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08)
1.
선각자의 제안은 백령신군의 동의와 사생아왕의 암묵적인 동의 속에 체결되었다.
[스페셜 필드 가 개방됩니다.] [해당필드로의 이동에 턴이 소모됩니다.] [외교작전 을 개시하시겠습니까?] [▶외교작전 을 개시합니다.] [필드 ‘폭군의 유배지’에 입성합니다.]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필드.
폭군의 유배지가 펼쳐졌다.
2.
[Story mode]육로로는 진입할 수 없는 오직 주술진을 통해서만 입장 가능한 봉인된 지역.
자신들은 여기까지라며 발을 멈춘 안내인들을 지나쳐 진법 위에 올라선다.
태양조차 검게 물든 이상지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암흑대지.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마련된 것만 같은 환경.
[이곳은 오래된 왕이 봉인된 격리공간.] [분명한 목적이 없는 자는 찾아올 수 없으니.] [왕을 알현하려는 자, 그 소원은 이루어졌도다.]불길한 대지의 저편.
높이 솟구친 동굴 안에서 불길한 가악이 메아리치듯이 새어나왔다.
[인류의 지배자.] [지난 세대의 패왕.] [폭군의 거처를 찾는 자여, 명심할지어다.] [세상이 그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그보다는 그가 세상에 무엇을 바라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오직 진정한 영웅만이 왕의 어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하니 명심하라.
[못 다한 여정이 있다면 발을 돌려라.] [이곳은 그대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장소이니.]강력한 경고와 함께 돌아오는 신체의 제어권.
[Player mode]과연, 허투루 가하는 경고는 아니었다.
제어권을 되찾자마자 해응응은 느꼈다.
필드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영역’의 존재를.
그것은 확장된 기감이었다.
검사가 자신의 검을 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공간.
범위 안에 들어선 생명체는 반드시 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반경.
그 범위가 산 하나가 들어설법한 규모의 암흑대지를 모조리 아우르고 있다.
“결계에서 나오려면 선술이 필요합니다. 이곳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제가 곁에서 두 분을 모시고 수행하겠습니다.”
여정에 동참한 이는 단 두 명.
선술에 능한 짐꾼.
그리고 무력에서 믿을 수 있는 부기걸이었다.
“간식.”
부기걸이 내미는 손에 요석주머니를 뒤져 돌 하나를 쥐어주는 짐꾼.
손 하나를 채워주기 무섭게 스멀스멀 다른 손들이 뻗어 나온다.
“…이거 몇 개를 더 드려야 합니까?”
“손이 비지 않을 때까지.”
손 하나당 1개씩 기어이 백 개의 요석을 털려버린 짐꾼이 부쩍 홀쭉해진 요석자루를 들여다보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짐꾼. 너는 선각자와 무슨 관계지?”
배를 채울 만큼 채운 부기걸이 이번에는 입이 심심했는지 그의 내력을 떠보았다.
여정도 막바지에 달한 와중에 더는 비밀을 지킬 이유도 없다고 느꼈는지 짐꾼은 순순히 대답했다.
“선각자는 저와 마가놈의 스승이었습니다. 저희는 신선의 밑에서 선술을 훈련하며 신선이 되기 위해 등선을 꿈꾸던 선인이었죠.”
-등선??
-그거 묵언검객도 얼마 전에 실패했잖아!
-짐꾼이 등선까지 노릴 수준이었어?
-팩트> 짐꾼은 도깨비왕 면전에서도 부기걸 급으로 나름 잘 버텼다
-스카우트 모드 쓰는 사람 짐꾼레벨 몇으로 보임?
-몰?루
-아 좀 알려줘
-진짜 모른다고
-추정레벨 ???로 뜸
-요력이랑 쓰는 힘의 메커니즘이 달라서 그런지 안보임
“신선의 힘이란 어떤 식으로 키우는 건가요?”
잠자코 듣기만 하던 묵언검객의 물음.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짐꾼도 이내 진지하게 물음에 답하였다.
“신선이 되려는 자는 업을 쌓아서 힘을 얻습니다. 희로애락을 행사하여 인세에서 누릴 수 있는 감정적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가로 업을 얻고, 인세를 벗어나 등선을 꾀할 도력을 얻죠.”
