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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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힘으로 밀면 질 자신이 없었다.
적기사는 NPC지만 그녀는 플레이어.
심지어 조화경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올라갈 수 있는 실력자이다.
무공레벨도, 기술의 수준도, 깨달음의 높이도 모두 조화경이지만 오직 상태창의 표식만이 조화경이 아닐 뿐인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상황.
‘그런데… 정말로 이게 끝일까요?’
공격하고 전부 정복한다.
그 뒤에 찾아오는 것이야 대략 세계통일.
반요곡은 그녀의 것이 되고 세계는 평화를 되찾는다.
인간과 요괴, 그리고 반요.
기나긴 전쟁에 끝내 종지부를 맺는다.
…그럴 리가 없다.
이것은 그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게임이었다.
‘함정이군요.’
무림인으로서,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수많은 억까에 단련된 해응응.
그녀는 감지했다.
그 결말에 찾아올 심대한 모순을.
‘적기사는 모든 요괴의 죽음을 위해 협력했어요.’
‘부기걸과 극곰장수는 대요괴를 향한 복수를 위해 협력했죠.’
‘뚜따는 그저 동족들과 살아남기 위해 협력했고요.’
‘고관대면은 민생안전을 위해 협력했죠.’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행동의 끝은 파멸로 이어진다.
방랑상인과 부기걸, 둘 중 한 명의 죽음이 안배된 과 와 엮인 트리거를 보면 알 수 있다.
적이니까 죽인다.
그 단순한 행동이 조력NPC를 적으로 만든다.
누군가의 가족을 죽게 만든다.
그 사실을 외면하려 들거든, 엄한 이의 희생이 뒤따르게 된다.
‘생각이 게으르면 누군가의 피로 대가를 치르는 게임. 이 문제를 외면했다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피가 흐르겠죠.’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협력한 이들.
적이 있을 때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그녀가 모든 적을 물리친다면.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단 묵언검객이 살아있는 동안은 평화가 지속될 것이다.
그녀의 뜻을 거역할 수 있는 이는 누구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녀 사후에는?
오랜 시간 평화가 도래하고, 세력이 번성하며, 인간과 반요, 요괴의 수가 늘어난 뒤에는?
‘해묵은 갈등은 다시 터질 테고요.’
언젠가는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
요괴는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서.
인간은 요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반요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들만의 거처를 만들거나 강한 요괴가 되고자.
3대 요괴왕 대요괴와의 싸움이 무색하게도.
4대 요괴왕을 꿈꾸는 사생아왕과의 결판이 어떻든.
세상에는 또 다른 요괴왕을 꿈꾸는 이들이 나타나고 다시금 패권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다른 세력도 아닌 그녀의 세력으로부터.
구심점을 잃은 묵언검객의 군세로부터.
인간, 반요, 요괴.
종족에 따라 세력이 갈라지고 내전이 벌어진다.
작은 지혜로도 쉬이 내다볼 수 있는 미래다.
-어차피 공격이나 하겠지
-그래서 어디부터 밀까?
공격만을 예상하는 시청자들.
이에 의견을 더하듯 부하들도 종용했다.
“사생아왕의 군세가 아직 훈련도가 낮을 때 총공세를 펼쳐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요괴왕의 혈족인 사생아왕의 군문을 찾는 이는 늘고, 군세의 정예도 또한 착실하게 상승할 겁니다.”
“뚜따도 같은 생각이닷. 지금이라면 이 천재지략가 뚜따님이 함께 가서 하찮은 양민요괴들을 뚜따해버릴 수 있는 것이닷!”
사생아왕의 군세를 총공격하기를 원하는 적기사와 뚜따.
“제게 많은 발언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감히 의견을 올리건대, 백령신군의 군세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군세에 가세한 선각자는 극도로 위험한 존재입니다.”
“짐꾼이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릴 하는군. 대요괴의 장수였기에 하는 소리가 고깝게 듣진 않았으면 좋겠소. 대요괴와 쌍벽을 이루던 실력자의 군세를 살려두다간 어떤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소. 검증되지 않은 애송이보다 눈앞의 상처 입은 맹수를 물어죽이시오.”
