고인물 랭커들의 기술은 뭐 이리 해괴한 것들이 많지? 이 사람은 무공의 느낌이 안 나는 걸 봐서 분명 게임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 틀림없는데.”
“앗, 제가 알 것 같아요!”
아무리 각도를 맞춰서 수평슈퍼점프를 발동해도 도통 영상에서 본 것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철두공과 김만득이 애를 먹는 사이, 이번에는 신입이 클립을 따서 두 사람에게 영상을 공유했다.
“저배율로 근육의 움직임을 체크했는데 슈퍼점프 전에 가속모션이 먼저 들어갔어요. ‘구르기’로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며 속도가 붙을 때 그 가속을 슈퍼점프에 실어서 날아가는 거예요!”
“오오. 고맙다. 이거라면 될지도 모르겠어!”
김만득은 자신만만하게 수평슈퍼점프에 도전했다.
그리고 앞으로 숙인 자세 그대로 마이너스 5도에 달하는 경사각에 의해 지면에 머리를 쾅 부딪치며 강제로그아웃을 당했다.
잠시 후, 재접속을 한 그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치를 떨었다.
“발동 타이밍이 어긋나면 지면에 머리를 갈아버리는 자살기술이잖아!”
동화율컨트롤로 순간적으로 사망후유증을 회피하지 않았다면 한동안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방식의 사망!
그 위험을 매번 무릅쓰고 수평슈퍼점프를 펼치는 보팔토끼도 참 대단한 광기의 소유자였다.
“뭐가 문제지? 철두공을 쓰면 되는데.”
“점핑괴인 선배님… 실은 철두공 엄청 좋은 무공 아니에요?”
“그만해. 그런 말 안해도 나도 배 아파 죽겠으니까.”
창살에 머리 박고 다닐 적까지만 해도 뭐 저런 바보 같은 자해공갈 무공이 다 있나 싶었던 나날이 엊그제 같건만.
머리가 갈릴 걱정도 없이 자유롭게 수평슈퍼점프를 연습하는 철두공의 모습을 보면 초인의 필수조건이라 불리는 절정무공이 따로 없었다.
“근데 두 분은 아직도 못 익히셨어요?”
“머리를 갈아도 아프진 않지만 타이밍이 감이 안 오는군.”
“이유는 달라도 타이밍에 대해선 동감이야. 이쪽은 머리가 갈릴까봐 두렵다는 이유로 각도를 수평으로 맞추지 못해서 위력이 급감하는 이슈가 생겼어.”
원체 겁이 많아서 한번 필 받으면 구간 하나를 스킵할 기세로 연속점프를 하는 신입인지라 까다로운 테크닉도 타이밍이 필수적인 연속점프를 구사하던 경험으로 터득해버린 신입이었다.
졸지에 셋 중에 제일 뒤처진 점핑괴인 김만득.
나름 무리 중에서 스스로를 대장이라고 여겼던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노릇이었다.
“마지막은 이거다.”
오명을 씻을 각오로 김만득이 고른 마지막 고인물 기술에 철두공과 신입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가속?”
한번 발동한 슈퍼점프로 벽이나 바닥을 찍고 반대방향으로 이단점프를 중첩발동해서 가속판정을 유지한 채로 구간을 주파하는 기술.
신입이 곧잘 구사하던 기술과 언뜻 보기엔 흡사했지만 발동원리는 전혀 달랐다.
“저거 니가 하던 거 아니냐?”
“전혀 달라요! 전 그냥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막 높아져서 순간순간 즉시 다음 착지지점을 고르는 연속예측점프를 구사했을 뿐이지 저런 가속은 못해요!”
“…당했군. 철두공으로 때울 수 없는 타이밍테크닉이 또 나오다니.”
저 녀석, 철두공 홍보대사 아니야?
김만득은 철두공을 흘겨보다가 연습을 개시했다.
고전하는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이번에는 김만득의 성취가 앞섰다.
