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5)
1.
TNT는 수치심을 느꼈다.
불공정한 계약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했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도 했다.
종말은 다가올 미래.
확정된 운명.
피할 수 없다면 누군가는 민족을 위해 손을 더럽힐 각오를 해야 했다.
자신이 그런 영웅이라고, 그저 저 좋을 대로 설치는 묵언검객 따위와는 다르다고.
경쟁자인 스피드마스터에게도 손을 내밀어주는 대인배라는 자아도취까지 했다.
-정당한 인과를 얻지 못한 채 사용했던 힘에 아무런 대가도 없으리라 믿었던 건 아니겠지.
현실은 그의 인식과 괴리가 있었다.
꿈속을 살았던 TNT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했다.
“15각형의 악마시여. 절 속이셨나이까?”
자신은 15만 라인의 블록에 영혼을 저당 잡힌 처지이고 묵언검객은커녕 그녀의 사도 격 존재인 3대 요괴왕조차 넘어설 수 없었다.
적어도 1만 스택의 디버프로는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여기까지로군. 다음에 덤빌 때에는 영혼을 소멸시킬 각오로 덤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이 게임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해라. 자신이 지닌 힘을 두려워하며 두 번 다시 이 몸에게 맞서지 마라.
요괴왕의 말이 맞다.
남은 14만 스택.
그중 반 이상을 사용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그를 물리칠 수 없다.
-죽어, 인류의 배신자 녀석!
-TNT는 인도인이 아니다! 인도의 미래를 대표하지 않는다!
-TNT를 국외추방하라! TNT를 국외추방하라!
성좌가 불러올 종말의 미래보다 묵언검객이 더 두려워진 사람들은 TNT의 아파트 앞에서 집단시위를 개시하였다.
야당까지 끼어든 대규모 시위는 국제뉴스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되었으며, 이 사실은 국제뉴스로 인터넷 포럼을 가득 메웠다.
‘비겁한 놈들. 묵언검객에게 당하기 전에는 영혼까지 바칠 것처럼 굴며 민족영웅이라고 추앙하더니 한 번 패배하자마자 대역죄인 취급을 해?’
아무것도 걸지 않고 그저 세태에 영합하기만 하는 민중들의 모습에 그는 강한 혐오와 증오를 느꼈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태도가 변치 않는 것은 그의 영혼에 수작을 벌인 15각형의 악마뿐이었다.
“그렇다. 네 영혼에 ‘금제’를 걸어 그만한 ‘축복’을 부여하였다. 격을 지니지 못한 자가 격을 지니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이 두렵더냐?”
“아무리 강대한 힘이 있어도 그것을 사용하다보면 죽음을 피할 수 없어서는 어찌 힘을 쓸 수 있겠습니까. 제게는 이 힘을 모두 사용해도 반드시 이긴다 자신할 수 없는 강적이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대의 싸움은 처음부터 지켜보았으니… 마선의 어리석은 과오가 남긴 잔재는 부담스럽겠지.”
TNT가 세운 간이제단 위로 블록라인이 격파될 때 생성되는 빛이 내려앉았다.
“한 가지 좋은 것을 알려주마.”
“경청하겠습니다.”
“너의 힘은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을 지녔다.”
“!?”
“나라고 어찌 귀한 사도를 시한부로 만들겠느냐. 너는 두려워말고 내게 공양을 바쳐라. 그리하면 소모된 블록을 되돌려줄 지어니.”
“어떤 제물을 원하십니까?”
“살아있는 생명으로 블록을 쌓아라. 그리하면 영혼을 취해 그 생명을 그대에게 베풀어주리라.”
15만라인의 블록을 격파하면 영멸하는 운명.
영혼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바침으로써.
-TNT를 국외추방하라! TNT를 국외추방하라!
구름이 보일 정도로 높은 아파트 밑으로 흙먼지를 몰고 다니며 아파트가 진동할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치는 쓰레기들.
