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4)
1.
천마.
동경하던 그 이름을 스스로 청하지 않았음에도 누군가로부터 들었을 때, 해응응의 정신적인 기쁨은 육체의 그릇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흘러넘쳤다.
온다.
다음 경지가.
초절정의 한계까지 눌러 담아둔 경지레벨이.
수많은 무공의 초식으로 이루어진 대해가.
사고의 지평을 제 주변으로 확장시켰다.
검계.
검의 간격.
본래에도 평시에 100m를 넘기고 마음만 먹으면 수 킬로미터도 장악할 수 있는 괴물 같은 영역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회장 내의 강자들은 모두 느꼈다.
이것은 주화입마가 아닌 경지상승의 전조임을.
“무, 묵언검객이 진화한다!!”
“이해찬 너 때문이야!”
“너가 빡치게 해서 마왕검객이 되려는 거야!!”
“빨리 책임져!!”
“사과해!!”
“머가리 박아!!”
“끼요오오옷! 여러분 제가 묵언검객 진화의 순간을 생방으로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공포에 이성이 마비되어서 날뛰는 스트리머들.
-하루십끼 저 새끼 묵언검객 옆에 가서 뭐함?
-그냥 처묵하는데?
-쟨 왜 저기서 먹방을 함? ㅋㅋㅋㅋㅋ
-근데 묵언검객 여기서 진화하면 시한부 탈출임?
-ㅇㅈ 그럴 듯
-제발 진화해줘!!
-진화하고 반요곡 깨자!!
-근데 진화하면 정상진화임 암흑진화임?
-디지몬도 아니고 사람한테 암흑진화가 있겠냐고
-정상진화든 암흑진화든 반요곡만 깨면 그만임
-ㄹㅇㅋㅋ
개꿀잼 경지상승중계방송에 열광하는 시청자들.
“카메라는 꺼야 하나?!”
“안 돼! 인류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 될지도 몰라!”
“갑자기 내공이 분출되어서 옷이 찢어지면 어떡해!”
“병신아 무림인이 진화하면 독기가 나와서 코가 썩지 옷이 왜 찢어져?”
“독기가 너무 강하면 옷도 녹고 그러지 않을까?”
“길드장님한테 불순한 상상을 하지 마!”
“생각을 해봐. 마법소녀들도 변신하면 일단 옷이 사라지잖아.”
“어 진짜네?”
“어 진짜네 이지랄! 진법대형으로 서서 스트리머들 접근 못하게 저지부터 해요!”
얼 타는 해남파 문도들과 그들을 지휘하는 주아영까지 혼란으로 치닫는 시상식.
그 모든 광경을 해응응은 내면세계 속에서 내려다보았다.
내다보는 것이 아니었다.
내려다보는 것이 맞았다.
이미 그녀의 소우주는 외부세계의 대우주에 못지않게 거대해졌으니, 자신의 뜻이 곧 우주의 섭리를 관통하는 초절정의 다음 경지, 조화경의 경지.
이미 여상한 조화경의 고수를 뛰어넘은 스펙의 그녀의 영육이 상승경지를 넘보니 세계가 요동치며 스튜디오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우와악, 건물이 흔들려!!”
“도, 도망쳐…”
“우린 무림인이니까 건물붕괴 쯤은 몸으로 때울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아니야! 내공이 빨려나간다고!!”
“헉!!!”
경지가 상승하면 소유한 내공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현대무림의 정설.
자연에 깃든 내공만으로는 미처 다 감당할 수 없는 상승량에 흡수위력이 강해지며 생명체로부터도 기운을 빼앗기 시작했다.
의도치 않은 흡성대법에 경각심이 돌아온 주아영이 급히 문도들을 시켜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고고고고고.
건물 밖으로 급히 피신했음에도 여실히 느껴지는 대기의 요동.
자연의 바람이 인위적으로 시상식장을 향해 몰려들더니 창공에 거대한 구름의 벽이 회오리치며 시상식장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운해.