동화율 급등과 급락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함은 원하는 타이밍에 동화율을 이용해서 동작정밀도를 한계까지 끌어올리거나 고통을 뭉개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공포를 이겨냄으로써 수평슈퍼점프의 동작을 터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슈퍼점프로 벽이나 바닥을 들이받는 공포를 이겨내며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역방향 이중점프를 발동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너무 빠르면 가속이 힘을 받지 못하고 너무 느리면 점프가 씹히면서 벽과 바닥에 몸이 부딪친다.
‘그래, 각자의 장기가 중요한 게 아니야. 오히려 단점을 이겨내야 올라갈 수 있는 게임이야.’
특출난 초식이나 신체부위 하나에 자신감을 지니는 것은 마치 일류의 경지와도 같다.
자신의 아이덴티티, 스스로를 대표하는 성명절기를 지니는 것은 충분히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한 무공의 비장절초를 구사할 수 있다고 안주하면 비장절초 원툴이 되어버린다.
‘그래서는 상성이 좋지 않은 상황에 마주치면 그대로 객사해버릴 뿐이야.’
철두공은 머리만 믿고 여기까지 올라왔지만 마지막 테크닉에서 여차하면 머리로 보험을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부터 앞으로 내밀며 자세가 무너졌다.
안전은 보장되어도 몸과 지형 사이에 머리를 끼워 넣은 만큼 중첩발동의 타이밍이 꼬인다.
그의 성명절기였던 철두공이 도리어 고급경지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신입도 마찬가지였다.
겁이 많기에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연속점프를 구사하며 단숨에 구간을 스킵해버리는 연속예측능력을 지닌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예측이 말하는 경고를 무시하고 역방향 중첩점프를 발동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믿고 따랐던 감을 무시하는 행위였다.
몸이 먼저 굳으며 동작을 거절하고, 머리가 뒤따라 경직되며 망설임을 만든다.
점핑괴인 김만득.
그도 처음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둘보다 더욱 열악한 실력을 보였다.
그의 성명절기는 동화율컨트롤.
무서우면 냅다 동화율을 급락해서 컨트롤의 정밀성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지나치면 동화율이 폭주해서 순간적으로 체력소모가 너무 커진다.
적절한 수준의 동화율을 적절한 타이밍에 인위적으로 완급조절을 해가며 펼치는 섬세한 판단력이 없으면 동화율컨트롤이 도리어 독이 되는 상황.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했지. 그렇지만 철두공과 신입이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달라졌어.’
조금씩이지만 동화율을 낮추는 폭을 좁혔다.
동화율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지 않고도 자신이 해낼 수 있음을 믿고 그것을 실현시켰다.
적정선을 찾기까지 거듭되는 반복시행과 정밀조정.
경험에 의거하여 터득한 완벽한 타이밍의 연속.
기록은 점점 단축되었다.
자신을 추월했던 신입과 철두공의 기록을 따라 잡은지도 오래.
1초의 시간마저 깎아낼 각오로 타이밍을 벼려내는 광기어린 반복시행 끝에 마침내 김만득은 도달하고야 말았다.
[Rank 96. 김만득 / Time record 40분 39초 58 [Rank 97. 보팔토끼 / Time record 40분 40초 [Rank 99. 나보다못하면민트좋아함 / Time record 40분 42초 07] [Rank 100. 김만득 / Record 40분 42초 09]보팔토끼의 기록, 그 너머에.
그와 동시에 강렬한 깨달음의 폭풍이 김만득의 단전에 몰아쳤다.
제멋대로 솟구치던 머리칼이 흩날리던 끝에 머리에 도로 내려앉으니, 김만득의 눈이 우묵해지고 눈에 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깨달았다. 하나의 초식에 얽매이지 않음으로써 도리어 만능의 응용력을 얻는 경지를.”
김만득은 깨달았다.
자신이 면벽동 밖에서는 아무리 수련을 해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상승경지라는 것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달했음을.
그는 점핑레빗으로 절정지경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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