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91)
1.
인화성 환경이라는 덫에 걸린 닌자슬레이어.
그의 희생 덕분에 엄길동은 사용할 수 있는 병기와 사용할 수 없는 병기를 빠르게 추려주었다.
“폭발활과 뇌전창은 사용 불가입니다. 참살검도 참격이 닿는 부위에서 폭발활과 유사한 폭발효과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근접공격으로 쓰면 안 됩니다.”
“에에엣. 그렇게나 쓸모 없어요?”
“이번 스테이지의 테마는 최우선 위험요소의 식별과 은밀타격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은밀하게 접근해서 참살검을 써야 합니다.”
점핑아머 레드 타입.
여기에 탑재된 기능은 고열보호막과 교란기능.
방어와 은신.
적에게 들키거나 기체에 직격당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상당히 지능적이고도 신속한,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암살플레이를 필요로 한다.
소리 없이 무음의 점프를 하고 사각을 찌른다.
그야말로 암살토끼의 묘리!
“닌자슬레이어 아저씨가 제일 필요한 구간이잖아요… 아, 미안해서 어쩌지?”
“미안하면 닌자슬레이어 몫까지 하면 되죠.”
“네?”
“뭐해요? 출격인원도 얼마 없는데. 빨리 나가요.”
“…….”
신입은 부담감에 목을 움츠리며 격납고로 향했다.
-맵 컨셉보소
-닌자슬레이어 날아다닐 맵이었네
-운도 지지리도 없지ㄹㅇ
가뜩이나 자기 실수로 큰 활약을 할 수 있던 공략대원을 돌연사하게 만들어서 눈치가 보이는데 심지어 남은 인원도 에이스뿐이었다.
해남파 문주이자 공략대장 묵언검객.
해남파 문주의 수제자이자 점핑레빗 랭킹 1위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뇌지컬 스트리머이자 대인류결전병기 을 여기까지 운전해온 엄길동.
가히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와 명예를 누리는 당대의 유명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진심 이거 어떻게든 해줬으면 하는데요, 선배!’
도움을 요청할 선배는 이미 장렬하게 사망한지 오래.
머리를 잘 쓰는 철두공 선배도 진즉에 죽었다.
항상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아갔던 그녀지만 이제는 혼자서 극복해야 한다.
‘무서워. 닌자슬레이어도 죽게 했으면서 1인분도 못 한다고 욕먹으면 어쩌지?’
신입의 걱정은 괜한 기우였다.
애초에 그녀보다 추하게 아무 의미 없이 죽은 이들이 한두 명도 아니었다.
갑자기 벽을 느끼고 자살한 김제철.
머리를 너무 세게 박아서 죽은 철두공.
의미 없이 빅웨이브를 막으러 가서 죽은 가시인간.
쓰면 안 되는 무기를 쓰고 죽은 반면교사의 예시 닌자슬레이어.
그에 비하면 신입은 마지막까지 남은 면벽3인방의 일원이자 제법 잘 어울리는 남장, 그럼에도 은근히 티가 나는 여성스러움에 팬층마저 생겼다.
-신입아 쫄지 마!
-이거 깨면 신입스트리머로 데뷔도 하자!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기러기 인도인 스미스 우병우 신입 스트리머 신입!
-뭔가 다른데…?
-스트리머는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다르잖아!!!
-개 킹받네ㄹㅇ
-저거 엄길단임 먹이ㄴ
-펄떡펄떡 뛰는 신입 시청자들 보소
-만선이네
-ㄹㅇㅋㅋ
공략대원들은 묵언검객 브이튜브의 영상편집자료를 남기기 위해 모두 방송을 키고 참여한 상황.
다른 이들의 방송을 보다가 그녀의 방송으로 넘어온 이들도 적지 않다.
애초에 공략대원이 갈수록 줄어드니 신입에게도 시청자가 흘러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너무 쫄았잖아♡ 똑바로 정신 차리고 기체 몰지 않으면 죽는다고~?
자신을 격려하는 채팅을 보자 신입도 조금이나마 용기를 품었다.
