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81)
〈 581화 〉 581 사서 고생하기
* * *
1.
“좀비해저드 서울필드를 따로 만들어달라고요? 아, 죄송합니다. 저도 방송컨텐츠랑 일정이 꽉 잡혀서 도와드릴 수가 없겠네요. 네? 착수금이 천만이요?”
보통 맵제작자라면 눈이 뒤집힐 거금이었지만 엄길동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비해저드는 재밌게 하질 않아서요. 맵도 돈만 보고 만들고 애정 없이 만들면 구성이 재미없어지고 다 티가 나거든요.”
이걸 거절해? 이걸 거절해? 이걸 거절해?
엄길동은 신이야
천만원이라는 돈으로 꾸짖기에는 너무 큰 사나이였다.
실물은 보추쇼타 엄길동이지만 게임에 대한 진심만큼은 누구보다 큰 대물거인 엄길동
대물거인 ㅇㅈㄹㅋㅋㅋㅋ
진짜 길동이한테 저딴 수식어 붙이니까 위화감 미친 듯이 오지네ㅋㅋㅋ
엄길동이 단호하게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프로의식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엄길단 이미지 때문에 그런가? 사람들이 나 되게 못 사는 줄 아네.’
다년간의 방송경력을 지닌 뇌지컬 스트리머.
숱한 랭커들의 기술을 카피한 코리안 카피닌자.
근성으로는 정상급에 비견되는 독종.
월드레코드 오너.
국내 최악의 악질팬덤 소유자.
명실상부한 초일류 스트리머.
이 모든 수식어가 엄길동을 가리키는 것이니.
당연히 그가 게임으로 벌어들인 후원수익과 광고수익, 대회수상수익도 장난이 아니었다.
어째서 청소년들의 꿈이 각성자 혹은 스트리머인지 그 이유를 보여줄 정도로 굉장히 부유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하, 사람들이 가상현실맵 제작이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네. 맵 제작이야 단가 1000만원 받고도 뛰는 사람들 있기는 한데 내 스펙에 방송 끄고 천만 원 받고 남의 컨텐츠에 쓰라고 맵을 만들고 있겠냐고.”
ㄹㅇㅋㅋ
우리 길동이 임대료로 주기엔 어림도 없지
그래서 얼마 주면 만듦?
“아 얼마 줘도 안 해요 안 해. 하기 싫으면 절대 안 해. 방송 재밌게 하려고 맵 만드는 거지 돈 받으려고 맵 만드는 거 아니야.”
그런 분이 묵따 시뮬레이터는 왜 정부에 납품했다가 랜덤로얄티 계약을…?
앗
아앗
“그건 다 만들고 놀던 거 사설서버만 따로 증설해주면 정부에서 묵언검객님한테 알아서 계약관련 문제는 해결해준다고 꼬드겼잖아!”
사실 그가 맵 제작 의뢰를 받지 않는 이유는 이 묵언검객 따라잡기로 고생을 한 것도 있었다.
열심히 만든 게임으로 꽁돈도 번다는 생각에 나름 정부가 귀찮은 계약까지 대신해준다고 하니 믿음으로 사인을 했는데, 이게 웬걸 정부가 통수를 쳤다.
묵언검객 본인은 연락도 받은 적이 없고 졸지에 남의 게임으로 불법이익을 취한 꼴이 되지 않았던가.
“하아. 직접 찾아가서 사과해서 망정이지 잘못 풀렸으면 뎅강 목 베였을지도 모른다고. 이제 다시는 맵제작이나 제작한 맵으로 계약은 안 해!”
계약 또 하면 어케할 거임?
공약 걸어!
ㄹㅇ 말로는 누가 못해
“그래 건다 걸어. 내가 계약 또 하면 그때는 개다 개. 멍멍 왈왈 다각다각. 오케이?”
다각다각은 왜 나오는데 ㅅㅂㅋㅋ
게냐고ㅋㅋㅋ
와 한 번에 개랑 게를 동시에 하네
혜자방송ㅇㅈ
어차피 그럴 일 없잖아.
시원하게 막 질러버린 엄길동.
당당하게 선언을 박고 1초도 지나지 않아 후원이 올라왔다.
