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0)
1.
너무 빨라서 졌다.
스피드마스터에게 통용되는 황당한 패배사유에 선출전 중계방송 사회자도,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박장대소가 터졌다.
-로켓인데 역추진로켓ㅋㅋㅋ
-악셀인데 후방급가속ㅋㅋㅋ
-서민청약인데 입주 시 중도금 10억 선납ㅋㅋㅋ
-배달인데 120분 뒤 도착ㅋㅋㅋ
-?
-120분은 선 넘었지
-지방에선 흔한 일 아닐까?
-팩트>길거리 돌아다니는 몬스터 때문에 오토바이로 광역 어그로 끌릴까봐 살살 운전하느라 진짜 흔한 일이 맞다
-저거 맞음 나도 대도시에서 살고 싶다ㅠ
간지는 났지만 결과가 너무 안타까운 스피드마스터!
“연말대상전을 대표할 사람은 블랙2호로 결정되었습니다!”
“멋지다 블랙2호!”
“근데 이걸 블랙2호가 가는 게 맞아? 이기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보여준 건 아무것도 없잖아.”
“자기 실력을 감추고도 이길 정도로 대단한거지.”
“그런가?”
스트리머들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결과.
블랙2호의 실력에는 약간의 의구심은 있었지만 저 당대 최속의 사나이 스피드마스터를 상대로 저런 결과를 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결과였다.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요호호나 교수님 같은 정상급 스트리머들도 스피드마스터를 상대로 2연승을 따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피드마스터가 무리를 해서 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대가 무리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을 가한 것 역시 사실.
결과적으로 블랙2호는 실력으로 이겼다는 사실을 정상급 스트리머들은 모두 수긍하였다.
“근데 이거 스트리머 대표 뽑는 거잖아. 저 사람을 스트리머라고 쳐도 좋은 거야?”
실력으로 이긴 것까지만.
“요호호씨? 갑자기 그게 무슨 실례되는 말씀을… 블랙2호님은 2세대 최강의 스트리머 블랙님의 부캐 아닙니까.”
“그럼 본계 꺼내라고 해. 왜 수상하게 부계정을 꺼내서 왔는데?”
악성향 스트리머 요호호.
뛰어난 두뇌회전을 사악한 방향으로만 사용해서 남을 골탕먹이기를 좋아하는 이 스트리머는 본능적으로 냄새를 맡았다.
블랙2호에게는 그 실력과 별개로 무언가 더러운 꿍꿍이가 숨겨져 있다는 냄새를.
“막말로 저런 실력자가 지금까지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어떻게 닉네임도 들어본 적이 없어?”
“그건 오늘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이벤트 매치를 위해 어렵게 모셔온 것으로…”
“그럼 본캐로 왔어야지. 애초에 이건 스트리머 대표를 뽑는 거잖아. 구독자수도 부족한 부계정 들고 일류 미만은 참여불가인 연말대상전에 오는 게 맞아?”
꼬장. 트집. 진상.
다른 때라면 사람들의 눈총을 사기 딱 좋을 짓이지만 원래부터 이미지가 막장인 요호호는 평판관리는 쥐뿔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할 말은 한다 요카콜라!
-크 이게 탄산이지
-그러게 본계인증은 왜 안 해?
-규정이 괜히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이러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음?
-아니 병신들아 정상급 스트리머잖아;
-융통성 내다버림?
-리빙레전드 이름값이 만만하냐?
-그게 누군데 씹덕아
-하 블랙도 모르는 뉴비가 브이튜브를 보네;
-네다틀
-응 뉴들박
-???
-박지마요…
-딜교 씹 압승;
-이딴 게 브이튜브 장기시청자…?
-개판났네ㅋㅋㅋ
-평소대로의 브이튜브입니다만?
-ㅇㅅㅇ까지 나오면 완전체
-ㅇㅅㅇ
-ㅇㅅㅇ
-멈춰
-ㅇㅅㅇ
-제발
-ㅇㅅㅇ
-그만
-ㅇㅅㅇ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지 멍충아!
-한번만 더 ㅇㅅㅇ 치면 휴방검객 시작함
-ㅇㅅㅇ
-저 새끼 매달아!!!
-어? 선 넘네? 어? 선 넘네? 어? 선 넘네?
-아니 미친 나 진짜 못 봤어 미안해 살려줘;
대표선출전에서 블랙2호가 승리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던 송출국 국장은 나락으로 치닫는 중계채팅창에 뒷목을 잡았다.
“저 새끼 입 좀 다물게 해. 초 치지 말게 하라고!”
“카메라가 돌고 있어서 강제연행은 불가능한데요… 그래도 그냥 할까요?”
“광고부터 돌리고 그 사이에 좀 잘 어르고 달래서 입 다물게 만들라고! 이런 것까지 다 지시해야해?”
급하게 하이라이트 영상과 광고가 나오며 시청자들의 혼을 빼놓는 사이, 브이튜브 송출국 직원들이 달려와 요호호의 불편한 심기를 달랬다.
“실은 블랙님은 각성자였던지라 건강상에 큰 문제가 생겨서 피치 못하게 부계정을 생성하게 됐습니다.”
“애초에 그 부계정은 어떻게 생성한 건데? 한 사람의 생체마력패턴은 하나밖에 없는데 대놓고 수상한 거 아니냐고.”
“그게… 블랙님은 종말점에 걸려서 생체마력패턴이 달라지셨습니다.”
매섭게 몰아붙이던 요호호의 얼굴에서 독기가 쏙 빠져나갔다.
“응? 종말점? 각성자가 죽을 병 걸렸다고 치고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한다던 그 종말점?”