구름의 바다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을 절경.
대낮임에도 밤처럼 어두운 먹구름의 중심부에서 눈부신 빛이 지상에 강림했다.
“드래고닉 매직… 언니가 지닌 구름과 빛의 자연지기가 감응하고 있어…”
순수한 경외로 물들었던 머릿속으로 놀라운 가능성이 떠올랐다.
“살 수 있는 건가? 경지가 오르면, 그래서 기의 순도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면, 언니도 살 수 있는 건가!?”
단순한 망상은 아니다.
조화경이란 하단전과 중단전, 상단전의 합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지.
상단전과 이어지는 길이 아무리 작고 협소하더라도 그 길이 한 번 뚫리는 순간, 무림인으로서의 역량은 상상 그 이상으로 높아진다.
상단전이란 외부세계와 이어지는 마음의 길.
마르지 않는 우주적 영기의 보고와도 같은 곳.
세계가 직접 도와주며 기를 보태니, 무공을 사용함에 있어 내공의 부족함을 느낄 일이 사라진다.
5년치의 길이 뚫렸다면 5년치의 공력을.
10년치의 길이 뚫렸다면 10년치의 공력을.
무제한으로 무한히 지속적으로 다룰 수 있다.
격하의 존재는 지고한 경지에서 펼치는 무한한 내력을 감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그런 엄청난 기운으로 종말점으로 병든 몸의 기운을 계속해서 거르고 정화하여 순도 높은 내공으로 바꾸는 작업을 24시간 항시 무제한 벌일 수 있다면?
감히 확신컨대 종말점은 그날부로 끝이다.
언니는, 해응응은, 묵언검객은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수명을 누리며 한 세기 이상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보다도 언니가 더 오래 살 수도 있다.
“언니… 제발 성공해주세요!!”
오늘의 시상식을 통해 분명히 느꼈다.
세계에 강자는 많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도 그럴진대 세계 전체에는 숨은 고수가 얼마나 더 많겠는가.
스스스스스.
지상으로 몰려드는 거대한 안개의 운무.
시상식장의 형태가 안개 너머로 사라지더니 건물보다 거대한 형상이 흐릿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홉 개의 꼬리.
연꽃을 감싼 꽃잎처럼 거대한 방어수단이자 자연지기를 받아들이는 주입로였다.
-아니 근데 이거 맞음??
-경지상승 이펙트 뭔데;;;
-보스 강림씬 보는 기분인데?
-텐련아 그만 강해져!!
-와… 저거, 저거 안개 저게 다 기운이 과밀집해서 일어나는 내공과포화지대 맞냐?
-현실세계에서 저만한 밀도의 마력지대가 만들어질 수가 있었어??
-꼬리 미쳤다;
-꼬리치기 한 방에 건물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질 듯
감히 저 광경을 보고도 해응응의 변신을 저지하겠다거나 훼방을 놓겠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적의가 없어도 옆에 잘못 얼쩡거리면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어찌 감히 그녀를 노릴 수 있을까.
화아아아아!
허공에 떠오르는 거대한 빛의 고리.
자연지기의 수태가 끝남을 알리듯 변화가 이어진다.
구름의 벽이 갈라지고.
안개가 걷히고.
꼬리가 열리며.
하늘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게이트?!”
“계, 계측기가 터졌어!!”
“U등급 게이트다!!”
규격 외 등급Unlimited Rank 몬스터.
일국을 소멸시킬 재앙을 동반하는 게이트.
그에 버금가는 엄청난 에너지가.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가.
인간의 이해를 불허하는 무언가가 균열 너머로부터 연결된다.
사람들은 그저 겁에 질렸지만 주아영과 백소천을 비롯한 최상위 무림고수들만은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선계!?”
“등선문!?”
조화경에 오르더라도 누구나 등선문을 열고 선계에 들어서는 것은 아니다.
