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3)
1.
마선은 버림받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피조물 중 누구도 그를 위해 싸우지 않았다.
1대 요괴왕이 3대 요괴왕과 접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는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기질에 의한 결과일 뿐, 딱히 마선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요괴는 많지만 그는 철저히 고립되었다.
세상을 놀이터로 여기고 요괴들을 장난감 취급하며 가지고 놀아온 잔혹한 마선에게 걸맞은 최후였다.
“그 생명,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느껴지는군. 점점 줄어드는 힘이.”
요선이 된 묵언검객과 2대 요괴왕.
그들의 말대로 마선은 공격을 당할수록 약해졌다.
[요괴 가 마선의 풍요를 부정합니다.] [요괴 이 마선의 탐욕을 부정합니다.] [요괴 이 마선의 공포를 부정합니다.] [요괴 이 마선의 사악을 부정합니다.] [요괴 가 마선의 불멸을 부정합니다.]거듭되는 밀림에 요괴들은 생각했다.
마선은 전지전능한 신 따위가 아님을.
그저 신의 권위를 제멋대로 빌려 날뛰었던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권위가 무너진 공포는 더 이상 사람들의 위에 군림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드는 신앙.
가속하는 이탈.
마선은 존재 자체가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다.
선각자의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것은 존재의 근원이 무너지는 현상이다.
“오오, 오오오오오━! 안 된다. 이대로는 내가 얻은 신위가, 신선지경이 무너져 내린다!”
끝이 다가온다.
이에 한층 더 빨라지는 해응응의 검속.
견디다 못한 마선이 강하게 힘을 흩뿌리며 최후의 발악을 시도하였다.
[Story mode]“좋다… 너희가 나를 부정한다면 나 또한 세계의 존재 그 자체를 부정하겠다. 이 순간,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노라!”
특대규모로 창공 전체를 덮으며 펼쳐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그 시작과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경계의 어마어마한 흑도술.
거대진법이 아득한 우주 저편에서부터 서서히, 조금씩 지상을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는군요.’
해응응은 깨달았다.
저것이 지상에 내려오는 순간,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사멸한다는 것을.
그야말로 세계멸망 그 자체.
너무나도 거대한 진법인 나머지, 일부를 부수고 파괴하더라도 전체를 없앨 수는 없는 특공이다.
[강력한 특이점이 발현되었습니다.] [전대주군 님의 최후의 안배가 발동합니다.]인형인간 갈라테아.
멸망을 목전에 둔 지금, 그녀의 스토리모드의 시간이 찰나의 여유를 허락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정되기까지 세계의 시간이 정지하는 권능.
무채색의 잿빛의 시공.
그 잠깐의 여유마저 곱게 허락하지 않겠다며 격렬하게 진동하는 시공의 틈새에서 갈라테아의 얼굴 위로 빠지직 균열이 일어났다.
투두둑 툭
깨진 달걀껍질처럼 떨어져나가는 살가죽.
그 밑으로 드러난 진흙의 형상.
갈라테아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아랑곳 않고 해응응에게 말했다.
[폭군님께서는 일찍이 말씀하셨습니다.] [잔혹한 마선이 궁지에 몰리거든, 세계 그 자체와 공멸을 꾀할 것이라고.] [자신은 거기까지 함께 하지는 못하겠지만 묵언검객님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제가 무엇을 하면 되죠?”
[결단을 내려주시면 됩니다.] [마선은 세계멸망을 위해 세계 전체에 거대한 요력의 사용에 수반되는 대가를 떠넘기고 있습니다.] [세계는 두 가지 형태로 멸망합니다.] [하나는 순수한 물리력에 의한 증발.] [또 하나는 모든 자연지기의 고갈에 의한 사멸.]힘으로든, 기로 인해서든 멸망은 피할 수 없다.
막으려면 둘을 모두 막아야만 했다.
[방법은 있습니다.] [마선의 힘을 집어삼켜 신세계의 주인이 된다면 그가 일으킨 기운 또한 요선의 뜻을 따라 세계멸망을 이어가는 대신, 스스로 잦아들 것입니다.] [혹은 세계의 반절을 베어 멸망하는 세계와 존속하는 세계를 나누는 것입니다.]【상호작용 선택지】
[인형인간 갈라테아의 비책에 당신은…]①마선의 기운을 집어삼킨다.(요선의시대)
②세계의 반절을 가른다.(요검의시대)
멸망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며 새로운 시대를 연다.
