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89)
1.
제어실이 쪼개졌다.
그나마 배선이 다 잘려나가지는 않아서 요새의 반절은 움직일 수 있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우측은 자폭프로세서와 분리 이탈 프로레서를 가동했어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좌측은 배선이 잘려나가서 제어 불가능이고요!]반절이라도 충돌하기 부담스러운 크기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엄길동은 예상충돌피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급히 모두에게 외쳤다.
“충돌하더라도 주 기능의 대부분이 파손될 뿐, 전진은 가능합니다. 무리다 싶으면 그냥 돌아오세요!”
해응응과 주아영의 건재함은 고산필드의 존속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두 사람이 건재하면 어떻게든 ‘다음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두 사람의 힘만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위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엄길동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점핑레빗의 필드는 총 세 개.
고산의 전설.
회오리가 몰아치는 도심.
대분화구.
필드가 이어졌다면 대분화구까지 나온다고 가정하는 것이 정상이다.
분명히 있다.
도심필드 너머, 담수구간 너머.
이 앞에 대분화구 필드가 이어진다.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해온 엄길동의 뇌가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타협한다면 대분화구 필드의 위험을 극복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고.
[요새의 절반의 폭발이 담수구간 전역에 울립니다.] [어스웜이 담수구간의 이상을 인지합니다.] [비상사태! 비상사태!] [심해생체어뢰가 대량으로 생성됩니다.] [빅 웨이브가 도달하기 전에 시급히 담수구간을 탈출하십시오.] [요새의 남은 절반에서 코어에너지가 감출되었습니다.] [강행돌파로 충돌을 일으킬 시, 가 파괴됩니다.] [서둘러 코어를 탈환하거나 충돌을 피해 우회하십시오.] [충돌까지 앞으로 3분 13초] [3분 12초] [3분 11초]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알림들.
엄길동의 머릿속에 몇 개의 선택지가 떠올랐다.
1. 강행돌파
-코어파괴.
-다음 필드에서 더 큰 위기발생.
2. 코어 회수 후 강행돌파
-다음 필드에서 더 큰 위기발생.
-생체어뢰들의 빅 웨이브를 일정시간 막아야함.
3. 코어 회수 후 우회
-빅 웨이브에 정면으로 노출
생체어뢰들이 입히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빅웨이브라는 표현을 쓸 정도라면 어스웜이 작정하고 뽑아대는 전력을 다한 방해에 직면할 터.
‘미래만을 생각해서 도박을 했다가 조져버리면 다음 필드까지 가지도 못하고 끝장이 날지 몰라!’
진즉에 사망판정이 뜬 양귀호만 봐도 알 수 있다.
저것도 묵언검객과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이 나서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급이다.
“가불기 제대로 걸렸네.”
“뭔데 그래?”
“아 깜짝이야. 언제 왔어요?”
“점핑아머 교체하려고 방금 전에.”
가시인간이 계기판을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코어 저거 없으면 개손해 보겠지?”
“그러겠죠.”
“고산필드도 여기서 잃으면 힘들 테고.”
“그럴 겁니다.”
“그럼 결정이네. 생체어뢰들을 막아야지.”
“그러기엔 또 묵언검객님의 전력소모가 너무 빠른 것이 걱정되어서…”
“내가 가면 돼.”
가시인간은 망설임 없이 격납고로 향하는 급속레일에 올라섰다.
“난 말이야. 모두가 게임을 깨면 내공이 느네, 빛의 정령을 현실에서 소환할 수 있네, 신나서 한 눈 파는 동안에도 계속 무공만 수련했어.”
엄길동의 귀에 가시인간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개인캠에 비치는 그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다는 것처럼 잠핑아머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생체어뢰의 등장을 나타내는 빨간점이 개미떼처럼 바글바글 찍힌 빅웨이브 중심부.
[영상송출제한거리를 넘어섰습니다.] [VOICE ONLY 통신라인으로 변경됩니다.]“더 단단한 가시를 얻기 위해서 외공연마용 단약을 가시에 발라가며 강화시키고 그걸 또 뽑아내는 고통을 매일같이 반복했다고.”
“가시인간씨…”
“물론 내가 점핑레빗을 잘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이 정도 고통을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했다면… 빅웨이브 정도는 혼자 막아도 되는 거 아니야?”
