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9)
〈 579화 〉 579 점핑레빗 공략대
* * *
1.
묵언검객의 공략은 장기간의 휴방으로 인해 좀처럼 빨리 끝나는 법이 없다.
그러나 한 번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 단번에 엄청나게 진도를 뽑아 엔딩까지 전력질주를 한다.
“하하. 그런 전력질주에 동참하게 되었으니 너희들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거라고?”
우지우는 신입들의 등짝을 팡팡 치며 아저씨처럼 웃어댔다.
인상을 쓰며 등짝을 맞는 김만득과 니 손이 더 아프나 내 등짝이 더 아프나 두고 보자고 몸에 힘을 주는 철두공.
결국 자기 손이 더 아픔을 실감한 우지우가 몸이 얇은 신입의 등짝으로 타격감을 되찾으려는데 신입이 눈을 확 찌푸리며 게걸음으로 손을 피했다.
“거 되게들 붙임성 없네. 그럼 비서실장의 꿀팁은 없어. 알아서들 겪어봐.”
헤비쿠커를 통해서 길드장과 함께 게임을 하는 요령을 터득한 우지우.
그가 시무룩해서 돌아가자 신입이 괜히 김만득과 철두공의 눈치를 봤다.
“선배님들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꿀팁을 못 얻는 것 같아서…”
“됐다. 해남파 간부 최약체한테 힌트는 무슨 힌트냐. 텃세나 부리는 거겠지.”
“선배님…! 요즘 따라 왤케 듬직하고 멋있어 보이시죠? 저 조금 반할지도 모르겠어요!”
“헛소리 말고 빨리 따라와. 오늘이 첫 공략대 활동이잖아. 미적거리면 우지우 같은 놈들한테 붙잡혀서 계속 시비 걸린다.”
안 그래도 길에서 마주치는 해남파 문도들의 시선이 곱질 않았다.
“길드장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녀석들을 풀어주고 간부들을 가둔 거지?”
“양귀호 간부님, 가끔 길드장님이 손수 잡은 비둘기로 만든 비둘기 꼬치구이를 선물로 사다주기도 하는 좋은 분이셨는데…”
“들었어? 점핑괴인이라는 인간. 면벽동에 갇히기 전에는 여자아파트에 점핑으로 침투해서 속옷을 훔치는 도둑이었대.”
캡슐방에 가까워지며 문도들의 기척이 사라지자 신입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김만득에게 물었다.
“선배님. 아까 그거 정말이에요? 점핑으로 여자아파트를 털었다는 이야기.”
“진짜겠냐? 사람을 속옷도둑 취급하지마라. 난 당당하게 면전에서 성추행하다가 잡혔으니까.”
“…차라리 속옷도둑인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농담을 주고받으며 애써 긴장을 풀고 캡슐방에 들어온 삼인방이었지만 문을 열자 나타나는 니트에 돌핀팬츠 차림의 단촐한 여자의 등장에 몸이 얼었다.
“안뇽. 대회에서 보니 너희 잘하더라?”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이 여자가 그 괴물인가.”
“흐에에… 서, 선배님들… 저 다리에 힘 풀릴 것 같아요…”
“이미 풀려있다. 추태는 그만 보이고 일어나.”
철두공의 기둥처럼 단단한 다리를 붙잡고 간신히 일어난 신입.
그녀를 보며 주아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너, 남장은 왜 하고 다니는 거야?”
“시, 실례거든요! 저 진짜 남자 맞다구요!”
“아, 성적정체성이 그쪽이구나? 미안. 배려심이 부족했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 상처받지 마. 그럼 게임이나 시작해볼까~?”
사뿐하게 캡슐 하나를 골라잡고 들어가는 주아영.
그 뒤로 김만득과 철두공의 얼굴에 이 세상 모든 충격과 공포가 가득 담겼다.
“신입이… 여자?!”
“손이 부드러웠다고 느낀 건 내 피부가 철두공으로 너무 단단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고…?”
“아니거든요! 아니라구요! 선배들 빨리 게임이나 들어와요!”
김만득이 불연 듯 기습질문을 던졌다.
“너 소변기에 파리가 앉아있으면 어떡할 거야.”
“어, 어… 쫓아야겠죠?”
“뭘로 쫓을 거야!”
“무, 물 같은 걸 끼얹나…?”
“씁. 이 자식 애매한데…”
옆에 있던 철두공이 연이어 기습질문을 던졌다.
“외길에서 커다란 나무가 굴러오는데 점핑을 할 수 없다. 이때 네가 취할 가장 올바른 대응방법이 무엇인지 말해라.”
“어어어… 바, 박치기?”
“정답이다. 역시 넌 진정한 사나이가 맞군. 처음부터 믿고 있었다.”
“아니 야 짜샤. 별호가 철두공인 니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면 누구라도 그렇게 대답하지. 분간이 하나도 안 되잖아, 이 변별력 없는 1번 문제 같은 놈아!”
“저기, 나 기다리고 있거든?”
캡슐 뚜껑을 열고 나온 주아영의 재촉에 삼인방은 화들짝 놀라 냉큼 캡슐로 달려갔다.
캡슐 뚜껑을 내리려던 신입은 주아영과 눈을 마주치고 화들짝 놀랐다.
‘한번 봐줬다!’
입모양으로 그리 말하며 샐쭉 웃는 주아영.
얄미울 정도로 어른스러운 웃음이었다.
2.
주아영과 함께 하는 점핑레빗 공략.