양쪽 모두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내재된 위험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신선급의 요력을 모두 집어삼킨다면 탈이 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평범한 요력조차도 함부로 집어삼키면 기혈이 뒤틀리고 심성이 왜곡되니까요.’
하물며 유희에 미친 마선의 기운을 집어삼킨다면 주화입마나 경지퇴보는 물론이거니와 인성 자체가 무너져 그녀 자신이 새로운 마선으로 타락할지도 모른다.
독이다.
이것만큼은 절대로 골라서는 안 된다.
이어지는 선택 또한 차악의 선택이다.
세계의 반절을 가른다.
듣기에는 좋은 짓이다.
마선의 기운을 받아들이지 않고도 세상은 존속할 수 있다.
그러나 마선의 숨통을 확실하게 끝내지 못하고 세계가 나뉘므로 이는 세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마선은 살아남을 것이고, 떨어져나간 세계와 함께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다.
오늘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철저하고 악마적인 지혜를 발휘하면서.
‘비록 마선이 제게 밀렸다고는 하나, 그 재능마저 폄하할 수는 없어요.’
그에게 기본은 없었지만 그것은 기본을 필요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수가 없기에 발전의 필요가 없었고, 그렇게 그는 유희에만 심취하였다.
반복되는 유희의 끝에 폭군을 넘어서는 묵언검객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지금은 어떤가.
‘따라오고 있었어요. 분명하게 제 검술을.’
그 이치는 미약하고 깊이도 저조하나, 마선은 착실하게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그 가능성이 걷잡을 수 없이 긴 시간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마선이 순수한 검술만으로도 자신과 자웅을 겨룰 위치까지 올라설지도 모른다.
그때가 된다면 돌아온 마선으로부터 반요곡과 지구를 지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모르죠. 그러니 먼 미래로 미루는 일 따위,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세계를 구하는 두 가지 방법.
인형인간 갈라테아의 뜻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잘못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정답처럼 보이는 함정.
순간의 모면을 위해 진흙더미 위에서 늪으로 발을 내딛는 어리석은 한 걸음이다.
서걱.
【̷상̶호̶작̴용̴ ̵선̵택̵지̷】̵
̸[̶인̶형̶인̷간̶ ̸갈̸라̸테̷아̸의̸ ̶비̶책̵에̶ ̸당̶신̸은̷.̸.̴.̵]̴
̶①̸마̴선̸의̷ ̸기̷운̷을̵ ̵집̶어̵삼̶킨̷다̷.̸(̶요̴선̴의̸시̶대̶)̷
̵②̵세̷계̷의̶ ̶반̷절̵을̷ ̴가̸른̷다̷.̶(̴요̷검̷의̸시̵대̴)̵
그 한 걸음을, 그녀는 베어내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건가요.] [당신, 세계를 구할 의지가 없는 겁니까?]서거걱.
【̵̝̀상̵̬̃호̶̳͒작̴͈͘용̴͈͌ ̵̧̋선̸͚̀택̷͙̓지̴̪͌】̵͕̅
̷͔̌[̸̩̀인̶͚̈형̸͔̚인̴̧͋간̷̯̀ ̷̧͋갈̸̖̑라̸͖͑테̵̘̾아̷͓̀의̶̺̽ ̵̗̈́비̴̣̋책̶̰̉에̴̫̄ ̵̙̂당̸̥́신̵̳̃은̸̲̔.̷̙͐.̴̣̈́.̷͇̈́]̸͓̄
̷̼̄①̷̦̿마̴̞͋선̵͖͝의̵̣̈́ ̴͖̿기̸̗̽운̶̝̋을̶͈̽ ̸̨͊집̶̰̇어̸͖́삼̴̱͝킨̷̨̉다̷͔̈́.̷̬̆(̸̟͌요̶̘͘선̴̟̐의̸̪̋시̶̯̄대̷͇̀)̷̧̃
̸̻̑②̷̘͒세̴̦̉계̷̼͗의̸̟͛ ̷̣̓반̵̜̉절̷̝́을̴̼͒ ̴͉̊가̷̖̄른̷̬̾다̸̢͋.̴̦̂(̵̪́요̸̟͝검̵̜̆의̶͔́시̵̜͘대̸̦̑)̴̞̚
̵̛̮͕̪̦̳̏͑̇̋̀͊͆̈̐͛͘͝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깨지고 꿈틀거리는 문자열을 향해 다시 한 번 그녀의 검이 날아들었다.
