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
〈 64화 〉 64 쥰내 악질이네요
* * *
1.
이해찬의 묵언검객 인터뷰 영상은
업로드 당일 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
?
만우절은 4월인데 왜 11월에 야랄이세요
갈고리와 의문이 멈추질 않는 댓글창.
그럴 만도 했다.
검은 화면에서 소리만 나오는 인터뷰인데
정작 묵언검객은 말을 안 하니까.
저기요 미친놈씨 ㅋㅋ
이거 그냥 자문자답 아님?ㅅㅂㅋㅋ
인터뷰는 해찬이형 상상 속으로 진행했고
상상인터뷰로 조회수 백만 빨아먹기^^
우릴 속였어 우릴 속였어 우릴 속였어
근데 묵언검객 동생 목소리 진짜 예쁘다
고건 ㅇㅈ
묵언검객 동생 실물영상 “내놔”
동생 맞긴 함? 돈 주고 고용한 배우 아님?
ㄹㅇㅋㅋ
영상이 없는데 어케 믿냐고 야팔
묵언검객의 동생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그나마 대화라도 성립이 되지
묵언검객 본인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이해찬 혼자 묻고 혼자 리액션을 하는
저세상 인터뷰가 따로 없었다.
이해찬의 질문에 묵언검객이 한 답변을
그의 리액션을 통해 추측하면서 봐야 하는
세계최초 시청자 상상형 인터뷰가 된 것이다.
5:22 언어 3등급입니다. 화자의 심리가 이해가 안 되네요 옘병
7:04 국어국문학과입니다. 문맥의 유추가 되지 않네요 시잇팔럼아
11:05 왜 해찬이형 혼자 웃어? 왜 해찬이형 혼자 웃어? 왜 해찬이형 혼자 웃어?
우리도 같이 웃게 해줘 ㅅㅂ
인터뷰 진행한 놈이나 응한 놈이나 둘 다 악질이네 진심 ㅋㅋㅋ
아니 왜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의문이 점점 더 늘어나냐고
묵언검객의 대답(들리지 않음)
묵언검객 인터뷰 특 : 수능 1교시 언어영역 1등급만 이해가능
1인칭 감각링크 못 보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인터뷰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 시이이이잇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시청자도 피지컬 뇌지컬 딸리면 시청 못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한 시청자만이 살아남는 묵언검객 컨텐츠
피지컬의 생방, 뇌지컬의 녹방ㅋㅋㅋ
맹폭격에 가까운 뿔난 댓글이 쏟아졌지만
심하다 싶은 악플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기존 이해찬의 시청자들도
그가 본방에서 틀었던 묵언검객 방송을
함께 관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묵언검객 컨텐츠에 목이 마른
묵언검객 본방 시청자들도
방장의 악질스러운 면모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래야 묵언검객답지
ㄹㅇㅋㅋ
익숙한 악질련의 맛이네요
방송을 쥰내 지멋대로 하는데 그래서 재밌음
민트초코처럼 참신한 맛이 있음
양치질을 하세요 더러운 새끼야 얼마나 이를 안 닦으면 그 맛이 참신해
ㅋㅋㅋㅋㅋㅋㅋ
민트초코가 치약 맛이기는 하지ㅋㅋ
시발아 내 치약 딸기 맛인데 뭐 보태줬냐
아ㅋㅋ 딸기맛이면 쏘리
심지어 그냥 신선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실력도 정상급 피지컬에 준하고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다소의 악질 짓은 컨셉으로 인정해주는
기묘한 풍조가 정착되었다.
“아니 이게 뭐라고 조회수가 대폭발해?”
“편집을 존나 잘해서 그래. 형은 진짜 나한테 엎드려 절해야 한다. 인정?”
“이건 진짜 인정.”
SOUND ONLY 인터뷰에서도
묵언검객에 대한 호기심 중 몇 가지는
충분히 해결할만한 답을 얻었다.
(이해찬) : J양은 언니분이 현실에서 검 쓰시는 모습을 보셨습니까?
(J양) : 물론이죠. 저희 언니가 얼마나 강한데요. 이번에 몬스터 공습에서도 리자드맨을 백 마리도 넘게 잡았잖아요.
(이해찬) : 그럼 묵언검객이 각성자라는 세간의 소문이 맞는 건가요?
(J양) : 언니?
(묵언검객) : 사각사각…
(이해찬) : 아하, 노코멘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시죠.
