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97)
1.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강호의 협객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시상식 개최를 결정하신 해응응 길드장님께서는 수상자들에게 소정의 상금과 별호를 하사할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상금이라고 해봤자 브이튜브 수상식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 않을까.
사람들의 기대는 상금보다는 별호로 향해있었다.
“이집 수상식 지리네.”
“상금보단 간지나는 별호가 더 맛집 아니냐?”
“올해의 스트리머 대상 엄길동 vs 토고지신 엄길동. 이거 무조건 닥후 아니냐?”
“응 길동씨는 개그맨상이 딱이야.”
“너무해.”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년도 연말대상전의 상금은 예년에 비해 2배가량 상금액이 뻥튀기되었기 때문이다.
올해의베스트(7인 – 145억)
대상 1명 – 100억
최우수상 1명 – 20억
우수상 5명 – 5억
게임장르별베스트(30인 – 90억)
판타지상 1명 – 3억
격투상 1명 – 3억
공포상 1명 – 3억
추리상 1명 – 3억
포격상 1명 – 3억
거대로봇상 1명 – 3억
…
…
AOS상 1명 – 3억
RTS상 1명 – 3억
망겜상 1명 – 3억
특별상 목록(22인 – 22억)
커플상 2명 – 1억&1억
인기상 10명 – 1억
신인상 10명 – 1억
총상금 257억.
평균 100억에 불과했던 상금총액을 훌쩍 뛰어넘는 거액의 상금!
상위권 스트리머들의 월 평균 수익에 비하면 그리 대단치 않은 액수에 불과하지만 그것조차도 일반인 기준으로는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였다.
아무리 해남파라도 저걸 능가할 순 없겠지.
그런 체념은 막상 해남파 시상식 총상금액이 발표되자 발칵 뒤집혔다.
“이번 해남파 연말수상식의 총상금은 1000억입니다!”
1000억.
에누리 없이 정확히 일천.
“와! 와!!!”
“해남파펀치! 해남파펀치! 해남파펀치!”
“믿고 있었다고 묵언검객!!”
“근데 스트리머가 무슨 돈이 천억이 나와?”
“해남코퍼레이션이 미친 듯이 잘나가잖아.”
“아, 마석산업.”
“마석가공에 신소재개발, 특허 쪽까지 다 쓸어 담고 있는데 돈 마를 일이 있겠냐고.”
완벽하게 기선제압을 날려버렸다.
“수상내역에 대해서는 길드장님이 지금 막 제게 귀띔을 해주신다고 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해응응의 손짓에 신이 나서 전음을 듣던 사회자의 얼굴에 어? 이게 맞나? 싶은 혼란이 떠올랐다.
-무슨 미친 소리를 들었길래 저러는 걸까?
-설마 가장 강한 1명한테 천억 몰빵은 아니지?
-무친련아 그건 니가 다 가져가는 거잖아!!!
해응응의 전적을 떠올려보면 있을법한 이야기!
그래서 더 무서운 이야기!
하지만 해응응도 수상자들에게 그렇게까지 자비 없지는 않았다.
“수상내역선정기준은 잘 모르겠고 직접 생각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수상목록은 연말대상전 리스트를 고스란히 베끼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니ㅋㅋㅋ 이걸?
-대놓고 멕여버리네ㅋㅋㅋㅋㅋ
-느그 수상목록 쩔더라
-도둑맞은 수상분야ㅋㅋㅋ
수상자들에게는.
2.
“저 망할 텐련이!!”
브이튜브 송출국 국장 혼일영.
그는 분통을 터뜨렸다.
“자금 상황은? 이렇게 대놓고 엿을 먹으면 우리도 상금이라도 올려야 할 거 아니야!”
“오푸스 기관의 자금은 이번 브이튜브 송출국 자리를 탈취하는 도중에 국회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지출이 생겼습니다. 블랙2호 제작에 주요자금이 모두 소진되고 여유자금도 이번 건으로 바닥났기에 더 이상의 상금액 추가는 불가능합니다.”
완전히 말렸다.
십대길드 및 십대기업.
각성자협회 및 협회사업.
