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17)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
1.
무릉도원에는 흔히 복숭아향이 만개한다고 한다.
마가놈의 기억 속.
선각자가 사는 곳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새들은 지저귀고 나무는 흔들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복숭아향이 코끝을 간질거리는.
맑은 강물을 따라 복숭아 꽃잎이 흘러내리는 연분홍빛 낙원.
타천경으로 엿본 기억속의 세계.
그곳의 평온함은 도리어 가슴을 차갑게 만들었다.
“아름다움을 모르는 자의 추함은 이해할 수 있어요. 무엇이 아름다운지를 모른다면 무엇이 추한지도 모를 테니까요. 선각자는 그렇지 않았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벗으로 삼았다.
모든 이의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곳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유열을 추구하고.
그럼에도 멸망을 소망한다.
그 기저에 있을 마음은 얼마나 악독하고, 얼마나 잔인해야 하는가.
그것은 무림인의 감수성으로도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지독한 어둠을 내포하고 있었다.
“진정하시지요, 어머니. 지금 화를 낸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분노의 칼날은 적을 확실하게 배제할 수 있을 때까지 아껴야 하는 법입니다.”
왕자의 말이 옳다.
지금은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다.
타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마지막까지 모아 한 순간에 터뜨려야한다.
감정이라는 연료는 허투루 소비해도 좋을 것이 아니다.
한줌의 잿더미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
사박. 사박.
길에 난 발자국을 따라 올라가니, 인계와 선계 사이에 반쯤 걸친 것처럼 선기가 드리운 영험한 산의 중턱에서 선기의 발현이 느껴졌다.
산 중턱에 돌출된 널따란 바위와 그 위에 올라선 정자는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절경을 자랑했다.
도란도란 들려오는 말소리.
대화의 주인은 선각자와 짐꾼이었다.
“어머ㄴ…”
입을 열려는 왕자의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해응응은 전음을 보냈다.
[우리는 마가놈의 기억 속에 들어왔지만 그가 있는 곳에서 나타나지는 않았어요. 이유를 생각해보세요.]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왕자의 눈에 깨달음과 후회의 기색이 스쳤다.
길바닥을 구를 정도로 비참하게 몰락하면 세상물정 모를 신분을 지니고도 눈치가 커질 수밖에 없는 탓인지 금방 실수를 깨달은 눈치였다.
[선각자에게 발각되지 말라고 마가놈이 배려를 해준 것 같군요.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하게 소리를 낸 점, 사과드립니다.] [전음을 보내는 법은 언제 익힌 건가요?] [지금 막 익혔습니다. 보고 따라하라고 시범을 보이신 것 아닙니까?]-더러운 재능충같으니…
-여기 무림인 있음? 전음은 난이도가 얼마나 됨?
-초일류 미만은 흉내도 못 냄
-듣는 건 아무나 들을 수 있어도 보내는 건 공력운용에 숙달되는 절정고수부터 가능
-그것도 최소조건이지 검기 뭉치기 원툴인 범인의 재능으로는 전음 보내기도 빡세. 남들 스크린워치 쓰는데 혼자 노인용 실버회춘폴더폰 쓰는 수준임
-실버회춘폴더폰ㅇㅈㄹㅋㅋㅋ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뇌절드립은 평소와 같았지만 그 화력은 평소의 반에 반만도 못했다.
매드무비를 뚫은 사람도 하나요, 그 하나의 시점을 공유해서 방송을 보는 이들도 원체 적기도 하거니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면 스승님께서는 모든 요력의 말로가 로 귀결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요괴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 더 큰 힘으로 세상을 집어삼키는 것이 전부일진대 를 통해서든 을 통해서든 결국은 세상을 집어삼키는 종말로 귀결되느니라.”
하얀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선각자와 그의 앞에 앉은 젊은 시절의 마가놈.
지금의 소심하고 세상풍파에 찌든 모습과 달리, 젊은 시절의 마가놈은 훤칠하고 말쑥한 모습에 귀한 집 자식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외모는 보기가 좋았지만 그의 얼굴에 드리운 심각함은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일전에 말씀하셨지요. 요술은 요력을 이용한 전승을 선술로 사역한 것이라고. 하면 요술의 극의 또한 종말이라는 말이십니까?”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우치는구나. 네 모자란 사형보다는 네 자질이 훨씬 낫도다.”
“자질이 뛰어나다한들 종말을 부르는 힘을 사역할 뿐이라면 전략과 전술을 공부함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오랜 수양이 덧없게 느껴집니다.”
선각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아해야, 아해야. 어찌 그리 생각이 짧느냐. 세상의 끝이 정해졌다고 숨을 쉬지 않는 생물이 있더냐? 멸망의 앞에서도 한 줌의 식량을 두고 다투는 것이 모든 짐승이 타고난 운명, 하늘이 점지하고 안배한 운명이니라.”
종말을 부르는 요괴가 있다면 종말을 부르는 힘을 사역하는 요술과 선인도 있다.
마땅한 이치.
자연한 섭리.
그러나 마가놈의 눈은 거칠게 떨렸다.
선각자의 가르침에서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감히 여쭙기 두려우나 하나만 더 묻고자 합니다. 제자의 물음에 답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두려워 말거라. 내 너의 스승 되는 몸이거늘 어찌 가르침을 청함에 두려움을 보이느냐.”
“신선이란 세속에 몸담지 못하는 자. 재앙을 부르는 요괴를 몸소 막을 수 없기에 이렇게 제자인 선인을 길러 재앙을 상대할 요술을 가르친다 생각했습니다.”
“허허. 벌써 이 스승의 뜻을 헤아리느냐?”
