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5)
1.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묵언검객은 악기연주에도 나름의 조예가 있다.
“언니. 악기는 왜 배우신 거예요?”
“처음에는 배우고 싶어서 배웠던 건 아니었어요.”
“악기연습실도 누가 시켜서 다닌 거예요?”
“그 전에. 훨씬 전부터 악기를 배웠죠.”
“무림시절이요?”
해응응은 그때를 추억하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삼류에게도 고수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하찮았던 시기가 제게도 있었어요. 그때는 경지레벨 하나라도 끌어 모아서 승급을 하고 싶었던 시기였어요.”
“아…”
“사문이 위기에 처하고 제게는 힘이 없었을 때, 검으로는 올릴 수 없는 경지레벨을 악기에 의지해서라도 올리고 싶던 절박함에 비파를 뜯고 퉁소를 불었죠.”
가녀린 손에 검을 쥐고도 맺히지 않았던 물집이 처음으로 맺혔다고 했다.
날마다 비파를 뜯으며 손가락에 피가 맺혀도 약만 바르고 골무를 껴서 다시 현을 튕겼다.
그녀의 손가락에 흐르는 피가 한 방울이 부족하면 사문에서는 사람 한 명이 피 흘려 쓰러질지도 모르는 급박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언니도 참 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했죠.’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과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언니는 때때로 악기를 연주하고는 했다.
자신에게 들킬 때마다 무공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라며 변명을 하고는 했지만 주아영은 알고 있었다.
언니한테 경지레벨을 올리는 것쯤은 이제 문제도 아니며 검이 아닌 다른 무기, 다른 무술을 연마한다면 더욱 손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음을.
‘잊고 싶지 않은 걸까요. 무에 진심이었음에도 검 대신 비파를 쥘 수밖에 없던 시절의 절박함을. 그때 그 시절의 초심을.’
물론 그 대단한 악기실력으로 한다는 것이 불협화음 연주에 고막테러라는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해남파 악기무공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는 되었다.
청출어람.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옛 사자성어처럼 주아영은 불협화음과 고막테러를 통해서 악기연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생각했던 가능성이 어둠의정령을 통해 수십 만 시청자들의 앞에서 펼쳐졌다.
“아아악. 끄아아아악! 제발 그만, 그마아아안!”
“음정이 고르군요. 아직 여유가 있나보네요.”
함악인주喊齷人奏
악을 쓰며 소리치는 인간을 악기삼아 연주한다.
인체의 기혈과 혈도, 통각에 대한 이해도.
정교한 점혈과 기의 분배.
분근착골로 대표되는 고문기술에 대한 숙련도.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하여 탄생시킨 주아영만의 무공.
이것이 연주무공 였다.
-와 독하다 독해;
-사람을 악기로 다루는 무친련;;
-아영이는 묵언검객 수제자가 맞다. 인정 안하면 붙잡혀서 악기가 됨;
-응 아니야 아직 검술이 부족해
-여기 걸어 다니는 악기 하나 있네 ㅋㅋ
동생들은 잔혹한 무공에 넋이 나갔다.
보기 흉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은 해남파의 권위에 도전했다.
동생들과 자신을 표적으로 삼았다.
실컷 건방을 떨었으면 악기가 될 각오쯤은 하고 덤벼야 하지 않을까.
주아영은 그렇게 생각했고, 자신의 생각을 몸소 실천하여 사람들의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해남파에게 덤비는 자.
차기 장문인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
언제든지 악기가 되어 연주당할 각오를 하라고.
“순순히 로그아웃을 시켜드릴 수는 없죠. 영아. 딸기우유 가져오세요.”
“넵.”
마을에서 보급품을 잔뜩 긁어온 소영아가 HP포션을 잔뜩 내놓았다.
벌컥벌컥.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둠의정령10300이 물약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입밖으로 흘려댔다.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발버둥에 주아영은 피식 웃으며 그의 목 근육과 혈자리를 일곱 번이나 쏜살같이 질주하며 자극했다.
“!!”
더는 거부반응조차 보이지 못하고 입 안으로 고스란히 내리꽂히는 포션들.
피 끓는 소리를 내며 포션을 삼킨 어둠의정령10300의 HP바가 레드존에서 고개를 쑥 들어 올리며 옐로우존을 향해 올라왔다.
“딸기.”
“여기요!”
빈 포션병을 버리고 새 포션병을 꺼내어 입에 물려주기를 몇 차례.
어둠의정령10300의 머리 위로 새로운 아이콘이 떠올랐다.
[포션중독] [단기간에 너무 많은 포션을 복용했다. 포션효율이 감소하며 중독중첩수치에 따라 복용 시 거부반응이 점점 늘어난다.]주아영이 점혈을 풀어 소리를 내는 것을 허락하자 어둠의정령10300이 꺽꺽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였다.
“한 번만 다시 물어볼게. 이번에도 딴소리를 하면 다음은 함악인주 8성의 위력을 체험하게 될 거야.”
“사, 살려줘… 아니, 죽여줘…”
“그렇게 죽고 싶으면 빨리 대답해. 어둠의정령은 총 몇 명이 있고, 현실에서는 다들 어디에서 접속을 하고 있는지.”
“만칠천팔백육십오명…”
어둠의정령10300의 진술을 들으며 생각했다.
사문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비장한 각오.
한 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자신과 사문 모두 파멸로 치닫는다는 공포심.
자신은 그런 것들을 지니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은 그녀만의 강함을 추구하는 이유를 지니고 있다.
따라잡고 싶은 사람의 뒷모습이 있다.
갈수록 높아지기만 하는 뒷모습이.
영원히 노력해도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정상이 보이지 않는 도전.
때로는 절망감도 든다.
