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27)
1.
무림에서 고수들의 싸움은 경지가 오를수록 무기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다.
검술.
창술.
권술.
무엇에 기반을 두든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심후한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기공술이니.
-무림의 종말은 기공술에 의해 찾아올 거란다. 무술의 차이는 깨달음의 깊이가 갈라도 기공술의 차이는 심후한 내력이 가를 테니까.
-천마신법이 대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지. 교인들을 핍박하는 황궁과 지방토호들의 힘에 맞서고자 심후한 내공을 지닌 무림인을 필요로 했고, 막대한 내공을 기반으로 하는 무공이 탄생했으니.
-천마신공은 신공 그 자체가 대단한 것이 아니란다. 신공을 배우는 사람이 대단한 거지.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렴. 너는 천마가 인정한 벗이니.
천마 파천린.
그녀가 예고했던 무림의 종말이, 모든 무술의 무덤으로 귀결되는 기공술의 극치가 선각자와 폭군의 사이에서 펼쳐졌다.
막대한 업을 쌓아 만들어진 귀물의 요력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초고농도의 영압이 충돌하는 공간.
이곳에서 약자들은 숨조차도 쉴 수 없다.
생명체의 피부.
호흡기관.
이를 감쌀 기막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신체가 짓눌리고 내장이 으스러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숨에 시체로 전락할 것이다.
‘격을 넘어선 진정한 고수들의 세계에서 격하의 존재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대요괴 토벌전에서도 하등한 요괴들은 전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보스급 요괴들이 아니면 독연 속에 들어올 엄두조차도 내지 못했다.
선각자와 폭군의 영역싸움은 그보다도 한차원 더 높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영기의 충돌이 대기로 확산됩니다.] [레이드보스급 미만의 요괴들이 버티지 못합니다.]힘의 격돌의 여파.
중심지로부터 주변부로 확산된 힘의 일부.
그조차도 간격을 두고 주변에서 대기 중이던 보스급 장수들을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영압의 중심지가 고도의 영압에 침식됩니다.] [월드레이드보스급 미만의 요괴들이 버티지 못합니다.]호신강기를 상시 유지하며 전신을 보호할 수 없다면 생존조차 불가능한 마경이 이곳에 펼쳐졌다.
보스 중의 보스.
최강 중의 최강.
패권주자 급의 절대강자가 아니라면 발을 들일 수조차 없는 영겁의 기운이 충돌하는 중심지에서의 격전은 폭군의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먼 옛날, 내게는 힘이 부족했다.] [거대한 요괴.] [단단한 갑각.] [괴력난신의 신체를 파괴하려면 부족한 힘을 대신할 요소가 필요했고, 오랜 회귀를 함께 하게 될 영혼의 무기를 손에 넣었다.] [시스템 콜 – 귀물 활성화] [시스템 콜 – 파괴불가 옵션 활성화] [시스템 콜 – 만병지왕 옵션 활성화]백색의 열선을 궤적마다 그리며 뻗어나가는 거대한 참격의 연속.
검술은 투박하나 그 위력을 경시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원초의 요괴.
가장 거대하고, 가장 파괴적이며, 가장 불합리한 폭력의 시대.
1대 요괴왕의 시대에 막을 내렸던 자의 참격에는 그만한 힘과 무게가 실려야만 했기에.
“무겁구나. 영산의 선기에 짓눌리는 것 이상으로.”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선각자의 얼굴.
온 몸이 찌그러질 듯이 휘어지던 선각자의 몸체가 돌연 바람이 찬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거대한 근육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형체를 바꾸어 전투에 최적화된 신체를 만드는 신체변환기술, 제 2의 형 – 육괴.
거대화된 그의 신체는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지만, 조금씩 폭군의 공격이 그의 신체의 반대방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한 자루의 대검과 함께라면 부수지 못할 적이 없었고, 가르지 못할 적이 없었다.] [선각자, 오직 네놈 하나가 예외였다.]폭군과 같은 거대한 신체를 손에 넣은 선각자.
그의 몸체에서 돌연 여섯 개의 팔이 더욱 솟구쳤다.
여덟 개가 된 손아귀에 집중적으로 형성되는 도술의 집약체.
그것이 각기 다른 여덟 개의 무기가 되어 세상에 가르지 못할 것이 없을 것처럼 쏘아지던 참격의 폭풍을 받아쳤다.
[적과 동등한 성능의 무기를 여덟 개나 소환할 수 있는 이기적인 전승에 여덟 개의 팔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아수라의 팔의 전승까지.] [영법도아의 제관과 영광의 광채의 방어연계의 뒤에는 언제나 그 가증스러운 공격연계가 가로막았지.]선각자의 입이 비뚤어졌다.