길동님 언니랑 같이 점핑레빗 공략할 공략대원들 특훈에 필요한 맵 좀 제작해주시면 안 될까요?
ㅋㅋㅋㅋㅋㅋ?
타이밍 ㅁㅊ
각이냐?
“아… 저기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돈 받고 맵 제작은 안 하기로 방금 시청자랑 약속을 해서요…”
와 공짜로 도와주신다고요?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이게 이렇게 되나??
아ㅋㅋ 돈 받고 안 만들면 돈 안 받고 만들어준다는 뜻이라고
“아니, 하, 이게 아닌데…? 저기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맵 제작하는 건 제 컨텐츠로 쓸 때만 사용하는 거라서요.”
아… 그러시군요.
“네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됐네요.”
엄길동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묵언검객이라면 ‘어? 이놈 봐라? 내 부탁을 무시해?’ 이런 소리를 하면서 칼부터 뽑았을 텐데.
수제자분은 다행히도 스승의 검술만 전수받고 악질력은 물려받지 않으신 듯했다.
“휴. 말이 통하는 착하신 분이어서 다행이야.”
면벽수련자들한테 특훈 취소됐으니 다시 면벽동 돌아가라고 전해줘야겠네요…
무슨 분이요?
타이밍 진짜 뭐냐고ㅋㅋㅋ
착하다는 발언은 취소한다.
이거 순 스승보다 더 악질 아니냐고.
“아니 그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꺼내놓고 다시 보내는 건 좀 아니죠!”
근데 저한테 도움이 안 되는 걸 어떡해요.
“이거 납득 못해요. 아니 납득 안 해! 솔직히 이건 인간적으로 제 3자의 객관적인 심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정? 그분들이 다시 면벽동 가야 할 수준인지 제가 심판 봐드릴 테니까 방송 켜봐요.”
반쯤은 컨텐츠 각을 잡으려고, 나머지 반은 진심으로 재촉한 검증방송.
미친 듯이 솟구치는 어스웜이 도망치는 세 사람을 하나씩 잡아먹는 꼴을 보고 나니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냥 해도 어려운 점핑레빗을 왜 저따구로 플레이해…?”
심지어 더 골 때리는 것은 저따구로 게임을 하면서도 주아영은 정상까지 골인을 해버렸다.
그것도 다른 셋과 달리 상당한 여유를 두고.
보셨죠? 저만큼은 아니어도 여유는 있게 생존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 적당히 생존훈련에 쓸 맵 좀 제작해주세요.
안하면 저 불쌍한 삼인방은 면벽동행이란다.
아주 악마가 따로 없다.
아니면 악마의 수제자이던가.
“에휴… 저 사람들 불쌍해서 도와드리는 겁니다.”
2.
맵 제작이 성공했다.
“초대 받으시고 맵 확인해보세요.”
“빠르시네요.”
“고인물 테크닉 연습하느라 다양한 설정의 환경을 입력하고 반복훈련 하느라 맵 제작기술도 덤으로 숙달되었거든요.”
엄길동의 맵제작기술은 그의 컨텐츠, 랭커들의 기술을 카피하는 랭커 따라잡기 컨텐츠에서 비롯된 일종의 부산물이다.
맵 제작에 능숙해질 정도로 수많은 맵을 만들고 수많은 기술에 도전했으며 그 대부분을 성공했을 정도로 엄길동의 근성과 노력은 대단했다.
피지컬은 볼품없고 가끔씩 채팅창에 불을 지르며 악질을 양산해도 사람들이 엄길동을 좋아하고 그의 팬덤의 일원을 자처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근데 맵 이름이 왜 이에요?”
“어이쿠, 플레이 버튼을 눌러버렸네?”
ㅋㅋㅋ
대답하기 곤란하니까 플레이나 하라고ㅋㅋ
강제실습ㅋㅋㅋ
이건 약자가 뭐임?
불면돕기?
불면돕기ㅋㅋ
불면돕기 1호기 가즈아
주아영은 한 번 넘어가준다며 흥 소리를 내고는 맵 체험에 나섰다.
‘역시 잘 만들었네.’
매번 구간별로 랜덤으로 구성되는 지형오브젝트.
오브젝트를 밟으며 밑에서 쫓아오는 가짜어스웜을 피해 도망치고 또 도망친다.