“꽤나 가혹한 힘이군요.”
“하하. 묵언검객님께서 사용하시는 무공도 만만찮습니다. 그만한 힘을 얻기 위해 희생해야 했을 즐거움과 시간도 적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근본적인 면에서 보자면 도력 또한 불길한 업을 쌓아 힘을 얻는 귀물이나 성실한 단련으로 힘을 얻는 무공과 다르지 않습니다. 방향성이 다를 뿐이죠.”
나무에서 뻗어나간 갈래가 달라진다고 한들 그것을 나뭇가지라 부르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과연 도깨비왕의 어전삼십보에 도달할 정도의 실력자다운 냉철한 분석이었다.
“폭군은 어떤가요. 그 또한 갈래의 하나에 속한 힘을 지닌 인물인가요?”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세상만물의 모든 힘은 같은 초상요소로부터 파생된 힘이 아닌가요?”
“제가 아는 힘들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폭군의 힘만큼은 그런 상식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백령신군이 그를 두려워했고 대요괴도 그를 꺼려했죠.”
“…그렇군요.”
대요괴의 성정 상 쓸 만한 이라면 처형자조차도 부하로 받아들이거나 으로 소화하거늘, 폭군만큼은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세력도 잃고 유폐된 왕 따위를 순순히 살려두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 오랜 의문이 이제는 해소되었다.
‘같은 뿌리로부터 뻗어 나온 나무가 아닌 다른 힘의 메커니즘을 지닌 존재. 적어도 선술에 능한 짐꾼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 정도의 이질적인 힘의 소유자.’
심장이 뛴다.
어떤 사람일까.
얼마나 강한 사람일까.
자신의 무공을 다음 경지로 이끌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일까.
“…요계가 완전히 망하면 이런 세계가 되겠어.”
자루 속의 부기걸마저 질색하는 세계.
생명이 살아간다고는 믿을 수 없는 극한의 환경.
걸음마다 바스러지는 땅을 딛고 산 중턱의 동굴에 입성했다.
지이잉━.
검에 얹은 손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떨린다.
아니, 손이 아니다.
가공할만한 힘을 느낀 검 자체가 떨리고 있다.
몰살검.
막대한 살업을 쌓은 검이 스스로의 의지로 공명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고 있나요, 대요괴?’
[…]‘훗. 직접 겪기 전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바라던 바다.
아아아━.
곱고도 슬픈 노랫소리.
소리가 이끄는 대로 발을 내딛는데 발을 내딛은 지면이 아래로 쏙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끼리리리릭, 쿠궁!
전방에서 날아드는 큼지막한 발리스타용 철봉.
검 한 자루로 철봉을 쳐내며 맵의 기믹을 이해했다.
함정이 즐비한 동굴.
노래 소리를 따라 동굴의 끝에 잠든 폭군을 찾는다.
이것이 이번 필드의 컨셉이다.
-와… 대형요괴도 즉사시키는 트랩을 그냥 칼로 쳐버리네;
-함정해체의 전승 왜 배움?ㅋㅋ
-길은 왜 정답으로만 가는데 무친련아
-길찾기 전승 필요없죠?
-전승은 약한 자들만 배우는 것이다… 메모
-경력직 다회차 유저들보다 더 잘하는 뉴비
-이게 그 총알받이 떼거지로 데려와서 요괴 갈아가면서 도달하는 요괴루트 최종보스 필드가 맞나…?
-요괴루트는 또 뭐임?
-뉴비들 루트분기표도 모름? 인생 잘 살았네ㅋㅋ
-ㄹㅇㅋㅋ
-아 우리도 루트분기표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서 자체스포 없이 방송 보고 싶다고ㅋㅋ
요괴루트 최종보스.
흥미로운 이야기가 채팅으로 나왔다.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폭군에게 맞서 요괴의 힘을 빌리는 백령신군-요괴루트.
그런 백령신군도 정의는 아니라며 선각자의 도움을 빌려 백령신군과 폭군을 모두 노리는 선각자-반요루트.
쫓겨난 왕 폭군과 손을 잡고 백령신군과 대요괴를 무찌르는 폭군-인간루트.
