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85)
〈 585화 〉 585 무림인의 유희에 당한 사람들
* * *
1.
엄길동은 탈주가 마려웠다.
“난 왜 여기에…? 어째서 수련…?”
코이츠 자연스럽게 납치된www
그냥 런하자 쟤들 공략 준비하느라 바빠
근데 저 뒤에 닌자는 뭐임?
“뭐? 닌자?”
가시블록의 가시첨단 위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딛고 뛰던 엄길동.
리듬감을 놓치고 머무르면 더 아픈데.
닌자라는 단어에는 알면서도 발을 멈추고 돌아볼 수밖에 없는 기묘한 울림이 담겨있었다.
“도…모 엄길동=상. 닌…자슬레이,,,어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닌자마스크 너머로 허연 김을 훅훅 뿜어내며 힘들어 죽으려고 하는 닌자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여실히 느껴졌다.
닌자쉑 숨 차서 죽으려고 하네ㅋㅋㅋ
코이츠 상급닌자시험 치르러 온www
불쌍한 면벽수련자들 돕기 프로젝트Ver1.2 정도면 상급닌자시험장 맞지
“닌자? 닌자 왜??”
“불면돕기Ver1.2에 존재하는 신법로망! 기술의 벽을 맞이한 닌자… 벽을 깨고 나아가기 위해 닌자신법을 수련하러 온 것이다!!”
“아하… 자발적 미치광이셨구나.”
일단 닌자인 시점에서 정상일 리가 없잖아
저 사람도 검투사키우기 랭킹 2위 출신인데 고향게임에서 묵언검객 때문에 망해버리고 게임유랑민 신세가 됐네;
닌자 슬레이어가 점핑레빗에 출몰하다니ㅠㅠ 어디까지 추락한 거냐 닌자 슬레이어=상!
첫 만남은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었다.
빠르게 흥미를 잃은 엄길동.
그와 달리 닌자슬레이어는 엄길동에게도 용무가 있어보였다.
“조또마테(잠깐만)! 이 몸의 말을 들어라, 엄길동=상!”
“아 뭐요. 우리 이러다 어스웜한테 잡혀 죽어.”
미친놈은 피하는 게 답이다.
해남파라는 미치광이 집단과 어울리며 숱하게 그 사실을 깨달은 엄길동이 본능적 미치광이 회피센서를 발휘하며 가시첨단을 딛고 도약했다.
단숨에 닌자슬레이어를 떨쳐내려는 시도였지만 황당하게도 닌자슬레이어 또한 슈슉 슈슉 신형이 사라지며 기묘한 신법으로 뒤를 쫓았다.
“이 몸은 당신의 진정한 정체를 알고 있다.”
“아?? 진정한 정체요??”
“닌자혈족도가 끊어진 닌자들의 볼모지, 한국. 닌자의 피가 절멸한 이 땅에 숨어살던 최후의 K닌자. 그것이 당신의 진정한 정체, K카피닌자가 아닌가!”
“아니 시부럴. 그게 그렇게 돼?!”
고인물들의 기술을 베끼는 컨텐츠로 한 수, 한 초식이나마 순간적으로 랭커급의 피지컬을 발휘하기 위한 특훈을 하고 이것을 성공시키는 엄길동.
묵언검객 따라잡기 이전, 엄길동의 근본컨텐츠에서 비롯된 별명이 닌자슬레이어의 닌자센서에 사로잡힌 것이었다.
“세계 최고봉의 상급닌자신법을 탐내는 니세모노들이 판치는 불면돕기Ver1.2의 월드… 상급닌자신법을 손에 넣는 것은 우리들 혼모노 닌자여야만 한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도 니세모노 쪽이거든요?!”
니세모노(가짜)와 혼모노(진짜).
둘의 차이가 무엇에서 기인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자신은 진짜 닌자 따위가 아니었다.
“에잇, 미치광이랑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시스템 콜, 로그아 커헉!”