빈민가 천막촌의 아우성을 내려다보는 TNT의 눈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마침 보이는군요. 당신께 바칠 산제물들이.”
2.
수많은 모니터에서 뿜어지는 청색광에 뒤덮인 모니터링룸에는 지구 각지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인도에서의 대학살을 시작으로 성좌의 사도들이 기어이 현실에서도 살겁을 벌이기 시작했다.
목적이야 무엇이든 상관없다.
저들이 인류의 적이라는 사실만 명확해졌을 뿐.
“위치식별 브리핑.”
“15각형의 악마의 사도, 인도 정상급 스트리머 TNT 확인되었습니다.”
“고스트레이서의 사도, 이탈리아 정상급 스트리머 이사벨라 확인되었습니다.”
“폭탄마의 사도, 빌런 시리얼붐버 확인되었습니다.”
위치는 식별했다.
필요한 것은 최저한의 희생으로 놈들을 해치울 기회였다.
기회를 만들어줄 이는 따로 있다.
‘묵언검객. 너의 도발이 만들어낸 참사다. 이 참사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한 번의 패배도 도주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묵언검객이 저들을 죽이고 위치가 드러난 이들이 사망페널티로 허덕이는 순간, 단숨에 세계각지의 놈들을 급습하여 처부순다.
물론 신의 선택을 받은 사도들은 아무리 부상을 입은 상태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날을 위해 특별한 실행요원들도 포섭해두었다.
“설마 국가안보국의 소문만 무성했던 국장 유령이 이 정도의 강자였다니.”
“위지천. 묵언검객이 남긴 잔반만 처리하는 짓은 추하지 않은가?”
한 자루의 검처럼 날카롭게 곤두선 기세를 갈무리한 미남과 거대한 체구에 흉흉한 안광을 뿜으며 근육 가득 힘이 실린 근육남.
두 남자의 정체는 한때 언론에도 곧잘 나온 유명인이며 부상을 입은 사도를 격퇴할만한 나름의 실력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너희가 당한 방식을 사용할 뿐이다. 이 작전의 실효성은 묵언검객이 직접 입증했지.”
강제로그아웃으로 전력이 약해진 틈을 노려 현실에서 급습을 가하고 세력을 박멸시킨다.
이런 일을 당한 자들은 대한민국에서 그리 많지 않았다.
“십대길드의 생존자. 조일성. 강태백.”
마음에 안 든다며 콧김을 내뿜는 강태백과 달리, 조일성은 2세대 한국 최강의 각성자의 기백을 마음 속에 담아 더욱 날카롭게 연마했다.
“약속만 잊지 마라. 우리 십대길드의 파멸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좌 또한 찾아내겠다고.”
“걱정 마라. 내 영혼이 버티는 한, 하나라도 더 많은 성좌를 격파하는 것이야말로 이 위지천이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이니.”
국가안보국의 유령이자 다중세계귀환자인 위지천.
그가 조일성과 강태백을 휘하에 받아들이며 사도토벌전의 칼날은 적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괴팍한 묵언검객은 어디서 뭘 하고 있냐. 어차피 초보자의 섬에서 제 부하들이 저지르는 참사보고서나 뒤져보고 있는 거 아닌가?”
강태백의 툴툴거림에 위지천이 리모컨을 조작하여 메인모니터의 화면을 변경했다.
“보아라. 아무래도 저 엉덩이 무거운 요신께서 마침내 뭔가를 저지를 작정인가보군.”
영상 속의 묵언검객은 마침내 낚싯대를 내팽개치고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을 허공섭물로 하나씩 끌어당겨 다리에 전서를 매달았다.
전서를 매단 갈매기들의 눈에 요사한 기운이 번뜩이더니 대륙 각지를 향해 일제히 날아올랐다.
3.
[레이드보스 토벌을 맡지 않은 모든 요괴는 이 전서를 받는 즉시 제가 있는 섬으로 집결하세요.]묵언검객의 기운이 가득 담긴 서신은 그 자체로 신원을 증명하는 신분증명서였다.