‘그래, 먼저 죽은 선배들을 위해서라도 힘내는 거야. 저승에 간 철두공 선배도 점핑괴인 선배도 분명 그러길 바랄 거야. 두 분 몫까지 파이팅하자!’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해응응의 눈에는 뜻밖에도 대견함이 엿보였다.
주아영의 눈에는 한층 더 놀랍게도 질투의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해응응이 주아영에게 갖기를 바라는 것.
주아영은 지니지 못한 것.
신입은 지닌 것.
점핑괴인의 필살점핑과 신입의 다짐을 보고 주아영도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과몰입.
시청자가 가지면 안 될 그 감정이 진정한 스트리머, 아니 무림인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었다.
[용암포대] [근방을 지나가는 일정온도 이하의 물질에 용암포탄을 발사한다.] [피격 시 적중부위 및 주변 필드가 녹아내린다.] [마그마 스나이퍼] [잠복특성으로 인해 센서로는 포착할 수 없는 육안으로만 포착 가능한 매복병.] [피격 시 관통데미지가 들어가며 필드 내부에 심대한 피해를 입힌다.] [일정확률로 나선기둥과 기둥내부 시설에까지 피해를 입힌다.] [550mm 화산탄 다연발로켓] [감지센서가 작동하는 동안 범위 내에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공격한다.] [피격 시 극심한 데미지로 인해 의 모든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지된다.] [추락 시 용암에 빠져 기하급수적인 데미지를 입으므로 점핑아머들의 조력이 필수적이다.]용암이 굳어 형성된 암석이나 용암 사이로 도처에 쫙 깔린 용암포대들.
다 막기도 힘들 정도로 산적한 포대들을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의 손이 정신없이 받아쳤다.
-여유가 사라진 느낌 아님?
-ㄹㅇ 지금까지는 다른 공략대원들하고는 다르게 여유가 있었는데 빡겜하는 것 같음
-밖에서 지킬 사람이 셋밖에 없으니 그럴만하지
-근데 진지하니까 더 멋진 듯
땀이 흐른다.
어린 시절, 뭣 모르고 뛰놀던 시절에나 겪었던 일.
현실에서 수련할 때야 부담을 느꼈지만.
점핑레빗을 하면서는 한 번도 이런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주아영.
그녀에게 점핑레빗은 힘든 도전이 아닌 즐거운 해방의 시간이었기에.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쳐내도 되는 포탄과 알면서도 흘려보내야 할 포탄을 엄길동이 실시간으로 지정해준다.
모든 움직임에 반응하라며 외치는 무림인의 본능을 찍어누르고 그의 판단에 따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엄길동이 간과한 위험은 직접 대처한다.
‘몸이 힘들어.’
숨이 차오른다.
용암포탄 사이로 날아드는 감지범위 밖에서의 거대한 화산탄은 일격을 막아낼 때마다 체력이 급격히 깎여나간다.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닌자슬레이어처럼 방심의 대가로 맞이하는 죽음.
그녀는 이미 그런 패배를 한 번 겪어보았다.
좀비해저드.
언니를 도울 조력자 플레이어 중에서는 자신이 가장 강하고 유능하다고 믿었던 게임에서 겪었던 믿기지 않는 수치스러운 사태를.
‘버거움을 느끼는 거야? 내 세계나 다름없던 점핑레빗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랭킹 1위가?’
푸르른 하늘 위를 자유롭게 뛰놀던 해방감은 사라지고 시뻘겋게 물든 용암지대에서 사력을 다해 포탄을 쳐내는 게임이 되었다.
여력이 생길 때마다 재빨리 마그마 스나이퍼를 암살하고 포대를 파괴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요구되는 난이도가 정신력을 빠르게 갉아먹는다.
‘즐겁지 않아.’
더는 이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 즐겁지 않은 기분에 가슴이 요동치는 이유는.
‘즐겁지는 않지만… 그 이상으로 지고 싶지 않아.’
점핑괴인.
자신에게 패배감을 선사한 남자.
그의 점핑을 닮은 ‘신입’이 언니의 주목을 받는다.
집어치워.
