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2)
1.
사생아왕은 멈칫했다.
어느 쪽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냐.
그 쉬운 말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눈앞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성인이 되어 마주보니 비로소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그가 마주했던 요괴왕은 어머니를 슬프게 만드는 존재일 뿐이었다.
또한 자신을 버리고 비겁하게 생을 마감한 배신자이기도 했다.
차라리 자신도 죽었으면 좋겠다고.
고통뿐인 삶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술에 찌들어 길바닥을 헤매던 시절을 보냈다.
‘술에 빠져 지내던 비참한 나날의 끝에 두 번째 어머니를 만났지.’
두 번째 어머니, 묵언검객.
그녀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었다.
복수를 위한 힘을 키워주었다.
비록 그 은혜를 배신한 것은 자신이었지만.
다시 만난 어머니께서는 과거의 죄를 용서했다.
이 자리에 선 이유?
요괴왕의 도움을 청하는 이유?
당연히 두 번째 어머니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괴왕은 묻는다.
어느 어머니의 이름을 빌려 내게 청할 것이냐고.
압박이다.
나아가 협박이다.
내 눈치를 보지 않고도 그 뜻을 고집할 수 있겠냐는.
“어머니께서는 생전 당신을 사랑했다고 말씀하셨고 당신도 어머니의 뒤를 따라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의 무책임한 죽음이 어떤 희생을 초래했던가.
요괴왕비의 만행이 시작되었다.
대요괴의 인계침공이 벌어졌고.
정말 많은 인간과 요괴가 시대의 혼란에 휩쓸려 비참한 운명을 면치 못했다.
2대 요괴왕이 인간을 첩으로 받아들인 결단이 세계평화를 불러왔다면 그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세계전쟁이 촉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족?
친모?
다른 상황, 다른 장소라면 얼마든지 논할 수 있다.
이곳은 안 된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안 된다.
“어느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으셨으니 확실하게 대답해드리죠. 저는 묵언검객님을 말했습니다.”
2대 요괴왕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뜻을 드러낸 사생아왕.
“그럼에도 네 부탁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은 무책임하게 죽었습니다. 세계도 뭣도 전부 내팽개치고 떠났던 몸입니다. 그런 주제에 마선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계를 멸망시킨다? 웃기지 마십시오. 전부 비겁한 변명입니다!”
틀렸다.
저질러버렸다.
2대 요괴왕이 진노한다면 자신 따위는 일격조차 견디지 못하고 가루가 되겠지.
장례식을 어떻게 치를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분명 전신이 가루가 되어 시신 따위 흔적도 남지 않고 바람에 흩어질 테니까.
“닮았구나. 네 어머니, 우 왕비를.”
“이제 와서 옛 정으로 절 미혹하려 드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인간들에게는 이런 격언이 있지. 피는 못 속인다.”
2대 요괴왕의 눈이 먼 과거를 그리듯 허공 어딘가로 향했다.
“우 왕비도 너와 다르지 않았다. 왕국의 인간들과 자신의 생명.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에 그녀는 자신을 죽이라고 말했지.”
“!”
“그녀의 몸과 마음을 모두 굴복시키고 싶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인간 주제에 고집 하나는 여느 요괴 못지 않았으니까.”
아니, 그 이상이다.
저 어마어마한 요괴왕을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사생아왕에게도 쉽지 않았다.
요력을 얻은 자신도 그럴진대 일개 인간이었던 우 왕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신력이다.
오직 정신력 하나로 버텨낸 것이다.
“…그래서 이제 와서 죽은 어머니의 이름을 꺼낸들 뭐가 달라집니까?”
“많은 것이 달라지지.”
요괴왕이라고 후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 그 어떤 생명체 앞에서도 당당하리라 보였던 그에게도 떳떳할 수 없는 상대는 있었다.
“네 어머니는 지키지 못했다. 너 역시 마찬가지였지. 내게는 요괴왕으로서의 책임이 있었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으니까.”
“…”
“진실은 들었나? 네 어머니가 그리 좋은 사람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인과의 문제였다. 죄를 지은 자, 응당한 대가를 치른다. 우 왕비는 욕심을 부렸고, 죽음을 맞이했지. 그 복수를 갚는 것은 불가능했다.”
힘이 아닌 마음의 문제였으니까.
“지금도 다르지 않다. 네게는 인과가 쌓였다. 죽음으로 도피하며 네가 치렀던 모든 고생. 이 자리까지 살아남아서 올라온 그 집념. 네가 이룬 모든 것들이 한 번의 기회를 허락하였다.”
“!!”
“말하라. 원한다면 네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너만큼은 이 반요곡의 세계 너머, 평화로운 세계로 떠날 수 있게 해주지.”
“제게 도망자의 삶을 살라는 말입니까?”