“예에. 몸조리를 위해 모든 시간을 다 쓰고 계셨던지라 피치 못하게 은퇴를 하고 계정도 없이 생명유지에 심혈을 기울이셔야했습니다.”
“아니 병원 갈 사람이 여긴 그럼 왜 온 거야?”
“기술이 발전해서 다행히도 운 좋게 종말점은 완화되었지만 본 계정이 날아간지라 복귀에도 도움이 되고자 이벤트매치에 큰마음 먹고 출현의사를…”
방송 나가면 나락이 아니라 무간지옥에 떨어지고도 남을 비하인드 스토리!
요호호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 그걸 먼저 말했어야지. 그 블랙님 하시고 싶은 거 다 하시라 그래.”
직원들은 겨우 요호호를 달랬다고 안도했다.
이걸로 중계와 대표전 진행도 순탄하게 풀리겠지.
기대도 잠시.
채팅창을 본 직원들의 얼굴이 굳었다.
-헐 블랙도 시한부였어?
-시한부 vs 시한부 충격매치업 실화냐?
-아니 한국고수는 왜 전부 단명하냐고;
-천재는 원래 짧고 굵게 살다 간대
-쓸모없는 브붕이 백 명 생명 뽑아다가 두분 생명연장 시켜드리자
-흑마법사 빌런은 또 뭔데ㅅㅂㅋㅋ
-근데 구미는 당김ㅋㅋ
-당기는 건 느그 구미검객 벌꿀사탕이겠죠
-이걸 갑자기 벌꿀사탕 바이럴을?
얘들이 이걸 어떻게 알았지?
그보다 방금 대화가 방송으로 다 나갔다고?
난리가 난 중계진.
원인규명을 위해 발에 불티나게 뛰는 직원들.
잠시 후, 원인이 밝혀졌다.
“중계방송에서 해남파 관련 광고를 다 쳐내다보니 광고가 다 잘려서 예정보다 일찍 중계방송현장상황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국장을 비롯한 스텝들을 오푸스기관에서 모조리 갈아치우다 보니 발생한 운영미숙이슈였다.
2.
블랙이 블랙 2호로 나타났던 이유는 종말점 때문에 한동안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묵언검객의 시한부 이슈로 인해 시한부에 대한 동정이 극에 달한 브이튜브에서는 엄청난 동정표가 쏟아졌다.
“언니… 저희도 한 번 연락해볼까요? 종말점을 어떻게 치료했는지.”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언니도 나을 수 있잖아요. 방법이 있는데 왜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하세요!”
덕분에 해응응만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정말일까요? 종말점을 고쳤다는 말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사기를 과하게 체내에 품어 발생한 질환.
정순한 기를 받아들이면 기를 정화할 수 있다.
즉시 낫는 건 무리지만.
조금씩 몸 상태가 호전되다가 최종적으로는 정순한 기운으로 너덜너덜해진 혈도와 장기를 환골탈태 시켜 새로운 몸으로 거듭난다면.
이론상으로는 종말점을 완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대중의 앞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도저히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저 자는 무공의 이치를 모르고 있어요.’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다.
본능적인 이해로 그 비슷한 흉내는 낼 수 있다.
투로에 대한 이해.
어느 경로를 차단하여 어떤 이득을 볼 수 있는가.
한 걸음으로 얼마나 많은 투로를 바꾸고 좁힐 수 있는가.
그에 대한 이해는 천부적이다.
그러나 체질이 개선될 정도의 깨달음인지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직접 시험해보면 알겠죠. 저 사람이 정말로 종말점을 극복한 사람인지 아닌지.”
“언니는 의심이 된다는 거죠?”
“말로는 누구든지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몸으로는 속일 수 없죠.”
시상식대표전에서 실체를 드러내겠다.
해응응의 타협안에 주아영도 겨우 표정이 펴졌다.
“알았어요. 언니의 뜻이 그렇다면 저도 지켜볼게요.”
블랙 2호와의 대결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
이에는 개인적인 흥미도 한몫했다.
숨은 한 수를 드러낸 스피드마스터.
그와 달리 아직 미지수인 블랙 2호의 숨은 실력.
그는 아직 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죽하면 드러난 것이 숨긴 것보다 많아보일 지경!
그 미심쩍음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이제 곧 드러나겠지.
그녀의 무공 앞에서 여유 따윈 부릴 수 없을 테니.
착실하게 숨겨낸 것들을 끄집어낼 것이다.
탐욕스럽게, 과감하게, 거칠게 밀어붙여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조리 쥐어짜낼 것이다.
그것이 구미호의… 아니, 무림인의 방식이니까.
“그럼 대결을 시작…”
“잠깐! 이의 있소!”
대결을 수락하려던 해응응.
해남파 연말 시상식장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힘찬 목소리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술렁거리는 스트리머들.
그들 사이로 나타난 훼방꾼.
그 정체를 본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저 사람, 흑의종군의 보스잖아.”
“저 인간이 갑자기 왜 저러지?”
“설마… 저지를 셈인가?”
해응응은 그 무례함을 꾸짖는 대신, 흥미로운 장난감을 바라보는 눈을 하였다.
“왜 그러시죠?”
저 인간, 어쩌면 저지를지도 몰라.
“최강의 스트리머가 결착을 짓는 시상식의 권위를 건 대결. 그 대표를 뽑기 위해 연말대상전에서도 대표선출전을 치렀는데 우리도 그냥 넘길 순 없지.”
모두의 막연한 기대감.
그것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묵언검객. 대표선출전 자리를 걸고 도전하겠다!”
흑의종군의 보스가 묵언검객에게 도전장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