그 시선은 네가 누려도 좋을 것이 아니야.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해.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도 모를 년한테 언니의 시선을 1분 1초라도 뺏기고 싶지 않아!
“오오오옷?!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계기판을 지켜보던 엄길동이 깜짝 놀랄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드는 에너미 시그널Enemy Signal.
적성개체와 위험물질의 표식이 마치 바둑판 위의 바둑돌들을 손으로 쓸어 던지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우르르 사라진다.
“몇 개 없앴어요!”
“바, 방금 걸로 850개를 쓸었습니다!”
“신입은요!”
“그쪽은 아직 멀었습니다. 220개밖에…”
알고 있다.
실력의 격차는 뚜렷하다.
신입의 점핑력으로는 그녀의 진심점핑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지도 못했다.
차이는 있지만 꾸준히 따라온다.
체력이 한계에 달해 페이스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점핑레빗 히든 스테이지.
진엔딩 공략전.
그 최종구간의 무대를.
어느덧 백만을 넘어선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두의 몫을 짊어진다는 부담감을.
언니, 해응응의 시선마저도.
‘끈질겨!’
떨어져나갈 것 같으면서도 위기에 몰렸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눈빛이 달라지며 초가속으로 위험구간을 단숨에 돌파한다.
보통의 무림인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초집중의 상태에 들어가는 속도와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
이것이었다.
고수의 자질.
언니는 신입의 플레이에서 이것을 보았다.
자신보다 미숙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에게 견줄 수도 있을지 모를 재능.
‘힘겹지만 재밌어, 같은 표정이나 짓기는!’
차라리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음습한 속마음에 신이 기도를 들어주기라도 한 걸까.
포성과 함께 멀리서 550mm 화산탄이 연달아 날아들었다.
그 표적은 무리한 움직임으로 고열보호막이 일시적으로 벗겨진 신입의 기체!
좋은 기회였다.
눈만 딱 감으면 못 본 척 신입을 처리할 수 있다.
언니의 관심을 나눠 갖지 않아도 된다.
눈만 감으면 끝장낼 수 있는데.
절호의 기회였는데.
‘왜 그러질 못했던 거야!’
자신도 모르게 신입을 구하고자 화산탄이 날아드는 경로로 달려가는 주아영.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실드엔진이 파괴되었습니다.] [고열보호막이 잠금됩니다.]기체를 둘러싼 에너지가 꺼지는 것도 불사하며 전력으로 들이받아 쳐낸 화산탄.
그 포탄이 신입을 스쳐지나가 내벽에 틀어박혔다.
콰아앙!
높이 피어오르는 거대한 화염기둥.
훅 밀어닥치는 포연이 가시자 첫 발을 피해 여유를 얻어낸 신입이 간신히 다연발 초장거리 사격을 회피하여 생존에 성공했다.
“괜찮으세요?!”
충격의 여파로 기체가 흔들리며 리빙아머 조종석에 이마를 부딪친 주아영.
근거리 영상통신이 연결되자 그녀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선명하게 보였다.
지켜보던 시청자들마저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떠는 와중, 오직 주아영만이 당차게 외쳤다.
“하, 까불지 말아요. 신입 주제에 누굴 걱정하는 거야. 당신이 누굴 걱정하기엔 십년은 일러.”
묵언검객처럼 부상조차 없이 완벽에 다다른 피지컬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미숙함에서 비롯되는 격렬함에는 보다 뜨거운 감정이 묻어났다.
연결된 영상화면을 보던 신입과 시청자들의 얼굴에 조금이지만 홍조가 떠올랐다.
“욜라 카리스마 넘쳐…….”
묵언검객의 의도가 먹혔다.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주아영을 묵언검객의 수제자 내지 2대 매니저로 보지 않았다.
랭킹 1위나 점핑레빗 고인물이라는 타이틀마저도 이제는 잊혀졌다.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주아영이라는 사람은 점핑괴인의 전력점핑을 인정하는 한편 질투를 보이고, 그럼에도 사사로운 감정에 일을 그르치지 않는 자.
뜨거운 승부욕과 부대를 이끌어나가는 지휘력을 모두 지닌 해남파의 미래, 차세대 지도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