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1)
1.
조화경의 고수는 흔히 한 세계의 신 내지 신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세계가 그 힘과 권능을 인정하여 스스로 따를 정도이니, 자신만의 분야에 한해서는 전지전능이라는 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유희의 시간은 끝났다.”
세상을 만끽하는 유희자, 선각자의 자아가 소실된 마선의 본체도 그만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종말급 공세의 너머.
묵언검객이 전성기를 능가하는 힘을 거머쥐기 무섭게 살인적인 도술연계로 그녀의 힘을 경감시켰다.
“이계의 신선이여, 오랜 유희를 방해한 건방짐의 대가를 치러라.”
연이어 허공에 떠오르는 특대규모 도술로부터 나타난 것은 무려 초대 요괴왕과 2대 요괴왕의 소환.
과연 한 세계의 오래된 지배자다운 저력이다.
불야성의 도시의 주인, 몽마들의 여왕.
그녀가 소환했던 2대 요괴왕을 해응응은 한 번이나마 직면한 적이 있었다.
[경고. 경고.] [역사로만 전해져왔던 고금제일의 요괴의 편린이 불야성의 도시에 강림합니다.] [경배하십시오.] [세계의 지배자이자 가장 깊은 밤의 주인의 과거가 눈을 떴습니다.] [경천동지惊天动地] [오뢰굉정五雷轰顶] [화종천강祸从天降] [하늘이 진동하듯 격렬한 천둥과 번개가 따르니, 그야말로 밤의 제왕, 요괴들의 군주의 행차입니다.]한 순간의 등장만으로도 절대강자의 위압감을 발산하던 엄청난 존재.
그것을 몽마들의 여왕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제물이 담아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지극히 한정적인 조건과 짧은 시간동안만.
오직 단 한 번만 허락된 미미한 힘으로 탄생한 존재가 발휘하던 고금제일의 일격.
당시 최강의 기술 둘을 합쳐 상승작용을 일으켰음에도 가볍게 그 힘을 찢어버리며 조금만 더 강림이 길었어도 능히 그녀를 죽일 수 있던 절대적 존재.
그가 강림하였다.
등장만으로 대기를 촘촘히 옭아매던 마선의 흑도술들이 대거 소멸하며 도술연계진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정도의 살벌한 요력.
몽마들의 여왕 때와 달리 온전한 힘을 지닌 채로 강림한 요괴왕은 과연 조화경에 오르고도 그 강함이 예사롭지 않았다.
“전보다는 강해졌군.”
“저를 기억하나요?”
“인간 주제에 진심으로 요괴왕에게 맞서려던 인간은 네가 세 번째였지.”
“…세 번째?”
“한 명은 폭군이라 불리는 사내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나의 반려였던 여인이었지.”
저 강함을 보니 폭군의 용기도 용기지만 그와 몸을 섞고 아이를 낳은 인간왕비에게는 더욱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아주 조금만 힘조절에 실수해도 능히 인간 따위는 고깃덩어리로 전락시킬 수 있는 존재와 몸을 섞고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
제정신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치 인간이 거대공룡과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보기만 해도 불안해질만한 조합!
‘왕자가 간덩이가 부어서 제 말을 듣지 않았던 것도 이렇게 보면 납득이 가네요.’
아버지가 저 무시무시한 요괴왕인데다가 어머니마저도 저런 요괴왕을 남편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대단한 용기를 지닌 자.
한 번 자기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거든 반드시 해야만 직성이 풀릴 핏줄이다.
“마선 따위에게 고개를 숙이기엔 자존심이 상하지 않나요?”
“인과의 문제다. 정명한 인과가 있는 자가 술법을 사용한다면 그 뜻에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지. 그것이 아무리 기초적인 언약에 근거한 도술이라도 결코 예외는 없다.”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고르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금제를 지녔군요.”
2대 요괴왕의 말에서는 무림의 가장 인생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동자공.
처녀공.
정조를 지키는 동안은 큰 힘을 누리지만 한 번이라도 정조가 깨지는 순간, 그간 쌓은 모든 내력을 상실해버리는 안타까운 족속들.
약속을 어길 수 없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정명한 인과라… 당신이 상대라면 그런 인과를 지닌 존재가 마침 있군요.”
“자격에는 대등한 강함 또한 요구된다. 마선의 뜻을 거스르고 싸우지도 않고 뜻을 접는다면 인과는 따르지 않겠지.”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요.”
해응응이 전과 같은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고금제일의 일격. 당신의 그 기술에 맞서 다시 한 번 겨뤄보죠. 이번에는 도중에 멈추는 것도, 봐주는 것도 없이 끝까지 가는 걸로요.”
