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6)
1.
성좌의 사도들이 설칠 때까지만 해도 에픽판타지 플레이어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엇갈렸다.
“아무리 한국인죽이기가 중요해도 세계가 멸망할 판국에 꼭 묵언검객을 방해해야 하냐?”
“이건 좀 아니지.”
“우린 한국랭커에게 지배당하고 싶지 않다고 외계의 성좌들을 불러들이고 있어. 이건 멍청한 짓이야!”
아무리 한국인이 싫어도 이건 아니지 파.
“닥쳐! 너흰 한국인에게 점령당한 게임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거야.”
“그놈들은 게임에 인생을 바쳤어. 하루 16시간 공부하듯이 게임을 하는 놈들이라고.”
“내가 사랑하던 여성NPC가 올 가을 신상품이라며 킴치와 마늘을 꺼낼 때 느낀 절망감을 네가 알아?”
종말이 다가오건 말건 한국인만큼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랭커가 될 수 없다 파.
한국인랭커를 용납하는 용한파와 한국인랭커를 용납할 수 없는 반한파의 치열한 싸움은 사도들의 몰락 이후, 한 차례 기울었다.
“우리가 허락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지 혼자 레이드보스급으로 강해졌는데?”
“레이드보스는 무슨. 부하들이 레이드보스 잡고 다니던데. 저건 월드레이드보스지.”
“어흑흑. 부모님 죄송해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더는 악마 같은 한국인 랭커들이 랭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을 막지 못할 것 같아요.”
한국인랭커 용인유무를 두고 갈린 파벌을 떠나서 허락을 구할 것도 없이 자신의 힘으로 랭커를 능가하는 묵언검객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
그것은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반요곡을 아는 자들은 대요괴의 강함을 알고, 대요괴의 진화체인 요괴왕은 얼마나 더 대단한지 알며, 그것이 묵언검객 난이도로 강화된 묵언검객 버전 요괴왕의 강함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까.
그보다 더 강한 묵언검객의 강함은 감히 떠올리지도 상상할 수도 없었다.
멸망을 받아들이고 사막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겸허히 사랑하는 이와 평소 아끼던 장소에서 뜻 깊은 시간을 보내는 플레이어들!
“아니 저 미친 요괴들이 플레이어의 사유재산을 건드렸다고?”
“다년차 플레이어가 모든 재화를 털어서 구매한 선박을 하루아침에 요괴들이 징발해? 저거 한국산 요괴들 맞지?”
“그러게 말했잖아. 한국인랭커가 득세하면 역시 이렇게 될 거라고!”
“우리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남의 차 많이 뺏어 탔는데?”
“닥쳐! 차는 비싸도 억대지만 고렙필드를 누비는 선박은 조 단위를 깔고 들어간다고!”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었다.
극대노한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휴양지, 마음의 안식처, 연인과의 여행지에서 무기를 챙겼다.
“제이콥. 꼭 거길 가야겠어? 당신이 아니어도 싸울 사람은 많잖아.”
“내 사랑 싸우전드. 우리를 위해 대신 싸워줄 사람이 있다고 웅크리면 언젠가 한국인들이 우리 목장에 쳐들어올 때에도 아무도 나서주지 않을 거야.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요괴군단과 맞서야 해.”
“제이콥… 무사히 돌아와야 해!”
“싸우전드… 당신도 건강히 잘 지내.”
제이콥꼭지만지고싶다와 Q평W평내목장1000만평의 이별은 에픽판타지 각지의 외국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이별이었다.
[MKEO기관이 당신을 부른다.] [내일의 평화를 누리고 싶은 자, 여기로]다국적 한국인 말살조직.
MKEO기관.
세계평화를 위해 전쟁터로 향하는 의용군처럼 MKEO기관이 주도하는 요괴선단 추적함대에 모여드는 플레이어들.
한국인랭커를 용인하던 용한파마저도 참전의지를 드러낸 지금, 에픽판타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정대가 항해를 시작했다.
이 소식은 묵언검객을 따르는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다.
