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3)
〈 573화 〉 573 된다니깐
* * *
1.
가시인간은 자신이 헛것을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우리보고 면벽수련자랑 점핑레빗으로 맞다이를 뜨러 가는 걸 같이 하자고?”
“어.”
“미친 거 아니야?”
한복남 김제철은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해장음료를 꺼냈다.
“어디서 술김에 여자한테 고백이라도 했다가 차이셨습니까?”
“안 취했어. 마시지도 않았어.”
“술 취하면 거 다들 그러더랍니다. 실연 그거 되게 힘들던데. 이거나 드시고 오늘은 에어컨 전기장판 틀고 싶은 만큼 빵빵하게 틀고 주무십시오. 이런 날에 심법으로 쓰린 속 달래겠다고 운기행공 하다가 잘못하면 주화입마 옵니다.”
양귀호가 빽 소리쳤다.
“아니 이 새끼들이 왜 멀쩡한 사람을 미친놈 만들고 술 취한 놈 만들고 그래? 나 멀쩡하다고. 제정신이라고. 안 미쳤다고!”
“그럼 더 골 때리는데. 미친놈도 아닌 것이 미친 소리를 했잖아. 난데없이 우리가 점핑레빗을 왜 해?”
아씨, 쪽팔려서 말하기 싫었는데.
말하지 않으면 절대 납득하지 못할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사정을 털어놓았다.
다행히도 가시인간은 구미가 당긴 기색이다.
“그놈이 그렇게 무공을 잘해?”
“정확히는 신법을. 그것도 온전한 신법은 아니고 게임테크닉을 섞었지만.”
“쯧쯧. 길드장 뒤꽁무니나 쫓아다니고 그러니까 어디 면벽동 한량한테 망신당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남자는 여색을 멀리하고 수련만 하고 살아야 합니다.”
“이소혜 뒤꽁무니 쫓던 놈한테 그런 훈계 들으니까 진짜 그래야 할 것 같네. 참 고오맙다, 이놈아.”
훈계를 하던 김제철도 호기심을 느끼긴 똑같았다.
양귀호의 실력은 그들이 가장 잘 알았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훈련을 하는데 서로의 성취를 어찌 모르겠는가.
하는 훈련이나 연마중인 무공, 터득하려는 기예와 이치는 모두 달라도 서로의 몸이 제 것인 것처럼 성취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저놈 요즘 컨디션 좋았었는데.’
‘새벽마다 빌딩등반을 따라 나가기는 해도 수련을 게을리 할 정도는 아니었건만 이상한 일이군요.’
양귀호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면 면벽수련자가 이상한 것이 틀림없다.
“일단 영상부터 보자.”
“뭘 그런 걸 보고 그래? 무림인은 실전이지.”
“그래서 실전에서 망신당하고 왔냐? 하수한테 체면 구기기 싫으니까 우린 볼 거다.”
“아 쫄려?”
“쫄리니까 우린 안 도와줘도 되지?”
“…옘병 내가 쫄리네. 알았다. 봐라, 봐.”
영상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이놈 이거, 신법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발재간이 이상한데 속도가 더 붙는 건 뭡니까? 각성능력입니까?”
“그게 아까 말한 게임테크닉.”
“이래서 엄연히 실력차이가 있는데도 승부가 성립이 됐군요.”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직접 보고 나니 이해가 됐다.
“이건 숫제 상승기예를 몇 개나 더 익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점핑레빗 안에 한정해서라면 이 점핑괴인이라는 자의 실력은 한 단계 위입니다.”
한 달 동안 원하는 때에는 언제든지 도전해도 되는 무료도전기회를 얻은 점핑괴인.
그는 그 기회를 적극 이용해서 체력을 갈아가면서 양귀호의 빈틈을 만들고자 시도했고, 지금까지는 그 시도가 퍽 잘 먹혔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수련을 하는 건전한 수련자 양귀호에게 밤낮 없는 불규칙적인 야생의 막장수련으로 단련된 점핑괴인의 체력은 감당키 힘들었다.
“이거 도와주면 뭐 해줄래?”