“어흐흑. 님 왤케 멋져요?”
“거기서 똑똑히 보고 있으라고.”
[가시인간 님이 통신사거리 밖으로 이탈했습니다.] [더 이상 무전이 닿지 않습니다.] [가시인간 : 종의 번식본능마저 포기하고 강함에 모든 것을 바친 사내의 최후를.] [가시인간 님이 일정범위 너머로 이탈했습니다.] [더 이상 채팅이 닿지 않습니다.]-가시인간님ㅠㅠㅠㅠ
-하늘은 어찌하여 가시인간을 낳고 대인류결전병기 ,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묵언검객, 우리집전세값, 금리인상을 또 낳았는가!
-금리인상이 젤 쌘 거 보소ㅋㅋㅋ
-이거 전세 바이럴임 내가 봄
-요즘 누가 전세를 삼 ㅋㅋ 제갈량도 전세가 불리하다고 하는데
-???
-제갈량이 누구임?
-아니 ㅁㅊ 삼국지를 몰라?
-그게 뭔데 씹덕아
-;;;
-팩트> 요즘 시대에 삼국지를 알면 씹덕이 맞다.
-가상현실게임 삼국지판 언제 나와!!
순식간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만 가시인간의 분투.
그의 장렬한 희생 덕분에 15초 만에 주아영이 워터코어를 회수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코어 회수했어요!”
-?
-?
-벌써?
-가시인간 이 새끼 죽으러 왜 감?
-뭐임??
-???
점핑레빗 랭킹 1위.
한 게임의 독보적인 최강자는 마음만 먹으면 수 킬로미터를 한 순간에 주파할 수 있다.
주아영의 엄청난 가속은 범인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제 우회해서 지나가면…”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점핑괴인씨?!”
“선배만 멋있는 척 하지 말아요. 저도 있다고요!”
“신입씨!”
점핑아머를 이용해 남은 요새에서 가장 커다란 부위를 밀어내는 점핑괴인과 신입.
그들에게 무공은 없지만 게임시스템을 이용하는 지혜만큼은 존재했다.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우린 면벽동에서 당신의 뒤만 보고 쫓아왔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벽곡단 사이에 숨어있는 와사비맛 벽곡단까지 먹어가면서.”
“아니 대체 왜 그런 짓을?! 와사비맛 벽곡단은 누가 넣었는데요!”
“그건 제가 넣었어요.”
해응응이 멋쩍어하며 사실대로 실토했다.
“매일 같은 맛만 먹으면 입이 심심할까봐요.”
“그런 배려는 필요없거든요!”
진심으로 욱하고 발끈하는 신입.
김만득이 말해 뭐하냐고 신입을 달랬다.
“지난 일은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인고의 시간 끝에 결실을 얻어냈다는 것이죠.”
“당신들은 허접이잖아요!”
“훗. 1위인 당신 눈에는 세상 모두가 허접토끼로 보이겠죠. 하지만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손으로 밀어내기에는 너무나도 커다란 요새의 일부.
절벽보다 거대한 요새블록 두 개의 사이에 들어간 김만득이 점핑을 시작했다.
“앗!!”
블록 사이의 거리는 100m.
무려 10개 층에 달하는 거리.
김만득은 그 거리를 한 번에 뛰어 좁혔다.
“슈점!”
슈퍼점프.
게이지를 채우면 통상 점프보다 긴 거리를 더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기술.
그것을 게이지를 채우지 않고도 연속적으로 반복해서 건물 사이를 왕복하며 발현한다.
평범한 슈퍼점프도 아니다.
‘구르기’ 모션으로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며 속도가 붙을 때 그 가속을 슈퍼점프에 실어서 날아가는 수평슈퍼점프.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벽에 머리를 박을 수 있는 초고속의 슈팅을 정확한 각도로 발동한다.
신입의 주특기였던 를 접목시킨 롱 와이드 점핑!
전방의 블록과 충돌하기 직전.
몸을 뒤집어 역방향으로 수평슈퍼점프를 게이지 없이 재차 발동한다.
점핑괴인의 고유특기였던 을 이용해 벽과 충돌하기 직전에 오브젝트에 닿지 않고도 가속판정을 유지하기 위한 완벽한 타이밍 조절!