[안 돼!]갈라테아의 비명어린 절규와 함께 산산조각 나는 시스템메세지의 문자열들.
【Not de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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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x8)
메모리 리소스가 부족하여 이 명령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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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xD)
데이터가 잘못되었습니다.
베어내었다.
단 두 가지뿐이었던 세계의 미래를.
벗어날 수 없는 닫힌 고리를.
“폭군은 말했었죠. 자신은 혼자였다고. 긴 여정에 지쳐 마음이 꺾였다고. 그러나 당신이 나타났죠. 정상적인 모험에서라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가.”
[제 존재를 부정하려는 겁니까?]“당신은 마선을 적대했어요. 그러나 세계를 올바른 미래로 이어나가게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당신이 바라는 미래는 오직 하나만을 의미하죠.”
존속. 계승. 연속성.
“마선의 유희와 이를 막는 처형자, 용사의 과업을 이어나가는 것. 그럼으로써 당신의 존재가 계속해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유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요력은 정신에도 영향을 미치고 폭군처럼 강인한 사내라도 이는 피해갈 수 없죠. 적을 죽여서 얻는 업에도 요력은 존재하니까요.”
폭군 본인이야 회귀를 통해 온전한 정신을 되찾으니 그 영향이 비교적 덜할 수 있다.
‘버림’을 통해서 순수했던 과거의 정신을 되찾으며 오염으로부터 수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오랜 고독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만들어낸 동료, 갈라테아는 다르다.
회귀를 하더라도 따라갈 수 있는 존재.
그것은 그의 존재의 근간을 이루는 기능이다.
시스템 콜.
특이점.
스토리 모드.
이 모든 것에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존재다.
반요곡의 것이 아니라면 그 외부의 것.
마에 물든 존재를 처단하는 용사의 사명을 주지시키는 시스템.
“제가 만들어갈 미래에 갈라테아, 당신의 존재는 필요하지 않아요.”
갈라테아는 허망함을 금치 못했다.
[마왕의 운명도, 용사의 운명도 전부 거절한다면.] [대체 무엇이 되려는 겁니까?]요선. 용사. 마선. 마왕.
그런 허울뿐인 이름은 무엇 하나 필요하지 않다.
자신을 존재할 말을 그녀는 이미 지니고 있으니까.
“천마검객.”
천마는 하늘을 부수는 자.
중원의 하늘은 천자라는 이름을 지녔다.
그의 이름하에 움직이는 중원무림의 정의, 무림맹을 무너뜨렸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였다.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수혈하였다.
반요곡에서 그녀가 모든 일을 매듭짓는 것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반요곡의 하늘은 마왕과 용사.
이를 대변하는 존재들이 마선과 갈라테아.
두 개의 하늘이 점지한 미래를 모두 무너뜨린다.
“세계는 나뉘어도 좋아요. 하지만 그 방식은 제 뜻대로 정하겠어요. 그래도 좋다면 저의 의지를, 제 심검을 따라주세요.”
덤덤히 고하는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이 세계의 반절이 넘는 영역이 진동하며 천지의 경계가 급속도로 흐릿해진다.
-으아아아아!!
-화면 깨진다!!!
-머선일임머선일임머선일임!!!
-감각링크 안켰는데 왜 감각링크 간접체험 하냐고!!!
-링크충들 당신들은 어떤 싸움을 해왔던 겁니까…
-나 강제로그아웃 5번 한 링크충인데 ㅅㅂ 나도 이딴 거 처음 봐;
-게임 깨랬더니 게임을 부수고 있냐고 무친련아!