“요괴군단이 강해도 한계가 있지♡ 저 많은 플레이어들이 스킬 한 번씩만 써도 가루가 될 걸~?”
에픽여왕은 그런 시청자들의 구심점이 되어 국내시청자들을 결집시켰다.
“여왕님. 우리가 간다고 뭐 도움이 되긴 합니까?”
“레이드보스 막는 것도 저흰 도움이 안 됐잖아요.”
“시즌보스고 나발이고 묵언검객이 움직이면 혼자 다 해먹던데요.”
애플단의 사기가 바닥을 치는 것도 당연했다.
사람은 인정받을 때 강해지지만 자신의 가치를 찾지 못할 때 의기소침해진다.
“바보 아니야~? 얼굴 펴♡ 너흰 존재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애플여왕의 격려에 한국 플레이어들은 감동을 받았다.
“여왕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우리 같은 놈도 쓸모가 있었어!”
물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법이다.
“1회용 소모품을 몸으로 받아줘야 요괴들이 날뛸 수 있잖아♡ 빨리 와서 요괴 대신 죽어♡”
“여왕님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요…”
“우리 같은 놈도 쓸모가 있었어…?”
“죽는 건 어차피 일상인데 뭘 새삼 도망쳐~? 모처럼 도움이 될 기회라고~? 빨리 모여♡”
목적이야 불순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에픽판타지 세계권에서 한국 플레이어들은 오르면 뿅망치를 맞고 굴속으로 돌아가는 두더지나 다름없다.
랭커 하나 지켜보겠다고 나설 때마다 어디서 나대나며 MKEO기관에 얻어터지기 십상이었다.
이제는 그 운명을 벗어날 때도 되었다.
요괴선단 + 애플선단 vs MKEO기관의 다국적연합선단.
이 거대한 대결구도에 강력한 요괴들을 피해 눈치를 보던 사도들도 인파에 스며들어 다국적 연합선단에 발을 들였다.
“성좌께서 명령하셨다. 저들을 살려두지 말라고.”
“성좌님은 묵언검객을 반드시 이 게임에서 저지하라고 하셨지.”
“이만큼의 인원이 우리를 돕는다. 여기서 이길 수 없다면 어디서도 이길 수 없어.”
각국의 정상급 스트리머.
전 세계를 휘젓는 빌런.
최강의 라인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든다.
“휘유. 이거 경험치 좀 되겠는데?”
“오랜만의 빅 이벤트잖아. 강철성 공략도 지지부진한데 저쪽이나 파볼까?”
“게임을 십년 넘게 해놓고 묵언검객한테 졌다는 소리를 듣기도 그렇지. 이참에 기를 꺾어주자고.”
에픽판타지 상위 0.00001%의 랭커들.
천만 명에 한 명 꼴로 나오는 정상급 랭커.
전원 랭커들로 이루어진 30인급 최전선부대 가 그 전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는 수제자의 걱정에도 느긋하게 답했다.
[묵언검객 : 괜찮아요. 제가 좀 놀다보니까 깨달음을 하나 얻었거든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아니 그 경지에도 아직도 깨달을 게 있어요!?] [묵언검객 :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이 기회에 미리 레벨업을 해두세요.]묵언검객은 패배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답신을 보냈다.
[묵언검객 : 이왕이면 하늘은 올려다보지 말고요.] [아영이는점핑레빗이좋아영 : …왜요?] [묵언검객 : 하늘을 매개로 삼아서 종말급 선술을 무공으로 펼쳐보려 하거든요.]주아영은 결심했다.
해남엔터 동생들을 데리고 최대한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지하던전을 공략하자고.
2.
MKEO기관이 지원한 시점에서 요괴선단에게 배를 빼앗긴 선주들은 희망을 품었다.
“이건 무조건 참교육 각이지.”
“한국인들의 최대규모 반란이었던 애플여왕의 난도 압도적으로 제압한 MKEO기관이야. 묵언검객이라고 다를 거 없어.”
“그래. 성좌의 사도들도 가세하는데 이참에 아주 끝장을 보자고.”
희망회로를 불태우며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선주들!
