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28)
1.
폭군의 싸움에는 감동이 있다.
선각자가 만요의 어버이라면 폭군은 만인의 어버이였다.
아무리 그가 인류를 버리더라도.
모두에게 원망 받더라도.
인간과 요괴.
어느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고.
세상 모두의 적으로 분류되더라도.
그는 자신을 향한 인식을 원망하지 않았다.
타인의 시선.
타인의 발언.
타인의 평가.
다른 이에게서 가치를 찾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 일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고 지켜나갔다.
폭군의 도원향.
그것은 오직 선각자의 죽음이었다.
이를 통해서만 비로소 인간도 요괴도 반요곡의 모든 생명체들도 구원받을 것을 알고 있기에.
‘천 번에 걸친 당신의 도전. 결코 헛되지 않았어요.’
그는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힘을 얻었기에 후대 처형자에 대한 희망조차 품지 않았다.
천 번을 되풀이한 자신조차도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가혹한 여정을.
이런 잔혹한 현실을.
풋내기 신참 처형자 따위가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도 이미 한 명의 처형자가 대요괴의 아성조차 넘지 못하고 그의 수족으로 전락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의 한계였다.
최고난이도의 도전에 실패하고, 진정한 구원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선각자가 제공하는 회귀의 편의에 취해 놀아나는 또 다른 꼭두각시이자 장난감만이 늘어났을 뿐.
‘하지만 제가 나타났죠.’
오랜 고독은 종지부를 맞이했다.
혼자만의 싸움에 처음으로 뒤를 지킬 자가 나타났다.
진정한 절대강자가 아닌 한 참여조차 불허하는 최후의 결전, 마선토벌전.
살인적인 초고밀도의 영압의 중심지에 걸음을 내딛고 가뿐하게 들어섰다.
“!!”
폭군과 선각자.
양자의 의식이 동시에 흔들렸다.
“위험하게 됐군.”
[이 정도였나. 네 수준은.]미동의 손바닥 하나를 넘지 못해 밀려나던 폭군의 대검이 도리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승부의 저울이 폭군에게 기울었다.
“아뇨. 이제 시작일 뿐이죠.”
해응응은 걸음을 내딛었다.
단순한 한 걸음이 아니었다.
흘리고 흘린 땀의 무게.
쌓이고 쌓인 무의 깊이.
한 사람이 지닌 업의 총량이 매 순간 시험받았다.
노력은 충분했나.
재능은 충분한가.
이 살인적인 영압에 발을 들일 정도로.
한 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떨어져나가지 않을.
그대에게는 그런 자격이 있는가?
그녀는 걸음으로 증명했다.
차고도 넘친다고.
‘한 세계의 모든 생명체의 명운을 건 최후의 승부. 그 무게를 체감하기에 무림비망록에서의 저로는 부족했겠죠. 그때의 제게는 부족함이 많았으니.’
실력의 부족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도 부족했다.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를 바라보는 절망감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일어서고자 하는 숭고함을 알지 못했다.
고통.
복수.
자책.
그녀가 아는 무림이란 그 정도에 불과했다.
무림인 해응응이 아닌 스트리머 묵언검객.
천마의 위를 공인받은 그녀는 달랐다.
수많은 게임으로 다양한 엔딩을 보았다.
구해내지 못한 세계의 말로를 보았고, 종말 너머에서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이 싸움에 깃든 진정한 업의 의미를 오롯이 이해했다.
이해는 무림인의 초상원소조작능력으로 이어졌다.
무형의 기를 축적하고 그 흐름을 조작하며 다양한 사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능력, 내력.
심후한 내공을 원하는 상황에 원하는 속성이 담긴 힘으로 분출하여 사용하는 능력, 기공술.
내력을 기공술을 통해 발산하는 과정에서 경지에 달한 무림인은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자연에 만연한 기의 존재, 자연지기를.
그 기운이 어떤 속성을 지녀서 자신을 배척하고, 어떤 활용을 해야만 자신의 뜻을 따라줄지.
검계劍界의 확장.
영적 채널링Spiritual Channeling.
이질적인 기운을 자신의 기운과 동화시킨다.
그 뜻을 신체에, 사물에, 공간에 새긴다.
그 과정을 통해 그 공간은 무림인의 것이 된다.
작게는 반경 2m.
넓게는 반경 수십km.
멸망해도 되돌리면 그만일 헛된 세계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건 의지가 세계를 감동시킨 결과.
폭군이 쌓아올린 버림의 역사는 그의 숭고한 투쟁에 세계가 감응하며 채널링을 이루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모형정원의 존재의의를 정하며 자신의 뜻을 세계에 각인시킨 결과.
선각자가 지속해온 영겁의 유희는 그의 잔인한 기대에 세계를 굴복시켜 채널링을 이루었다.
두 개의 거대한 축.
그중 폭군의 검계에 해응응이 발을 들였다.
영역에 침투한 불순물.
그것도 무시할 수 없는 업을 지닌 존재.
신경이 분산되고 집중이 깨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탄과 함께 폭군과 묵언검객, 둘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짓이었다.