오래된 하늘에 끝을 고하며 새로운 하늘을 연다.
요괴들의 무수한 업이 담긴 일격이 멸망을 고하는 특대규모 주술을 가르며 그 중심에 선 마선의 의지를 관통하였다.
그것은 일찍이 그녀가 선보였던 파해의 공능을 초월적인 영역까지 발전시킨 일격.
기 그 자체를 소멸시키는 멸검이었다.
“무엇을 만들려는 것이냐… 요력이 없는 시대에 무엇이 남는다는 말이냐…”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의지로 스스로 요력을 포기하라.
그녀의 뜻을 따른 세계와 요괴들이 고른 일격은 마선의 요력을 붕괴시켰다.
축을 잃은 도술은 무너진다.
세계를 종말로 치닫게 하던 힘 또한 사라졌다.
지상은 초토화되었지만 생명의 명맥은 경계 속에 들어간 이들에 한해서나마 살아남았다.
“생명이란 훌륭한 존재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존재가 훌륭한 존재인지를 결정당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요.”
언뜻 보기엔 한없이 무책임한, 혼돈에 가까운 발상으로 점철된 세상.
“생명이란, 무엇이든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
“유희란 모름지기 무량대수와도 같은 무의 바다에서 어떤 가능성이 피어날지를 기대하며 지켜보듯, 혼돈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법이죠.”
“그것이 저, 천마검객이 결정지은 반요곡의 미래이자 운명이에요.”
가슴과 복부가 원형으로 뻥 뚫린 채 얼굴과 사지의 말단만이 남아있던 마선이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잔인하구나. 네 세계는.”
“방임된 자유 속에서 피어날 악이 유희로나마 허락된 절망의 굴레를 넘을 것이란 생각은 없는가?”
“단언하지. 네가 만들 미래란 이 마선의 유희에 못지않은 지옥이 될 것이다.”
“혼돈 속에서 피어날 가능성을 향한 기대?”
“요괴가 사라진 인류가 꽃피울 새로운 강자를 향한 기대?”
“부질없다. 전부 헛된 것이다.”
“요력이 사라진 시대에, 거대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에 더 이상 인간은 강해질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요계와 같은 거대한 절망의 세계가 나타나는 순간, 나약해진 인류는 틀림없이 멸망하겠지. 그것이 네가 만든 세계의 말로다!!”
썩어도 준치.
그 말마따나 마선의 통찰은 제법 날카로웠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묵언검객.
해응응이 사라져가는 마선의 얼굴 앞에 둥실 떠올라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의 고개가 모로 비틀어졌다.
천상의 미녀처럼 곱상한 얼굴이 움직였다.
“제 알빤가요?”
“…뭐?”
얼굴을 망치는 것에도 재주가 있다면 실로 천하제일의 칭호가 아깝지 않을 썩은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말했다.
“올라오지 못한다면 저 홀로 더 멀리 나아갈 뿐이죠. 무림인은 가르침을 남겨두고 떠나갈 뿐. 올라선 자는 되돌아오지 않아요.”
강자만이 더욱 강해진다.
마음이 꺾인 자는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자비로우면서도 냉혹한 무의 세계.
그녀의 이치만이 남게 될 반요곡의 세계.
그곳에 어설픈 자비심은 없다.
“저는 강해지라고 칼 들고 협박한 적 없어요. 후대의 일은 후대가 알아서 해야죠.”
-누칼협ㅅㅂㅋㅋ
-야 이 대마왕검객아!!
-이딴 게 용사…?
-마선 왜 뒤짐? 요선이 더 사악한 거 아님?
-두렵다. 천마검객의 시대가 너무나도 두렵다…!
“그리고 당신. 너무 오래 살아있지 않나요?”
“…유희를 너무 오래 끌었어. 이런 악마같은 존재가 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됐는데. 이계의 신선이 나보다 못하리라 여긴 실수였군.”
탄식과 함께 마선의 형태가 스러졌다.
[최종보스 마선 토벌완료] [최종루트 마선토벌전 달성완료]마선은 죽었다.
모든 악이 멸한 지금.
반요곡에도 엔딩의 시간이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