거기에 더해 연속으로 더하는 철두공의 주특기였던 를 접목시킨 점핑!
그렇다.
김만득은 지금 면벽3인방의 기술을.
그들이 쌓아올렸던 모든 점핑시간을.
100m의 간격.
두 개의 요새블록.
이 거대한 공간을 초가속을 이용해 ‘약점프반복뛰기’를 하던 것처럼 가속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어어????
-감각링크 빨리 끊어!!!!
-저 미친새끼들 어디까지 빨라지는 거야!!!
-이거… 스피드마스터급 속도 아니야?
-본인 스피드마스터 전매특허 5초 버티는 감각링크 고수인데 신속급 맞음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제한 상한이 뚫렸다고?
-아니 스트리머도 뭣도 아닌 면벽수련자가?? 점핑괴인이?? 신속을???
한도를 모르는 속도라도 이대로 벽을 들이받으면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벽에 몸을 부딪쳐 자살한 초고속의 바보가 될 뿐이다.
그러나 김만득은 부족한 무공을 게임에 대한 이해도 하나만으로 극복한 자.
“블록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
-미친. 이거 실화야?
-저거 왜 움직이는 건데?
밀기 판정 때문임;;
-그게 뭔데 씹덕아
-뉴비도 알 수 있게 설명해
점핑레빗 오브젝트는 일정속도 이상 가속이 붙으면 오브젝트가 플레이어의 역방향으로 밀리는 기믹이 있어서 발판이 땅으로 꺼지거나 추락함
저거 플레이어들 엿 먹으라고 만든 기믹 아님??
주아영의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랭킹 1위인 그녀이기에 누구보다도 더욱 잘 알 수 있었다.
적대적인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유자재로 뛰놀며 즐기는 자신과 달리, 김만득은 이 세계의 시스템 그 자체를 이용하여 세계와 맞서고 있다.
저것은 즐기기 위한 점핑이 아니다.
스스로를 괴롭게 만드는 자기학대에 가까운 수준의 미친 플레이다.
‘저 사람, 저 정도면 저처럼 혼자서라도 가속으로 맵 끝까지 달릴 수 있을 텐데!’
밀기 판정으로 오브젝트의 간격을 벌리며 고산필드가 진입할 길을 확보하고 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자석신발의 내구도가 50% 미만이 되었습니다.] [흡착부스트 기능이 불안정해집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자선신발의 내구도가 0%가 되었습니다.] [자석신발이 파괴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코어가드의 내구도가 0%가 되었습니다.] [점핑아머의 엔진출력이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감지센서의 내구도가 0%가 되었습니다.] [감지센서와 레이더가 파괴됩니다.] [미니맵을 더 이상 열람할 수 없습니다.]감당할 수 없는 위력에 점차 파괴되는 점핑아머.
반쯤 박살난 아머 사이로 맨 살이 노출되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 몸이 정지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선배, 이제 충분해요…! 이 이상 무리했다간 선배가 강제로그아웃을!!”
옆에서 함께 점핑을 하며 힘을 보태던 신입이 발을 멈추고 어느덧 그를 말리는 소리가 들렸다.
죽을만큼 괴로운데.
인간의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거듭 방향을 뒤집으며 근육이 갈가리 찢어지는 고통을 동화율 100%에 가깝게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보였기 때문이다.
찰나를 인지하는 그의 동화율컨트롤이.
망연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의 얼굴을.
‘넘어섰다. 이 한 구간, 블록 두 개 사이에 한해서나마. 내가 랭킹 1위를 넘어선 거야!’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마나엔진의 내구도가 0%가 되었습니다.] [점핑아머가 완전파손 됩니다.]몸을 둘러싼 최후의 보호막이 파괴되는 순간.
김만득은 자신이 성공했음을 깨달았다.
쿠구구구궁!
[대인류방어요새 의 블록이 대인류결전병기 의 경로 상에서 완전히 이탈합니다.] [점핑괴인 님이 사망했습니다.] [기체가 파괴될 정도의 가속으로 점핑아머가 파손된 결과, 심해수압에 맨몸이 노출되어 사망.]열어내었다.
고산필드의 내구도 감소 없이 나아갈 길을.
-점핑괴인 그는 신인가…?
점핑레빗에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증명해낸 점핑괴인의 활약이 만인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