“그것이 싫다면 너희가 바라는 대로 마선을 적으로 돌리는데 협력해주지. 승산은 모른다. 전부 잃고 헛되이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원하는가?”
확정적으로 안전을 보장 받는 미래.
확률적으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미래.
사생아왕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답하였다.
“마선을 치는데 협력해주십시오.”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피는 못 속이니까. 그겁니까?”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감정을 주고받으며 피어나는 웃음 따위는 없다.
그저 서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실행하고자 움직이는 전사들만이 있을 뿐.
[사생아왕이 쌓아온 인과가 2대 요괴왕을 설득하는데 성공합니다.] [묵언검객이 쌓아온 인과가 사생아왕의 교전이탈을 저지하는데 성공합니다.]역대 최강의 요괴왕.
같은 요괴왕 사이에서도 급이 다른 초절강자인 2대 요괴왕이 마선을 올려다보았다.
마선으로서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요선 묵언검객의 강함이 예사롭지 않아 큰 힘을 들여 역대 요괴왕들을 불러내었건만, 3대 대요괴와 4대의 자질을 지닌 사생아왕은 이미 요선의 것.
초대와 2대의 힘이라도 빌려 수족들을 떼어내려 했건만 정작 초대는 3대에게 묶인 사이에 가장 든든했던 2대는 제 아들의 꼬드김에 넘어갔다.
아니, 저건 꼬드김이라고 할 수도 없다.
본인이 대놓고 인과를 만들어 자신을 데려가라 힌트를 주고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사기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온단 말이냐?”
“모르겠나요? 그게 당신의 한계에요.”
묵언검객은 말했다.
“고통과 죽음으로 점철된 당신의 유희에는 타자를 향한 이해와 배려가 결여되어 있어요. 단지 모두를 농락할 뿐이죠. 그러니 당신은 혼자인 것이죠.”
2000레벨에 도달한 묵언검객의 맹렬한 공세.
요괴들의 움직임, 생각, 깨달음을 매 순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며 그로부터도 더욱 상승을 거듭하는 그녀의 성장에 마선은 두려움을 느꼈다.
모든 요괴는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그것이 모든 능력을 그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상상이야 할 수 있다.
이런 힘이 있으면 좋겠지.
이것도 재미있겠네.
이런 방식이면 좀 더 고통 받겠어.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능력을 그 자신이 전적으로 다루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는 자신의 힘조차도 낯설었다.
그저 강력한 종말급 전승만 폭격처럼 퍼부으면 그만이니까.
자신이 다룰 줄 모르는 전승은 분신에게 맡기고 대신 떠넘기면 되니까.
속된 말로 그에게는 기본이 없었다.
그렇기에 선계의 비밀을 눈치 챌 수 없었다.
다른 차원의 선계.
등선 너머의 세계.
그것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그가 지닌 것은 오직 악마적인 악의로부터 비롯된 유희와 이를 도울 거대한 폭력뿐이었으니까.
“나의 아이야. 모든 요괴는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아비의 정이 너를 움직이게 만들었다면 자식의 정으로 나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기댈 곳이 필요했다.
2대 요괴왕의 강력한 힘을 빌려 시간을 벌고자했다.
요선도 해낸 일이다.
자신이라고 못할 리가 없다.
단지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라서 시간이 필요할 뿐.
“글쎄. 내 생각은 조금 다르군.”
2대 요괴왕은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선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에 공경이나 경외의 감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인간과 요괴. 도원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숙명. 그것을 만들어낸 원흉인 네 죽음을 마다할 이유가 있나?”
지상에서부터 어마어마한 힘이 들끓어 올랐다.
마선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배신이다.”
“상관없다. 힘이야말로 가장 위에 선 진리라고 정한 것은 네가 아니었던가?”
마선이 한 세계의 흑막이자 지배자라면 그가 그 권위를 사용하는 데에는 그에 걸맞은 증명이 있어야한다. 적어도 2대 요괴왕은 그렇게 생각했다.
“받아보아라. 너의 적도 견뎌낸 일격이다.”
요선 묵언검객은 거뜬히 받아낸 일격이 마선의 전신을 덮쳤다.
몸의 절반 이상이 날아간 마선.
그 형체는 빠르게 복구되었지만 2대 요괴왕의 뜻은 비로소 굳어졌다.
“세계의 지배자가 바뀔 때가 되었나보군.”
[마선이 2대 요괴왕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2대 요괴왕이 아군으로 가세합니다.]승리의 천칭이 확실하게 기울었다.
“하하. 나로부터 비롯된 힘도, 나로부터 비롯된 아이들도 모두 나를 저버린단 말이냐? 이 세계에 정녕 나를 위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냐!!”
“부족한 아버지가 더욱 부족한 아버지에게 한 가지 좋은 사실을 알려주지.”
2대 요괴왕이 비통에 젖은 마선에게 말했다.
“자식은 자신을 버린 부모를 용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