묵언검객 각성자설.
일반인이 리얼모드로 저런 피지컬을 보이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이유로 나온 가설은
주아영의 진술과 묵언검객의 대답 아닌 대답에
사실상 기정사실로 밝혀졌다.
(이해찬) : 언니분은 왜 말을 안 하시는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던데요
(묵언검객) : 사각사각…
(J양) : 저희 언니 원래 말을 못하세요!
(묵언검객) : 사각사각…
(J양) : 근데 기록경쟁에 원래 목소리도 들어가요?
(이해찬) : 네? 아, 목소리가 들어가지는 않죠.
(J양) : 에이, 그럼 목소리 없어도 되잖아요. 우리 언니 인기 많으니까 다들 목소리가 궁금했구나?
(묵언검객) : 뚝
(J양) : 어, 언니. 왜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세요. 자꾸 말 끊지 말라고요? 죄송해요…. 언니가 인기가 많다니까 너무 신나서 그만.
묵언검객이 특별히 악질이라서
목소리를 안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졌고.
(이해찬) : 근데 동생분도 미모가 장난 아니시네요. 끼도 많고. 혹시 하시는 일이 뭔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J양) : 각성자연습생이었어요. 편의점알바로 번 돈으로 각성자 학원 다녔거든요. 근데 이젠 아니에요. 오늘 새벽에 각성했거든요.
(이해찬) : 아아. 저도 거기서 처음 각성했습니다. 갑자기 공습경보가 나와서 깜짝 놀랐었죠.
(J양) : 와. 각성자도 아닌데 그렇게 잘 싸우셨다고요?
(이해찬) : 언니분 아니었으면 저도 아찔했는데요, 뭘. 이거 안 되겠네. 은혜갚을 겸 합방이라도 해야지.
(묵언검객) : 사각사각.
(이해찬) : 아니 제 방송 합방이 어때서요?! 남들은 제발 합방 좀 시켜달라고 매달릴 정도인데.
인터뷰에 나온 세 사람이 모두 각성자이며
이해찬의 합방제안이 까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의외로 성실한 인터뷰들은
(이해찬) : 좋아하시는 색상은?
(묵언검객) : 사각사각
(이해찬) : 아하. 옷 색이랑 관련이 있나요?
(묵언검객) : 사각사각
(이해찬) : 옷은 동생분이 코디를 해주셨으니 관련이 없군요. 근데 안목이 진짜 좋으신가보다. 이렇게 옷 잘입는 사람 오랜만에 보는데요?
(J양) : 에헴. 제가 쫌 잘 맞추죠?
지들만 아는 대화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래서 좋아하는 색이 무슨 색이냐고!!!
일단 옷 색깔이 아닌 색은 아니겠지
옷에 안 들어가는 색이 어딨어요 무친련아
우주에서 온 색채
갑분 코스믹호러?
우주미아들이 이성을 잃고 광기에 빠졌어ㅋㅋㅋ
그래서 무슨 옷 입었냐고!!
왜 좋은 거 형 혼자만 봐?
인터뷰 쥰내 악질이네요
애타는 시청자들의 외침이 무색하게도
(이해찬) : 오늘 인터뷰 어떠셨습니까.
(J양) : 전 좋았어요. 언니랑 같이 브이튜브에 어떻게 올라갈지도 기대되요. 언니는요?
(묵언검객) : 사각사각
(J양) : 와. 언니 방송 진짜 쌔게 하신다
(이해찬) : 자 오늘의 컨텐츠 묵언검객 인터뷰는 여기까지 브이튜브 시청자 여러분 구독과 좋아요 많은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브바!
(J양) : 읔킄킄 녹방 찍을 때도 급방종이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
(이해찬) : 내가 더 놀랐죠. 무슨 인터뷰 대답을 저렇게 맵게 해. 없던 논란도 생기게. 더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저 인간은 지 방송도 저렇게 해요.
그래서 묵언검객이 뭐라고 대답한 거냐는
새로운 의문만 증폭시킨 채로
인터뷰 영상이 끝났다.
갈고리가 쏟아질 수밖에 없는
악질스러운 인터뷰는
각성자와 스트리머, 연예인, 유명인사들이 만든
무수한 컨텐츠들 사이에서도
업로드 일주일 만에
브이튜브 이주의 화제영상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마친 건 좋았지만
우지우로부터 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명호길드에서 제 뒤를 캐기 시작한 게 아무래도 해응응님이 손을 쓴 길드원의 책임을 물으려는 것 같습니다.”
