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0)
1.
요괴들은 격한 감동을 느꼈다.
“도원향이다. 도원향이 여기에 펼쳐졌다!”
평화가 도래한 반요곡.
인간과 반요, 요괴들의 오랜 전쟁이 끝났다.
폐허가 된 지상에서 더 이상 서로 반복하며 요력을 소모하여 중간계를 요계꼴로 만들어 멸망시키는 대신, 귀물과 요력의 정수를 심어 지력을 돋군다.
밭을 갈고 나무를 심으며 자연의 정기를 회복시킨다.
전쟁 없는 평화.
평화 속의 공존.
그것이 인간들의 도원향일지는 몰라도 요괴들의 도원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역시 살아있는 것을 날 것 그대로 씹어 삼킬 때가 가장 즐거워!”
“뭘 모르는군. 약한 것들을 붙잡아다가 제일 강한 한 놈만 살려준다고 할 때가 가장 즐거운 것을.”
“부족하다! 진짜 유희란 따먹고 싶은 몬스터만 살려준다고 하여 암컷몬스터들이 각기 다른 종족의 매력을 발산하여 아양을 떨 때 비로소 완성된다.”
자신만의 지론을 앞세우며 무자비하게 몬스터들을 유린하는 요괴들.
피와 살육, 비명과 공포가 만연한 이곳이야말로 그들의 도원향이자 낙원이었다.
“요괴다! 죽여!”
“반요곡에서의 원한. 이번에야말로 갚아주마!”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약방의 감초처럼 그들의 풍미를 더욱 돋우었다.
“윤회전생을 한 인간들이라도 있는 건가?”
“좋군. 요괴를 보고도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요괴들에게 변변찮은 타격조차도 주지 못했다.
“아니 최고난이도 감안해도 너무 강해지지 않았어!?”
“이 녀석, 원래는 창칼이라도 박히는 요괴였는데 이제는 검기를 써도 튕겨내잖아!”
“내 레벨은 1050이라고. 어떻게 이런 스펙으로도 잡을 수가 없는 거냐고!”
인간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요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였다.
“세계의 끝을 보지 못한 자가 어찌 강함을 입에 담을 수 있지?”
“우리는 주군과 함께 종말을 목도했다. 한 시대가 저무는 역사적 순간에 동참했다. 마선의 죽음으로 해방되었던 막대한 요력을 이 몸으로 받아들였다.”
“너희 인간들이 윤회전생으로 달아나 힘을 쌓았다고 한들, 결국은 도망자에 지나지 않는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종말의 순간에 반요곡의 세계를 뒤덮은 막대한 요력.
마선의 죽음으로 해방된 더욱 거대한 요력.
그 일부를 흡수한 것만으로도 살아남았던 요괴들은, 묵언검객에게 진명을 바친 요괴들은 모두 전에 비할 바 없이 강해졌다.
개체 하나하나가 모두 보스급.
잡졸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최강의 군단.
일반 플레이어들 따위의 실력으로는 일 대 일로 감히 승리를 논할 수 없다.
“해냈다!”
간혹 운 좋게 군단에서 떨어져 나온 개체 하나를 여럿이서 함정에 빠뜨려 토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라고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어…?”
“능선 뒤에 저거 다 뭐야?”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 [병귀 최정예병이 등장합니다.]“어어어…?”
“뭔가 좀 아닌데…?”
[병귀 백인장이 등장합니다.] [병귀 백인대가 소집됩니다.] [경고. 레이드보스 급 강적이 집결했습니다. 현재 파티 수준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강적입니다. 인근 영주성으로 도망쳐 지원을 요청하십시오.]“영주성 거기 있는 영주병은 해외섭 놈들이 다 죽였는데 어디다 지원을 하라는 거야…”
“야발 진짜 뒤졌네.”
도원향은 한 종족에게만 허락되는 것.
요괴들의 축제는 곧 인간들의 지옥이니, 플레이어들의 고생문은 활짝 열렸다.
2.
수련을 위해 게임을 멈추고 로그아웃 했던 주아영은 먼저 나와서 기지개를 켜던 언니를 보고 스크린폰을 들여다보고 언니를 다시 쳐다봤다.
에픽판타지에는 지금도 요괴들의 습격에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플레이어들의 아우성이 한 가득이다.
요괴들이 갑자기 다 사라졌다는 소식은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다.
“언니. 게임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벌꿀사탕 먹으러 나왔어요.”
“근데 요괴들은 왜 게임에 계속 있어요?”
“진명개방이라 그런가보죠.”
진명개방이 아니라도 소환사는 마지막에 로그아웃한 위치를 기점으로 일정범위 내의 사냥터에서 소환수들이 자동사냥을 할 수 있다.
그 일정범위와 관련된 능력치가 천원돌파를 해있어서 온 대륙을 다 헤집고 있을 뿐이다.
그런 사실까지는 알지 못하는 주아영은 반요곡이 참 어려운 게임이기는 했다며 납득했다.
“그보다 마침 잘됐네요. 언니, 소식 들으셨어요?”
“부기걸이 왕국수도를 침공해서 옷을 약탈하고 떠났다는 이야기요?”
“어… 아니요. 그거 말고요.”
“극곰장수가 유저한테 히든클래스를 주고 공격계수가 미쳐 날뛰는 ‘찢기’ 스킬을 전수했다는 소식이요?”
