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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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묵언검객의 사도들이 성좌들의 사도를 격파했다.
이 소식은 에픽판타지에서 슬금슬금 퍼지려던 반 묵언검객 동맹전선을 크게 후퇴시켰다.
“성좌 저거 별것도 아닌데?”
“아… 쌔기는 해도 무슨 영혼을 걸고 싸우는 건 좀.”
“그냥 무공 배우면 안 되나? 무공 배우면 그런 거 없이 강해질 수 있잖아.”
무공이라는 대안이 없었다면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성좌들은 이길 수 없다고.
그들의 사도는 절대적인 강자라고.
남들은 다 성좌의 힘을 쓰는데 우리만 뒤처졌다간 종말 이후의 경쟁에서 도태당할 거라고.
그런 불안과 공포로 떠밀리듯이 저질러야했을 사도계약을 끝까지 뒤에서 간을 보던 정상급 스트리머들이 거절하기 시작했다.
“시시하네요.”
해응응은 그런 추세를 초보자의 섬에 앉아 대륙에서 날아드는 전투보고서를 열람하며 확인하였다.
[3대 요괴왕의 전투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전투보고서를 열람합니다.] [백령신군의 전투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전투보고서를 열람합니다.] [사생아왕의 전투보고서가 도착했습니다.] [전투보고서를 열람합니다.]보고결과는 하나같이 승전일색.
여느 게임에서 겪었던 것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 이번에도 재개된다.
다 읽은 전투보고서의 편지가 눈처럼 쌓인 바닥은 겨울의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그녀의 마음 또한 새하얗게 물들었다.
모처럼 다음 싸움을 향한 기대를 품었던 감정이 하얗게 식었다.
“기대 이하이고요.”
-아아, 대충 알았다. 너희들의 수준.
-이 사람 플레이어 맞음?
-무슨 최종보스 컷씬이냐고ㅋㅋ
최종보스라.
그녀가 생각하기에 딱히 틀린 표현도 아니었다.
사도라는 존재의 한계는 요괴왕이 증명했다.
심지어는 그에 못미치는 백령신군과 사생아왕의 선에서도 정리되는 수준이다.
역소환되는 요괴는 고작해야 병귀급.
그마저도 넘쳐나는 자신의 공력으로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수복을 마치고 다시 재출전을 하러 떠난다.
“이번에 가거든 북서쪽의 필드를 장악하라고 전해주세요. 로그인 로그아웃을 이용해서 지나간 필드에 잠복해 있다가 기습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주군의 명은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다음에 역소환되기 전에는 근방의 지역특산품을 구매해주세요. 드랍템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면 저한테 가져올 수 있으니까요.”
“벌꿀이 들어간 식품은 1순위로 구매하겠습니다.”
“출발하세요.”
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해 바다 위에서 대기하던 수상요괴가 물기둥을 뿜으며 인간계를 침공하는 악의 세력의 선봉대마냥 물살을 가르고 나아갔다.
마수의 바다에 우글거리는 해수들이 요괴를 노리고 뛰쳐나왔지만 등에 올라탄 요괴들의 맹공에 경험치가루가 되는 광경이 이어졌다.
대륙까지 도착하기 전에 바다에서 몰살당할 걱정은 없어보였다.
“마크2. 놀러나올래요?”
“환영. 마크2는 새로운 게임세계의 탐험을 적극 환영하는 것입니다.”
따분함을 느낀 해응응은 마크2를 불러 함께 초보자용 낚싯대를 바다에 던져놓고 하품을 했다.
“마마. 용모양 구름이 지나갑니다. 할머니를 닮았습니다.”
“그러네요. 저쪽의 구름은 굉풍도월의 초식을 닮았고요.”
바닥에 누워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모양을 살펴보고.
-님 낚싯대 좀 봐주시면 안돼요?
-입질!! 입질!!!! 제발 낚싯대 잡아!!!!!
-으아악 낚시꾼 혈압 오른다!!!
“저런. 혈압관리는 젊어서부터 해야죠.”
건강관리에 소홀한 시청자들에게 훈계를 하면서 이기어검 다루듯이 낚싯대를 원격조작해서 신발 한 켤레를 낚아 올리고.
“마마. 물고기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일단 삶고 생각해보죠.”
