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3)
1.
“언니. 왜 그랬어요?”
“아영. 제 판단에 의구심이 드는 구석이 있었나요?”
“보스아저씨… 블랙을 대신 출전하게 허락한거요.”
주아영은 납득할 수 없었다.
강한 게 정의라면 해응응은 누구보다 강한데.
블랙아저씨도 대단하긴 했지만 결국 졌는데.
자신의 기회를 ‘양보’를 하다니.
그런 짓을 한다고 누가 고마워하고 답례를 할까.
“기쁘고도 아쉽네요.”
“갑자기 왜요?”
“아직 가르칠 게 많아서요.”
“기쁘면 기뻤지 아쉽긴 또 왜 아쉬워요?”
“가르침이 필요한 모든 걸 전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가르침은 많은 시행착오를 줄이며 인생의 여정표가 되지만 그 역할은 보통 스승이 아닌 부모가 맡는다.
부모는 인생의 첫 번째 스승.
만일 해응응이 주아영의 부모였다면 누구보다도 긴 시간을 들여 충분하고도 넉넉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제가 아영의 어머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게 무슨 마망검객 같은 소리세요? 전 싫어요, 그런 거.”
“그런… 제가 어머니인 것이 싫다니요.”
우리 사이가 그 정도밖에 안 됐어?
배신감에 눈마저 커진 해응응.
주아영이 급히 손을 저으며 정정했다.
“앗, 오해하지 말아요. 언니가 싫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까. 그냥… 언니가 엄마가 되어버리면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잖아요.”
연인으로서의 꿈을 저버리지 못했는지 미련을 보이는 주아영.
연인 같은 스승보다는 어머니같은 스승이 되고자 하는 해응응은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려고 입을 다무는 주아영의 심리와 갈망을 꿰뚫어보았다.
퍽!
“아얏! 왜, 왜 때리세요…!”
“꼬리가 멋대로 움직였어요.”
꼬리로 등짝을 맞은 주아영이 씨잉 분해하였다.
잡생각이 사라진 제자에게 스승은 가르침을 주었다.
“블랙에게 출전기회를 준 것도 결국은 저를 위한 행동이에요.”
“힘을 쓰면 남은 시간이 줄어들어서요?”
고개를 젓는 해응응.
“나가서 힘쓰기 귀찮아서요?”
다시 고개를 젓는 해응응.
감을 잡지 못하는 제자 대신 직접 답을 알려주었다.
“모든 문제를 제가 나서서 해결한다면 사람들은 생각하겠죠. 제가 사라지거든 다시 문제를 일으켜도 될 것이라고.”
“언니…”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아니라도 세상이 무림의 법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현대의 법과 상식 위에 무림의 법도가 올라설 수 있음을.”
정사지간을 막론하고 거대문파들의 야만적인 권력욕이 민생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정의를 숭상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
“제가 없는 해남파와 제가 없는 현대무림에도 그 정신이 이어진다면 세상은 제가 없어지더라도 절 기억할 거예요.”
“언니는 다 계획이 있었군요?”
“아영. 당신도 잊지 말고 기억하세요.”
“불의한 무리들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마음가짐과 용기를 말이죠?”
“…그, 그거예요. 그 정신을 잊지 마세요.”
“언니… 다른 생각 하셨죠? 솔직히 말해요. 원래는 뭘 알려주려고 하셨는데요?”
“힘이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휘두르고 과시하라고… 그래야 강한 부하들이 추종한다고…”
“언니……”
“진짠데… 이거 진짜 도움 되는 깨달음인데요…”
조직관리 그런 거 하나도 모르던 현대인이 무림에서 발로 뛰며 직접 익힌 야만적인 깨달음!
어물쩡거리며 눈치를 보고 부쩍 소심해졌던 흔치 않게 약한 모습의 해응응.
그녀는 이내 눈빛을 달리하며 이야기의 매듭을 지었다.