“절절한 자기성찰의 끝에 네가 맞이한 최후란 죽음과 회귀뿐이 아니었던가. 천 번의 목숨을 잃었던 대서사시를 열거라도 할 셈인가?”
결국은 패자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소용없다.
그는 모든 요괴의 어버이.
전승도, 귀물도.
초창기부터 비롯된 강대한 요괴들의 힘과 전설이란 모두 그 자신으로부터 기인한 것.
[천 번의 죽음 속에서 찾아낸 비책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포기하는 것이었다.] [회귀초기, 친우를 죽이고 그의 왕국을 물려받아 힘을 얻었듯이.] [오랜 회귀를 함께 해왔던 나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인 무구를.] [그 안에 깃든 불멸의 위업을.] [어떠한 무기로 자유롭게 다루는 만병의 재능을.] [폭군이라는 이름에 담긴 피로 얼룩진 과거를 함께 해온 검의 역사를 저버렸다.] [시스템 콜 – 옵션 파괴]백번의 참격.
백번의 교착.
만상팔괘의 성능구현 고착화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폭군의 검이 빛을 잃고 무뎌졌다.
[불멸과 만병이 아니면 벨 수조차도 없는 육신.] [내 역사가 곧 나를 겨루는 최대의 난적이 되었을 때, 한때는 마음이 무너졌다.] [여덟 배로 돌려받는 업보가 마치 버려왔던 모든 과거의 앙갚음처럼 느껴졌지.]불멸.
만병.
검에 깃든 역사를 자신의 의지로 버린다.
[페널티 옵션 – 부러진 검 활성화] [페널티 옵션 – 무병지왕 활성화]부러지지 않는 검이 부러지고.
스스로 익힌 검의 초식을 내려놓으니.
한때, 그는 회귀를 포기할 궁지에마저 몰렸다.
선각자의 유희는 끝날 수 있었다.
천번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그조차도 인간 치고는 대단한 정신력이었다고 칭찬할 정도로.
적당히 훌륭한.
적당히 대단한.
적이 건네는 그럴싸한 칭찬을 마지막으로 모든 도전을 끝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폭군의 검이 갈라지는 모습을 본 선각자에게서는 전보다도 훨씬 더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의지를 상실했다.] [폭군의 업을 내려놓고 인세의 종말을 기다렸다.] [받아들일 작정이었다.] [환란도.] [참극도.] [모두 필연적으로 찾아올 미래라면.] [고통 받는 시간이라도 적어지기를 소망하였다.] [오래도록 잊고 있던 과거가 펼쳐졌다.] [인간이 벌레처럼 죽어나가는 모습이.] [기댈 곳 하나 없이 절망하는 이들이.] [나라를 잃고, 영웅을 잃고, 언어마저 잃은 채.] [꿈도 희망도 없이 죽어가는 나날을.]반으로 갈라진 폭군의 대검 위로 초고밀도의 영압이 밀집되고 또 밀집되었다.
“그때 포기하지 그랬나? 그랬다면 백번은 덜 죽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럴 작정이었다.] [내가 버린 친우가 지옥의 한복판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내가 버린 인류가 가장 비천한 소굴에서 잃어버린 희망을 노래하기 전까지는.] [버린 것은 나뿐이었다.] [그들은 어느 회차에서도 버리지 않았다.] [언제나 싸우고 있었다.] [이 세계의 부조리한 폭력과 절망에 맞서서.] [이길 확률 따위는 한 줌도 없을 전장에 올라서며.]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 폭군이 그들을 버릴지언정, 그들은 세계를 버리지 않았다는 말이다!]부서지지 않으며, 미숙하지 않으니.
절대로 꺾일 리가 없을 아수라의 팔과 만상팔괘의 전승연계.
수백 회차에 걸쳐 폭군을 절망하게 만들었던 힘이.
[시스템 콜 – 버리는 자의 투지 활성화]그가 포기한 두 힘의 용량과 같은 크기만큼 커지고.
그가 버리고 희생해온 모든 것들의 무게만큼 무거워지며.
[이 파괴되었습니다.] [이 파괴되었습니다.]선각자의 공격전승연계를 무위로 되돌렸다.
“인정하지. 그때의 너는 최고였다. 자신의 강함에 절망하여 짓눌려 죽을 줄만 알았던, 한 번 수중을 떠나 무대 위로 떨어졌던 버림패가 대마가 되어 돌아왔을 때에는 진심으로 경외의 감정마저 느꼈지.”
마치 수천 년간 선산에서 무武란 무엇인지를 연구해온 무승처럼 경건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선각자.
그의 근육으로 뒤덮인 형체가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수증기에 휩싸였다.
선각자의 신체변환술, 제 3의 형 – 미동.