수많은 돈줄이 공중분해 당하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며 한 방 갚아주겠다고 블랙 2호 제작비로 모든 자금이 다 털리며 돈줄이 말랐다.
닥터 요한2세라도 온전히 수중에 있었다면 모를까, 그 본인마저도 묵언검객에게 깨지고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종적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
그의 연구노트만을 간신히 입수하여 자본의 힘으로 개발속도를 올린 것도 자금난에 한몫 했다.
기가 막히게도 이 모든 자금난의 원인은 단 한 사람에서 비롯되었다.
정상급 스트리머 묵언검객.
해남파 장문인 해응응.
연말대상전을 엿 먹이고 있는 퐉스련.
중계방송 시청자 수부터 10만 명에 달하는 자신들을 가볍게 짓밟는 200만 명을 기록 중인 저 괴물에게.
“이대로 시상식을 발표해서는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사회자에게 전해. 각 시상식을 대변하는 최고실력자 선출전부터 최대한 앞당기라고.”
“블랙 2호를 바로 써먹을 생각이십니까?”
“스피드마스터를 꺾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블랙 2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더 커겠지. 연이어서 묵언검객까지 꺾는다면 오푸스 기관의 화려한 부활이다.”
기관의 모든 자산을 털어 만들어낸 궁극의 복제인간.
모든 책임을 짊어진 블랙 2호.
그는 대결 직전까지 정체를 감추고자 얼굴에는 가면을, 몸은 두꺼운 코트에 모자를 깊이 눌러쓰며 누가 보더라도 노골적으로 수상한 꼴을 하고 있었다.
“봤냐 스센세? 저 녀석, 송출국에서 준비한 놈인가본데. 느낌 존나 싸하지 않냐?”
“요호호. 너는 말버릇이 너무 독해. 논란 생기지 않게 착한 말만 써.”
“아니 지금이 나한테 꼽 주고 있을 때냐고. 송출국 녀석들이 저거 데리고 뭔가 저지를 것 같지 않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과 저 수상한 녀석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속닥거리는 운영진들을 모를 수는 없었다.
스피드마스터도 뭔가 벌어질 것은 알고 있지만 저들이 뭘 준비했든 상관없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현실에서 수작 부리는 거면 방송 키고 나락 보내면 돼. 가상에서 수작 부린다면 그게 날 상대로 통할지도 의문이고. 통했다면 칭찬을 해줘야겠지.”
“와 이 재수 없는 녀석.”
뭐가 됐든 힘으로 극복하겠다는 자신감을 지닐만큼 스피드마스터의 실력은 독보적이다.
“스피드마스터님. 해남파 연말시상식과 송출국 연말대상전의 대표전을 벌이기에 앞서 대표선수를 선출하는 선출전을 치르려고 합니다.”
“당연히 참가해야지. 그런데 그거 의미가 있나? 상대가 나인데.”
“걱정 마십시오. 딱 한 분, 선출전 상대로 나설 분이 계십니다.”
캡슐 앞에 서서 덤벼보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블랙 2호.
그 건방진 태도에 스피드마스터는 묘한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
“선출전 대결은 3판 2선승으로 정해지며 대결규칙은 사망페널티를 경감할 수 있는 HP 50% 이하가 될 시에 즉시 경기를 종료하는 하프오버룰을 따릅니다.”
“맵은 에픽판타지 결투장 맵을 기반으로 양 선수가 각자 한 번씩, 마지막은 랜덤으로 맵이 결정됩니다.”
“각 선수의 스펙은 결투장 공용룰로 레벨 100에 기본장비세트로 고정됩니다. 이점 양선수 모두 동의하십니까?”
[동의][동의]캡슐 앞 패널에 양측 모두 동의버튼을 눌렀음을 알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매치1] [우선권 – 스피드마스터의 맵 선정] [필드 – 서부대횡단열차] [유형 – 히트 앤 런] [규칙]① 술래 표식을 상대에게 붙이고 도망친 시간에 비례하여 점수득점.
② 상대의 HP를 감소시킨 비율에 비례하여 점수득점.
③ 열차 오브젝트를 탈환할 시에 일정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점수득점.