“하오나 인간의 몸으로 강대한 요괴들이나 다룰 종말급 요술을 펼친다면 인간의 몸으로는 그 힘을 버틸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선각자와 마가놈의 대화.
그것은 요력과 요술의 궁극의 지향점인 에 대한 논의였다.
그리고 마가놈은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타고난 영민함으로 깨닫고야 말았다.
인간은 이 힘을 다룰 수 없다.
다룬다면 필히 멸할 것이다.
“네 나이가 올해로 열아홉이었더냐.”
“그렇습니다.”
“이만 하산할 나이가 되었구나.”
“스승님? 제 물음이 혹여 심기를 거스른 것입니까? 그래서 저를 내쫓으시려는 겁니까?”
“오해하지 말거라. 네 운명을 스스로 깨우쳤으니 길을 열어주려는 것뿐이다.”
선각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제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보아라. 선기의 구름이 걷히거든, 이 높은 산 아래에 개미처럼 우글거리는 요괴들의 지옥이 현현한 광경을. 인세는 지옥이요, 작금의 시대는 요괴천하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지옥에서 어린 저를 거두어 전술과 선술을 가르치신 것을.”
“네 말대로 요괴천하의 끝은 결국 종말의 힘을 사역한 강대한 요괴의 출현과 종말의 힘에 무너지는 세계일 것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지.”
그것은 대요괴의 요괴왕으로의 등극과 세계멸망을 암시한다.
만요의 끝에 군림할 최후의 요괴.
대요괴가 지닌, 그를 요괴왕의 경지까지 상승시킬 전승의 끝에는 그 이외의 모든 생명체의 최후를 예고하고 있으니까.
플레이어가 없다면 틀림없이 이루어질 미래.
반요곡에 안배된 예정된 최후이다.
“종말급 요술을 쓰면 너는 죽을 것이다. 그것이 두렵다면 그만한 요괴가 탄생하는 것을 저지하면 되지 않겠느냐.”
“불민한 제자의 실력으로는 감히 현 시대 최강의 요괴를 격퇴할 자신이 없습니다.”
“어찌 힘만이 답이겠느냐. 지금껏 배운 지식을 써보아라. 백령신군을 도와 대요괴를 친다면 네 운명도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
멸망의 운명에서 한층 더 나아간다면.
전면에서 한 걸음 물러선 은둔자.
폭군이 등장하여 인류의 존속을 건 승부에 나선다.
그 끝은 언제나 패배.
동시에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모든 인류의 사멸로서 이루어지는 희망이 있다.
주회플레이.
모든 기억을 지닌 채 되풀이되는 ‘다음 회차’라는 희망이.
선각자는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마가놈은 모른다.
다음 회차의 존재를.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스승님. 하산을 앞둔 제자가 마지막으로 청하겠습니다. 제 손으로 펼쳐야 할 요술의 흉험함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마가놈 나름의 발악이었다. 한 번이라도 눈으로 본다면 보다 상세히 익힐 수 있다. 요령껏 잘 펼치면 금단의 종말급 요술을 사용하고도 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얄팍한 계산을 읽지 못할 선각자가 아니건만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양손을 제 가슴높이로 들어 도복자락을 펄럭거렸다.
“세속에 직접 관여한 것이 아닌 제자를 향한 가르침이라면 스승께서도 천기를 한 번은 속이실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제자의 마지막 부탁이라면 스승으로서 어찌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나. 지켜보아라.”
해응응은 보았다.
마가놈의 눈이 선각자의 손의 움직임이 아닌 요술의 기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음을.
‘엄청난 운용법이군요.’
기혈의 순환을 다중으로 꼬아 순환철도처럼 연결하고 분리하며 가동하는 칠해무원심공과 반어심공의 동시이중발현.
그를 통해 발산되는 해남파 무공 이천비어검.
결전오의 경파호야鯨波呼夜.
거대한 파도가 밤을 부르는.
검기의 벽으로 하늘을 닫을 것처럼 일으키는.
경이의 영역에 달한 한 수.
마크2의 손을 통해서도 대요괴토벌전에서 펼쳐졌던 한 수에 비견되는, 인체의 생사현관과 기혈을 관통하는 거대한 운용법.
확실히 무림인도 아닌 자가 이를 뛰어넘는 고난이도 요술을 사용하려 들었다가는 절명을 피할 길이 없어보였다.
선각자가 종말급 요술을 사용하는 순간 마가놈이 죽을 것이라 경고한 것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마가놈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었다.
선각자가 요술을 발동하는 순간, 해응응과 왕자는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선각자의 손이 가리키는 대상이 허공이 아닌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왕자로 바뀌었으니.
이미 그들의 접근을 눈치 챈 선각자가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가 단숨에 그들에게 살수를 펼친 것이다.
‘대단하기는 하군요. 그런데… 왜죠? 어디서 많이 본 기술인 느낌이 드는 이유는.’
다가오는 브레스를 보며 왕자는 사색이 되었지만 해응응은 어딘지 모르게 남의 일처럼 초연하게 고민에 잠겼다.
왠지 모르게 기시감이 든 탓이다.
위협보다는 정겨움이 드는 기술.
왠지 그 구조마저도 익숙한 탓에 막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대체 저게 뭔데 이리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녀는 긴가민가했지만 시청자들은 만귀재액을 한 번 보자마자 그것이 무엇을 닮았는지 떠올렸다.
-이거 매드무비에서 간간히 나오던 기술 아님?
-아니 그거잖아 그거 검투사키우기 스승님
-어? 악룡 아지사하브?
-ㄹㅇ 방사능브레스 닮았네
-이게 왜 진짜임
검투사키우기의 악룡 아지사하브.
그녀의 성명절기인 첨단문명을 석기시대로 되돌리는 종말급 기술, 방사능브레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