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4)
〈 574화 〉 574 날벼락을 부르는 여자
* * *
1.
해남파 간부 독종 트리오.
양귀호, 가시인간, 김제철.
면벽동 독종 트리오.
점핑괴인, 철두공, 신입.
점핑레빗 공략지원을 본격적으로 요청하기 전까지는 감히 그 이름을 나란히 놓을 수도 없을 한미한 삼인방이었던 면벽동 트리오는 어느덧 간부 트리오에 비견될 정도로 그 유명세가 퍼져나갔다.
“길드장이 면벽동에 넣었던 면벽수련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면서 최후까지 살아남은 세 명이 있다면서?”
“식량을 넣어주질 않아서 인육을 먹어서 허기짐을 채우고 피를 뽑아 마셔서 갈증을 해소한대.”
“들어간 사람은 있어도 나오는 사람은 없다던 이유가 설마 그래서였어?”
덩달아 퍼져나가는 면벽동을 향한 괴담!
“기가 막히네. 해남파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게요. 언니가 알면 속상해하시겠어요. 사람 괴롭히려고 면벽동에 가둔 거면 점핑레빗이 아니라 망겜을 시켰을 거잖아요.”
“…아, 응… 점핑레빗은 망겜 아니지…”
주아영 앞이라서 차마 진실은 말하기 그랬던 이소혜가 눈치를 보며 말을 흐렸다.
“그래서 그쪽 일은 잘 되가? 공략 말이야.”
“언니가 검강으로 봉우리를 잘라서 어스웜의 입을 터뜨리려고 시도해봤는데 그것도 막혔어요. 입이 더 크게 늘어나서 집어삼키더라구요.”
“…난 그 게임 안해서 진짜 다행이네. 지렁이도 싫은데 산도 삼키는 거다이맥스지렁이라니, 절대 감당 못 해. 비명 지르고 기절할 거야.”
“응애 동물들은 잘만 때리셨으면서…”
“뭐라고? 어디서 바람 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잘 안 들리는데?”
허공에 채찍을 휘두르며 칼바람 소리를 내는 이소혜의 무력시위에 주아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암묵적인 결론을 내렸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주력게임을 망겜 취급하거나 놀림거리로 삼지는 말자고.
괜히 망겜 소리 했다가 그쪽 게임 끌려가서 망겜이 아니라고 할 때까지 게임플레이를 강권 받으면 고문도 그런 고문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걔들한테 공략의 희망을 거는 거야?”
“다른 만렙토끼들은 이상하게 비협조적이어서요. 평소의 비틱질에 대한 복수라느니 알아듣지 못할 소리나 하고, 사람들이 정말 나빴어요.”
“…그거 브이로그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브이로그요?”
“와, 너 자각 없이 극딜 넣는 유형이구나… 모르면 됐어. 그 모습만 봐도 그 동네 랭커들은 더 발작할 것 같으니까.”
아무튼 점핑레빗의 진엔딩 공략의 희망은 소문도 흉흉한 면벽동 3인방의 합류에 달렸다.
“근데 도움이 될 세 사람이 꼭 그 세 사람이어야만 하나요?”
“네?”
“저희 간부 셋이어도 되잖아요.”
해응응의 딴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쪽 셋이랑 이쪽 셋. 공략대결 시켜서 더 잘 뽑힌 쪽 데리고 시작해보죠.”
어제의 사제지간이 오늘의 경쟁자가 되는 것은 길드장의 명령 하나면 충분했다.
2.
“나와라. 오늘은 면벽동 밖으로 간다.”
김만득은 볼이 뜨거워진 뒤에야 자기가 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멍한 얼굴로 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는 것은 철두공도 신입도 마찬가지였다.
“정말요? 저희도요?”
“특별사면이냐?”
“몰라. 데리고 나오라고 얘길 들었을 뿐이야.”
양귀호의 퉁명스러운 말에 세 사람은 몇 안 되는 개인비품을 들고 급히 뛰쳐나왔다.
지구력 대결로 들어가서 양귀호에게서 1승을 따내기는 했어도 아직 온전하게 실력으로 이겼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처지.
한 달의 도전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그 성취를 높이 눈여겨봤는지 면벽동을 나갈 수 있게 됐다.
“윽.”
“눈부셔요.”
면벽동을 나오자마자 김만득과 신입은 강렬한 햇빛에 눈을 가렸다.
철두공이 그들의 앞에서 씩 웃으며 말했다.
“아아. 이게 자유의 빛이라는 거다.”
“…철두공 아저씨 대머리 때문에 눈이 부시다고요. 머리에 천 좀 덮어주시면 안 돼요?”
“철두공에 이런 응용 초식이 있었다니. 마크2의 안광플래쉬빔 못지않게 위력적이네.”
“…”
주춤주춤 눈치를 보며 따라오는 면벽수련자 3인방.
새끼들을 데리고 나온 오리처럼 이따금 뒤를 돌아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양귀호는 이들을 데려오라고 했던 장소로 향했다.
분명 해남파 내에서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만 개방되는 대연무장으로 오라고 했었지.
‘면벽동 첫 공식사면이라서 사진도 찍고 훈화의 말이라도 하고 그러려는 건가?’
가볍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던 양귀호는 대문 근처에 서있는 가시인간과 김제철을 보며 저 수련바보들도 인간미가 있긴 있구나 라며 감탄했다.