④ 상대를 열차에서 1km 이상 떨어지게 만들어 탈락시킬 시에 고득점
속도전에서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스피드마스터.
맵 우선권까지 스피드마스터가 가져갔다.
이변 없이 승자가 정해지리라고 예상한 대결이었다.
그러나 본 게임이 시작하는 5분 뒤.
브이튜브는 새로운 실력자의 등장에 발칵 뒤집혔다.
-아니 저 사람 뭐임?
-스피드마스터의 신속을 눈으로 보고 반응한 거야?
-저게 가능해??
-ㅁㅊ
-블랙2호 정체가 뭐야!!
-저거 블랙 부캐 아님?
-블랙이 누군데 씹덕아
-2세대 전설로 전해지던 스트리머 있음
-리빙레전드 블랙을 몰라? 인생 헛살았네!
-은퇴한 줄 알았는데 부캐로 놀러 왔네 ㅁㅊ
-브이튜브는 부캐지원 안하지 않아?
-본계정 지우면 가능할지도?
-ㅁㅊ 천만 구독자가 있는 계정을 지워? 찐광기;
전설이 돌아왔다.
그 충격적인 소식은 해남파에도 수출되었다.
3.
“용케도 저런 사람이 아직까지 숨어 있었네요.”
중계방송을 본 해응응이 그리 말할 정도로 블랙2호의 1경기 하이라이트는 대단했다.
신속을 이용해 차량 밖으로 블랙2호를 내던지려던 스피드마스터의 돌격을 ‘눈’으로 읽어내고 완벽한 타이밍에 ‘반응’해서 옷깃을 낚아챈 블랙2호.
소닉붐을 동반하는 돌진에 열차 천장이 뜯겨져나가고 의자와 선반, 손잡이가 공중을 날아갔다.
그야말로 난장판 속에서 블랙 2호의 손에 집어던져진 스피드마스터.
그가 공중에서 잔해를 연속으로 딛고 몇 칸 떨어진 칸막이로 달려가 연결고리를 떼어버리자 블랙2호가 열차에서 1km 너머로 나가떨어졌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블랙2호를 장외패로 만들어냈지만 자칫 패배할 뻔했던 스피드마스터.
긴장감이 가시지 않은 그의 얼굴을 보며 해응응은 말했다.
“선출전이 끝난 뒤에 겨룰 상대가 스피드마스터가 아니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경기는 스피드마스터가 이겼잖아요.”
“장외가 있는 맵이라서 가능한 승리였죠.”
만일 장외 같은 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면승부에 돌입한다면.
“스피드마스터가 이길 확률은 3할을 넘기지 못해요.”
순수한 무력으로 따지자면 스피드마스터를 뛰어넘는 강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주아영은 느꼈다.
강자와의 싸움을 좋아하는 언니가 스피드마스터보다 더한 강자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언니는 스피드마스터가 이겼으면 싶죠?”
“솔직히 말하자면요.”
“왜요? 강한 상대일수록 좋은 거 아니었어요?”
“피지컬은 저쪽이 더 뛰어나죠. 하지만 기계적인 완벽함을 갖춘 겉모양뿐인 강함보다는 투박하고 거칠어도 깨달음이 담긴 약함이 더 좋아요.”
무림인의 본능은 말하고 있다.
“제가 바라는 싸움은 스피드마스터와의 싸움. 다른 사람은 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어요. 오직 그만이 저를 만족시킬 수 있어요.”
“어, 언니…”
“잘 보도록 하세요. 아영. 저런 남자는 둘이나 찾기 힘들어요. 언젠가 당신에게도 저 사람만이 남을 날이 올 테니까요.”
“아 언니 제발…”
“왜 그러죠, 아영?”
주아영은 어째서인지 잔뜩 붉어진 얼굴로 두 손 아래에 고개를 푹 묻었다.
“이거 생방송으로 멘트 다 나가고 있단 말이에요…”
“…!”
솔직한 감상은 좋다.
하지만 방송에 나가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멘트가 아니었을까.
주아영의 생각대로 채팅창은 별 거 아닌 한 마디도 확대해석 하는 시청자들에게 던져진 초특급 떡밥에 아주 난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