“….”
“급히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서 만나시겠… 아, 이런. 죄송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말 못하시는 걸 까먹고 그만.”
“….”
“문자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명호길드가 뒤를 캐기 시작했다.
급히 모인 해응응과 주아영에게
우지우가 한 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일단 저를 통해서 두 분까지 꼬리가 밟히면 미등록각성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언니랑 저는 어떡해요?”
“지금 바로 등록시험을 치르셔야 합니다. 제 동료가 도와드릴 테니 지금 바로 치를 수 있습니다만 시간은 괜찮으십니까?”
해응응은 그간 의도적으로
각성자가 되는 걸 기피해왔다.
각성자라는 족속들이 어떤 존재인지
명호길드를 통해 접하고
각성자들의 상태창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몸소 겪은 지금도
각성자를 꺼려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 그녀도 이번만큼은
마음을 달리 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제가 경험치를 양보해서 아영이를 각성자로 만들었죠. 제 손으로 더러운 업계에 아영이가 들어가는 걸 주도한 거나 다름없어요.’
책임질 수 없는 일이라면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한 번 시작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투철한 책임감이 해응응의 결심을 바꾸었다.
‘각성자가 된 아영이에게 어떤 외압이 들어올지 모른다면, 당분간은 게임을 미뤄두고 곁에서 지켜줄 필요가 있겠어요.’
게임이야 나중에 하면 그만이니
지금은 주아영의 일정이 중요했다.
해응응이 수락의사를 표명하자
주아영도 편의점 사장과 통화를 하더니
한층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편의점 앞에서 몬스터들이 잔뜩 죽어서 지금은 손님도 끊겼대요. 어차피 각성자가 됐으니 학원도 더는 안 다녀도 괜찮고 학원비를 벌려고 편의점 알바를 할 필요도 없지만요.”
스케쥴 문제가 해결되었기에
두 사람은 우지우가 부른 커다란 벤에 탑승했다.
“소경석이라고 합니다. 지우, 그러니까 거미인간하고는 몇 년째 같이 일하는 동료죠.”
“주아영이라고 해요. 이쪽은 제 언니고요.”
[반가워요]“아니 언니, 이름을 소개하셔야죠.”
[그건 좀]“언니 이름이 해응응인게 뭐가 쪽팔려서 그래요. 예쁜 이름이잖아요.”
소경석은 운전석에 쥔 손으로 고개를 돌렸다.
방송으로 봤을 때는 언니 쪽이 악질이던데
악질 언니를 괴롭히는 악질 여동생이 있다니.
시험장으로 가는 길 내내
이 악물고 웃음을 참느라 곤혹을 치렀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첫 등급이 정해지니 가급적 최선을 다해야 결과가 좋습니다.”
소경석이 팁을 전해주기 시작한 이후로는
여동생 쪽은 귀를 기울이며 집중했지만
언니 쪽은 무심한 얼굴로 차창 밖만 바라볼 뿐.
그리 신경 쓰는 기색도 아니었다.
‘대범하기도 해라. 하긴 지우 놈 말이 반만 맞아도 예삿 여자가 아니지.’
우지우와 마찬가지로
해응응을 빌런조직의 비밀조직원이라고
단단히 착각한 소경석은
그녀에게 억지로 교육을 시키느니
그녀라면 알아서 어련히 잘하겠거니 생각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끝나면 주차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아저씨.”
“어허, 아저씨라뇨. 저도 아직 파릇파릇한 나이입니다. 아무튼 D급은 될 수 있게 노력해봅시다. 각성자지원금은 D급부터 나오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각성자의 등급체계는
레벨과는 별개로 개인의 강함을 측정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협회에서 산정하는
각성자협회 식 실력평가표.
시스템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F급과
겨우 걸음마를 뗀 E급.
밑의 두 등급과 달리
D급부터는 심사기준이 월등히 오른다.
전문적으로 육체를 단련한 프로운동선수나
각성자연습생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소수의 천재들 내지
엄청난 능력을 각성한
극소수의 행운아들이 아니고서야
초기 각성등급을 D급 이상으로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느 때라면 무조건 D급을 넘겨야 좋겠지만 이번은 상황이 나쁘단 말이지.’