“어…… 그것도 말고요.”
“그럼 모르겠는데요. 무슨 소식 말인가요.”
주아영은 어쩐지 의욕을 크게 상실한 얼굴로 별 것 아닌 소식을 전했다.
“몇몇 플레이어들이 요괴를 토벌하는데 성공했어요.”
“제법이네요.”
“그런데 이 플레이어들도 언니처럼 ‘다른 게임’의 스킬을 썼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어디 길거리 일류무사가 검기상인의 경지를 이루었다더라, 고놈 참 대견하네 하는 정도로 훈훈하게 들었던 해응응의 눈빛이 달라졌다.
“영상자료가 남아있나요.”
“클립 온 거 모아뒀어요.”
막연한 예감 탓에 예민하게 물어보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예감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블록소환.”
알록달록한 각진 옷을 입은 사내가 손을 뻗자 허공에 다양한 모양의 각진 도형들이 떠올랐다.
“슈팅.”
중력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체처럼 수평으로 날아들며 요괴의 몸 위에 처박히는 블록들.
미처 다 쳐내지 못한 블록이 한 줄을 이루는 순간, 요괴의 위에 아이콘이 떠올랐다.
[1 블록 제거] [중량가중] [디버프 1단계 활성화]“이놈, 선술인가!? 비겁한 선인 놈들과 같은 힘을 구사하다니, 유희 따위 없이 바로 해치워주마!”
사납게 달려드는 요괴의 움직임을 블록을 날려 저지하며 지면에서부터 솟구치는 십자블록의 위로 가뿐히 피해낸 사내.
그가 다시금 손으로 요괴를 가리키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연속소환.”
연달아 떠오르는 수십 개의 블록들.
경험으로 저것은 위험하다고, 자신의 위에 쌓이게 두면 안 된다며 받아칠 준비를 하던 요괴의 눈에 아연함이 깃들었다.
“10배속.”
10배 더 빠르게 쏟아지는 블록들.
결국 늘어나는 디버프에 짓눌린 요괴는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이건 무슨 게임의 권능이죠?”
“액션테트리스요. 언니도 아는 게임사에서 출시한 게임이에요. 소혜언니 친언니 이다혜씨가 하던 배틀지뢰찾기 기억하시죠?”
“물론이죠.”
처음으로 그녀에게 죽음을 체험시킨 게임이 아닌가.
실제 죽음이 아닌 판정상의 죽음일 뿐이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죽음을 겪어본 건 처음이었다.
“배틀지뢰찾기랑 액션테트리스 둘 다 킬링머신사에서 제작한 게임이에요. 액션요소가 없는 고전게임에 액션을 접목해서 출시하는 게임사요.”
“배틀지뢰찾기. 한정된 규칙 속에서 대결하는 만큼 특수조건을 충족할 때의 위력이 굉장한 게임이었죠. 액션테트리스도 그런가요?”
“만만찮죠. 블록 깰 때마다 중력부하는 늘어나고 디버프는 쌓이는데 고난이도 블록일수록 디버프 점수가 더 가산되거든요? 근데 저쪽 동네 고인물은 삼각형이랑 별모양으로도 테트리스를 한대요.”
확실히 쉽진 않겠군.
보통이라면 뭐 이딴 사기꾼들이 다 있냐며 치를 떨었겠지만 해응응은 달랐다.
에픽판타지의 게임에 다른 게임의 힘을 들고 온 것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 방해한 것들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시스템을 조종하며 자신을 엿 먹인 성좌들의 기색이 저 플레이어와 그가 구사하는 권능에서도 느껴진다.
“저건 특별히 손을 봐야겠어요.”
“잘됐네요. 안 그래도 그걸 부탁드리고 싶었거든요. 듣기로는 중국이나 인도 같은 국가에서 저런 타겜 정상급 스트리머들이 튀어나와서 요괴를 막으면서 한국인을 저지하자고 선동한다던데 언니가 나서줬으면 했거든요. 근데 1레벨이 깨져도 괜찮으세요?”
“1레벨은 오기로라도 지킬 생각이에요. 레벨을 유지하면서도 메탈드래곤을 잡을 방법을 떠올렸거든요. 그렇지만 저 스트리머를 잡을 방법도 있어요.”
시청자들은 묵언검객의 반요곡 요괴 대소환 권능에 경악하기 바빠서 미처 간과한 사실이 있다.
요괴소환.
대단한 권능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소환한 요괴들에게는 진정한 강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잔챙이들에게는 흥미가 없다며 자신의 적수가 나오거든 불러달라던 요괴들이 있거든요.”
“아직도 안 나온 요괴가 있었어요?”
반요곡에서 본 요괴를 하나씩 손에 꼽던 주아영이 누가 나타나지 않았는지를 깨닫고 대경실색했다.
“월드레이드보스급 요괴들. 그분들도 나와요?”
엔딩 이후의 세계에서 중간계를 떠날 것을 결심한 진정한 강자들.
반요곡의 패권을 두고 페이즈를 나누어 경쟁하던 패권주자들.
사생아왕. 백령신군. 3대 요괴왕.
“성좌들이 사도를 보냈다면 저 또한 그만한 강자들을 보내야겠죠.”
다음화는 11월 11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