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
〈 6화 〉 6 캐릭터생성과 자동송출
* * *
1.
게임.
지난 20년간 해응응과는 연이 없던 개념이었다.
무림에서 게임이라고 해봐야 뭐가 있겠는가.
실뜨기.
공기놀이.
가위바위보.
하나같이 원시적인 놀이다.
차라리 아이템이 어디 유적지에서 원시유물이랍시고 나왔다면 기연을 만났다며 기쁘게 썼겠지만.
옛날놀이는 그리 로망을 품을만한 것이 못 된다.
오락실 고전게임.
핸드폰 가챠게임.
컴퓨터 도트게임.
무엇과 비교해도 이길 수 있는 게임이 하나도 없다.
‘애초에 놀고 있을 여유도 없었죠.’
무림에서는 적이 많았으니까.
해야 할 복수가 있었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모든 은원도 사라졌고.
10월 중순 게이트 관광이 있기까지는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추천받은 게임사도 있다.
주아영 : 언니한테는 시미럴 사 게임이 잘 어울려요! 피지컬 게임이라 각성자들한테 유리한 게임이거든요.
피지컬.
게임에서의 피지컬이란 적을 빠르게 죽이고 잘 때려잡는 기능이다.
빠른 조준.
헤드라인 잡기.
집탄력.
간격조절.
근접전 수행능력 등등.
피지컬에는 많은 요소가 들어가지만 게이머 본인이 검사이거나 저격수여야 할 필요는 없다.
현실은 현실.
게임은 게임.
현실과 게임은 엄연히 다르니까.
가상현실게임은 다르다.
뇌파를 인식하기는 하지만.
그걸로 다루는 건 가상세계의 몸.
몸을 쓰는 노하우.
체술이나 무술.
전투에 필요한 피지컬.
모두 현실경험이 뒷받침되어야 더욱 유리한 분야다.
심지어 해응응은 무림인.
전투에 있어서는 그 어떤 현대인들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막대한 경험을 쌓았다.
즉, 가상현실게임의 피지컬 구성요건의 대부분을 그녀는 이미 수준급으로 충족하고 있다.
[시미럴 사의 가상현실게임 을 99000원에 구매했습니다.]그 자신감은 과감한 게임구매로 이어졌으니.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마주할 시간이 찾아왔다.
2.
자욱하게 퍼지는 안개.
흐린 시야 너머로 드러나는 광활한 농토와 낡은 성.
전쟁터.
피로 물든 강변.
창칼을 든 인간들과 이형의 요괴.
창공에서부터 시작된 하이 앵글 뷰는 강변을 따라 내려가며 굽이치는 협곡에 이르렀다.
쏴아아
피로 물든 폭포.
그 깊은 협곡 속으로 시야가 내려오며 나레이션이 더해졌다.
[인간과 요괴가 오랜 전쟁을 벌이던 시대] [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운 협곡] [그 깊은 골짜기에 인간들의 발길을 피해 숨어든 부정한 무리들의 소굴이 있었으니] [우리는 이를 반요곡이라 부른다.] [강력한 혈통을 지닌 요괴] [약하되 안정적인 피를 지닌 인간] [두 종족의 피가 섞인 반인반요들은 인간사회와 요괴사회 어느 쪽에도 섞여들지 못하니] [생존을 위해 잔인해져야만 했던 존재들이여] [인간도 요괴도 아닌 짐승에 가까운 반요들이여] [여기에 낯선 이가 찾아왔도다.] [그는 강력한 포식자인가] [새로이 반요가 될 동족인가]‘오프닝 영상부터 장난 아니네요.’
협곡의 입구.
작은 오솔길 앞에 이르러 멈춘 시야.
쏟아지는 폭포소리도
스산한 바람도
모두 회색으로 멈춘 정지된 세계에서 선택창이 나타났다.
【캐릭터 선택】
1. 중 하나를 고른다.
2. 신규 캐릭터를 한다.
3. [선택불가]이미 제작한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른다. 제작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4. 현실의 신체정보를 불러온다.
스토리 캐릭터에는 최초 선택이 가능한 캐릭터가 딱 하나 있었다.
【스토리 캐릭터】
1. 정체불명의 떠돌이
2. [선택불가](해금조건 : 첫 보스를 쓰러뜨린다.)
3. [선택불가](해금조건 : 선각자의 사찰에 도달한다.)
4. [선택불가](해금조건 : 늪의 선인과 조우한다.)
*신규캐릭터 : 위의 캐릭터를 모두 해금할 시, 새로운 스토리 캐릭터들의 해금조건이 공개됩니다.
척 봐도 상당한 볼륨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약한 캐릭터로 더 강하거나 유용한 캐릭터를 해금하고.
최종적으로 게임클리어를 목표로 하는 고난이도 게임.
다회차가 전제되어 있지만.
그 점이 피로보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작, 명작의 느낌을 완벽하게 전해주었다.
‘20년 전에 마지막으로 한 게임과는 천지차이네요.’
반강제로 무림계에 끌려가기 전.
그녀가 아직 그였던 시절.
마지막으로 플레이 했던 게임은 MMORPG게임이었다.
온갖 캐쉬템이 도배가 되어 있고.
가챠를 해서 1%의 확률로 원하는 아이템을 뽑아야 하는.
재미보다는 했던 시간이 아쉬워서 접지 못했던 애물단지 같던 흔한 한국 게임사의 RPG게임.
