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
〈 63화 〉 63 SOUND ONLY
* * *
1.
명호동을 떠들썩하게 만든 몬스터 공습경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소란도
해가 밝을 무렵에는 끝을 맞이했다.
“각조 인원보고 진행해.”
“1조! 총원 열! 현재원 열! 점호준비 끝!!”
“2조! 총원 열! 열외 하나! 현재원 아홉! 열외내용 부상자 하나! 점호준비 끝!”
“3조! 총원 열둘! 열외 다섯! 현재원 일곱! 열외내용 부상자 셋! 사망자 둘! 점호준비 끝!”
“4조! 총원 열다섯! 열외 아홉! 현재원 여섯! 열외내용 부상자 셋! 사망자 다섯! 실종자 하나! 점호준비 끝!”
경비조장들의 보고를 받던 경비대장이
사납게 인상을 구겼다.
“실종자? 뭐하는 새끼야.”
“실종자는 4조 조원 최호필! 입니다!”
“최호필. 설마 2조에서 내려간 그 꼴통새끼?”
사고만 안쳐도 알아서 라인 잘 타고
출세가도에 올랐을 녀석이
발정 난 몸 하나 조절 못해서 사고치고
무려 부길드장의 엄명으로
단단히 찍혀서 경비대 끝자락까지 밀려난 등신.
그 한심한 이름이 다시금 들리자
경비대장 이명훈이 화를 꾹 참으며 물었다.
“그 새끼 관할구역 띄워.”
“관할구역 정보 올렸습니다!”
“이 새끼를 왜 여기다 배치했어?”
편의점 알바녀한테 껄덕거리다가
우연히 가게에 있던 각성자한테 찍혀서
개망신을 당한 녀석이
관할구역에 같은 편의점을 두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구역분배였다.
“저, 그게…. 최호필 조원이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 가까운 곳으로 바꿔달라는 말에 제가 관할구역을 임의로 바꾸었습니다.”
빠악!
솥뚜껑만한 손바닥에 뒤통수를 맞은 4조 조장이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바닥에 엎어졌다.
“이거 완전 꼴통집합소 아니야? 니들 뭐야. 부길드장한테 돈 먹었어? 이명훈이 엿 먹이라고 김창식이 심어둔 스파이냐고 묻잖아!”
명호길드.
A급 각성자 이명호의 주도 하에 세워진 길드.
부친인 이명호를 따라 각성한
이명호의 아들 이명훈은
경비대의 대장인 경비대장 직을 맡고 있지만
길드의 실세인 공략대는
부길드장이자 길드 내 2인자로 공인받는
김창식에게 붙어
파벌싸움에서 그 세가 크게 밀리고 있다.
차기 길드장 자리를 두고
가뜩이나 내부경쟁에서 밀리는 와중에
최호필이라는 얼간이 경비병까지 설치며
단단히 망신을 당한 몸.
같은 수치를 두 번이나 겪을 수 없다는 이유로
이명훈은 당장 편의점을 중심으로
경비대의 집중수색을 명령했다.
2조 조장입니다. 최호필을 찾았습니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데 경비대장님이 직접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협회 가드라인과 짐꾼들이 즐비한 대로변.
길드의 수치를 협회에 알려 좋을 건 없으니
조용히 골목길로 들어가자
이미 골목길에서 작업하던 짐꾼들을 쫓아낸
경비 2조 조장이
쓰레기통 뒤로 그를 안내했다.
“이 새끼 이거 상태 왜 이래?”
“옷 안쪽이 걸레짝이 됐습니다.”
“뭐 몬스터한테 씹히기라도 했어? 이 바닥에서 험한 꼴 보는 게 어디 한두 번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최호필의 옷가지를 창으로 툭 들춰낸 그는
다리를 엉거주춤 오므리며 말했다.
“얜 진짜 심하네.”
차마 그 꼴을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로
제대로 작살이 난 최호필.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될 만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에
이명훈이 혀를 찼다.
“모르핀 꽂아.”
