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14)
1.
짐꾼은 백령신군의 제안에 대해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로 폭군을 찾아가 진의를 여쭈어보시겠습니까?”
“어차피 돌아올 대답은 제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봐요. 그래도 본인의 뜻을 전하는 것이 중요할 테니 짐꾼 당신이 따로 가서 알아봐주세요.”
“직접 알아보지는 않으시는 겁니까?”
“협상대상은 한 명이 아니니까요.”
“사생아왕 말이시군요. 그는 제게도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미지수의 인물이지만 마선을 스승으로 둔 동문인 마가놈이 따르는 시점에서 범상치 않은 자라고 생각합니다.”
“마가놈이 전승에 대해 아는 것이 많기는 했지만 그의 판단마저 신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군요. 그의 안목이 그렇게 대단한가요?”
짐꾼은 마선의 밑에서 제자로 동문수학하던 시절, 그가 기억하는 마가놈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희는 각자 스승에게서 한 가지씩 주특기를 배웠습니다. 저는 도구를 이용한 선술을, 마가놈은 대규모 교전에 특화된 전략전술을. 마가놈이 개인의 무력은 약해도 전술에서는 저보다 더 강합니다.”
“둘 다 INT를 올리는 지능캐 아닌가요?”
“인트…?”
“아, 오해 말아요. MBTI를 물어본 건 아니니까요. 지능을 말한 거예요.”
“주군…? 어디를 보고 말하시는 겁니까…?”
후후.
묵언검객의 입가에 은밀한 미소가 지어졌다.
시청자들을 향한 불통의 아이콘.
소통 없는 방송.
그녀를 향한 수많은 평가를 이제는 그녀도 알고 있다.
방송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이쯤이면 본인도 알고 있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주변에서 해준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 딴에는 나름 의식하고 있던 것들.
평상시의 방송이라면 무시했겠지만 이번 방송은 반요곡의 마지막 방송이자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방송.
그녀 딴에는 최선을 다한 소통시도였다.
…그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만을 제외하면 말이다.
“마가놈이 얼마나 대단하든 결국은 사생아왕과 담판을 지어야 끝날 문제이죠. 그에게는… 직접 차분히 나눌 대화도 있을 테고요.”
사생아왕의 천막.
천막을 넘어서면서 직전에 한 번 겪어본 이질감이 피부를 건드렸다.
‘외부와 단절된 격리공간. 폭군이 갇힌 결계에 들어온 기분이네요.’
나름 영리한 수작이다.
평범한 천막으로 위장한 귀물.
이 공간에서라면 천막 외부에서 어떤 습격을 당하더라도 천막 안에서는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직도 절 그렇게 부르는 건가요.”
“귀부인은 왕께서 인정하신 유일한 여성이니 어머니라 불려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왕자. 마가놈.”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오른 반가움의 기색.
그 너머에 감추어진 약간의 긴장감.
“두 사람은 꼭 우리의 마지막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하는군요.”
이름을 불리며 잠시 거두어졌던 긴장감이 배 이상 무겁게 되돌아왔다.
“평화협상.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은 건 어머니가 아니십니까?”
“폐하. 지금은 그런 말씀을 하시면…”
마가놈의 성가심은 짐꾼에게 경고로 들었다.
짐꾼이 폭군을 만나러 간 이상, 귀찮게 마가놈과 지혜겨루기를 할 생각은 없다.
따악.
손가락을 튕겨 방음기막을 친다.
마가놈이 내뱉는 소리가 그의 주변공간 너머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목을 잡고 허둥지둥하는 마가놈에게 일러주었다.
“저는 사생아왕이 아닌 왕자를 만나러 왔어요. 괜한 방해는… 원치 않아요.”
끄덕끄덕.
알았으니 제발 좀 풀어달라는 마가놈의 애원.
우는 고양이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은 보는 체도 하지 않았다.
그의 지혜는 성가시다.
사생아왕을 구워삶을 때까지는 조금 더 묶어둘 필요가 있다.
“왕이 아닌 왕자… 매듭을 지었다고 했지만 과거를 떨쳐내지 못한 것은 어머니도 마찬가지셨군요.”
여지없는 협상은 맺어질 수 없다.
그렇기에 꺼내보았다.
왕자가 그리워하는 옛정을.
그런데 이 왕자.
내 생각보다 상태가 더 나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평생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어머니. 제게 시집 오십시오.”
“…?”
어머니인데 시집…?
이 녀석, 어머니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2.
광고재생.
매드무비재생.
툭하면 튀어나오는 억까 패턴에 면역이 있는 시청자들은 채팅창에서 발광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보다 건설적인 고민에 들어갔다.
“이거 어떻게 못 뚫나?”
캡슐방송이 시작되기 이전세대인 인터넷방송 세대에서도 광고나 매드무비는 악명을 떨쳤다.
본방을 시작하기 전에 시청자를 모으는 도중, 혹은 컨텐츠를 준비하는 사이사이, 음식을 받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잠깐 동안 틀어지는 광고와 매드무비.
TV프로그램 전후나 사이에 나오는 광고와 같은 수준의 광고라면 괜찮았다.
감안할 수 있는 타이밍이니까.
하지만 어른들의 사정으로 감안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광고가 쏟아지던 시기도 있었다.