“아무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요.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나서는 것 또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약한 행동일 뿐임을 알아야 해요.”
“네, 언니.”
“…절대로 제가 하찮은 상대와 나가서 싸우기 귀찮아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네. 아까 말했던 건 잊고 이번 거만 기억할게요.”
“…”
“…”
깨달음이 정말 제대로 전해진 게 맞을까?
스승의 권위에 발생한 손상은 그리 쉽게 지워지지 않을 성 싶었다.
2.
묵언검객의 불참과는 별개로 블랙과 블랙2호의 대결은 진행되었다.
결과는 막연했던 예감대로 블랙의 압도적인 승리로 기울어졌다.
해응응이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마크2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복제인간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마력부족이죠.’
마나석을 어떻게 잘 이용해서 기용 가능한 마력총량을 늘려보기는 한 모양이지만 그래봤자 블랙2호의 출력에는 한도가 있었다.
그에 비해 블랙은 잦은 게임과 켠왕방송으로 정순한 마력을 공급받고 체질을 개선한 끝에 아무도 모르게 극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조화경의 경지를 펼치는 각성자가 환골탈태의 효과를 얻지 못할 리가 없다.
‘애초에 신체가 개량되지 못했다면 아무리 마력으로 보호를 해도 블랙홀 같은 위험한 능력의 발현이 가능할 리가 없겠죠.’
결과적으로 현대무림은 해응응이 생각하기엔 퍽 흥미로운 세력구도가 맞추어졌다.
신속의 스피드마스터.
블랙홀의 블랙.
현대무림의 전통계승자 주아영.
아무리 빠른 속도도 블랙홀은 당해낼 수 없다.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블랙홀을 진짜 빛의 속도보다도 느린 스피드마스터가 어찌 당하겠는가.
신속으로는 어림도 없고, 일광신속을 써도 블랙홀로 반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블랙의 혼돈의 능력은 주아영의 무공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매번 같은 힘으로 대응하여 블랙홀을 꺼내들더라도 주아영 수준의 무인이라면 능히 모순의 극치를 구사하여 블랙보다 긴 시간, 결전초식을 펼칠 수 있으니.
반대로 스피드마스터에게는 주아영이 취약했다.
스피드마스터의 신속은 한순간에 끝나는 기술이 아닌 지속가능한 기술.
초식 단위의 전개 및 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간은 아영의 편이겠죠.’
속도를 얻은 스피드마스터.
본능을 얻은 블랙.
무공을 얻은 주아영.
속도에는 육신이 버티는 한계가 있다.
본능에도 무의식의 가치판단을 도울 정보량의 한계가 있다.
무공에는 육신의 제약도, 정보량의 제약도 없다.
비록 폭발적인 가속능력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비록 순간적인 깨달음이 따르지 못하더라도.
오랜 시간, 공들여 성실히 노력한다면.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난 뒤.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설 것은 제자가 될 것이다.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로써 시상식 결전의 승자는 블랙이 되었습니다. 묵언검객이 양보한 해남파 연말 시상식의 권위가 하늘 높이 세워집니다!”
연말대상전은 개같이 멸망했다.
그 많던 시청자의 90% 이상이 해남파 연말 시상식으로 빠져나갔다.
해응응의 무력.
블랙의 승리.
그 외에도 또 다른 요인도 인기몰이에 한몫 더했다.
“스트리머 엄길동. 이 사람은 미워할 수 있는 장난꾸러기로 널리 알려져 그 소문이 구름을 뚫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여 파운악동破雲惡童의 별호를 하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의 미움을 받으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니 묵언검객님. 시상식 고로시 실홥니까? 지금 채팅창에 어떻게 사람 별호가 파운 the 악동이냐고 조리돌림 들어가고 있는데요?”
“시끄럽고 빨리 내려가세요. 다음 사람 기다리고 있잖아요.”