“주군께서 드디어 의욕을 품으셨군.”
“성장한 우리가 주군께 힘을 보탤 시간이다.”
“필시 더 큰 싸움이 기다리겠지.”
요괴들은 기뻐하며 대륙을 횡단하고 각지의 항구도시와 부두를 침공했다.
“인간들이여, 배를 내놓아라. 바닷길을 열어주고 식량과 선원을 공급한다면 목숨은 해치지 않겠다.”
플레이어들은 이 갑작스러운 요괴대습격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곳도 아니고 항구도시면 NPC 제독들이 포화로 다 쓸어버리지 않냐?”
“항구도시 화력은 수도급이지. 저번에 보니 항구 침공했던 크라켄이 촉수 하나 못 건지고 개박살이 나버리더라.”
“구경이나 가볼까?”
요괴들에게 시달릴대로 시달렸던 플레이어들은 불꽃놀이라도 구경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대륙 각국의 항구도시로 몰려들었다.
“선원을 태워라!”
“식량을 실어라. 서두르란 말이다!”
“어?”
해군과 요괴들의 치열한 교전을 기대했던 플레이어들은 반항 한 번 없이 순순히 물자를 싣는 일꾼들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오. 저것들은 조금 튼튼해 보이는구나. 거기 너희 둘. 우리 요괴선단의 선상노예가 되어 항해에 동참할 기회를 허락해주마!”
“아니 미친.”
“우린 그냥 구경 온 건데요.”
“싫다면 죽어라!”
“으아악!”
구경꾼에게 달려들어 단숨에 목을 썰어버린 요괴가 피가 뚝뚝 흐르는 칼을 돌렸다.
“너도 싫으냐?”
“조, 좋습니다. 완전 좋아요. 5살 때 제 꿈이 위대한 항해를 일주하는 해적왕이었어요.”
졸지에 구경 왔다가 여행동료는 잃어버리고 선상노예가 되어 짐을 옮기거나 복합갑판의 빼곡한 틈새에 처박혀 노잡이 노릇이나 하게 된 플레이어.
그는 자신보다 먼저 노잡이 노릇을 하던 플레이어에게 물었다.
“해군 다 어디 갔어요?”
“반절은 깽판 치러 온 외국플레이어들이 죽였잖아.”
“그럼 남은 반은요?”
“인력이 부족해서 자국민 배만 지키고 있지.”
“이거 걔들 배 아니에요?”
“플레이어들이 샀잖아. 묵언검객 잡으러 간다고. 여기 있는 배들은 그거 포기하고 그냥 항구에 처박아둔 배들을 요괴들이 징발한 거야.”
“아.”
플레이어들이 값비싸게 돈 주고 샀던 배들은 요괴들에게 징발되어 요괴선단으로 둔갑한 채 바다를 가르며 위풍당당하게 전진했다.
“아니 시벌 우리 배 어디 갔어.”
“요괴군단 이 미친놈들아!”
뒤늦게 배가 털렸다는 알림을 듣고 항구로 달려온 선주들은 요괴선이 되었음을 알리는 깃발이 꽂힌 선단들을 보며 길길이 날뛰었다.
“이씨발 현상금 걸어!!”
“배는 뺏겨도 자존심은 못 뺏겨. 요괴새끼들 족칠 랭커 급구!”
“살 배가 없는데 어떡해?”
“공헌도로 해군 토벌퀘스트 생성했다. 선착순 300명 승선 허가해준다.”
“저 태워주시면 창고에 보관한 250구경 마력포 실어드려요.”
성좌의 사도들이 얻어터지는 영상이 퍼진 뒤로 대륙을 활개 치던 요괴들을 피해 웅크려있던 플레이어들의 인내심도 한계를 넘어섰다.
각지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플레이어들이 요괴선단의 뒤를 쫓아 바다로 나섰다.
다음화는 11월 16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