아무리 죄 많은 면벽동 수련자라도 일단은 자신들의 가르침을 받은 후학들이니, 축하해주어 마땅한 자리를 빛내주고자 참석했다고 여긴 것이다.
“양귀호. 알고 있었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정말 충격적이군…”
얼굴이 푸르딩딩하게 보일 정도로 많이 놀란 가시인간과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김제철의 어깨를 두드리며 양귀호는 위로했다.
“짜식들. 어깨 펴고 당당히 있어. 얘들 정도면 당연히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길드장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러신 거 아니겠어?”
오히려 이들의 석방은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이 정도의 인재들이 면벽동에 처박혀서 점핑레빗만 하는 신세라니.
현대무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응당 사면을 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펑펑! 펑펑펑!
대문을 넘자마자 터지는 폭죽과 쏟아지는 박수갈채, 특별히 내부까지 초청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양귀호는 100% 확신을 품었다.
길드장이 이번 사면을 위해서 아주 단단히 준비를 다 했구나, 하고.
“길드장님. 면벽수련자 3인방을 데려왔습니다.”
기자 앞에서 이게 다 뭡니까, 오늘 뭐 해요? 같은 힘 빠지는 소리를 해서 해남파의 체면을 상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양귀호.
그는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 아는 사람처럼 의연하게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듯이 당당하게 말했다.
과연 해응응도 그 반응을 마음에 들어했는지 눈에 이채가 어렸다.
“눈치가 많이 좋아지셨네요.”
“오늘 같은 날에 기자들을 모으고 폭죽을 터뜨려 축하까지 할 정도라면 뭘 할지는 뻔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제가 양귀호씨를 너무 과소평가 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고마워요. 벌써 다 알아차리셨다면 그럼 따로 설명은 없어도 되겠군요.”
당연한 말씀을.
그럼 어서 저기 뒤에 천으로 덮어씌운 것을 꺼내오시죠.
케이크라도 준비해두셨을까.
아니면 죄수들의 사면에 어울리는 두부를 준비해두셨을까.
사이즈가 조금 크기는 해도 해남파의 넉넉한 인심을 생각하면 특대형 두부케이크도 있을 법하다고 생각을 하는 양귀호.
그가 뭔가 낌새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해남파 제자들의 손에 딸려 나온 천에 덮인 큼지막한 무언가가 하나가 아닌 여섯이나 됨을 확인한 이후였다.
보통 사면축하를 6개씩이나 하나?
근데 왜 6개지?
인당 1개라고 쳐도 3개가 남는데?
고생한 스승들 몫으로도 준비해주신 건가?
“모두 자리에 서세요.”
해남파 문도들이 눈치를 주며 간부 독종 트리오에게도 천에 덮인 물건 앞에 설 것을 종용했다.
엉거주춤 자리에 서자 해응응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 모인 여섯 분은 모두 대견한 분들이에요. 점핑레빗이라는 어려운 게임에 도전하여 성취를 이룰 정도로 부지런히 수련을 하고, 또 그런 스승들의 가르침을 소화할 정도로 부단히 면벽수련을 열심히 해왔던 분들이거든요.”
“저는 여러분이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여러분의 그간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어요. 모두 제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길 바랄게요.”
쌔하다.
몬가… 몬가 아니다.
따로 언질을 들은 것처럼 보이는 가시인간과 김제철은 눈물을 쏟을 것처럼 울상까지 지었다.
“시발, 시발…”
“양귀호… 일이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거절을 하지 않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두 동료들의 원망어린 시선이 양귀호의 뺨이 따갑도록 그를 흘겨보았다.
그들이 그를 원망하는 이유.
그것은 해응응의 손짓을 따라 여섯 개의 천이 모두 벗겨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커다란 천.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사면축하케이크도, 사면축하두부도, 두부케이크도 아니었다.
“캡슐?”
여섯 대의 캡슐.
나란히 선 위압감마저 드는 최신형 캡슐을 앞에 둔 그들에게 해응응이 말했다.
“면벽동 여러분에게는 배움의 성과를, 간부 여러분에게는 수련의 성과를, 점핑레빗 공략대에는 새로운 공략대원 모집을 이룰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어요.”
“3대3 점핑레빗 팀전 대결이에요. 여기서 이기는 팀은 저와 아영이랑 같이 점핑레빗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어요.”
아니 어째서!!
열심히 시키는 대로 일했을 뿐인데 왜 그런 벌칙게임을 해야 하는데!!
이성의 마지막 고삐를 붙잡아서 간신히 육성으로 항의하는 것만큼은 참아낸 양귀호.
차라리 빨리 져서 탈락하자.
그럼 저 벌칙게임 같은 짓은 안 해도 되지 않겠나.
“참고로 지는 팀은 배움과 수련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면벽동에 가둘 거예요.”
“예에에에에?!”
“요즘 방송도 뜸했겠다, 오랜만에 방송 켜고 중계도 할까 하는데 좋은 생각이죠?”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하루아침에 면벽동에 갇히게 생긴 해남파 간부 독종 트리오.
동료들의 죽상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꼼수부터 떠올리는 양귀호의 복장이 터지라는 것처럼 해응응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오늘부터 구미호는 종말의 짐승이다.
아니, 어쩌면 먼 옛날부터 그랬을지도 모르지.
옛 성인들이 꼬리치는 여자를 멀리하라는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니었어.
양귀호는 경솔하게 길드장을 믿고 따랐던 자신의 행동을 가슴 깊이 후회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