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0)
1.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 사람은 아직 적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게임공략에 실패하면 보스몹이 현실세계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이제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지금도 에픽판타지 포럼에서는 진지하게 무림비망록으로 차원이민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간간히 나오고 있다.
레이드보스 토벌 마감일자가 다가올수록 이런 불안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언니, 소천아저씨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아영.”
방송을 준비하는 해응응에게 주아영이 찾아왔다.
점핑레빗을 통해 세상에 차기 장문인으로서의 이름을 널리 떨친 그녀는 헌터지망생 시절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제법 관록이 붙었다.
공포에 떠는 어린아이같은 얼굴로 찾아오면 실망했겠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표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도와드릴게요.”
“두렵지 않나요?”
해응응은 솔직하게 물었다.
“의도치 않게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어요. 공략에 실패한다면 무림비망록으로 도망칠 기회마저 사라질지도 몰라요.”
“지금 저보고 혼자 달아나라는 건가요? 다시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영. 저는 당신이 걱정되어서 한 말이에요.”
“언니가 없는 세상이야말로 제 세상의 종말이에요. 왜 그걸 모르세요?”
“스승의 말을 듣지 않다니, 수제자를 잘못 키웠네요. 조금 더 유하게 키울 걸 그랬어요.”
“흥. 이미 늦었어요. 호부무견자虎父無犬子. 뛰어난 부모 밑에 모자란 자식은 나오지 않아요. 언니한테 배운 게 있는데 제가 겁쟁이처럼 달아날까봐요?”
그녀는 언제나 보여주었다.
아무리 힘겨운 게임도 깰 방법은 있다고.
불가능처럼 보이는 도전에도 가능한 방법이 있다고.
길은 정말로 존재했다.
전인미답의 개척지가 나날이 늘어갔다.
수많은 히든루트와 히든공략이 히든검객의 손을 통해 드러났다.
“1000레벨 최단시간육성. 힘든 도전이겠지만 불가능한 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에픽판타지의 레벨시스템은 행동력이 한정되어 있어서 상승속도에 제한이 걸리는 21세기 초 폰게임과는 다소 다르다.
“던전에 입장권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성장정체구간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스펙이 부족한 사람들에 한한 이야기죠. 무공의 힘이라면 정체구간을 뛰어넘어서 바로 다음단계 던전을 공략하고 상급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템과 스킬, 재화를 얻을 수 있어요.”
던전뺑뺑이를 돌며 스펙을 키우고 그 스펙을 바탕으로 상급사냥터에 진출하기를 반복하는 MMORPG의 기본공식.
무공에는 그 공식을 근본부터 비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영. 에픽판타지의 공략만큼 현실세계를 위협하는 기존 게이트의 폐쇄 또한 중요한 일이에요. 일선에서 뛰는 문도들에게도 강자의 조력이 필요해요.”
“흑의종군이나 하북팽가, 황금길드 같은 다른 세력들도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어요. 백소천님도 전두지휘에 나설 거고요.”
“그래도요. 사회가 혼란스러워졌으니 이 사태를 이용하려는 사파의 무리들, 빌런들도 나타날 수 있어요. 백소천은 모두를 지휘하는 참모이자 내원주로서 자리를 지켜야 하니, 그의 역할을 당신이 대신 해줘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주아영은 서운함을 느꼈다.
“언니는 어떻게든 절 떼어놓으려고 하는군요.”
“그리 서운해 하지 말아요. 그만큼 아영을 믿기에 드리는 부탁이에요.”
마선토벌전에 참여하면서 부쩍 느꼈다.
만일 자신이 다른 과정을 거쳐서 흑막토벌전 루트에 진입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도 자신이 승리할 수 있었을까?
백령신군과의 대담을 나누지 못했다면 결전 도중 그가 배신하는 사태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그 타격은 적지 않았겠지.
대요괴를 진심으로 굴복시키지 못했다면 3대 요괴왕이 된 미래의 그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그와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탓에 1대 요괴왕을 마선과 동시에 상대했을 것이다.
사생아 왕자는 어떤가.
그를 성장시키지 못했다면 2대 요괴왕을 설득할 기회도 없었을 테고, 마선토벌전을 이어나갈 동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컸다.
최악의 경우도 있다.
1대부터 4대에 이르는 요괴왕이 모두 마선의 수족으로 나타나는 와중에 백령신군마저 배신하며 1 대 5의 통수전을 치르는 경우다.
그런 위기에 처한다면 제 한 목숨 건사하기 급급해서 다른 누군가를 챙겨줄 역량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을 것이다.
그런 미래가 염려되었다.
그래서 주아영을 떼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아영의 모습을 보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멀리하는 행동이 도리어 그녀를 더욱 상처입게 만든 모양이다.
“알았어요. 게이트는 신성곽 어르신에게 맡기죠.”
“정말요?”
“정말로요. 같이 게임해요.”
주아영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헤헤. 언니랑 같이 게임하는 거 엄청 오랜만이네요. 둘이 하는 건 더 그렇고요.”
점핑레빗 공략을 시작했을 무렵에나 그녀와 단둘이 게임을 했던 걸 감안하면 그조차도 꽤 예전 일처럼 느껴진다.
점핑레빗 진엔딩공략도 반요곡 진엔딩공략도 모두 그만큼 거친 여정이었다.
‘이번에는 더욱 거친 여정이 될지도 모르죠.’
언니 좋다고 게임 무서운줄도 모르고 웃는 낯짝이 괘씸해서 괜히 꼬리로 머리를 때렸다.
그것도 좋다고 꼬리를 잡고 헤헤 웃어대는 통에 결국 해응응도 피식 웃음이 터졌다.
2.