“자신은 있는가? 내 일격은 폭군조차도 귀물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목숨만 건졌던 것이다.”
“질 싸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2대 요괴왕의 눈에 무기질적인 살의가 떠올랐다.
기계적인 도살.
무언가에 지친 눈.
그것은 숱한 도전자를 분쇄하며 무림고수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다르지 않았다.
믿지 못하는 것이다.
해응응, 그녀가 자신의 일격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뭐가 됐든 서둘러라. 1대 요괴왕을 짐이 저지하는 동안에!]대요괴, 3대 요괴왕이 1대 요괴왕을 저지하며 2대 요괴왕과 단 둘이 겨룰 기회가 만들어졌다.
기회는 한 번.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
해응응과 대치하던 2대 요괴왕의 눈이 커졌다.
그제야 그도 눈치 챈 것이다.
해응응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리 없는 거대한 변화를.
조화경에 오른 뒤로 한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가는 종합레벨과 그로서 대표되는 격의 크기.
비결은 간단했다.
무공이란 무엇인가.
약자가 강자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낸 무기다.
그 무기는 무엇을 통해 만들어졌는가.
비교대상의 분석이다.
누군가는 다람쥐의 민첩함을 보법에 담았고.
누군가는 멧돼지의 흉포함을 보법에 담았다.
어떤 고수는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의 신묘함을 검 한 자루에 담았고.
어떤 고수는 바다에 넘실거리는 파도의 다채로움을 검 한 자루에 담았다.
동물.
자연지물.
대상은 무엇이라도 좋았다.
그것이 지닌 움직임과 깨달음을 인간의 몸으로 따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무공이 되었다.
‘무공을 배우기에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에요. 깨달음이 있기에 무공이 존재하는 거죠.’
수많은 무림인의 본질적인 착각.
무를 향한 궁구의 자세.
초심을 잃지 않고 조화경의 자리에 올라선 순간.
그녀는 목도했다.
세계에 새겨진 수많은 의지들을.
수많은 요괴들의 흔적을.
인간들의 사투를.
그 전부가 매 순간, 새로운 깨달음이 되었다.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
그것을 요괴라는 새로운 적을 상대하며 넘는다.
요괴라는 생소한 종족.
그들의 존재로부터 새로운 깨달음을 늘린다.
알고 있다. 순수한 힘만으로는 대요괴나 스토커, 파괴자만도 못하다고.
그러나 그 힘을 다루는 방식만큼은 경지통합레벨을 넘어서는 강함을 발휘할 수 있음을 그녀 자신도, 적인 3대 요괴왕도 알고 있었다.
“훌륭하다. 그 일격, 시험해주지.”
태산과도 같이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일격.
용솟음치는 폭군의 우완이 그에 맞서 심검을 전개하였다.
혼자서는 당해낼 수 없는 힘을 폭군의 전승이, 야카샤의 전승이, 괴력의 우완의 전승이, 진명을 바친 모든 이들의 힘이 더해져 제동을 건다.
구구구구궁
천지가 밀리며 어긋난다 싶을 굉음과 함께 반으로 똑 갈라져 창공으로 솟구치는 고금제일의 일격.
살인적인 요력의 힘이 하늘을 가르고 멀리 솟구치니, 우주공간까지도 능히 날아가고도 남을 요력의 줄기가 하늘로 향하였다.
거대한 빛의 기둥이 작은 줄기가 되고, 드문드문 끊기다가 끝내 사라진다.
“꼴이 말이 아니구나.”
“하지만 받아내었죠.”
요력의 강화를 받지 못하는 인간의 몸, 왼팔이 크게 부어올랐다.
고금제일의 일격을 받아내는 대가로 치기에는 너무나도 값싼 부상이었다.
[2대 요괴왕의 을 받아내었습니다.] [대등한 힘을 과시한 당신에게 그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정명한 인과가 주어집니다.]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직접 꺼낼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왕자.”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2대 요괴왕.
자신의 아버지 앞에 선 사생아왕자.
아니, 사생아왕.
그의 눈에 수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왜 어머니와 결혼을 했냐고.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주지 않았냐고.
나를 홀로 버려두고 죽었냐고.
요괴왕비의 독 따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저항할 수 있지 않았냐고.
품어왔었던 오랜 질문들.
묻고 싶었던 많은 말들.
사생아왕은 그 모든 말을 품속에 접어두었다.
“도와주십시오.”
“왜 그래야 하지?”
“어머니께서도 그걸 바라실 테니까요.”
2대 요괴왕의 무심한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떠올랐다. 그 감정은 흥미였다.
“그 어머니란 내 아내를 뜻하는 것이냐. 아니면 묵언검객을 말하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