세 루트의 최종보스는 각각 폭군, 백령신군, 대요괴.
그것은 꽤나 기이한 사실을 암시했다.
게임의 루트분기에 따르면 선각자가 백령신군을 적으로 가리킨다는 사실을.
심지어 이 앞에 있는 폭군이 백령신군과 대요괴를 물리칠 조력자라는 사실을.
앞선 세 개의 낮은 난이도 공략루트.
그곳에 진엔딩으로 향하는 정답과 힌트가 일부나마 남아있었다.
‘짐꾼의 말대로 선각자는 요주의 인물이군요.’
목적을 감추고 적으로 돌릴 이의 군문에 들어가 협력하는 자.
그가 백령신군과 손을 잡은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폭군을 끌어내어 그를 치기를 바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백령신군을 그가 노려야만 했을까.
폭군을 대신하여 인간들의 세력을 이끄는 자.
요괴의 힘을 빌려 강대한 세력을 일궈낸 자.
묵언검객 등장 이전까지는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을 세력지도자인데.
[함정을 파괴했습니다.] [함정을 파괴했습니다.]“오오오. 보지도 않고 독연가루를 장풍 한 번으로 해소시키다니.”
“…제법이네. 그래봤자 나도 따라할 수 있는 잡기에 불과하지만.”
말로는 툴툴거리면서도 막상 자기도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자루 너머로 손을 뻗어 함정을 막아내는 부기걸.
최단거리로 거슬리는 함정을 모조리 파괴하며 도달한 동굴의 끝에서 제어권이 흐릿해졌다.
3.
[Story mode]우연히 결계에 흘러 들어온 존재.
불순물들이 감히 접촉하는 것을 금한 엄중한 함정.
이를 모두 뚫고 폭군이 유폐된 지하대공동에 도달한 이들에게 허락되는 광경.
[이제는 당신들도 볼 수 있겠죠.] [사슬에 묶인 채 옥좌에서 침묵하는 폭군을.] [그 무릎 위에 앉아서 노래하는 제 존재를.]방금 전까지 노래를 부르던 여인의 목소리.
인형 같은 외모는 그녀가 삐걱삐걱 고개를 돌리자, 마치 아수라백작처럼 남성의 얼굴을 한 나머지 반쪽의 모습으로 이어졌다.
[유폐된 왕의 어전을 찾은 자들이여.] [그대들의 기나긴 모험은 결코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잘못된 목표에 접어들었으니.] [정원의 이면을 들추지 말라.] [수풀 속 어둠을 들여다보지 말라.] [목숨이 아까운 자에게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니.] [돌아가라.] [이것은 마지막 경고이니라.]경고를 끝으로 등장하는 선택지.
【상호작용 선택지】
1. 폭군을 깨운다.
2. 폭군을 깨우지 않는다.
깨워야 하네, 깨우지 말아야 하네.
시청자들의 갈리는 의견은 해응응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깨달았다.
그보다 중요한 사실을.
바로 직전,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인형처럼 생긴 자의 여성형 목소리와 남성형 목소리.
그 두 가지 모두를 알아차렸다.
아니, 알아차리기 전부터도 이미 알고 있었다.
반요곡의 게임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스토리 모드.
이를 함께하는 나레이션의 목소리.
그 목소리들이 눈앞의 존재의 것임을.
‘제 것이 아닌 시야. 제 것이 아닌 목소리. 제 것이 아닌 선택의 기로들. 제 것이 아닌 신체의 제어권. 지금 느끼는 이 모든 강제력과 이질감.’
해응응은 입을 여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스토리모드의 제약을 내공을 끌어올려 깨뜨렸다.
“깨울 필요가 있나요? 당신은 이미 줄곧 지켜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당돌한 선언.
네 수작을 알고 있다는 도발.
이에 화답하듯 상호작용 선택지에 금이 갔다.
거미줄처럼 균열이 늘어나고.
문구가 파편으로 흩어져 떨어져나갔다.
폭군의 전신을 감싼 사슬들과 함께.
[과연. 짐의 개입을 일찌감치 파훼하였던 실력자답구나. 진정 처형자를 자처할만한 자격이 있도다.]잠들었던 폭군의 눈이 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