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6)
1.
어둠의정령015.
수많은 정령분체들을 통솔하는 지휘개체 중 하나인 그는 묵언검객의 방송을 보며 깨달았다.
“전술수립이 잘못되었다. 성장구간을 봉쇄하여 묵언검객의 보스토벌을 저지하는 계획은 무용지물. 이 방식으로는 묵언검객을 저지할 수 없다.”
모든 멸망한 세계의 주민들에게는 꿈이 있다.
게임이라는 불완전한 형태의 차원을 넘어서 외부차원의 간섭 없이도 존재할 수 있는 차원을 장악하고 싶다는 소원.
잃어버린 고향을 대신할 새로운 고향별을 얻는 것.
지구는 모든 이주자들이 꿈꾸는 낙원이었다.
-시뮬레이터계의 차원은 하나가 아닌 수백 수천의 분할된 가능성으로 승부를 보겠다.
-오랜 기다림의 끝에 비로소 요괴들의 새로운 도원향이 도래하리니. 반요곡과 헬세살은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
-호러존의 차원은 누구도 발을 들이고 싶지 않은 악몽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비로소 모두의 현실이 되어 찾아가겠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에의 강림조건을 설정하며 지구의 플레이어들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누군가는 수많은 시리즈로.
누군가는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으로.
누군가는 진정한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플레이어들이 공략할 수 없는, 혹은 공략하지 않는 미래를 유발하여 지구를 침공하는 게이트를 활성화시키려고 든다.
계획은 유효했다.
S급 게이트.
나아가 그 이상의 고난이도 게이트가 열리며 공략되지 않은 게임의 두려움을 지구에 심어주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존재가 이 모든 추세를 뒤집어버리고 말았다.
-묵언검객. 그녀는 군중들을 이끈다.
-묵언검객. 그녀는 지나치게 강하다.
-묵언검객. 그녀는 두려움을 모른다.
성좌들은 깨달았다.
인류의 수호자.
현대무림의 천하제일인.
구미마룡천마검객 해응응.
속칭 묵언검객.
묵언검객이 있는 한, 성좌들이 꿈꾸는 새로운 별, 낙원의 땅 지구는 자신들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선계.
스스로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자격.
등선자의 운명마저 거부한 그녀는 반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어 모든 고등급 게이트의 발생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로 게이트의 부산물을 얻고자 반목해야 할 인간들은 지존의 힘 앞에서 굴복하며 현대무림이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어 외부세계의 격퇴에 전념했다.
-묵언검객이 군중들을 이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묵언검객의 성장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묵언검객이 두려워할 미래를 찾아라.
성좌들은 집요하게 약점을 찾아 헤맸다.
오랜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었다.
무림비망록.
그녀에게 힘을 허락한 차원계.
지금껏 성좌가 드러나지 않은 미지의 가능성.
마선이 몰락한 세계선.
그것은 침략자들이 바라지 않는 무림지구의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지구인들이 꿈꾸는 낙원이기도 하다.
더 강한 힘.
새로운 신체.
인생을 다시 시작할 기회.
낙원을 찾아 제 발로 떠나는 인간들을 보며 성좌들은 깨달았다.
이거다.
무림비망록의 귀환자는 지구에 거대한 힘을 실어주지만 동시에 지구에서의 생활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이탈을 가속시킨다.
묵언검객을 막을 수 없다면 그녀 외의 모든 인간들을 이탈시키면 된다.
-인류의 문명을 멸망시키면 그들이 현대지구를 고수할 이유는 없다…
-너희의 자원을 우리에게 투자해라…
-에픽판타지에 사활을 걸어라…
눈에 띄지 않는 망겜.
조작법이 쓰레기 같은 똥겜.
어설픈 가능성에 걸었던 성좌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위대하신 분들이여. 우리가 그 뜻을 돕겠나이다. 대신, 강림의 날 이후의 세계에서 단명종들의 지배자가 될 자리를 어둠의정령에게 허락해주소서.”