“이해완료.”
마크2가 낚은 녹슨 수류탄과 신발 한 켤레를 끓는 물을 담은 냄비에 투하한다.
투콰쾅 콰콰콰콰쾅
“마마. 냄비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재료가 신선해서 그래요. 불을 키우세요.”
“알겠습니다.”
-무친… 무친련아…
-신선한 재료(수류탄)
-우리 물고기는 힘이 넘쳐서 수천 조각으로 폭발한다고요!!
-힐링(수류탄 냄비)
-대륙에 불질러놓고 지만 존나 재밌게 노네ㅅㅂㅋㅋ
기대가 사라진 게임에는 열의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조용히 세상을 만끽한다.
검강을 둘러 수류탄의 폭발로부터 보호한 냄비에 마크2가 손을 올리는 것을 꼬리로 찰싹 때려 막으니 눈이 돌아간 마크2가 꼬리를 피해 마구 손을 뻗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마구잡이로 내뻗는 손에서도 무공의 초식과 이치를 담아낸 마크2의 저항에 은근슬쩍 져주니 초점카메라에 대고 승리포즈를 취하며 아주 좋아 죽는다.
“마마. 이걸 보는 겁니다…”
“냄비네요.”
“냄비에 물고기가 뼈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 정도로 폭발했으면 그럴 만도 하죠.”
“매운탕 먹방은 못하는 것입니까?”
“더 튼튼한 물고기를 낚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인지. 마크2는 더 노력해보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투두둑 떨어지는 전투보고서를 허공에 띄워 몇 장 더 열어보고 땔감 대신 모닥불에 날린다.
이 게임, 힐링으로는 꽤 쓸 만한 구석이 있다.
해가 저물고 주홍빛으로 물드는 해변가의 모습에 반요곡의 모습이 언뜻 겹친다.
뚜따와 방랑상인도 저쪽의 해변에서 반요곡을 떠난 이들을 이런 식으로 그리워하고 있을까.
세월을 낚는 나그네처럼 시간을 축내던 그녀에게 갓 로그인한 초보자가 걸어왔다.
“팬이에요!”
“사인해주세요!”
를 외치던 앞선 초보자들처럼 장풍으로 멀리 날리거나 허공섭물로 신체를 대신 조종해서 숲의 대호를 사냥하고 섬 밖으로 쫓아내려던 해응응.
그런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밀려나지도 조종당하지도 않는 상대의 등장에 해응응이 고개를 돌렸다.
“?”
“여기서 뭐하는 거냐.”
“누구시죠.”
“네게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
“우리 초면 아닌가요?”
내공섭물과 장풍이 통하지 않는 사람.
이상할 정도로 마력이 많은 자.
그럼에도 1레벨 초보자 표시는 자신과 다름없는 초보 아닌 초보.
흥미로웠다.
어쩌면 그녀를 실망시키기만 하는 에픽판타지의 시즌보스들이나 성좌의 사도라는 족속들보다 훨씬 더.
-어? 나 저 사람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위지천? 닉네임 까리하네
-무림인 아님?
-또 귀환자야?
-아 생각났다. 전에 묵언검객 생방 감각링크 생존자 대결에서 1위 했던 사람임
-와 진짜네
-이걸 시참각을 잰다고?
-초보자 섬이라서 가상현실 쌩뉴비 아니면 얼굴 구경도 못할 곳인데 이걸 시참을 한다고?
-와 감각링크 성적이 그렇게 좋으면서 아직까지도 에픽판타지를 안한 사람이 있어?
-있을법하지 애플여왕 망하고 에픽판타지 정 떨어져서 기존유저도 접은사람 태반에 한국섭 신규유입도 반에반에반토막 났는데
“네게는 그렇겠지.”
“무림인인가요?”
“너보다 이전세대의.”
이면의 강자 위지천.
그와 묵언검객이 마침내 첫 조우를 하였다.
2.
겨뤄보고 싶다.
해응응의 감정에 호응하여 지면을 뒤덮은 전투보고서 편지지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떠올랐다.
그 기세를 위지천은 그대로 받아 누르며 떠오른 전투보고서들을 도로 지면에 깔아뭉갰다.
“조급해하지 마라. 싸우고자 온 것은 아니니.”