[신화 사의 가상현실게임 를 99000원에 구매했습니다.] [에픽판타지에 접속합니다.] [기존에 플레이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새로운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현실모드로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신체관련 상세설정이 모두 생략됩니다.] [종족이 아인종으로 고정됩니다.] [기존 닉네임 을 이어서 사용합니다.] [시작지점을 으로 설정합니다.] [모험이 시작됩니다.] [3초간 눈을 감아주십시오.]창문을 열고 시속 180이 넘게 운전하거나 전력으로 신법을 펼치며 내달리는 것처럼 강한 바람이 전신을 마구 두들긴다.
격한 이펙트와 함께 3초의 시간이 경과하자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처럼 이세계에 던져졌다.
“으앗!”
옆에서 비명과 함께 꽈당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슬며시 눈을 뜨니 자신처럼 누가 봐도 ‘초보자복장’으로 보이는 차림새의 엘프귀를 지녔거나 볼에 세 가닥 수염이 난 아인종들이 엉덩방아를 찧고 힝 거리며 눈물을 찔끔 흘린다.
빛이 하나 번쩍일 때마다 엉덩방아도 하나씩 늘어나는 광경이 꽤나 보기 심란했다.
타닷.
물론 조화경의 고수가 펼치는 절대균형감각으로 착지한 해응응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무림비망록 사태로 위기감을 느끼던 사람들은 해응응의 방송에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에픽판타지 실화야?
-헬세살단은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주문한 적 없던 점핑레빗도 진엔딩 클리어를 하고 헬즈 쇼핑호스트도 깨고 채찍 시뮬레이터도 깨는 마당에 버림받은 게임이 있다?
-언냐 헬세살은 미국 갔어…?
-미국 말고 도원향 가셨다네요
-엌ㅋㅋㅋㅋ
-마선이랑 사이좋게 손잡고 기다리고 있을 듯
-팩트>진짜 마선이 만든 세계관임
-근데 왜 에픽판타지임?
-이겜 한국인 견제 미친 게임 아님?
-ㄹㅇ 100레벨 넘으면서부터 지옥 시작임
-왜 100레벨 넘어서부터임?
-신규캐릭터 점핑구간이 100레벨에 끝남
-ㅇㅎ
물론 채팅창을 꽉 거머쥔 것은 기존시청자들이었다.
[반년 이상 팔로우한 시청자만 채팅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너무 많은 시청자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자 채팅매니저 이소혜가 내린 고육지책 때문이었다.
[을 사용하시겠습니까?]인벤토리에서 반짝거리는 .
MMORPG 유저라면 사용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 효과를 보고도 해응응은 점핑권을 찢는 대신, 유심히 살펴봤다.
[이소혜 : 안 찢고 뭐해? 메탈드래곤 레이드하려면 한시가 급한데]-헐
-ㅁㅊ
-뉴비 주제에 시즌보스를 잡겠다고?
-두달 남았는데 레벨을 얼마나 올리려고ㄷㄷ
-외국성님들이 절대 허락 안할 텐데ㅋㅋ
-요선검객이 우습게 보이냐? 마선의 통제도 뚫고 반요곡 해방시킨 분이시다
-ㄹㅇㅋㅋ
갈 길이 먼 입장에서 점핑권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마을 앞에서 토끼를 잡고 경험치를 모아 레벨업하는 대신, 번쩍번쩍 백 차례나 내리쬐는 빛에 휩싸였다가 강해져서 졸업하는 엉덩방아 뉴비들을 보며 해응응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업의 무게가 가벼워요.’
판타지의 꽃, 스탯.
동일레벨에서도 차이를 만드는 스탯.
저들에게는 그 스탯의 효과가 너무나도 적었다.
무림비망록 상태창을 기준으로 보자면 승급최저레벨만 맞춰서 바로바로 경지를 올리는 사파식 레벨업을 보는 기분!
“저레벨에서 쌓을 수 있는 업에 대해 소개를 받을 수 있을까요?”
-업? 업적 말하는 거임?
-고인물검객 아니랄까봐 제일 고인 짓부터 찾네;
-수집은 너무 오래 걸릴 듯
-1레벨에 ~를 달성한 노리는 거 어떰?
-오 그거 좋다
“1레벨에 무언가를 달성한. 그건 어디까지 잡을 수 있는 건가요?”
시청자들은 말했다.
-이 근방에서 나오는 필드보스가 일거임
-그거 잡으면 초보자섬에서 본대륙으로 갈 수 있음
대충 이해는 했다.
이 게임의 구조에 대해서.
목표를 달성하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는 지름길이 열린다.
이것이 정식루트.
그리고 일반유저들이 따라왔던 길이다.
“그럼 바다로 그냥 나가면요?”
-?
-?
-풍랑 때문에 파도 맞고 HP 깎여서 죽는데요?
-애초에 님 HP로 감당이 안됨ㅋㅋ
-상태창이나 열어보셈ㅋㅋㅋ
1레벨의 상태창.
볼 건 그다지 없는 것이 당연했다.
‘평범한 초보자’라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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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묵언검객 [현실모드] 초기스펙이 현실스펙으로 결정됩니다. [총합레벨] 1 [HP] 1레벨 – 100%(1조 8700억/1조 8700억)*레벨을 투자하여 HP나 MP, 스텟을 올리거나 클래스를 습득하십시오.
*상위스탯을 해금할 시, 같은 레벨로 더욱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초스탯은 마을 내에서 퀘스트를 진행할 시, 점차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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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치 왜 저럼?
-“현실모드”
-현실에서 체력이 1조 8700억??
-무슨 월드레이드보스세요??
-팩트>요선검객은 월드레이드보스가 맞다
-저거 레벨 투자하면 일정배수로 늘어나지 않음?
-이런 미친 개사기캐를 봤나
물론 현실모드는 치트의 온상지이며 묵언검객은 평범한 초보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