소경석의 스크린폰으로
우지우의 신원정보가 조회되었다는
좋지 못한 알림을 시작으로
명호길드의 조사가 전방위적으로 들어왔다.
‘협회 감시임무를 수행할 때의 짬밥으로 뒤를 봐주기는 하는데… 이놈들 꽤 빡세네.’
이 속도라면 우지우의 정보가 전부 털리고
해응응과 주아영의 정보가 넘어갈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그들의 추가감시망에 오르지 않으려면
각성자 등급은 최대한 낮을수록 유리했다.
‘빌런조직의 조직원도 쓸데없이 협회의 이목을 사는 사태는 원치 않겠지. 알아서 조절할 테니 괜한 걱정일 거야. 암, 그렇고말고.’
애써 스스로를 달래보는 소경석이었지만
정작 제 손이 긴장에 덜덜 떨리고 있음을 깨닫자
쓴웃음을 짓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가
두 사람이 차에 밴 담배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푸릴까 신경 쓰여
주차장 한 구석에 마련된
흡연장에 들어갔다.
“유망주? 텄어. 아산길드에서 예능까지 돌린 녀석이 각성등급은 E급 떴더라. 우리 쪽 검사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지랄지랄 하던데 진상도 참.”
스크린폰을 펼쳐 한참 누군가와 대화를 하던
등록시험 관계자.
소경석은 눈치껏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다.
딱히 노래를 듣는 건 아니지만
경계심을 낮춰보려는 꼼수에
다행히도 시험관계자는 자리를 비우지 않고
흡연실에서 통화를 이어나갔다.
‘이 바닥 생활도 길게 가려면 남의 이야기도 잘 주워들을 줄 알아야지.’
담배를 피우며 귀를 열고 염탐하던 소경석.
“지가 텄다는 거 알았는지 무슨 게임방송을 한다던데. 제 2의 묵언검객이 되겠다나 뭐라나? 거 공중파 예능 들어갈 때나 잘하지. 나오자마자 뒷말 나오니 예능PD들 기분은 어떻겠어? 덕분에 아산길드만 예능계에 제대로 찍혔지.”
아산길드 유망주가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이야기보다도
제 2의 묵언검객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끼기도 잠시.
“미안, 최실장. 급한전화야. 어. 나중에 따로 한 잔 하자고. 늘 보던 거기에서.”
통화를 바꾼 관계자가 줄담배를 피려는지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뭔데 또. 뉴페이스 둘이 등록심사 하러왔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둘 중 하나 각성등급이 C급이라고? 진짜로?”
이런 젠장.
몰려오는 암담함에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시름에 빠진 소경석.
그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관계자의 목청이 한층 더 커졌다.
“갑자기 다른 한 명도 등급이 바뀌어? 아니 시발 이게 뭔 개소리야! 스캐너 등급스캔결과가 왜 지 맘대로 바뀌냐고! 다시 체크해!”
초기 등급은 D급 D급으로 나왔던 두 사람.
헌데 한쪽의 각성능력이 꽤 뛰어나서
C급으로 최종결과가 올라가기 무섭게
다른 한쪽의 스캐너 등급이
C급으로 훅 뛰어올랐다.
졸지에 우지우나 소경석과 같은
C급이 되어버린 것이다.
“길드 유망주들도 죽을 쑤는 D급도 넘어서 시작부터 C급이라고? 잡아둬. 추가 심사 핑계를 대서라도 대기실에 묶어두란 말이야! 이거 위에 넘기면 무조건 인센티브 들어온다. 협회로 꼬셔야하니까 시간 좀 끌어. 알았어?”
꺼냈던 담배까지 도로 집어넣고
당장 시험장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에
소경석이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고개를 젓고는
통화 중이던 관계자의 어깨에 몸을 툭 부딪쳤다.
“미안합니다.”
“뭐야 당신?”
투덜거리던 관계자의 입이 어물거리더니
흡연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씨, 담배를 너무 많이 폈나? 왜 이리 어지러워.”
소경석의 바지춤에 들어간 오른손.
사마귀의 손날처럼 자라난 손톱이 차츰 줄어들며
손톱 끝에 맺혔던 마비독도 사라졌다.
“이 사고뭉치들을 어떻게 조용히 꺼낸담.”
흡연실을 나온 소경석은
오늘 하루가
여느 때보다 바쁜 하루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