“당신 정도의 실력자가 지금껏 음지에 머무르다가 나타났는데 싸우지는 않겠다니, 너무하네요. 차라리 나타나지를 말지.”
“네가 싸워야 할 상대는 따로 있을 텐데.”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네요.”
“성좌의 사도들. 어째서 우위를 점한 지금 끝장을 보지 않는 것이지?”
위지천은 그것이 거슬렸다.
그러나 해응응도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
누군가 횡단보도에 페인트칠을 새로 했다고 하거든 날아서라도 지나가야 성이 풀리는 사람.
하고자 마음먹으면 무조건 해야 한다.
그것은 금제로 인해 수많은 금기,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지니고 운신에 자유를 빼앗기며 복수만을 위해 살았던 반동이었다.
자신이 무림에서의 시절과는 다르다고, 힘이 없는 약자였기에 당했던 시절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기 위한 변덕스러움.
“제게 의무를 강요하려면 그만한 힘을 보이세요.”
그 원인까지는 헤아리지 못해도 해응응의 기질 자체는 파악한 위지천이 검을 들었다.
“그렇군. 너는 말이 통할 타입이 아니야. 한 번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되겠어.”
위지천의 손등 위로 커다란 검날이 솟아올랐다.
막대한 에너지가 실린 병기.
그러나 그것은 ‘내공’으로 생성한 검강이나 심검이 아니었다.
“SF계에는 흔히 빔소드라는 장비가 있지. 인류를 맛난 도시락이나 별미 정도로 취급하는 외계종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 개발된 신병기가.”
위지천의 검이 정면에서 상중하단으로 빠르게 세 번 찔러 들어왔다.
긴 궤적 사이로 한 번만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요행의 싸움도, 넓은 면적을 점유하며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범위의 싸움도 아니었다.
검날을 날카롭게 세워 송곳처럼 찔러 들어오는 찌르기에는 일격에 급소를 노리는 암습을 주로 구사하는 기호가 느껴졌다.
‘아슬아슬한 검이군요.’
한 번이라도 빗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반드시 급소를 꿰뚫어 죽이려는 의지를 담는다.
엄청난 살의.
감히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긴장감.
아홉 개의 털이 일제히 곤두서는 검에 해응응은 단숨에 자세를 고쳐 전력으로 검을 받아쳤다.
“……!”
세 번. 분명히 날아드는 검을 모두 받아쳤음에도 볼에서 흐르는 한줄기 혈선.
해응응은 그 검에서 기묘한 ‘기믹’의 존재를 감지하였다.
게임에 적응하기 이전의 자신이라면 상상조차 못했을 기묘한 검의 활용법이 담긴 신기에 가까운 재주.
마선을 격퇴하며 한층 더 성장한 그녀의 영역이 빈틈없이 모든 공간을 장악했다.
“다시 와보시죠.”
“원한다면.”
다시 한 번 정면으로 날아드는 세 번의 찌르기.
그 검을 자신의 영역 속에서 감지하며 해응응은 단순한 찌르기 속에 실린 영압을 가르는 의지를, 술사인 위지천의 의도를 감지하였다.
첫 번째 찌르기에는 영압의 표면을 거스르지 않고 그 뜻에 순응하며 표면 아래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잠영검을 구사한다.
두 번째 찌르기에는 뇌의 인지감각을 속이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공격을 가하는 역행성 기억상실증을 동반하는 교란검을 구사한다.
세 번째 찌르기에는 형태 없는 검을 실체를 지닌 검과 중첩하여 내지르며 간격과 위력을 속이는 위검, 가짜검을 구사한다.
찰나 속에 검의 성질을 세 번이나 변환시키는 무시무시한 변검의 달인.
한 번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보다 터무니없이 강대한 적과 싸워온 자에게만 허락되는 찰나간의 맹공.
위지천의 강함과 그가 겪은 세계의 위험함을 인지하기에는 그 세 번의 찌르기로 충분했다.
“이것이 내가 겪은 세계들의 힘이다.”
“…놀랍군요. 설마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해응응은 진심으로 놀랐다.
“당신… 귀환자군요. 그것도 무려 ‘세 개’나 되는 세계에서 생환한.”
다음화는 11월 14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