“예.”
“끄르륵…!”
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되자
겨우 고통이 가셔서 정신을 차린 최호필.
“최호필. 정신이 드나?”
“겨, 경비대, 장님.”
“뭐에 당한 거냐.”
“제, 제발 죽여주세요. 아파… 너무 아파요… 어흑흑…… 제발 저 좀 죽여주시라고요.”
“그래 이 새끼야. 편하게 보내줄게. 근데 갈 때 가더라도 복수는 해야 할 거 아냐. 누구야. 누가 너 이렇게 만들었냐고.”
“아아악! 아아아아악! 오, 오지 마. 제발 그 우산 좀 치워어어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발작을 일으키다가
개거품을 물고 쓰러진 최호필.
맥을 짚은 경비2조 조장이 고개를 저었다.
“우산 든 놈이 범인이다 이거군. 사람새끼 짓이고. 게이트 공습이 일어난 틈에 우리 앞마당에서 우리 길드원을 건드렸어. 그것도 경비대 소속을.”
최호필은 차라리 죽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머저리 같은 녀석이었다.
사이가 좋은 동료도 없고
일처리도 시원찮고
그저 연차가 쌓이고 인맥 빨로 잘나가던
충분히 대체가능한 하급 각성자에 불과했다.
그의 죽음은 길드에
어떠한 손실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명호길드의 길드원이었다.
“손속이 잔인한 상대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몬스터는 손속이 얌전하냐? 개소리 집어치워.”
“죄송합니다.”
“밖에 협회 녀석들. 어디서 꼬인 것들이야?”
“협회소속 C급 각성자 우지우가 마석수거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그 새끼부터 파헤쳐.”
대로변도 골목길도 모두 몬스터 시체가 즐비한
압도적인 실력자가 다녀간 흔적이 역력한 공간.
최호필을 박살 낸 가장 유력한 각성자는
현 시점에서 우지우밖에 없었으니.
협회의 감시대상에서 풀려난 우지우는
자유의 몸이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명호길드의 감시대상이 되었다.
2.
“두 분 마석은 제가 협회를 거쳐서 대신 수거해드리겠습니다. 마석이 미심쩍다고 해도 일단은 돈 아니겠습니까.”
우지우는 기어이 마석수거등록을 대신 진행했다.
해응응은 마뜩찮아 했지만
이해찬이야 귀찮은 일을 대신 해주고
돈도 벌게 해주겠다는데
구태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장님이 미쳤나봐요. 현장 사진을 보여줬는데도 계속 남아서 편의점 지키래요.”
“편의점은 걱정 말고 가셔도 됩니다. 마석수거도 겸해서 이 구역은 저 거미인간 우지우가 철통같이 사수하고 있겠습니다.”
우지우의 호의에 힘입어
편의점 문을 닫을 수 있게 된 주아영.
[일단 다른 동네로 가요.]“정말요? 언니는 몬스터도 더 잡을 수 있잖아요. 길드 눈치 안 보고 게이트 안 들어가도 몬스터 잡고 레벨 올릴 기회는 흔치 않은데….”
[따로 생각이 있어서 그래요.]좀처럼 제 의견을 내는 일이 없는
게임 외에는 세상만사에 무관심하던 해응응이
직접 전할 말이 있어보이자
주아영은 아쉬움을 무릅쓰고 뒤따랐다.
이해찬 또한 모처럼 찾은 묵언검객과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자연스레 함께 따라갔다.
다른 동네의 카페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
스크린폰을 펼쳐
명호동의 추이를 지켜보던 주아영이
속보기사를 띄우며
간신히 안도하였다.
“저 알바는 안 잘릴 것 같아요. 명호동 공습경보는 끝났고 동네에 숨은 몬스터들 없애는 소탕작전 진행 중이래요.”
겨우 한 시름 놓고
디저트에 커피를 시키며
허기진 배를 채운 두 사람.
“언니는 뭐 안 드셔도 괜찮아요?”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아요]“그래도 뭐 좀 드세요. 언니 덕분에 각성한 기념으로 오늘은 제가 쏠게요.”