“엄길동=상. 어둠의 힘에 눈을 뜬 탈주닌자가 되려 하는가! 그것은 외도. 정명한 운명을 따르는 닌자가 걸어도 좋을 길이 아니외다!”
“미, 미친 양반아… 표창을 등에 꽂으면 어차피 쓰러지잖아아아…”
힘없이 축 늘어지며 가시절벽에서 떨어져 저 밑에서 입을 쩍 벌린 어스웜의 주둥이에 집어삼켜지는 불쌍한 스트리머 엄길동.
그의 최후를 멀뚱멀뚱 내려다보던 닌자슬레이어가 가시 위에 한 발로 우뚝 선 채, 합장을 하였다.
“사요나라 엄길동=상. 그대의 최후는 닌자 펄스널 메모리얼 데이터에 똑똑히 저장해두겠다.”
마지막까지 고로시ㅅㅂㅋㅋㅋ
이딴 게 닌자…?
느슨했던 점핑레빗에 가해지는 닌자 텐션…!
강제로그아웃 당한 엄길동과 꺼지는 영상.
[엄길동 님이 강제로그아웃 당했습니다.] [엄길동 님이 방송을 종료합니다.]캡슐을 열고 시청을 끝마친 해응응은 상당히 준수했던 두 사람의 기록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들은 공략대 1번 후보와 2번 후보로 올려두세요. 어스웜 피하기 기록을 달성하지 못해도 어지간하면 공략대원으로 채용할 거예요.”
“아니 그렇게 고용해봤자 어차피 겜 시작하고 어스웜 쫓아서 올라오면 잡아먹히게 되어있잖아요.”
양귀호의 타당한 지적에 해응응은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럼 폭주를 안 시키면 되잖아요.”
“예? 아니, 예??”
갑자기 고장 난 기계처럼 말문이 막힌 양귀호.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폭주를 안 일으켜요? 그럼 전력질주모드 공략이 아니잖아요.”
“애초에 그런 모드는 없는데요.”
“아니아니, 길드장님이 개발한 공략루트잖아요!”
“그건 어스웜을 화나게 하니까 전력질주를 하는 거고요. 애초에 안 때리면 급발진해서 달려오는 일도 없거든요.”
“그럼 왜 지금까지는 매번 어스웜을 빡치게 한 다음에 도망치는 연습을 한 건데요?”
“그야… 그편이 더 재밌으니까?”
세상에는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다.
홧병이 나서 피를 토하는 비밀.
의미 없이 헛수고를 했던 비밀.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치는 비밀.
‘내가 또 무림인의 유희에 당했구나.’
양귀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2.
공략대 Dday.
일주일 전부터 점핑레빗 최후의 공략이 시작되리라 예고되었던 묵언검객 방송.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타이머에 시청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두 명은 누가 들어올까?
보팔레빗 아닐까? 그나마 랭킹 제일 높잖아.
그럼 나머지 한 명은 엄길단의 은거고수?
ES공간에 모여든 시청자들은 우주괴수와 레이드를 뜨는 방랑상인단 해적함대의 위용을 바라보며 곧 시작될 방송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스케일로 보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우주전쟁이 훨씬 더 컸지만 저것들은 포인트 부자들의 전쟁.
일반 소시민 시청자들에게는 소외감만 주는 레이드따위보다는 기존 랭커들도 죽을 쓰는 모두가 공평하게 손가락만 빠는 점핑레빗 본방이 더 기대가 됐다.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점핑레빗(바니바니사)]점핑레빗 사설멀티서버 대기방의 초원.
하얀 빛무리와 함께 초원에 강림한 묵언검객을 필두로 연이어 등장하는 공략대원들.
쟁쟁한 멤버들의 등장은 여덟 번째에 이르러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공략대원은 지금 초대할게요.”
초대메시지를 보내자 곧바로 수락하는 한 사람.
빛을 뚫고 나타난 닌자슬레이어의 등장에 채팅창은 웃음이 터졌다.
어째서 닌자?
닌자? 어째서?