백령신군의 군세를 총공격하기를 원하는 짐꾼과 극곰장수.
그녀의 마음은 둘 중 어디로도 향하지 않았다.
무공레벨은 약자와의 싸움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강자와의 싸움은 세력전이 아니라도 벌일 수 있다.
‘좀비해저드의 멸망 후의 세계보다는 채찍 시뮬레이터의 번영한 세계가 더 좋아요.’
반요곡에도 엔딩 이후가 있다면.
총력전만이 답이 아니라면.
[▶외교]이번만큼은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
죽거나 죽이는 것 이상의 선택을.
설령 무언가를 죽이더라도 세상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칼을 휘두르고 싶다.
2.
[Story mode]장문인으로서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만의 일이 아니다.
반요곡의 종주, 한 세력의 우두머리로서 묵언검객의 이름을 걸고 책임져야 할 생명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것이 바로 이번 외교였다.
‘순순히 초대에 응할지는 저도 몰랐지만요.’
가면을 쓴 백의를 입은 무리들.
각기 다른 키의 요괴들의 시중을 받으며 나타나는 서생과도 같은 유약한 체구의 사내.
언뜻 보기에는 시한부 소리를 듣는 해응응보다 병색이 완연해 보이는 인물의 정체는 남방의 패자, 인류 최후의 보루, 백갈량이라고도 불리는 자.
그리고 요괴와 한편을 먹는 요괴루트의 최종보스.
그가 바로 백령신군이었다.
[저 사람입니다.]그 대단한 거물을 앞두고 짐꾼은 백령신군이 아닌 그의 곁을 지키는 불길할 정도로 깡마른 기이한 노인을 가리켰다.
정갈한 하얀 도복을 입은 차림새로도 미처 다 감추지 못한 일말의 불길함이 느껴지는 노인이었다.
[저 자가 라 불리는 신선입니다.] [천기를 읽고 신령의 힘을 다루는 신선이지만 지금까지는 인세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세상은 그렇게 알고 있었죠.] [이번 회담에서 선각자의 본심을 끌어낸다면 뜻밖의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선각자에 대해 무언가 많은 것을 아는 기색의 짐꾼.
그의 말에 뒤따르듯 목표가 떠올랐다.
[외교목표 가 추가되었습니다.]짐꾼답지 않게 쓸모가 많은 짐꾼과 달리, 참모답지 않게 쓸모가 없는 뚜따는 강약약강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전부 잡졸들인 것이닷! 우두머리들이 회담에 응했으니 한 자리에서 몰살하고 이 기회에 간단히 세계정복을 하는 것이닷!] [계책? 그런 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닷! 힘이 있으면 힘으로 다 때려 부수면 되는 것이닷!] [배신은 선빵이닷! 먼저 다 죽인닷!]단순하지만 명쾌한 뚜따의 발상.
그것은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선호할 방식이었다.
[외교목표 이 추가되었습니다.]누구도 외교 그 자체에 관심은 없다.
그런 외교가 성립 가능할 것이라고 믿지 않기에.
해응응은 생각했다.
가장 어려운 길.
그 길이야말로 걸어볼 가치가 있지 않느냐고.
부우우우우━.
반대편에서는 가슴이 울리는 웅장한 뿔피리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말에 탄 무리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능숙하게 고삐를 당기며 지면에 착지한 이들은 친위대의 호위를 받는 사생아왕과 마가놈이었다.
[그간 옥체는 강녕하셨습니까, 어머니.] [부하분의 매서운 선공에는 제법 애를 먹었습니다.]오자마자 뼈 있는 말을 내뱉는 그.
군사를 보내 교전을 치른 주제에 잘도 뻔뻔하게 외교를 시도한다는 비꼼이었다.
어느덧 회담에 들어선 세 패권세력의 수장들.
이 자리에서 세계의 명운을 결정짓는다.
묵언검객의 각오와 함께 외교의 장이 시작되었다.
3.
[Player mode]“죄 없는 민초들의 희생을 원치 않는다면 삼자대면에 응하여 수뇌부를 이끌고 회담에 참석하라. 참으로 당돌한 도발을 했구나.”
