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1)
1.
1레벨에 가장 먼저 잡는 몬스터를 통해서 측정되는 ‘1레벨에 ~를 잡은’ 칭호.
동일레벨에도 업의 차이를 결정짓는 첫 걸음을 두고 해응응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차피 올려야 할 레벨, 굳이 초보자 사냥터에서 첫 킬을 올리면서 시작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 연유로 그녀는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섬의 보스몹을 잡아야만 포탈이 열린다면 그걸 잡고 포탈을 여는 대신, 바다로 직접 나가서 잡고 싶은 몹을 찾아 죽이면 된다.
풍랑과 파도가 한 번 일어날 때마다 HP가 감소하지만 무림인의 생명력은 그깟 파도로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현실모드.
현실의 신체스펙을 초기스펙으로 가져오는 모드.
이것이 그녀를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여긴 배 없는데?
-뭐 타고 가려고?
-어디서 뭐가 나오는지 알기는 함?
-설정 상 초보자의 섬은 해수의 바다 한복판에 숨겨진 은신처 아님?
-맞음
-지나가는 해수부터 레벨 미쳐 날뛰느라 어지간한 배는 내구도고 나발이고 개박살 날 텐데?
본인이야 강하다고 쳐도 배는 어쩔 텐가.
시청자들의 지적은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다.
무림인의 손에 들리면 앙상한 나뭇가지도 절세보검처럼 대단해지듯이 무림인이 발로 딛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튼튼한 배가 될 수 있음을.
풍덩
물 위에 내던지는 널빤지 하나.
그 위에 발을 디디자 작은 판자 하나가 발휘하는 부력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그녀의 몸이 수면 위에 올라서게 되었다.
무림인 시청자들은 그 기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기함을 내질렀다.
내공을 수면에 넓게 펼쳐서 디딤대로 삼아 물 위에서 보행하는 등평도수登萍渡水의 경공을 보다니!
-등평도수는 경신술인데 묵언검객은 가만히 있잖아
-그게 더 대단한거지
-물리법칙 이 새끼 요즘 왤케 파업함?
-응 내공법칙이 더 강해^^
-과학자 피눈물행
-응~ 기공과학자도 생겼어
-xx대학교 신설학과에 기공학과도 있음
-왜 진짜임?
플레이어들이 정해진 성장라인을 따라 이동하도록 격리된 공간인 초보자의 섬과 그 주변을 감싼 마수의 바다.
그 위를 널빤지 하나에 의지한 채 나아가는 모습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속도는 왤케 빠름?
-모터 달린 듯
-밑에서 누가 밀어주고 있는 거 아님?
물살의 흐름을 이용하여 순조롭게 바다로 나온 그녀는 어선에 달린 레이더마냥 기감을 널리 펼쳤다.
[수상비 스킬을 개방했습니다.] [기공술 스킬을 개방했습니다.] [색적 스킬을 개방했습니다.]그놈의 스킬은 뭐가 그리도 많은지.
시험 삼아 한 번 사용해보니 감지범위가 말도 안 되게 줄어든다.
‘평생 스킬 쓸 일은 없겠네요.’
경지가 정체된 사람이 스킬만 계속 써서 숙련도를 올리면 제 실력보다 넓은 범위를 감지하고 다른 스킬도 실력 이상의 효용을 볼 수는 있겠지.
조화경의 고수인 그녀에게는 애들 장난처럼 하찮은 것이라 스킬은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스킬개방 알림설정을 해제합니다.] [더 이상 스킬 알림이 떠오르지 않습니다.]‘애초에 무공은 저로부터 비롯된 힘.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이 없더라도 온전히 저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에픽판타지의 시스템에 의지할 이유는 전혀 없다.
‘조금 큰 것이 감지되네요.’
바다를 거칠게 헤집는 그녀의 기운을 느끼고 사방으로 달아나는 해수들.
그 너머로 오히려 그녀의 기운에 자극을 받고 영역을 침범당해 화가 나서 달려드는 기척이 있었다.