묵언검객.
그 이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벌써 정체된 자신의 실력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이유와 과정은 다를지라도 이 또한 내가 찾은 돌파구 중의 하나.’
무림시절 언니가 무공레벨을 올리고자 비파난란과 퉁소통비를 연주했듯이 자신은 함악인주를 연주한다.
-검투사키우기에서 넘어온 정령? 이거 실화임?
-아니 게임 속 존재가 사람 몸을 빼앗았다고?
-미친 거 아니냐;
-게임 못 깨면 보스몹도 현실로 뛰쳐나오는데 그게 뭐 대수임
-ㄹㅇㅋㅋ
-니 몸 뺏기고도 그 소리가 나오나 두고 보자
-그럼 처음 한 명은 그렇게 뺏겼다고 치고 나머지는 다 뭐임?
그녀의 연주는 고독을 노래하지 않는다.
슬픔을 노래하지도 않는다.
가슴 속에 멍울진 고통을 절규하지도 않는다.
단지 강요한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에게.
자신이 어째서 그 앞을 가로막았고, 어째서 붕괴되어야 하는지를.
“분신을 늘린 방법을 얘기해. 순순히 죽고 싶다면 속이는 것 없이.”
악기는 대답했다.
“정령계약, 정령계약을 이용했어.”
“…계약?”
“정령계약은 해당차원계가 아닌 정령계에서 이루어져. 각기 다른 게임에서 내가 계약을 건 존재들은 강제로 정령계로 끌려와.”
“그리고?”
“본디 플레이어에게 걸린 동화율의 제한은 게임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속한 플레이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니, 검투사키우기에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령계에 불려온 인간은 동화율에 의한 고통저하 보정을 받지 못해.”
“…!”
“그러니 고문이 통해. 아픔이 싫으면 몸을 바치라고 협박할 수 있어. 아무리 괴로워도 현실의 육체가 아닌 영혼만을 부른 것이니 진짜로 죽지도 않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악기는 정말 최악이다.
사람을 해치고, 제멋대로 이용한다.
언니를 강제했던 무림의 하오문처럼.
정의를 숭상하면서 황제에게 굴복하던 위선적인 무림맹처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언니의 인생을 빼앗은 황제처럼.
그렇기에 최악이면서 동시에 최고이다.
아무리 험하게 연주하더라도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으니까.
아낄 필요가 없는 악기는 더욱 거칠게 연주한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말하면 죽여준다고 했잖아. 약속했잖아!”
그새 힘을 회복했는지 마나를 이용해 마나보호막을 펼치는 어둠의정령10300.
그 얄팍한 저항수단을 뚫고 파고드는 공력이 실린 지법이 가차 없이 혈도를 누르고 자극하며 새로운 통각을 일깨웠다.
어둠의정령은 거의 실신하다시피 눈을 까뒤집으며 꿈틀거렸다.
“딸기.”
악기만큼이나 덜덜 떠는 소영아가 HP포션을 건넸다.
병뚜껑을 따서 포션을 어둠의정령10300의 머리 위에 들이부었다.
“멋대로 죽으려고 하면 어떡해. 아직 알려줄 것들이 많잖아. 너희의 약점이 뭔지, 어떻게 하면 한 곳으로 불러낼 수 있는지, 빼앗긴 몸을 원주인들에게 돌려줄 방법이 뭔지.”
“아, 악마 같은 년… 이 묵언검객 같은 년…!”
“칭찬 고마워.”
주아영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안 돼. 전부 대답하기 전에는 죽여줄 수 없어. 말하지 않으면… 다음은 검기점혈보다 무시무시한 걸 겪게 해줄 거야. 기대해도 좋아. 무림인은 사람이 고통 받는 방법을 정말 많이 알거든. 너희가 좋아서 사람의 몸을 빌렸으니까 불만은 없지?”
그녀의 악기연주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2.
아영이에게 생각지도 못한 보고가 들어왔다.
“초보자존에서 인간의 몸을 빼앗은 검투사키우기 출신 어둠의정령들이 플레이어들의 캐릭터육성을 방해하고 있다고요? 제가 시즌보스를 못 잡게 하려고?”
같은 1레벨인데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자신은 이곳저곳 놀러만 다녔는데 어느새 그런 놀라운 정보까지 캐내다니.
직접 가르친 제자지만 때로는 아영이의 부지런함에 때때로 위압감을 느낀다.
칼에 쫓기고 칼에 얽매이는 무림비망록도 아닌 곳에서 저 정도의 열정을 지닌 무림인이라니.
가끔은 아영이가 무림에서 성장했다면 자신보다도 강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특하네요.”
-인간을 악기로 연주하는 제자와 기특하다고 칭찬하는 스승 ㄷㄷㄷ
-이딴 게 정파?
-무림비망록은 대체 어떤 곳인가… 너무 무섭다!
-천마는 마교야. 정파 아니야!
-해남파는 정파 맞는데? 20세기 무협지에 적혀있음
-응 고증 잘못된 위서죠?
-아니 지구에는 무림 같은 거 없다고ㅋㅋㅋ 무협지를 무슨 역사서 취급하네!
물론 기특하다는 칭찬은 아영이의 노력을 향해 말하는 것이지, 적들의 수고로움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방해를 하려는 이유야 알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저를 막기에는 이미 늦었죠.”
괴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거대한 거신족.
시즌 8 월드레이드보스 포세이돈.
이제는 해양괴수 레비아탄을 대신하여 새로운 탑승물이 된 그것의 어깨에 올라왔으니…
시즌15 월드레이드보스 메탈드래곤이라고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저를 막고 싶었으면 초보자용 성장루트를 막을 것이 아니라 보스들을 먼저 다 잡아놨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