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34)
1.
[엔딩 이후의 세계를 누립니다.]반요곡의 지상은 초토화라는 말을 방불토록 했다.
산과 강이 사라지고 잿빛의 사멸토만이 널렸다.
인간과 요괴들은 자연을 잃어버리는 두려움을 여실히 느꼈다.
“이런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돼.”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아야하지…?”
모두가 절망했지만 멸망한 세계를 재건하는 방법쯤은 해응응에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채찍 시뮬레이터에서 한 번.
검투사키우기에서 또 한 번.
문명이 재흥하는 광경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귀물과 전승을 아끼지 말고 전부 풀어쓰세요.”
자연지기를 상실한 대지는 잿빛지대로 전락한다.
잿빛 사막화 현상은 기가 없기에 벌어진다.
해결책은 반대로 하면 된다.
자연지기를 잃은 땅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전승을 자연에 부여하고 귀물을 심어 힘을 공급한다.
자연을 착취하기만 했던 입장을 뒤집어서 자연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다.
세계의 멸망을 앞두고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노인처럼.
우직하게, 또 우직하게.
2.
“바다는 원래 빨간 것이닷?”
“예쁘다… 잉간이는 혼자만 이런 좋은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치사해.”
“비웃음. 바다는 원래 눈부신 하얀색이라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는 것이 상식입니다.”
모든 일이 끝나거든 함께 놀러가자고 했던 바다.
뚜따와 방랑상인, 마크2에 부기걸의 자루를 맨 묵언검객까지.
간부급 여자들이 모두 모인 바다여행은 바다의 색깔을 둔 논의가 한창이었다.
“아쉽군… 빨갈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검은색이었으면 더욱 신기했을 텐데.”
“부기걸. 바다는 원래 파란색이에요.”
“거짓말 하지 마라… 강의 색이 빨간색인데 바다라고 파란색일 이유가 없다.”
아, 시산혈해.
시체가 산을 이루고 흐르는 피가 바다를 이룰 정도면 그럴 만도 하겠지.
상식을 알려주려던 그녀가 도리어 상식을 얻었다.
“만족하는가… 세계의 새로운 신이 된 것이.”
“모르겠네요. 그다지 실감이 들지 않아서.”
“네가 자비로운 탓이다…”
마선의 시대가 잔혹한 유희의 시대였다면 요선의 시대는 잔잔한 재건의 시대였다.
뭐든지 만들어내는 도깨비들의 요술방망이는 땅에 묻어 토양을 재건하는데 쓰였고, 규칙을 어기고 방망이를 사유재산의 형성에 남용한 도깨비는 꽁꽁 묶인 채로 산채로 뒷산에 매장 당했다.
지하대공동의 결계에서 나온 모든 종족들이 살기 위해 협력하고, 그러지 않는 이들을 배격하며 세우는 문명은 공동체의식이 확실히 새겨졌다.
“마음만 먹으면 한 필드의 영주를 넘어서 세계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세할 수도 있건만…”
“그런 병정놀이에서 재미를 느끼기에는 이미 많은 것을 해오지 않았던가요.”
쏴아아, 파도에 쓸려온 어느 이름 모를 요괴의 시체를 건진 방랑상인이 빛나는 이빨을 뽑아드니 뚜따가 울면서 도망간다.
평화로운 광경을 바라보며 자루 속의 부기걸은 침묵을 즐겼다.
“죽었으면 좋겠어.”
긴 침묵을 끝낸 말은 꽤나 자극적이었다.
“평화는 괴로운가요?”
“요력을 잃고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왔어. 이제 와서 평범한 여인의 삶 따위, 살고 싶지 않아.”
“적기사와 극곰장수가 아쉬워하겠군요. 당신을 좋아하는 눈치였는데.”
요력이 없는 시대.
설령 있더라도 모두의 미래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시대.
강대한 존재들도 스스로의 힘을 자연에 환원한 결과, 세상은 백령신군의 뜻대로 인간들의 시대에 성큼 가까워졌다.
집단 속에 살아가기 힘든 자들도 필드 곳곳에 흩어져서 자신만의 필드를 복원시키고 자연의 정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시대의 흐름을 거절하고 탐욕을 부리는 요괴들도 있었지만 마선토벌전까지 거친 이들은 그들의 생존을 허락하지 않았다.
적기사와 극곰장수는 그런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였지만 부기걸은 그러지 못했다.
“힘을 잃고 영락하느니, 전승이 되어 살아가겠어.”
자루 속에서 튀어나온 부기걸의 새하얀 팔이 멱살을 붙잡았다.
헐벗은 나신의 부기걸이 자루 속에서 강인한 의지를 불태우며 눈을 마주쳤다.
“진명을 거둬줘.”
“못해요.”
“너에겐 그럴 의무가 있어.”
“싫어요.”
“요괴들의 시대에 끝을 고한 건 너다… 나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고 싶지 않아.”
부기걸은 진심이었다.
“대살귀로서의 시간. 부기맨으로서의 시간. 부기걸로서의 시간. 모두 긴 시간이었지.”
“인간여자로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일 뿐이잖아요.”
“긴 시간, 언제나 싸워왔다… 천살성의 운명과 본능에 맞서서. 대살귀의 육체를 빼앗은 대요괴에 맞서서. 마지막으로 향하는 모든 과정에 동참하면서.”
“…”
“싸움이 곧 내 요생의 시작과 끝이며 모든 것이었다. 그것이 없는 세계에서의 삶이란 천천히, 느릿하게 숨이 멎는 지옥일 뿐… 내게는 고통일 뿐이다…”
세계는 평화를 얻었지만 그곳에 요괴들을 위한 도원향은 없었다.