[해수 미니크라켄, 레벨 1000]미니크라켄을 본 시청자들은 에픽판타지가 미니mini라는 말의 뜻을 알고는 있는지 의심했다.
길이 14cm의 난쟁이원숭이.
길이 12cm의 이집트땅거북.
길이 13.8mm의 사토미스피그미해마.
이런 것들이 미니라고 불리는 것이다.
세상에 다리 하나가 수면을 가르며 떠오르니 빌딩높이를 이루는 생명체를 미니라고 부를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ㅋㅋ 신의 시점에서 보기엔 저것도 미니라고
-ㄹㅇㅋㅋ
-미니거다이맥스문어
-미니거다이맥스 이지랄!
-미니랑 거다이맥스가 동시에 있으면 어캄
-욕심 존나 많네ㅅㅂㅋㅋ
크기도 크기지만 에픽판타지를 플레이해본 유저들은 다른 부분을 걱정했다.
-이거 레벨역장 어케 깸?
-레벨차이당 딜감소 비율 아시는 분
-10레벨 차이면 딜 1% 깎이고 100레벨 차이면 딜 10% 깎이니까 1000레벨 차이면 딜 하나도 안 들어가지 않을까?
-ㄴㄴ조건이 다름
-0%는 아니고 0.001% 이따구로 들어갈거임
-ㅁㅊ
-절대 못 잡겠네
-근데 HP는 묵언검객이 더 높지 않음?
-ㅇㅇ
-묵언검객이 때린다고 맞기는 함?
-절대 안 맞지
커다란 문어다리가 바다표면을 강타하자 엄청난 충격이 널빤지와 그 위에 올라탄 해응응을 덮쳤다.
나무합판 쪼가리는 조각조각 해체되고 사람의 몸통도 뭉개져야 마땅할 경악스러운 중량이 실린 일격에 대포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솟구쳤다.
쏴아아아아!
비처럼 쏟아지는 바닷물.
그 한복판에 선 해응응은 조금도 상하지 않은 널빤지에 올라탄 채, 한쪽 발로 수면을 세차게 내딛었다.
쿵!
수직으로 솟구치는 물기둥.
그 높이는 미니크라켄의 다리가 수면을 내리치며 일어난 물기둥보다 배는 높았다.
“크워어?”
당황한 문어대가리의 눈동자가 데굴데굴 구르며 위로 향했다.
번쩍
섬광처럼 일어나는 내공의 질주에 물기둥이 거대한 수룡의 형상으로 갈라지며 미니크라켄의 몸체를 향해 거세게 내리꽂혔다.
“크워어어어억!!!”
끔찍한 비명과 함께 미니크라켄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데미지.
슈퍼크리티컬 표식과 함께 떠오른 수천억 단위의 데미지는 레벨역장이 전혀 제 값어치를 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
-데미지 무엇?
-버그임?
-왜 딜 들어감?
-레벨역장 이 새끼 일 왜 안함?
-역장 그냥 뚫렸는데요?
시청자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해응응은 간단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상태창은 하나가 아니다.
귀환자 전용 상태창.
무림비망록의 상태창이 있다.
그곳에서 그녀가 달성한 경지레벨은 마선토벌전 당시에만 누적 2000레벨을 돌파했다.
[묵언검객, 레벨1(+2025)]겉으로 보기에는 1레벨이지만 실제로는 2025레벨.
지금 당장 단신으로 검을 들고 15시즌 월드레이드보스 메탈드래곤의 목을 따러 가고도 남을 스펙을 아무도 모르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해응응은 다리 절반이 뜯겨져나간 미니크라켄의 머리통 위에 선 채로 공격을 거두었다.
내공이 사라지자 수룡은 거대한 폭포수가 되어 흘러내렸고 크라켄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1레벨에 미니크라켄 잡은 사람 있음?
-당연히 없지ㅅㅂ
-와 칭호보너스 개오지겠다
-근데 왜 마무리 안함?
-널빤지는 머리 틈에 왜 끼워넣음?