당연히 전력질주로 쫓아오는 어스웜 기준으로 맞추어진 속도였기에 평범한 플레이어들은 따라할 수도 없는 정신 나간 난이도였다.
“괜찮네요. 어스웜이 구간 하나 먹어치운 다음에 둔화에 걸리는 설정도 잘 고증되었고.”
“흠흠. 제가 원래 이런 거 잘하는 편입니다.”
“이제 같이 하시면 되겠다.”
“네? 아니 칭찬 잘 하다가 왜 갑자기 벌칙게임으로 화제가 넘어가죠? 대체 왜?”
열심히 일했더니 보수 상태가?
보수도 아님 벌칙임ㅋㅋ
네가 만든 지옥을 겪어라 엄길동!
“전에 말하셨잖아요. 맵 제작은 엄길동님 본인이 할 때만 만드신다고.”
어? 맞는 말이네?
진짜 본인이 했던 말이죠?
ㅋㅋㅋㅋㅋ
와 이걸 이렇게 멕여?
자선사업의 결과 = 유사점핑레빗 플레이하기
이거 묵언검객한테 배우면 안 될 것까지 제대로 배우고 자란 제자구나.
“그 스승에 그 제자 아니랄까봐 뭐 이런…”
“뭐 이런, 뭐요?”
“…수련 좋아하시는 분이 다 있나 감탄스럽네요.”
“흥. 한 번만 봐주는 줄 알아요.”
“하아… 내가 만든 맵에 유배당하기… 내가 만든 맵에 감금당하기… 아니 씁… 이거 맞나…?”
억울해도 별 수 있나.
힘 있는 사람이 협박하는데 당하는 수밖에.
게다가 시청자들도 좋아한다.
날이 갈수록 잔머리도 늘고 피지컬도 덩달아 향상되고 잡기술도 잘 쓰는 통에 안 그래도 요즘은 엄길동이 애를 먹는 컨텐츠가 없었다.
예전처럼 놀려먹는 맛에 괴롭힐 수가 없어서 초심을 잃었다고 엄길단들도 아쉬워하던 상황.
묵언검객이라는 절대강자의 등장으로 뜻하지 않게 구름당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더니 이제는 묵언검객을 대신해서 그 수제자까지 나타났다.
당하는 입장이야 괴롭지만 꾹 참으면 브이튜브 각도 나오고 시청자들도 좋아하고 본인은 컨텐츠가 완성되어서 기쁜 일석삼조가 된다.
“으아아악!! 가짜발판 이딴 건 왜 만들었어 미친놈아아아아!!”
[엄길동35트 님이 사망했습니다.] [도달높이 1142m(2구간, 114층)] [사인 가짜블록을 간파 못하고 발 헛디딤]ㅋㅋㅋㅋㅋ
3000m 도달하기 전까지 노뱅종 괜히 질렀쥬?
제작자도 못 깨는 시뮬레이터ㅋㅋㅋ
당하는 입장이야 괴롭지만.
“하아… 그래도 내가 만든 걸로 면벽수련자들만 살아남을 수 있으면 보람은 있겠지…?”
(대충 점핑괴인 낙사하고 이딴 건 누가 만들었냐고 욕하는 영상)
보람 3주 압수
당신의 보람 사라졌다!
“뭐야 돌려줘요 내 보람”
3.
와 이거 해남파 정식훈련프로그램으로 선정 안 되어서 다행이다ㄷㄷ
ㄹㅇ 묵언검객따라잡기 대수림 스피드런처럼 승급종목으로 지정되면 날마다 훈련하느라 사람 미칠 듯
엄길동의 방송을 보고 식은땀을 줄줄 흐르며 댓글을 입력하던 비서들.
그들이 인기척을 느끼고 흠칫하며 돌아봤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 전 신경쓰지 말고 마저 채팅 치세요.”
콧가에 닿는 기분 좋은 향기.
귓가를 간질이는 미성의 목소리.
그것들이 조금도 기쁘지 않게 만드는 한 사람.
묵언검객.
그녀가 스크린폰으로 방송을 보던 비서들의 모습을 뒤에서 목격하고야 말았다.
새로운 수련거리를 찾았다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뿜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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