어린아이의 형체를 띤 그의 모습에 이번에는 폭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움으로 강함을 얻는다. 단순히 더 큰 힘을 위해 작은 것들을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닌, 더 큰 힘을 버림으로서 영격의 상승을 얻음은 실로 신선의 경지나 다름없는 한 수였다.”
그 깨달음을.
수백 회차에 걸쳐 폭군이 연마해낸 도달점을.
선각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그만이 가능했다.
폭군이 이룬 모든 것.
폭군이 버린 모든 것.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 얼마나 숭고한 성취인지.
그 성취를… 어떻게 하면 모방할 수 있는지.
그것은 명백한 【금제】와 【축복】의 적용이었다.
존재 자체도 모르는.
열람하고 설정할 수도 없는.
NPC는 선천적으로 주어진 설정이 아니라면 결코 변경할 수 없을 세계의 가장 근원적인 기능을.
폭군이 먼저 깨우치고.
선각자가 뒤늦게 깨우쳤다.
“900번의 실패에 이어 99번을 더 도전하고도 실패하였다. 이번이라고 다른가?”
폭군은 자신의 오랜 애병의 전승을 바치고 새로운 전승을 손에 넣었다.
버리는 자의 투지.
자신이 쌓아온 것을 상실하는 대가로 힘으로 치환할 수 있는 힘.
그는 이 힘을 이용해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
우정을 지불하고.
국가를 지불하고.
인류의 미래마저도 지불했다.
그러나 그의 길에 더 이상의 번민은 없었다.
선각자를 죽이는 것.
이 길의 끝에만이 진정한 해방이 있음을 깨달았기에.
세상을 버릴지라도.
아니, 세상을 버림으로써.
비로소 그는 선각자의 대적자가 될 자격을 얻었다.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버려왔고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았기에 허락된 전승.
[다르지. 많은 것이 다르고말고.]세상의 환란을 최소한의 개입으로 잠재우고.
후대의 처형자가 시간을 벌도록 유도하며.
본인은 전승에 바칠 대가를 계속해서 쌓는다.
바칠 것은 다 바쳤다고 생각했던 그에게도 대가로 지불할 것이 있었다.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한 번 사라진다고 뇌가 절제되는 것처럼 영원히 상실하는 개념이 아니다.
남자의 가슴 속에 첫사랑의 기억이 추억을 자극하는 순간을 마주할 대마다 무심코 떠오르듯이, 여자의 가슴 속에 우수한 남성 알파메일과의 사랑이 뻔한 남자와의 일상 속에서 유령처럼 떠오르듯이.
한 번 사라졌던 감정도 언젠가 되살아난다.
간절히 바란다면.
그 감정을 품은 이유를 잊지 않는다면.
대가로 지불할 감정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거듭 떠올릴 수 있다.
[많은 것을 포기하여도 언제나 마지막의 한 걸음만큼은 남겨두었다.] [말하지 않았나?] [그 한 걸음의 이름은 회귀였고, 더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운명이 비틀릴 정도로 쌓이고 또 쌓인 대가.
폭군의 일격이 하늘을 가르며 시공을 짓눌렀다.
운명의 특이점.
업 그 자체를 베는 최강의 일격.
그 일격을 저지하고자 내미는 것은 아름다운 사내아이의 탈을 쓴 선각자의 손바닥.
[가 업의 총량에 짓눌려 파괴됩니다.]균열이 일며 산산이 깨지는 선각자의 손.
폭군은 느꼈다.
999번의 실패의 끝에 1000번째의 성공을 거뒀음을.
동시에 생각했다.
세차게 튀는 불똥.
저지되는 일격.
새하얀 미동의 피부 밑으로 드러나는 민낯.
어둠에 물든 선각자의 실체.
그에게도 아직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음을.
“이를 어쩌나. 그 대가, 유희를 알차게 즐기고 싶은 이 노구의 대가보다 부족했나본데.”
[가 로 격상합니다.]한계였다.
여기까지가 폭군의.
선대 처형자 겸 용사가 선보일 수 있는.
반요곡에 속한 전 인류의.
NPC들이 선보일 수 있는 최대치의 고점이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셈을 더해보죠.”
암흑으로 물든 새카만 손바닥에 밀려나던 거구의 폭군과 그의 부러진 검이 밀려나는 것을 멈추었다.
첨예한 대립.
최강자급의 실력자가 아니면 한 번의 호흡조차 허락되지 않는 마경.
초고밀도의 영압의 중심지.
그 인외마경의 한복판에 너무나도 가볍게 한 사람의 걸음이 난입하였다.
“폭군의 업에 이 묵언검객의 업을 더하면 어떨지.”
2대 처형자.
인류의 의지를 잇는 용사.
묵언검객.
그 전설의 이름이.
신화 속의 대전을 벌이는 두 사람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지를 증명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