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22)
1.
대요괴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심기를 거스른 자를 먹어치워 전승과 힘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녔다.
대표적인 전승이 바로 .
대요괴 세력권의 수도였던 과 을 하루아침에 증발시킨 어마어마한 전승이다.
“대요괴를 물리치려면 우선 그 무자비한 포식스킬부터 저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지하에 대결계를 펼쳐 외부의 힘이 내부에 닿지 않도록 손을 썼지.”
“잘됐네요. 우리가 거주해서 살면 좋겠어요. 여름냉방이랑 겨울난방은 어떤가요?”
“…사시사철 지금 정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그게 중요한가?”
“거주지역인데 당연히 중요하죠.”
“조건이 좋으면 원주민인 우리들에게 이주비라도 지불해줄 셈인가?”
반쯤 비꼬듯이 묻는 밤의 일족의 왕.
잘 살던 집에 군대가 쳐들어와 얻어맞은 심정이 곱지는 않겠지만 뻗댈 상대를 잘못 골랐다.
“살릴 지하요괴의 자릿수가 달라지긴 하겠죠.”
“…그럼 우릴 죽일 셈이었나?”
“딱히 살려둘 이유도 없었잖아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대요괴가 죽으니 요성의 나쁨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악독한 인간이 나타났구나!’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살 것도 아니면서 요모조모 꼼꼼하게 입지조건을 살펴보는 해응응.
“다른 필드와의 접근성은 어떻죠?”
“식량산출량은 어떤가요.”
“수련장은 몇 평이죠?”
“온천 있나요?”
“그럼 딸기우유도 없단 말인가요? 완전 구리네요.”
-아ㅋㅋ 딸기우유는 중대사항이지
-그래서 해남파에는 온천 있음?
-놀랍게도 있음
-??? 서울 한복판에???
-무공의 힘으로 열탕으로 뎁힘
-ㅁㅊㅋㅋ
-무공 이 개적폐기술 대체 못하는 게 뭐야!!
청문회 뺨치는 괴롭힘에 가까운 질문공세에 진땀을 흘려가며 시달린 보스.
질문공세가 끝나자 잠깐 사이에 초췌해진 안색이 아주 봐줄만했다.
“미로를 힘으로 부수지 못하게 만든 것도 그 결계를 이용한 보호조치의 일환이었군요.”
“그냥 죽여라… 피라미드가 뭔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뭔지 그놈의 불가사의가 뭔지도 알고 싶지 않으니까 제발 그냥 곱게 죽여만 달란 말이다!”
“싫어요. 당신들은 노동계급으로 굴러줘야겠어요.”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가 있는가! 노동이라니, 그런 건 지상에서 납치해온 노예들에게나 시키는 비천한 일이거늘!”
“시끄러워요. 당신들한테는 이 정도 자비도 감지덕지한 수준이라고요.”
-진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쓰레기들의 대결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노예가 뭐요?? 불쌍함 압수
밤의 일족의 히든보스 은 인성논란이 불거지며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잃었다.
“그래서 당신들의 준비라는 것은 지하대공동에 펼친 대결계 하나가 끝인가요?”
“그럴 리가. 공격에 사용할 수단도 제대로 준비해두었다.”
암흑대공은 검게 물든 불길한 조각상을 꺼냈다.
“이것은 암흑미륵불상이라는 귀물이다. 반요곡의 바깥에서 인간들의 신앙을 얻는 초고대문명의 신격을 숭배하는 우상으로 귀물의 대상이 되는 존재는 아득히 먼 미래의 시간으로 날려버리는 공능을 지녔지.”
“!!”
“이 조각상의 공능이 발동하여 적중하기만 한다면 설령 대요괴라도 당대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사라질 것을 능히 장담한다!”
허접한 보스 주제에 어울리지 않게 굉장한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먼 미래로 지정대상 하나를 날려버리는 귀물이라니.
“용케도 그걸 저한테 쓸 생각은 안했군요.”
“대요괴는 혼자였다. 진심으로 녀석을 따르는 수하들은 드물고 오호대장군 수준이라면 우리 어둠의 일족만으로도 능히 물리칠 자신이 있었지.”
“저희는 다른가요?”
“대요괴만치 악독한 그대가 순순히 당할 것 같지도 않고, 휘하 무장들도 전승이 쌓여 그 저력이 엄청난데다가 물량도 감당이 불가능하지.”
써봤자 공멸을 피할 수 없으니 암흑대공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런 식으로라도 협상에 써먹고 싶었나보다.
“사용법은요?”
“생존보장에 대해 언약을 통한 절대적인 확신을 만들어준다면 그때 알려주겠다.”
나름 영리한 거래였다.
비장의 귀물의 사용법과 일족의 생존을 거래한다.
“당연히 노동으로부터의 해방도 약속받고.”
“다른 제안은 없나요?”
“너희들을 따르는 인간이 많던데 그것들을 노예로 공유하면 좋겠군.”
“더 해보세요.”
“…진짜 해도 괜찮나?”
너무 순순히 발언을 허락하니 도리어 눈치를 보는 암흑대공.
해응응의 눈치를 보다가 그냥 고개를 저었다.
“요구는 충분히 했다.”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네요. 좀 더 빨랐으면 좋았겠지만요.”
구미가 당기기는 했다.
꼬리로 매우 때리고 싶다는 의미로.
“귀물을 바치겠다고요? 필요 없어요, 그딴 귀물.”
“대요괴를 쫓아낼 수 있는 귀물이다만!?”
“그러니 더욱 필요 없다는 거예요.”
암흑미륵불상.
이름만 들어도 수상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미래로 보내버리는 공능.
그걸 하필이면 대요괴에게 사용하겠다?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 또한 있었다.