“우리 사이에 그냥 좀 도와주면 어디가 덧나?”
“넌 나만큼 못생기지 않았잖아.”
아무리 독종 트리오로 세트로 묶이는 사이라도 그들의 외모에는 엄연한 격차가 존재했다.
왜 저렇게 청승맞게 사는지 이해가 안 되는 알파메일의 외모를 지닌 김제철.
그만큼은 아니어도 무공에 미친 또라이라서 여자 만날 생각이 없을 뿐, 구하려면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는 베타메일 양귀호.
세상에 아무리 돈이 절실한 여자라도 까무러치면서 달아나고, 장님조차 손으로 만진 얼굴에 기겁하며 달아날 오메가메일 가시인간.
김제철 > 양귀호 > 가시인간.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이 외모공식을 가시인간은 가장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넌 주변에 말 거는 여자라도 있잖아. 제발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소개시켜줘.”
“와… 개빡세다 너 진짜.”
“그래도 소개시켜줄 거야 말 거야?”
소개는 시켜주는데 너 때문에 욕은 바가지로 먹겠지.
자꾸 말 걸어서 귀찮았던 애나 소개시켜서 이참에 손절하게 유도해야겠다.
이거 수련에는 오히려 개꿀인데?
가시인간의 새로운 사용법을 깨우친 양귀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저한테는 뭘 해주실 겁니까?”
“이소혜 대신 사귈 여자 소개시켜줘?”
“저는 됐습니다. 빛의 정령이라는 것이 심심할 때 가지고 놀기 그렇게 좋다는데 그거나 하나 구해다주시면 좋겠습니다.”
“야이 양아치야. 그게 얼마 짜린줄 알고 불러? 차라리 이소혜랑 화해를 하게 해달라고 해라.”
“화, 화해…! 그게 가능한 겁니까? 차인 남자는 찬 여자랑 두 번 다시 말을 걸 수 없고, 얼굴을 볼 낯도 없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 이 씹선비녀석 진짜 어쩌면 좋냐. 뭐 까무러치듯이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길드장이 더 좋아서 밀어냈을 뿐이라며? 그 정도면 괜찮아. 가망 있어.”
동료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찔러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양귀호.
그렇게 세 사람은 3교대로 점핑괴인 차륜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제법 똘똘한데?”
“말했잖아. 보통 놈이 아니라고.”
“제 신법도 점핑레빗의 기술에 접목시키려고 하던데 학습능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대련은 젬병이어도 신법 하나는 타고났습니다.”
세 사람은 김만득의 끈질김에서 익숙한 독종의 향기를 맡았다.
인생 수련밖에 없다고 느끼며 최선을 다하던 시절의 자신들의 광기가 저 자에게도 보인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수련의 끝에 강함을 향한 갈증이 가실 정도의 성취를 이루었고, 점핑괴인은 아직 그 갈증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 손으로 한 번 키워줘볼까? 생긴 것도 못생겨서 왠지 정감 가는데.”
선뜻 가르침을 베풀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시인간은 큰 호의를 보였다.
김제철도 친구의 뜻이 저렇다니 결국 한손 거들어주게 되었고, 세 사람은 3교대 교육으로 점핑괴인 가르치기라는 새로운 일상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오. 마침 세분이시네. 오늘부터는 저희도 잘 부탁드려요!”
“점핑괴인만큼은 아니어도 우리도 한 실력은 하는 편이지.”
덤이 두 명 늘어난 덕분에 기껏 3교대 교육을 했더니 제자도 3교대로 마주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카운터를 치기 전까지는.
2.
김만득은 자신의 안에 부족한 요소가 해결되는 것이 느껴졌다.
게임시스템의 테크닉은 거의 다 따라잡았지만 주아영의 공중가속 테크닉만큼은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단초를 새로운 스승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호목신공은 나무를 박차고 오르는 신공이다. 비인사족괴경은 인간의 체면을 내던짐으로써 효율적인 속도를 얻는 경신술이고. 선비칠보는 선비다운 품격을 갖추는 보법이지.”
양귀호는 호목신공을 가르쳤다.