“근데 하늘색이 왜 저래?”
“몰라. 구름도 좀 이상한데. 초보자의 섬 중심으로 점점 두꺼워지지 않아?”
“…바다에 소용돌이는 왜 생기지?”
“저, 저거. 소용돌이랑 구름이 이어지면서 회오리가 생기고 있지 않아?”
“번개도 존나 치는데? 왤케 싸하지??”
정말 심상치 않은 기상환경!
[다들 쫄지 마라. 마나 과포화지대에서 발생하는 흔한 재해현상이다.]“광역확성기?”
“이 목소리는!”
“MKEO기관 소속 랭커 블루로즈!”
한국에 애플여왕이 있다면 세계에는 블루로즈가 있다고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지닌 고고한 여자랭커 블루로즈.
그녀의 장비는 패션계의 히트아이템이 되고 그녀가 출몰한 지역은 이주의 관광명소가 될 정도로 수많은 팬들의 주목을 사는 월드스타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랭커인 블루로즈가 선단에 함께 한다는 사실에 선주들은 행복회로가 과열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럼 블루로즈단도 선박에 다 탔겠네?”
“이번 MKEO기관의 전력은 역대 순위권으로 굉장하겠어.”
“살았다. 파산은 무조건 면했어! 블루로즈 만세!”
선창의 선주들이 기뻐하는 것과 달리, 함장실의 블루로즈는 계기판 너머로 들어오는 수치에 이게 맞나 싶은 얼굴로 함장을 돌아보았다.
“현재 계측수치는?”
“자연마나농도 3373525ppm입니다.”
“…그게 얼마나 높은 건데.”
“자연마나농도 337.3525%를 가리키는 수치입니다. 정상범위인 5ppm은 아득히 넘어섰고 월드레이드보스 강림에 동반되는 평균수치 50만ppm도 가볍게 상회하는 역대급 수치입니다.”
“…그걸 지금 요괴군단이 일으키고 있다고?”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지만 묵언검객이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 중입니다.”
“방송은 뒀다가 뭐하고?”
“자연마나농도가 백만ppm을 돌파한 시점부터 송출이 불안정해지더니 브이튜브 측에서 강제로 영상송출을 막았습니다.”
블루로즈는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애플여왕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기는 했어도 그녀는 단순한 구심점에 불과할 뿐이었다.
결코 이런 괴물 같은 강함을 지닌 자가 아니었다.
“…저기, 함장. 내가 잘못 기억한 게 아니면 이번 메탈드래곤 등장할 때도 분명 역대급 ppm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습니다. 메탈드래곤의 강철성 내에서의 자연마나농도도 1025만ppm을 기록했습니다.”
자연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연을 자신에게 맞춰 변화시키는 마나과분포의 중심지.
강철성에 버금가는 무언가가 초보자의 섬 중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변화는 창공을 뒤덮고 바다를 장악하며 천지간에 심상치 않은 요동을 불러오니, 초보자섬을 앞둔 블루로즈는 멈출 기미가 없는 수치에 기가 질렸다.
[초보자의 섬] [자연마나농도 3472015ppm(↑99490ppm)]그 잠깐 사이에 오른 수치가 저 정도다.
이제는 공포밖에 들지 않았다.
“강철성 공략대한테 최대한 빨리 합류하라고 해줘. 우리끼리 붙으면 우리 다 죽어.”
“하하. 걱정이 과하십니다. 저희에게는 성좌의 사도들도 있지 않습니까.”
함장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불안해하는 여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면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브이튜브 연애코치의 멘트를 떠올린 발언이었다.
하지만 인생사는 모름지기 타이밍이 생명이다.
“크, 큰일입니다! 게임 밖 인도에서 정상급 스트리머 TNT가 국외추방을 외치던 시위자 10만 명을 미트블록으로 만들어 라인을 형성, 성좌에게 바칠 제물로 소멸시켰다고 합니다!”
“…성좌의 사도가 뭐?”
정색하는 블루로즈의 시선에 함장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비 내리듯이 흘러내렸다.
다음화는 11월 17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