랭킹 1위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한껏 흥분하며 기술 하나 무빙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집중해야 할 삼인방은 정신이 딴 곳에 팔려있었다.
주아영이 무어라 말하건 앞에서 손바닥을 흔들건 네, 네, 거리며 대답만 열심히 하는 김만득과 철두공.
힐끗힐끗.
그들의 시선은 명백히 신입을 의식하고 있었다.
신입은 원망스레 주아영을 흘겨봤다.
“하아. 진짜 괜한 소리를 했나보네.”
자기 때문에 곤란해진 신입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하늘같은 랭킹 1위 앞에서 한눈을 파는 허접들이 괘씸하기도 했다.
“합부터 맞춰보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너희들, 이번판은 특별 멀티룰인 10층 오버 룰을 킬 거야. 건방지게 딴 생각이나 하면 큰 코 다칠 줄 알아.”
[멀티모드 특별규칙 이 활성화됩니다.] [지금부터 1등과의 격차가 10층(100m)이상 벌어지는 플레이어는 즉시 탈락합니다.]주아영이 냅다 달려 나가기 시작하자 정신이 딴 곳에 팔렸던 김만득과 철두공은 멍하니 멀어지는 주아영을 올려다보았다.
행동은 보지만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그 멍한 모습에 주아영의 뒤를 쫓던 신입이 소리쳤다.
“느리면 탈락하잖아요! 빨리 뛰어요!”
“…어? 어어엇!”
“당했군.”
뒤늦게 박차를 가하며 쫓아가기 시작하는 세 사람.
먼저 출발을 해도 따라잡힐 실력차이에 멍까지 놓다가 뒤처졌으니 그들이 줄지어 탈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1분도 아니었다.
45초.
각각 17초, 32초, 45초 만에 나가떨어진 세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선배보다 내가 더 먼저 뛰고 있었는데…”
“훗. 이게 실력이라는 거지.”
“저한테 진 사람이 으스대지 말아주실래요?”
신입 앞에서 잘난 체 하던 김만득은 금방 할 말이 없어졌다.
“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근데 우리 실력으로 랭킹 1위를 속도로 따라잡기는 벅찬데 공략대에 우리가 들어올 필요가 있긴 합니까?”
“저도 그게 의문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늦지 않게 보여주세요.”
“…?”
시종일관 친절함과 장난기만을 보여주었던 주아영.
그녀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차갑게 돌변했다.
“언니의 결정을 제가 실수라고 생각하고 여러분을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기 전에요.”
“!!”
약자의 분노는 가소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제깟 것이 분노해봤자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강자의 분노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다.
강자의 심기를 잘못 거스른다면 인생이 파멸하거나 죽을 수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쫓겨나면 두 번 다시 지금의 위치, 면벽동의 바깥세상으로 올라올 일은 없어진다!’
놀라 움켜쥔 주먹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단단히 긴장한 김만득.
뱀앞에 선 쥐처럼 꼼짝도 못하는 철두공.
식은땀에 옷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긴장한 신입.
“하고 오세요.”
“뭐, 뭐를… 말입니까?”
“샤워. 휴식. 치료. 비싼 캡슐을 더럽히지 않고 컨디션을 되찾을 활동들.”
주아영은 다시 평소의 친절한 얼굴을 되찾았다.
“다음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잖아요.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쉽지 않겠어요?”
점심에 부를 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리 말하며 주아영이 캡슐방을 떠난 뒤.
세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늘어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장난 아니잖아, 저 여자.”
“과연. 랭킹 1위의 기백은 보통이 아니군.”
“그 묵언검객의 수제자잖아요. 청순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살기에 정말 지리는 줄 알았어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저 여자도 말했다시피 다음이 우리에게 주어질 마지막 기회일거다. 서두르자. 다들 풀컨디션으로 다시 보자고.”
“그러지.”
“좀 있다 봬요…….”
의무동. 휴게실. 샤워룸.
각기 다른 장소로 흩어지는 세 사람.
진지한 얼굴로 돌아서는 그들은 생각했다.
‘선배님들의 짐이 될 수는 없어!’
‘그래서 저놈, 남자야 여자야?’
‘궁금해 미치겠네. 성추행으로 면벽동 다시 들어갈 거 각오하고 함 만져봐?’
…기특한 신입을 제외하면 그다지 유익한 생각은 아니었다.
3.
다시 모인 삼인방.
김만득은 상처 난 손에 소독제를 바르고 연고를 붙인 뒤에 1시간의 휴식 끝에 돌아와 곧바로 신입에게 물었다.
“야, 이거 의문 해결 못하면 절대 집중 못하고 조질 것 같거든?”
“그래서요?”
“말로만 해서는 믿을 수가 없어. 이건 이제 만져보지 않으면 점핑을 하면서도 계속 신경 쓰일 거야. 속 시원하게 한 번만 만..”
짜악!
뺨따구에 죽빵이 아닌 싸대기를 맞고 나서야 김만득은 깨달았다.
신입 얘 여자 맞구나.
“선배 진짜 변태에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뭐 그렇게 중요해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이나 묵언검객님이 여자인 건 전혀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
“남자는 말이다. 자기가 어떻게 할 가능성이 0.01%라도 있는 여자한테는 스윗해지거든. 내 스윗센서를 너한테 켜도 되는지 확실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확인절차를 걸쳤단다.”
“그거 결국 제가 만만하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선배님. 맞을래요? 진짜 한 대 때리기 전에 그 느끼한 목소리 좀 그만해주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