-저 저 악질천마구미마룡검객 또 이상한 짓 한다
-널빤지 왜 버림?
“새로운 탑승물을 구했으면 갈아타야죠.”
-?
-?
-이 무친련 설마 미니크라켄 안 잡은 이유가…?
덩치도 크고 내공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힘차게 멀리 이동할 수 있다.
현대운송수단으로 치면 하루아침에 외발자전거에서 추레라 24톤 화물트럭을 얻은 수준이다.
“빨리 움직이세요. 당신보다 더 강한 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 전까지는 제 수중에서 벗어날 수 없을 줄 알아요.”
미니크라켄은 매 맞는 강아지처럼 키잉키잉 애달픈 소리를 내며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1레벨의 플레이는 절대로 아닌 묵언검객의 칭호작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2.
묵언검객이 에픽판타지에 도전한다.
이 소식은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도전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싱글게임에서는 패왕처럼 군림하는 묵언검객이지만 MMORPG는 들인 시간과 날마다 반복해온 숙제의 높이에 따라 강함이 달라지는 게임!
일정구간까지 레벨을 바로 올리는 점핑보상을 받더라도 그 강함은 하찮은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이거 우리도 잘하면 묵언검객 PK 가능한 거 아니야?”
“악질검객 그년한테 검투사키우기 계정 찢긴 거 생각하면 아직도 잠이 안 와!”
“헬세살을 내놓을 때까지 묵언검객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다.”
초보자마을을 벗어나서 도착하는 지역 가득 몰려드는 PK범들의 향연.
제 1 대륙의 이종족 첫 마을에는 날개를 달고 엔젤링이나 광휘도 뒤에 걸고 갑옷과 무기에서 은은하게 빛을 뿜어내는 강화컨텐츠까지 다 즐긴 고인물들이 우글우글 몰려들었다.
“여기서 살 수 있는 가장 빠른 배 한 척만 주세요!”
“다 팔렸어요.”
“아니 배 어디감?”
“응~ 개인용 선박도 없는 응애들은 컨텐츠 참여 못해.”
“미친놈이세요? 그게 얼마짜린데 사냐고. 장비템 강화하기도 부족한 재화인데!”
부두는 배를 구하려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대부분은 배를 구할 수 없었다.
이미 한발 앞서서 그들이 살 배를 쓸어버린 재력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 이거 같은 사람이 샀는데?”
“내 것도.”
“아니 누가 이렇게 돈이 많아?”
“무슨 몇 년 동안 게임 안하다가 복귀해서 복귀기념재화가 썩어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 돼?”
“왜 안 돼~?”
낭랑하게 올라가는 애교 섞인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몰렸다.
“방금 복귀했는데♡”
현 닉네임 사과받기좋아하는사람.
구 닉네임 애플여왕.
별명 메스가키녀.
“여왕님?”
“여왕님이 돌아왔다!”
“역시 사과녀가 애플여왕 맞았잖아!”
애플여왕.
그녀가 묵언검객을 돕기 위해 돌아왔다.
“아니 근데 아무리 애플여왕이라도 배를 사는 게 말이 돼? 저건 길드컨텐츠에서 보물선 찾기나 해적선 격추, 무인도 찾기, 대항해시대 컨텐츠하려고 공금을 몇 달이나 모아서 겨우 한 척 지를 수 있잖아!”
“여기 항구에서 파는 배가 12척인데 이거 다 애플여왕이 산거야?”
“미친. 아무리 복귀재화가 많아도 어떻게 그럴 돈이 생기지?”
유저들의 합리적인 의심어린 시선.
사과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분탕유저들을 비웃었다.
“1000레벨 넘길 때까지 여왕님~ 여왕님 지갑에서는 돈 한 푼도 안 나가게 해드릴게요~♡ 하고 이것저것 사준 건 너희였잖아♡”
“…미친 물소새끼들아!!”
“아, 생각났다. 저 인간, 자기 돈으로는 강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지…”
묵언검객 이전 시대.
2세대 인기 스트리머의 저력은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