절대강자와 절대강자의 싸움에 끼어든다는 것은 그만한 위험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폭군은 흔들림을 수습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영역에 침입한 영기에 거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의 사투.
너의 목적.
너의 이유.
존재 그 자체를 이해한다.
마치 또 다른 자신의 자아가 나타나 그렇게 속삭이는 것처럼 자연스레 폭군의 영기에 섞여드는 묵언검객의 기운.
기적처럼 나타난 폭군의 후임은 천 번의 패배를 무릅쓰고 일어선 그와 다르지 않았다.
지닌 무력도.
의식수준도.
마음의 간절함도.
그에 감응하여 세계가 그녀의 뜻을 인정하고 스스로 따르는 영적 채널링 현상마저도.
‘일치했어요.’
두 사람의 기운은 서로를 배격하지 않았다.
의심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두 기운.
그것은 총량의 증대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폭군. 당신은 패배했어요. 승리를 겪어보지 못했죠. 간절함도 분노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승리의 기억만큼은 대체할 수 없죠.’
그 부족함을 그녀가 채워주었다.
이미 수많은 패배를 학습한 세계에게.
선각자의 유희가 보다 견고함을 알려주는 경합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여기, 너희가 찾던 미래가 있다고.
그 미래를 너희에게도 재현해주겠다고.
[동화율이 100%를 돌파했습니다.] [현재 동화율 120%] [현재 동화율 150%] [현재 동화율 200%] [현재 동화율 500%]감각을 증폭시켜 1분 내로 승부를 보는 신속.
그 신속을 다시 한 번 증폭시켜 1초로 끝내는 기술.
스피드마스터의 결전초식, 일광신속.
극한의 속도에 치중한 일격을 해응응은 기의 제어력에 쏟아부었다.
“이건…! 영압의 침식!?”
오래 전, 반요곡을 플레이하며 맞이했던 위기.
사악한 탁기가 체내를 침투하던 기억.
이를 역으로 탈환하였던 순간.
백목귀와의 심상전투에서 그녀는 선보였다.
타자의 정신을 압도하여 집어삼키는 전투를.
지금 그녀가 보이는 영기침식의 경지는 그것과 같은 심득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심공의 극의에 도달한 현상이었다.
[세계를 파괴한 기억이 선각자의 기에 동화를 일으키며 침투합니다.] [세계를 구원한 기억이 침투를 허용한 선각자의 기를 내부에서부터 분해합니다.]그녀의 이해가 닿는 것은 폭군만이 아니었다.
선각자의 입장조차 다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플레이어.
일방적인 쾌락을 위해 파괴되는 미니어처들의 세계.
채찍 시뮬레이터를 종말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플레이어의 천진난만한 악의가 선각자를 이해했다.
[선각자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그것을 선각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게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이냐. 어찌하여 내 기운이 저 자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것이냐!”
거대한 바위도 작은 물방울 하나에 쌓이고 쌓인 균열이 터져 무너진다.
선각자의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도력도 해응응의 기의 발현에 균열이 일었다.
걷잡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다.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것은 장대한 몰락.
그리고 비참한 최후 뿐.
“유희의 끝에 이계로의 초대를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대로 나를 죽일 작정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제 상대는 한 세계의 지배자. 지금의 당신에게 그만한 자격은 없어요.”
스스로가 쌓아온 업에 죽는다.
인과응보.
오래 전에 마땅히 치러져야 했을 최후를 오늘에서야 폭군의 손을 빌려 함께 고한다.
“무너지세요, 마선.”
그대로 자신이 일으킨 영압에 짓눌려 죽어라.
그녀의 의지에 떠밀리기라도 하듯 점점 균열이 커지며 끝내 피부가 흉하게 무너지는 선각자.
아름다운 미동의 형상은 온데간데없이 피투성이가 된 그의 신체가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아악!!”
최후의 장벽으로 폭군을 오래도록 압도해온 적.
선각자의 신체변환술.
제 3의 형태, 미동.
그 가증스러운 형상이 산산이 깨졌다.
이겼다.
해냈다.
벅찬 기쁨마저 힘으로 전환하여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검을 내지르는 폭군.
그 치밀함이 순간의 변수를 간신히 억제했다.
이 순간을 맞이하기 전까지 짐꾼이 가장 경계하였던 현상이 엄습했다.
산산이 터진 피부가 봉합되고.
폭발하며 흩어진 피가 도로 채워지며.
붕괴하였던 영압의 경계가 미동의 형상으로부터 다시금 방출되었다.
“미천한 개미와 다를 바 없는 것들이 감히 불멸을 이룩한 마선을 물리칠 수 있다 믿었느냐!!”
죽여도 죽지 않는다.
그의 심장.
생명의 원천.
신체의 외부, 세계 어딘가에 감춘 라이프베슬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찾아낼 수 있겠느냐? 마선 최대의 비술을. 폭군의 운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동요하는 폭군의 기운.
그 흔들림을 바로잡으며 해응응은 말했다.
“읽을 수 있어요. 모든 현상은 기로부터 비롯되죠. 그의 신체에는 아주 작은 한 가닥의 실이라도 이어질 거예요.”
“!!”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세요.”
폭군의 입에서 난폭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선각자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