먼저 입을 연 것은 백령신군이었다.
“그 손에 무고한 이의 피를 묻히고도 너를 따르는 이들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민초의 생명이란 창칼로만 끊어지지 않아요. 우리의 결단에 따라 전쟁터에 징집되어 죽기도 하고, 기근이 찾아와 굶어죽기도 하겠죠.”
“마음씨도 좋군. 누구보다도 많은 이의 죽음에 관여한 입에서 나온 말만 아니라면 좋았겠지만.”
“그것을 탓한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요. 저도 당신도 대요괴의 만행을 끝내기 위해 일어선 세력. 손에 묻은 피는 흐르는 강으로도, 드넓은 바다로도 다 씻을 수 없어요.”
“이 무의미한 시간의 목적이 무엇이냐. 평화협정이라도 하자는 건가? 세계를 삼분해서?”
시야 한편에 떠오르는 선택지.
게임이 안배한 길을 그녀는 고르지 않았다.
도발.
분노.
살육.
그녀의 행동에서 비롯된, 온전치 못한 조언들.
실수만을 거듭해온 선택지의 피드백.
저것을 따른들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실패다.
“이 세계의 모든 비극은 요괴의 존재로부터 시작되었죠. 동의하나요?”
“…동의한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요괴가 요력을 잃는다면, 그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요괴가 탄생할 수 없게 되는 세계를 만든다면 어떨지.”
“무슨 수로 그런 짓을 하겠다는 건가.”
“제게는 요기를 정화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이 힘을 증폭할 수 있는 귀물을 단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반요곡에서 모든 요괴를 없앨 수 있어요.”
전쟁 없이 평화를 부를 수 있는 방법.
모든 것이 초토화된 폐허가 아닌 인간과 반요, 요괴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방식.
그녀가 생각해낸 정답은 세계에 존재하는 초상능력을 박탈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자네의 무얼 믿고 그런 듣기에만 좋은 제안에 응해야 하지?”
“맞습니다, 어머니. 당신께서 품은 뜻과 달리, 이쪽의 요력을 모두 빼앗긴 뒤에 침공이 재개된다면 제 무기를 스스로 잃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지 않습니까.”
각 세력의 요력보유량을 줄인다.
이는 현실세계의 군비감축과도 같다.
서로를 파멸시킬 병기를 키워봤자 남는 것은 공멸뿐이지만 그 병기의 존재가 군비감축에 나설 수 없도록 불신을 만든다.
불신의 벽을 뛰어넘어 군비를 감축하려면 현대지구에서와 같은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어떻게 하면 믿어주실 수 있나요?”
“…진심이군.”
망설이는 백령신군.
그가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곁을 지키던 노인이 그를 막아섰다.
“본인은 백령신군의 군문에 가세한 선각자라고 하오. 속세를 떠나 살아온 몸이지만 기나긴 전쟁에 황폐해지는 반요곡을 보다 못해 개입하길 마음먹었지.”
“그 신선께서 이번 회담에는 무슨 일로?”
“신군께서 지닌 고뇌를 해소할 방안을 한 가지 제안하려고 하오. 애초에 인간이 요괴의 힘을 빌린 데에는 명백한 원인이 있었지.”
선각자는 말했다.
“인간들의 왕, 폭군. 그를 죽인다면 평화협정에 응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오.”
폭군. 세계의 이면에 한 발자국 물러서있던 네임드 NPC의 이름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폭군. 그는 어떤 사람이죠?”
“인계 최강의 검객. 묵언검객, 그대에게 비견될만한 절대강자라 할 수 있지.”
“…!”
인계최강의 검객, 묵언검객.
인계최강의 인간, 폭군.
호칭만으로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선각자.
적어도 그는 생각하고 있다.
폭군이 자신보다 대단한 존재라고.
심지어 대요괴와의 결전에 참여했던 백령신군마저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폭군이 그 정도의 존재란 말인가요?’
대체 그만한 초절강자가 지금까지는 어째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선각자의 미션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호기심과 호승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