덕분에 ‘박차기’라는 점핑의 원리를 깨우쳤다.
가시인간은 비인사족괴경을 가르쳤다.
인간의 신체기관을 벗어난 움직임은 점핑레빗의 ‘토끼뜀’과 연관된 판정의 이해도를 높였다.
김제철은 선비칠보를 가르쳤다.
어떠한 때에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올바름에 대한 집착은 판정의 정확도를 사수하기 위한 깔끔한 모션처리를 도와주었다.
모두 방법은 다르지만 이어지는 길은 하나다.
주아영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따라잡기 위한 수단!
“어떠냐. 조금은 가까워졌냐?”
“큰 힌트를 얻었어. 움직임이 깔끔해지니 여유가 생겼고, 허공에서도 동작을 섞을 시간을 벌었어.”
가속이 발동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
지형오브젝트와 신체가 접촉하거나.
기술사용에 의해 자체가속이 붙거나.
대부분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한다.
오브젝트가 없는 허공에서의 가속이 보통은 별 쓸모가 없는 것도 지형오브젝트와 신체가 접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아영은 그런 한계를 뚫었고, 한동안은 그 비밀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렴풋이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은 허공에서 발딛음을 할 새로운 오브젝트를 찾았어.”
“새로운 오브젝트?”
“바로 ‘자신의 신체’를.”
“에이, 선배. 그건 에바죠.”
신입이 바로 딴지를 걸었다.
“선배도 그런 거 믿는 거 아니죠? 물의 표면 위에서 왼발이 물에 잠기기 전에 오른발을 딛고, 오른발이 다시 잠기기 전에 왼발을 또 딛고, 그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강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이론이요.”
“실제로 수상비라는 무공도 있잖아.”
“수상비는 발 아래로 막대한 내력을 분사해서 물의 표면을 굳혀서 발을 딛는 신법이죠.”
“매질은 달라도 원리는 같아.”
점핑괴인 김만득의 진지한 모습에 신입이 기가 질린 얼굴로 물었다.
“설마 추락하기 전에 자기 몸을 발로 딛어서 추진력을 얻고 그 힘으로 무한히 날아오른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죠?”
“그거 맞는데?”
“될 리가 없잖아요! 물은 표면장력이라도 있지, 공기는 발로 딛는다고 추락하는 물체를 지지하는 힘 따위는 조금도 없어요!”
아무리 묵언검객의 도움이 되고 싶고, 주아영을 뛰어넘고 싶다고 해도 억지를 부려서야 쓰겠나.
“아니 된다니깐? 눈으로 직접 보라고.”
그랬던 신입의 생각은 정말로 제 발로 허공에서 자신의 발을 딛고 가속판정을 만들어버리는 점핑괴인의 기행에 입이 쩍 벌어졌다.
“아니 저게 왜 되지?”
“그래서 그걸 우리한테 왜 보여주는 거냐.”
철두공의 물음에 김만득이 무슨 헛소리를 하냐며 쳐다봤다.
“니들도 배워야 진도를 더 나갈 거 아니야.”
“…그걸? 우리가 따라하라고?”
“보기보다 쉬워.”
잠깐이나마 그 말에 혹했던 신입은 이어지는 김만득의 말에 정신이 아연해졌다.
“집중력을 고도로 높이면 의식의 유체가속현상, 트랜스Trance 상태에 돌입하는데 점핑할 때 인위적으로 트랜스 상태에 돌입해서 0.01초 사이에 사족보행 짐승이 양 발을 엇박으로 치듯이 제 발을 엇박으로 치면서 내공을 분사하면 가속이 실린다니깐?”
“…”
“정확히 자기 발등을 밟는 건 아니고, 히트박스가 조금 작긴 한데 발 옆에 아슬아슬하게 판정이 후한 부분이 있는데 한 천 번쯤 밟다보면 감이 와. 한 번 감 잡으면 만 번만 더 반복하면 몸에 익어.”
철두공은 그냥 이놈 머리통을 자기 머리로 들이받고 기절시킨 다음에 형량증가를 감수하고 특별수련동으로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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