통신사의 담합으로 망사용료가 오르거나, 몬스터로부터 통신기지국을 지키는 보안료가 늘거나.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늘어난 유지비용을 방송플랫폼에서는 시청자들이 보는 광고횟수로 전가했다.
컨텐츠가 시작되고 한참 진행되는 도중에도.
화질을 높여서 보려고 할 때도.
밀려나는 영상싱크를 맞추려고 할 때도.
채팅을 칠 때도.
심지어는 포인트토토를 할 때도.
모든 컨텐츠가 얼티메이트 에디션으로 거금의 정액제 코스를 결제하지 않는 이상, 광고를 보며 시간을 허비해야만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당연히 참다못한 시청자들은 광고를 악으로 규정하기에 이르렀으니.
우회. 무시. 강제삭제.
광고재생을 막는 당연한 수단이 탄생했다.
캡슐세대에 이르러서는 그런 구시대의 개발력이 나설 일이 별로 없었다.
주 고객층의 돈이 많기도 했고.
후원수익도 그에 비례해서 커졌고.
기지국을 지키거나 유지보수에 비용이 들지도 않으니 애초에 광고를 볼 일도 극히 드물었다.
그 대신, 얼티메이트 에디션 같은 광고를 없애는 기능도 없으니 캡슐방송에서 광고가 재생되면 꼼짝없이 광고를 끌 때까지 주구장창 봐야만 했다.
그 잔혹한 폭거를 참다못해 여기 한 무리의 시청자들이 가상공간에 모였다.
“운이 좋았군. 우리 광고시러단에 반요곡 엔딩을 본 실력자가 남아있다니.”
“저 사람의 계정을 이용해서 실험한다면 광고를 뚫을 수 있을지도 몰라.”
“우와… 이 녀석, 같이보기로 설정에서 플레이리스트 좀 봐봐. 공략진행도 항목에 엔딩컬렉션 들어가면 이복아카 엔딩에 점핑레빗 엔딩도 있어.”
“뭐지? 쓰레기청소부인가?”
계정접근권한을 허락했던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남의 게임취향은 신경 끄고 광고나 빨리 어떻게 하라고! 니들 나 고로시 하려고 모였어?”
“아차.”
“좋아. 해킹툴부터 빠르게 박아보자.”
시작은 광고재생 변조프로그램의 실행.
게임 자체가 아닌 브이튜브에 삽입된 광고재생 프로그램만 해킹하면 되니 난이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브이튜브 측에서도 자기들 돈줄을 그리 간단히 뚫도록 허락하지는 않았는지 쉽사리 뚫리지는 않았다.
“역시 메인은 이쪽인가.”
“각성능력을 뽐낼 차례가 되었군.”
각성자들은 협력을 모른다.
틈만 나면 서로를 죽여서 힘을 얻으려고 들기도 하고, 소속이 다른 길드끼리 경쟁을 하기도 하고, 수배금이 걸린 빌런으로 지정된 이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소속길드와 진영을 잊고 모두가 힘을 합쳤다.
다중으로 발현되는 각성능력들.
남자의 계정에 광고재생을 끝내는 명령어를 삽입하고 여차저차 광고를 우회해서 본 영상을 열람하겠다는 모두의 꿈과 희망이 담긴 작전이 시작됐다.
성공인가.
실패인가.
지직 거리는 화면의 일그러짐이 심해질수록 더욱 간절히 기도하던 시청자들의 눈에, 마침내 광고를 뚫고 본 게임 영상이 나타났다.
“와아아아아!!”
“해냈다아아!!”
“반요곡이야. 반요곡이 나왔어!!”
광고 우회에 필요하리라 예상되는 각성능력들을 모으고, 자원자들의 능력을 조합하고, 선행연습까지 했다가 반요곡 엔딩열람자만 시청 가능한 제약 때문에 한 차례 시도가 불발로 끝날 위기도 겪었다.
이미 망한 줄 알고 캡슐 끄고 잠수를 탄 각성자들까지 포함해서 남은 이들의 조합은 베스트 조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밑져야 본전.
어차피 못볼 거 시도라도 해보자는 심보였지만…
그게 성공했다.
축제판이 열렸다.
세상 모두가 묵언검객 방송을 못 보는 사이에 그들만 이 비밀스러운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뭘 하고 있을까, 묵언검객은.
시청자가 안 보는 동안에는 어떤 플레이를 할까.
겉과 속이 다른 스트리머.
그 실체를 보고 싶다는 욕망은 시청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볼 법한 상상이다.
반대로 우리 스트리머는 겉과 속이 다른 스트리머들과 달리 일관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트리머는 이럴 거라는 상상.
밥도 안 먹고 이슬만 마시고 다닐 거라는 환상.
공존하는 마음을 품고 한 명의 시청자와 그의 비밀중계방에 모인 광고시러단은 묵언검객의 은밀한 실체를 기대하였다.
-비방에서는 평소에 나쁜 말만 해서 미안하다고 부하들에게 사과하고 다니지 않을까?
-저렇게 착하게 생긴 사람이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지.
-맞아. 원래 방송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묵언검객도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보이는대로 나쁜 악질구미천마검객텐련일리가 없잖아.
보통 스트리머에게 품는 상상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피어나는 이 사람도 일단은 사람일거라는 기대감!
짜아악
그 기대감을 반겨주는 것은 사생아왕의 뺨따구에 날아드는 묵언검객의 불꽃싸다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