‘대요괴는 자신의 의지로 전승의 의미를 뒤틀어 먼 미래, 언젠가 필연적으로 요괴왕의 자리에 올라설 것을 확정적으로 보장받았죠.’
그런 대요괴를 미래로 보내버린다?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래에서 예정된 경지에 오른 요괴왕이 탄생하겠지.
요괴왕이나 되는 존재가 자신의 힘과 경지를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라고 못할까.
쫓아내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요괴왕으로 업그레이드 된 대요괴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대요괴조차 그런 데드엔딩이 눈에 선한데 선각자를 상대로 그딴 짓을 쓴다고요? 심지어 수많은 함정귀물을 만들고 반요곡 각지에 뿌린 장본인에게?’
무지도 이 정도로 심각하면 죄가 된다.
“잘못했네. 조건 따윈 걸지 않을 테니 그냥 살려만 주게! 제발!”
결국 암흑대공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그제야 해응응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히든필드 을 정복했습니다.] [히든보스 을 굴복시킵니다.] [밤의 일족을 세력에 흡수합니다.] [밤의 일족이 특권계급에서 노동계급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노예를 부리지 못하며 천시했던 노동을 실시해야 합니다.] [마선토벌전에 참여하지 않는 생명체들이 지하대공동의 대결계 보호효과를 받습니다.]DLC컨텐츠급 종반부 필드에마저 숨어든 교묘한 함정.
귀물의 유혹을 이겨내는데 성공했다.
[묵언검객의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이제는 다음 턴을 맞이할 차례다.
2.
【제 12 턴】
[묵언검객 페이즈(종료)] [사생아왕 페이즈(종료)] [백령신군 페이즈(종료)] [모든 페이즈가 종료되었습니다.] [턴이 종료됩니다.]【제 13 턴】
[묵언검객 페이즈] [사생아왕 페이즈] [백령신군 페이즈] [묵언검객 페이즈가 시작됩니다.]3.
【묵언검객 페이즈】
[세력전략을 선택하십시오.] [이번 턴에는 2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현재 남은 전략선택 횟수는 2회 2회 2회 2회 2회 2회 2회]“…?”
[2회 1회 2회 1회 2회 1회] [1회 1회 1회 1회 1회 1회] [현재 남은 전략선택 횟수는 1회입니다.]멋대로 숫자가 깜빡이며 변경되더니 줄어드는 턴 수.
그 이유는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보옥 타천경의 파손이 예상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앞으로 한 번의 행동횟수 이후 보옥이 파괴됩니다.] [마선토벌전 직전의 마지막 행동입니다.]이것이 마지막 기회.
더 이상의 선택의 시간은 없다.
“시간의 유한함은 언제나 야속하군. 대요괴에 맞서 북벌을 계획할 때에도 늘 생각했었지. 시간이 조금만 더 허락된다면. 조금만 더 기회가 있다면.”
“선각자에게는 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그의 뜻대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때야말로 승산은 사라져요. 부족한 시간에 미련을 가지지 말아요.”
“당당하구나. 인류 최강의 검객이여.”
세력전략선택에 앞선 짧은 여유시간.
해응응은 이 또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평소 백령신군에게 품었던 궁금증이나 풀기로 결심했다.
“백령신군. 당신의 만다라의 꽃잎은 미래를 엿보거나 원하는 미래를 고르는 힘을 지녔죠.”
백령신군의 어깨 위에 걸린 꽃잎이 당장이라도 흩날릴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것을 찾고 있나.”
“그래요.”
“보고 싶은 미래라도 있는가?”
“아니요. 그저 궁금했을 뿐이에요. 당신의 만드라에서는 선각자가 어떻게 보였을지.”
“그는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다.”
“…한 번도요?”
“만다라의 꽃잎은 미래를 엿보는 영겁의 꽃잎. 그 숨결이 다하기 전까지는 허공을 누비며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것을 불러오기도 하지.”
“편리한 힘이군요.”
“하지만 볼 수 없는 미래도 정해져있다. 술사의 죽음 이후의 순간이 그렇지.”
백령신군은 다시금 말했다.
자신의 미래를.
“다시 한 번 말하지. 나는 단 한 번도 선각자가 나서는 미래를 보지 못했다.”
술사가 죽은 뒤의 미래는 엿볼 수 없다.
선각자가 나서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두 사실은 명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선각자.
그가 움직일 때, 백령신군은 불귀의 객이 된다.
해응응.
그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번 또한 다르지 않다.
앞으로 남은 한 번의 행동횟수.
그것이 기점이다.
백령신군의 신변에 피할 수 없는 끝이 도래한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새로운 운명의 갈림길이 열렸다.
그것은 플레이어에게 내미는 인형인간의 제안이었다.
【운명의 기로】
[당신은 마선토벌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거대한 기로를 마주했습니다.]①백령신군의 구명을 위한 작전을 세운다.
②백령신군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마선토벌의 작전을 세운다.
③백령신군의 수급을 베어 아까운 꽃잎 한 장이라도 챙긴다.
“…”
선택지 하나가 너무 인성 터졌다.
이 기능은 폭군의 곁을 지키던 인형인간이 발현하는 것이니 인형인간의 생각과 다름없다.
폭군과 함께 지켜보고.
플레이어를 분석하고.
어떤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린 끝에 나온 결론이 저런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약탈이라니.
‘아무리 저라도 적장이라면 모를까 동맹의 목을 느닷없이 베지는 않는다고요.’
구미가 당긴다면 모를까.
그런데 백령신군의 어깨에 달린 꽃잎.
조금 예쁘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전투에서 도움도 못 되고 죽을 것 같으면 꽃잎이라도 챙기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요?’
어쩌지.
표정은 무표정을 고수하는데 꼬리가 풀어진다.
자꾸만 구미가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