진짜 왜 나왔냐고ㅋㅋㅋ
“도모. 묵언검객=상. 닌자슬레이어입니다.”
“안녕하세요, 닌자슬레이어씨. 묵언검객이에요.”
“이 몸 닌자슬레이어의 실력은 아직 상급닌자시험을 수료하였다 하기에 부족한데 10인의 결사대에 부름 받았다. 왜지?”
“예능가산점을 받았어요.”
“아리가또고자이마스!!!”
직각 폴더인사ㅋㅋㅋㅋ
한 방에 납득이 가는 합격사유
아ㅋㅋㅋ 코걸 몰랐네
예능가산점은 킹정이지
닌자슬레이어 쟤 사회성 은근 좋지 않음?ㅋㅋㅋ
기쁘게 합격을 받아들인 닌자슬레이어와 달리, 공략대원 후보 예비1번 엄길동은 초대를 거절했다.
세 번이나 자신의 초청이 거부당하자 묵언검객의 얼굴에 그늘진 음영이 드리웠다.
“제 부름을 세 번이나 거절하다니, 잘도 그럴 용기가 생겼네요.”
와 진짜 간이 배밖으로 나왔네
누구 초대하는데 이걸 거절당함?
묵언검객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방송 보고 있을 거 알아요. 네 번째도 거절하면…”
해응응은 시청자 시점 카메라를 제 얼굴 밑으로 가져와서 카메라를 내려다보며 음산하게 경고했다.
“점핑레빗보다 어려운 게임에 납치할 거예요.”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네가 잘못했어 묵언검객!!
방송을 보던 최후의 공략대원 엄길동은 기겁하며 즉시 초대를 수락했다.
“한 번만 살려주십쇼!! 잠시 제가 미쳤나봅니다!!”
“왔으니까 봐주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뒤통수를 보이며 폴더인사를 하는 엄길동의 모습에 닌자슬레이어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리검을 꽂을 뒤통수를 무방비하게 드러내는 직각폴더사죄인사의 포즈. 동방예의지국의 닌자다운 훌륭한 사과다, K카피닌자.”
신이 난 닌자슬레이어와 달리, 엄길동은 다가올 공개처형의 시간에 눈물이 앞섰다.
“따흐흑. 어차피 게임 시작하면 젤 먼저 어스웜한테 먹히고 발릴 텐데 뭐하러 초대하는 거야…”
ㄹㅇㅋㅋ
엄길동 몇 분안에 컷 당할까?
20 언더에 1만.
15에 2만.
13에 3만 포인트!
급기야 엄길동의 생존시간을 두고 대놓고 벌어지는 포인트토토!
서러움과 함께 시작된 공략방송이었지만 막상 게임이 시작되자 모두가 어리둥절할 상황이 시작됐다.
당연히 성질을 긁어서 폭주해야 할 어스웜이 전력질주를 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엄길동 : 저기요 묵언검객님. 어스웜 폭주 안했는데요?] [묵언검객 : 원해요?]어리둥절하던 엄길동의 눈에 충격과 감동의 폭풍이 몰아쳤다.
묵언검객이 습관적으로 폭주를 시켜놓고 게임을 시작해서 착각했지만 실은 어스웜을 굳이 폭주시키지 않고도 어스웜 공략루트는 돌입할 수 있었다!
“아니요!!”
아니 시발 이거 실화야?
이건 사기야!!
내 포인트 돌려줘!!!
속보> 엄길동이 죽지 않는다에 배팅한 사람 배당률 1 : 38억 2850만 2388배
이걸 산다에 걸어? 이걸 산다에 걸어? 이걸 산다에 걸어?
인생역전 ㅁㅊ
저거 누구임?
거다이맥스는못참지…? 저 저 미친 역배충련이 이걸 또 역배에 걸었어?!
당연히 엄길동이 사망하고 얼마나 빨리 죽을지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여겼던 시청자들의 포인트가 모조리 갈려나가는, 역대 최대이자 최다규모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포인트토토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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