어둠의정령은 시류를 읽었다.
묵언검객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성좌들의 계획이 방해받지 않도록 돕기로 약속했다.
계획은 구체적이었다.
동원할 수 있는 인형도 잔뜩 있었다.
성좌들도 그 계획에서 가능성을 엿보아 기회를 베풀어주었다.
그 결과가 이 모양 이 꼴이다.
“숫자만 많아서는 안 된다. 사냥터를 봉쇄하는 것으로 묵언검객을 방해할 수 없다면 그녀의 칭호작을 방해해서라도 발목을 붙잡아야 한다…”
어둠의정령015.
그는 새로운 지령을 하위개체들에게 전파했다.
“묵언검객을 따라잡아라. 그리고 그녀의 손에 죽어라. 그녀가 지고한 존재의 죽음으로 자신의 시작을 장식하기 전에 그 가치를 죽여라.”
대륙 곳곳에서 어둠의정령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2.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졌지만 잘 싸웠다.
의미 없는 노력에 대한 치하가 있다면 어둠의정령에게 어울릴 것이라고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쟤들 왜 다 보임?
-ㄹㅇㅋㅋ
-포세이돈 개사기네
맵 사방에서 접근하는 어둠의정령들의 선박.
가까워지는 속도보다 멀어지는 속도가 더 빠른 빨간 점들이 근방 항구로 텔레포트해서 우르르 늘어났다가 바다로만 나오면 멀어진다.
새로운 항구로 앞질러서 나타난 빨간점들은 또 순식간에 맵 저편으로 사라진다.
바다 위에서 접근하는 모든 적의를 품은 존재를 마킹하는 미니맵 강화권능 .
그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해응응은 방해 한 번 받지도 않고 순조롭게 바다를 항해하였다.
시작부터 치트키를 치고 들어가는 경쟁에 긴장감이 있을 리가 없다.
열심히는 하는데 성과는 없는 암흑의정령들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어제나 오늘이나 한결같다.
-악질검객이 또 악질검객 했네
-원조 악질은 급이 다르구나…
-아영이는 직접 손으로 뚜까패기라도 했지 얘는 뭐 얼굴도 안 마주치네;
급이 다르다는 표현처럼 상대조차도 해주지 않는 묵언검객.
그녀의 관심은 암흑의정령들에게 닿지도 않았다.
“메탈드래곤이 있는 시즌15의 전장으로 가려면 어느 길을 거쳐야하죠?”
-공중에 떠다니는 강철섬으로 올라가세요
-포탈로 이동할 수는 있는데 그건 도심 한복판에 있고 님은 거기 가면 정령들한테 습격당함
-ㄹㅇ 1렙 칭호작 여기까지 온 것도 충분히 대단한데 그냥 포세이돈 잡고 포탈 타서 공중섬 가자
-여기까지가 한계임
-바다 위에서 피하면 뭐함 여기선 올라갈 방법이 하나도 없는데ㄹㅇ
-강철섬은 맵 상공을 날아다니면서 이 필드 저 필드 건너 뛰면서 출현하는데 비공정 타서 쫓아갈 거 아니면 그냥 포탈 타셔야 해요ㅇㅇ
공중으로 올라가라.
요컨대 바다에서는 더 이상 답이 없다는 뜻이다.
더 강한 보스몹.
더 효율 좋은 칭호작.
미래를 위해 미뤄왔던 1렙 업적용 보스몹을 이제는 그만 갈아치우고 손수 사냥할 때가 되었다.
스르릉.
검을 뽑고 무심히 포세이돈의 목덜미를 쳐다보는 해응응.
그 모습은 마치 시골농가의 주인과도 같았다.
손자가 시골에 내려와 닭이라도 한 마리 잡겠다며 칼을 뽑아들거든, 누군가는 죽어야만 한다.
반드시 피를 볼 수밖에 없다.
죽음의 위기를 직감한 포세이돈은 다급히 목소리를 내었다.