그때 그 시절에는 이런 고퀄리티 가상현실게임이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쩐지 감개무량해졌다.
‘저도 참. 주책없게 게임 하다 말고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시금 눈에 들어온 기본 캐릭터.
무림계에서 이런 캐릭터에 빙의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열 명 쯤은 내공 없이도 순수한 완력으로 도살할 수 있을 것처럼 생긴 흉악한 인상의 남자.
키도 크고 근육도 많은.
떡대.
마초.
소위 말하는 근육 남캐가 여기에 있다.
‘참 아쉽네요. 처음부터 저 몸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저 건장한 남자의 몸을 가상게임 한정으로 제 것으로 삼을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녀는 애써 우락부락한 근육을 외면하고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현실의 신체정보를 불러옵니다.]고전추리만화에 나오는 범인실루엣처럼 시커먼 그림자 일색이던 몸이 현실의 형태를 되찾았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
고운 피부.
한 사이즈 작아진 가슴.
그래도 변함없이 매력적인 몸매.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매.
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까지.
이제는 이것이 ‘나’라고 확신이 드는 모습이었다.
‘첫 플레이에서는 가능한 한 기본캐릭터가 아닌 리얼모드로 게임을 하라고 했었죠.’
주아영은 말했다.
동화율이 곧 가상세계의 재능.
게이머의 자질이라고.
현실의 신체와 가상세계의 신체.
그 괴리감을 좁히려면.
가급적 현실과 같은 조건의 몸을 다룰 필요가 있다.
동화율이 낮으면 발생하는 불이익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낮은 동화율] : 동화율이 낮으면 고통이 대폭 경감되는 대신, 행동정밀도가 떨어지거나 반응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단점이 있습니다.머릿속으로는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생각한 공격에 얼굴을 맞거나.
때렸다고 생각한 공격이 저만치 옆 허공을 때린다면.
그것만큼 환장할만한 일도 없다.
【혈통 선택】
[혈통을 선택해주십시오.]1. 혈통의 축복(혈통점수소모)
2. 혈통의 저주(혈통점수추가)
3. 혈통 선택을 끝낸다.
캐릭터 선정은 쉽게 끝났다.
의외의 복병은 혈통이었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사람에게 트라우마 하나쯤은 있기 마련.
해응응에게는 축복이나 금제 같은 특성 선택 트라우마가 있었다.
컨셉 한 번 잘못 잡아서 무림계에서 20년을 고생하고 지금도 구음절맥이나 함묵증 따위를 겪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축복을 골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알고 있지만 본능 차원에서의 거부감은 어쩔 도리가 없다.
초보자용 국민축복세트로 알려진.
반요곡 삼대 입문축복.
[근력강화 1] [달리기 1] [시력강화 1]그중 무엇 하나도 고르지 않은 순정 그대로의 육신으로 혈통 선택과정을 생략했다.
【이름 선택】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1. 해응응(플레이어 이름)
2. 새로운 이름(직접 입력)
3. 랜덤 이름(무작위 조합)
4. [선택불가]진명계승 계승받을 수 있는 진명이 없습니다.
이름.
해응응은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입력창의 깜빡이는 커서를 노려봤다.
이름 하나 잘못 지어서 개고생을 한 지구 출신 빙의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마곡동불빠따.
남죽여겁.
천마짱짱맨.
무수한 빙의자들이 이름 때문에 사파잡배나 마교의 간자 취급을 당해 중원무림에서 쓴 맛을 보았다.
‘저도 한끝 차이였죠.’
해응응이 본래 정했던 자신의 닉네임은 헤으응.
천만다행으로 무림비망록에는 ‘헤’씨 성이 없었고, 그녀의 이름은 자동적으로 유사한 성씨인 ‘해’씨 성으로 개명되었다.
만일 자동개명이 없었다면.
앙기모띠오지고렛잇고 선배처럼 비무시합을 펼칠 때마다 반강제 수치플레이를 당해야 했을 거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여지는 두지 않겠어요.’
[새로운 이름을 입력합니다.]말이 없는 검객.
함묵증을 앓는 그녀에게 이보다 적절한 닉네임도 찾기 어렵다.
이후에도 시작복장이나 소지무기 등의 선택사항이 나타났지만 무림인의 선택이란 으레 비슷한 법.
허름한 무사복에 죽립 대신 삿갓모자 하나를 눌러쓰고 허리춤에는 장검 한 자루를 찼다.
【최종 선택】
[이것이 그대인가?]1. 그렇다(게임 시작)
2. 아니다(변경사항 적용)
[▶그렇다.] [이것이 바로 그대.] [천상의 미모를 숨긴 여류검객이여.] [꿈과 희망의 종착지, 반요곡에 온 것을 환영한다.]마침내 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3.
[브이튜브 신규 BJ] [묵언검객 님이 방송을 시작합니다.] [게임 반요곡(시미럴 사)] [플레이타임 00:00:01] [캡슐사양 화양전자 보급형 캡슐 DZ002모델]그녀가 게임을 설치할 때.
별 생각 없이 누른 버튼이 있었다.
[모든 약관 동의하기]한국인이라면 한번쯤 당할 함정.
거기에는 자동송출 스트리밍 약관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해응응은 미처 모르는 사실.
당사자의 무자각 속에서.
레전드 뉴비영상으로 오래도록 화자될 초회차 게임방송이 브이튜브에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