“그거 저도 얻어먹는 겁니까?”
“좋아요. 선심 썼다. 유명 스트리머 만난 기념으로 한 턱 쏠게요.”
“하하, 괜찮아요 괜찮아. 그냥 해본 소린데요. 저 돈 많이 법니다.”
“그냥 받아요. 저 아무 때나 밥값 쏘는 여자 아니에요. 원래는 밥도 편의점 폐기도시락으로 때우던 사람이거든요.”
“아니 그걸 얻어먹으면 내가 너무 쓰레기 되는 거 아닙니까?”
“진짜 일생일대의 결심이거든요? 사준다고 할 때 드세요. 부자 기분 좀 내보게.”
주아영의 통 큰 선언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이해찬도 미소를 지으며 캠코더를 들었다.
“그럼 저도 답례를 안 할 수가 없죠. 인터넷 스타 되 볼 생각 없어요?”
“스타요?”
“백만유튜버가 찍는 인터뷰. 여기 나올 기회도 흔치 않거든요. 돈 준대도 아무나 안 찍어주는 건데. 출연하고 싶지 않습니까?”
이해찬의 권유에 주아영이 눈을 빛냈다.
“저 할래요! 무조건 할래! 언니는 어때요?”
원래는 각성과 상태창에 관해
따로 주아영과 나누려던 이야기가 있었지만
모처럼 신이 난 주아영의 모습을 보니
해응응도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있으니
그녀도 조금은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아영이를 봐서 조금이라면요.]“두 분 모두 동의하신 겁니다?”
“아, 잠깐만요.”
주아영이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는
손바닥을 들어 촬영을 막았다.
“인터뷰는 되는데 영상은 곤란해요.”
“왜 안 됩니까?”
“겨우 지긋지긋한 사극복 벗기고 언니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는데 인터뷰 타서 복장이 또 눈에 띄면 곤란해지잖아요.”
가벼운 고민거리라거나 단순한 변심이라면
얼마든지 구슬리고 해결할 자신이 있었지만
저런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는
이해찬도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언니가 어렵게 산 옷이 전부 물거품이 되잖아요. 그럴 바에야 그냥 저도 인터뷰 안 할래요.”
[아영이가 인터뷰를 안 한다면 저도 인터뷰는 안 해요.]사이좋은 두 여자가
나란히 인터뷰 거절의사를 내비치자
이해찬이 화들짝 놀라 만류했다.
“영상 뺍니다! 사운드만 딸게요. 됐죠?”
이해찬이 생각하기에도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묵언검객을
영상인터뷰 하나 욕심내서
곤란하게 만드는 건 조금 그랬다.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너무 딱딱하게 진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녹방이라 다 편집 들어가니까요. 그냥 편하게 대답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이해찬은
목표로 했던 묵언검객과의 대면에 이어
인터뷰 따내기라는
계획에 없던 초과목표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신나게 인터뷰를 따고 나서
음성녹음본을 편집자에게 보낸 뒤
돌아오는 편집자의 답장을 보고 나서야
이해찬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웬수놈 : 형 미쳤어요?
웬수놈 : 소리만 줘놓고 대답은 필담으로 받으면 어쩌자는 건데
이해찬 : 아
웬수놈 : 이런 븅..
이해찬 : 븅?
웬수놈 : 븅.. 븅.. 븅신새끼야! 감봉이고 나발이고 형은 욕 좀 먹어야 돼. 대답이 없는데 편집을 뭐 어케 하라는 거야!
어쩐지 방송에서는 그렇게 악질인 여자가
순순히 인터뷰에 응해주더라니.
이런 악질적인 함정이 숨어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인터뷰는 했고
대답도 분명 두 눈으로 봤지만
브이튜브 영상 사운드에는 답변이 못 올라가는
골 때리는 사태에 처한 것이다.
묵언검객.
그녀는 현실에서도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참 한결같은 악질 스트리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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