같은 경지에도 무공레벨에 따라 실력의 고하가 있듯이 조화경의 고수에게도 고하가 있다.
등선문의 출입조건은 선인 혹은 조화경의 고수가 되는 것.
그리고 일정레벨 이상이 되는 것.
선술을 무공만큼 많은 레벨을 올린 이들은 무공의 경지가 약해도 등선하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응응이 선인이 아님에도 등선문이 열린 이유 또한 모든 레벨을 최대치로 채우며 승급해온 플레이어 근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순간.
현대무림 최초의 등선방송!
스스스
등선문을 향해 떠오르는 해응응의 영체.
그녀의 거대한 형상이 활짝 열린 등선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꼬리를 내밀었다.
“언니…! 가서 행복하게 살아요!!”
“뭐야, 길드장님 지구 떠나는 거야!?”
“죽는 것보다는 나은데…”
“가불기네. 시한부인 사람보고 남아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감사인사나 드리자.”
“승천을 경하드립니다, 길드장님!”
“힘내십쇼 길드장님!”
“먼저 올라가서 저희가 따라갈 날만 기다리십쇼!”
“보고 싶을 겁니다, 길드장님!”
“실은 창고에서 벌꿀사탕 꺼내 먹고 길드장님이 먹었다고 마크2한테 구라 친 적 있는데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어? 근데 이러면 마크2는 어떻게 되는 거야?”
의문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서울도심 곳곳에서 강력한 자연지기를 느끼고 모여드는 빛의 구체들.
눈부신 LED조명 사이로 해응응을 쏙 닮은 마크2가 나타났다.
“감지. 마마가 굉장해 굉장해가 되고 있습니다.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겁니까?”
“마크2. 이리와. 엄마는 지금 바쁘시니까 언니가 대신 놀아줄게.”
주아영은 마크2의 손을 꼭 잡았다.
모두의 배웅 속, 등선문의 코앞까지 올라온 해응응.
당연히 문을 열고 들어가리라 여겼던 그녀.
사람들은 잊고 있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묵언검객이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던 인간인지.
빠안히.
등선문을 들여다보던 해응응의 얼굴에 불만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저 텐련 표정 왜 저래!
-어떻게 영체 상태로도 심술이 잔뜩 느껴지냐?
-플라잉매지컬구미단또마왕검객련 야랄 또 시작임?
-진짜 각인데?
-아니 저기서 야랄할 게 뭐가 있다고?
-예상 :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아 ㅋㅋㅋ 그 밈을 진짜로 한다고?
-장례식장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1순위 부활하기도 해버린 사람임 혹시 모름
-ㄹㅇㅋㅋ
-하나?
-진짜 하나?
묘한 기대마저 느껴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끝에 그녀, 해응응은…
탕!
꼬리를 들어 활짝 열린 등선문의 문짝을 후려쳤다.
“문짝을 쳤어!?”
“어째서? 문짝? 어째서?”
“뭐가 또 불만인데 심술이야 무친련아!”
문이 닫히자 균열이 봉합되며 사라지는 등선문.
허공을 부유하던 묵언검객의 영체도.
거대한 아홉 개의 영기의 꼬리도.
안개와 구름의 벽과 창공에서 내려오던 신성한 빛도.
모든 이펙트가 역순으로 하나씩 사라졌다.
이윽고 지상에 돌아온 해응응.
“왜 그랬어요, 언니? 등선하시면 종말점도 완치하고 선계에서 평생 신선으로 사실 수 있었잖아요!”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설마… 저희가 마음에 걸려서 차마 선계로 떠날 수 없었던 건가요?”
신변정리를 하듯이 태평요술서도 만들고 무공도 가르치고 자립의 준비도 시키고 할 거 다했던 언니도 깊은 유대관계만큼은 끊어낼 수 없었던 걸까.
“무공레벨도 아직 다 못 올렸는데 올라가면 신경 쓰이잖아요.”
“…네?”
등선을 미루기에는 너무나도 황당한 이유에 주아영은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