시상식에서 상을 주며 덕?담을 하는 묵언검객.
그녀가 하사하는 별호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막말로 별호 하나당 브이튜브 영상 한 편씩이 뚝딱 나온다.
-아니 강호에서 제일 공신력 있는 천하제일인 묵언검객이 하사하는 별호를 지금 거절하는 겁니까?
-파운 the 악동님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편식이 심하시네요
-앞으로 스트리머 대회 출전할 때마다 자막에 파운악동 엄길동 개같이 같이 달릴 예정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미워할 수 있는 악동새끼다우시네요.
-아 ㅋㅋ 묵언검객이 허락한 억까 각이라고. 불만 있으면 본인한테 가서 따져!
엄길동이야 불만이 아주 많아보였지만.
그렇게 상을 다 뿌려주고 나니 누군가 물었다.
“그래서 길드장님의 별호는 누가 짓습니까?”
묵언검객 산 별호소지자가 된 스트리머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청을 높였다.
“나, 나! 내가 지을래!”
“꺼져. 내 별호가 더 심해!”
“다들 닥쳐!”
이해찬이 소리쳤다.
“내 별호는 파산왕이라고!”
별호로 티배깅을 당하다시피 한 이해찬!
“장원급제가 여기 있었네.”
“이야… 이건 양보해드려야겠네.”
“묵언검객님 별호는 직접 지으시죠.”
묵언검객에게 누구보다 큰 손해를 입고 별호 티배깅까지 당한 입장에서 독하게 이를 갈 이해찬이라면 최고의 별호를 돌려주지 않을까.
실제로 이해찬 본인도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의욕이 눈에 보이게 드러났다.
스트리머 이전에 한 명의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로서 오래도록 묵은 원한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
“이왕 짓는 별호라면 두고두고 수치스러운 별호가 좋겠지.”
다른 스트리머들도 한 마디씩 훈수를 더했다.
“오… 마망검객이 공식별호가 되는 건가?”
“몰살검객도 만만치 않지.”
“마왕검객도 있고.”
“난 구미검객.”
“매지컬 검객은?”
“다 합쳐서 매지컬구미몰살마망마왕검객으로 퉁치는 건 어때?”
엄길동의 극적인 타협안에도 이해찬은 고개를 저었다.
“천마.”
“천마?”
“생각해봐라. 무협지를 읽어보니 해남파는 정파라고 하는데 천마는 그 대척점에 있는 사파무림의 지존이 지니는 별호라고 하더라고.”
“그게 뭐 어쨌는데?”
“정파무림의 거두를 자청하는 해남파 장문인의 별호가 천마다? 해남파가 사실상 사파조직이나 다름없다는 비꼼의 의미까지 담긴 거지.”
이른바 정사역전지계.
별호로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기까지!
의도는 좋았다.
다만 그가 몰랐을 뿐.
해응응이 방송을 하는 목적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천마 소리를 듣기 위함도 있었다는 사실을.
“아.”
해응응의 얼굴에 격한 기쁨의 감정이 올라왔다.
삶의 목적을 이루었다.
방송을 해왔던 목표를 이루었다.
브이튜브의 모든 시청자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의 시상식을 여는 와중에.
현대무림의 일축을 이루는 강호동도들, 동료 스트리머들의 앞에서 영광스러운 천마의 별호를 본인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하사받았다.
인정받았다.
그녀가 천마처럼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해응응의 주변으로 웅혼한 내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엇, 이 사람 왜 이래?”
“갑자기 막 빛이 나!”
“일났다! 천마검객이 개빡쳤나봐!”
두려움에 떨며 달아나는 스트리머들.
반대로 무림인들은 경악하며 달려왔다.
“깨달음의 순간이다!”
“길드장님이 강해지려고 하시나봐!”
“아니, 이 정도 내기면 주화입마 아니야?”
“몰라, 일단 보호부터 해!”
시상식이 혼란으로 치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