“멈춰라, 인간. 네 실력이라면 나보다 우수한 상대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크라켄은 레비아탄을, 레비아탄은 포세이돈 당신을 바쳤죠. 포세이돈 당신은 제게 누구를 1렙 칭호작용 제물로 바칠 수 있죠?”
“바다 위에서 짐보다 강한 존재는 없다.”
“유언으로 묘비에 잘 새겨줄게요.”
“잠깐! 바다 위에서는 그렇다고 했지, 바다 밖에서는 짐보다 강한 존재도 있다. 꼭 짐을 해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포세이돈은 절박했다.
시즌보스 쯤 되는 존재는 비록 자신의 시즌, 지구를 침공할 기회를 놓쳤다고 해도 나름의 지성을 지닌 채 존재를 허락받는다.
그것이 복제된 생명이자 거짓된 목숨이라 해도,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한 생존본능은 계속된다.
“그대가 노리는 것은 강철성의 주인. 창공의 지배자 메탈드래곤이 아닌가?”
“맞아요.”
“그렇다면 더욱 내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금속으로 된 존재는 강철성이 존재하기에 작동할 수 없는 지금, 평범한 탈 것은 강철성의 접근을 위해서는 정해진 장소에서 철저한 버프를 받은 뒤에야 간신히 강철성에 착륙할 수 있다.”
포세이돈의 말은 사실이었다.
모든 금속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시즌메타로 인해 플레이어들은 금속무기와 방어구를 인벤토리에 봉인 당했으며 금속보다 단단한 레어목재, 정령이 깃든 에고무기 등으로 눈을 돌렸다.
이는 탑승물에서도 마찬가지.
기존에 거대한 금속구조물로 이루어진 비공정이나 비행선은 모두 퇴역했으며, 마나석을 대량으로 박아넣은 마법비공정이 아니면 비행조차 불가능하다.
가동에 필요한 단가는 대폭발.
무역과 대규모 수송이 막히며 에픽판타지의 대륙들은 극심한 경제난과 범람하는 몬스터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에 닥칠 잠재적인 위험은 모두 에픽판타지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토대로 추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그런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물기둥을 창공 저 너머까지 쏘아 올리면 된다. 이 포세이돈의 힘이라면 능히 해낼 수 있지.”
“그건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요.”
“대신 그대도 하나만 대답해다오. 미약하나마 신성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짐은 그대가 지닌 권능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그대에게는 비행을 할 수 있는 권능이 있는데 어찌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이지?”
그것은 시청자들이 품은 의문이기도 했다.
바다로 나가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지 않았나.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고 불쌍한 보스몹들만 괴롭히는 만행에 어리둥절 하는 이들도 있었다.
진실이 언제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
묵언검객이 대답한 이유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모처럼의 게임이잖아요. 맵구경은 해야죠.”
“…구경?”
“아니면 관광이라는 표현이 맞을까요?”
게임을 켰으면 즐겨야지.
뒷목이 당기는 사유였다.
“…보내주마. 얼른 사라졌으면 좋겠구나.”
포세이돈은 이 미친 괴물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려 드느니 한시라도 빨리 해방되기를 선택했다.
해신의 이름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그가 발휘하는 강력한 권능이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내며 해응응을 수직으로 멀리 쏘아 올렸다.
이 높이에서라면 충분히 저 멀리서 다가오는 강철성에 착지할 수 있다.
‘이걸로 해방이군.’
간신히 한시름 덜어낸 포세이돈. 그가 해방감을 느끼며 권능을 거두자 잦아드는 물줄기와 함께 그 위에 앉아있던 해응응이 다시 바다 위로 내려왔다.
-?
-?
-왜 착지 안함?
시청자들과 같은 의문을 담은 포세이돈의 시선.
그의 의문은 곧 풀렸다.
“가기 전에 드랍템 하나만 주세요.”
“…….”
갈 때 가더라도 드랍템 하나는 챙길 수 있잖아.
다음화는 11월 07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