도원향은 오직 한 종족을 위한 것.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평화와 재건의 시대란 서서히 찾아오는 죽음일 뿐이다.
“섭섭해요.”
“영원한 이별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앞으로는 더욱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겠지.”
“그래도요.”
“천하를 제패하는 여정을 함께 했던 최강의 벗과 하나가 될 시간이다. 천하포무의 용장을 얻는 것이 두려운가?”
여성의 몸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와 태도, 분위기 그 모든 것이 기이하리만치 잘 어울리는 부기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런 존재였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해응응, 그녀가 무림인의 정체성을 지닌 것처럼.
부기걸도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분에 넘치는 영광이에요.”
“그럼 받아들여라. 이 부기걸의 진명을.”
기울어진 바위에 나란히 앉아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세 명의 아이들.
노을을 등지고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손 안의 온기를 느낀다.
함께 누리고 싶은 시간이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었음에 슬픔을 느끼지만, 한층 더 강하게 쥐어오는 손의 힘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더한 슬픔이 느껴졌다.
약하다.
부기걸의 힘은 이 정도가 아니었다.
동료인 그녀조차 이렇게 느낄진대 본인은 자신의 몸을 어떻게 느끼겠는가.
이해할 수 있었다.
시대에 반하는 존재의 설움을.
진명을 바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를.
꽈악.
부기걸의 손을 쥔 손에 힘이 실렸다.
그 옛날, 강인했던 시절의 동료와 마주잡는 것처럼.
여린 손은 신음을 토했지만, 고통 속에서도 부기걸의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다.
아이들의 손에 들린 소라껍질처럼 자루 속에 잔뜩 웅크린 부기걸.
그녀의 눈이 잠깐이지만 강대한 요괴시절처럼 형형한 빛을 띠었다.
그 얼굴에 피어난 미소는 틀림없는 기쁨의 색을 지니고 있었다.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가장 앞서나가는 동료로서의 자신을 인정받아 기쁜 것처럼.
[부기걸의 진명을 거두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영육은 당신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어둠 속을 살아가던 복수귀.
요석자루의 주인이자 가장 오래된 동료는 이제 자신이 살아갈 새로운 안식처를 정했다.
그곳은 바로 묵언검객의 마음속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둡고, 무엇보다도 거대한.
어둠 속을 살아가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새로운 집으로.
그녀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요석자루가 흘러내렸다.
주인을 잃은 자루가 조용히 떨렸다.
묵언검객의 손모양을 따라서.
“마마?”
“…마크2. 바다여행은 즐거웠나요?”
“대만족입니다.”
“다행이군요.”
대답하는 그녀의 손에 쥔 자루의 떨림이 멎었다.
“잉간아. 다음에도 다시 놀러오자!”
“그래요.”
“다섯이서 오는 것이닷!”
“…그래요.”
다섯이 와서 넷이 되어 돌아가는 길.
텅 빈 자루를 누군가가 들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꼭 움켜쥐며 돌아갔다.
그런 그녀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재건의 시대.
혹은 상실의 시대.
동료를 떠나보내는 일은 요괴들에게도 익숙했다.
3.
-하… 왜 이렇게 슬프냐?
-묵언검객의 엔딩에는 감동이 있다…
-내가 어디 가서 울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요괴들 하나씩 떠나거나 진명 바치니까 눈물이 다 나네…
인간을 위한 도원향이 펼쳐진 시대.
떠나보낼 이들을 모두 보내고, 살아남을 이들을 돌보며 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그 끝에 매듭을 지을 때가 도래했다.
[엔딩을 확인하시겠습니까?]반요곡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누르라.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시야 한 구석에 떠오른 알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녀는 그 버튼을 눌렀다.
[반요곡의 기존 정사엔딩이 힘을 상실합니다.] [마선이 오랜 유희를 접고 인류의 새로운 미래로 침범하여 만들어내는 인세의 지옥 가 새로운 세계선에 의해 비틀어집니다.] [반요곡의 엔딩 이후의 세계에 새로운 가능성이 개화되었습니다.]그것은 역사에 새겨진 세계선의 변동을 의미하는 선언이었다.
[이벤트트리거 이 소멸했습니다.] [이벤트트리거 이 소멸했습니다.] [반요곡의 후속작 가 후속작-서브루트로 격하됩니다.] [반요곡의 정식후계작, 새로운 메인루트가 충분한 인과율을 얻어 비로소 이어집니다.]너의 뜻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고하듯이 웅장한 나레이션이 펼쳐졌다.
[인간들의 도원향이 펼쳐진 시대.] [인류는 요술이 없는 세계를 살아가니.] [요괴들의 피는 대가 지날수록 흐릿해졌으나 인간은 요괴를 능가하는 검술과 기공의 극의를 기억하고 세계에 남은 그 자취를 쫓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무술이 탄생하고 옛 시대의 요괴들이 자취를 감추고 신수와 영수만이 명맥을 이어나가는 시대.] [인류는 세계의 주인이 되어 대륙을 제패하고 드높은 무로 천상으로 향하는 경지에 도전한다.]“…!”
[검 한 자루로 태어날 수많은 비극과 망애를 두고 후대의 인류가 스스로를 일컬어 말하니.] [무인들이 남긴 이야기가 꽃피우기 시작하는 무림의 태동기를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여기, 의 시대가 찾아왔노라고.]-어어???
-이거 그거 맞지? 장삼단봉 어르신이 말한 그 게임 맞지???
-ㅇㅇ;
-이단 변화구 ㅁㅊ
-아니 커브볼도 아니고 마구 미쳤네;;;
[반요곡의 새로운 정식후속작으로 이 선정되었습니다.]새로운 시대.
무림비망록의 시대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