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7)
1.
우리만이라도 잘 살아보자는 자국민 우선주의.
민족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성좌의 사도들의 인식은 한 순간에 뒤집혔다.
“TNT가 인도인들을 학살했어!”
“사람의 영혼을 바치면 자기 영혼이 붕괴될 라인카운트를 회복한다고? 이거 순 미친 새끼 아니야?”
“수틀리면 우리도 제물로 바칠지 모를 놈들하고 같이 게임을 하라고? 절대로 싫어!”
성좌의 사도들과 함께 묵언검객 토벌전에 참여할 수는 없다!
MKEO기관과 요괴선단 추적함대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이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수뇌부는 즉시 회의에 돌입했다.
“성좌의 사도들은 주 전력이지만 안정성에 심각한 결함이 나타났습니다. 이들과 함께 토벌을 강행하려다간 일반 플레이어들의 지지가 사라집니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TNT와 다른 사도들 사이에 선을 그을 수는 없는가?”
“플레이어들이 믿겠습니까? 자국의 플레이어들도 찝찝해할 마당에 타국의 플레이어들은 근처로 얼씬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쫓아내려고 하면 사도들이 곱게 물러날까?”
“오히려 심기를 거슬렀다고 본색을 드러낼지도 모르지. 이거 아주 단단히 마가 씌었어.”
목전의 묵언검객보다 무서운 내부의 폭탄들.
사도들의 처우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 수뇌부가 선택을 최고권한자에게 떠넘겼다.
“기관장님이 고르시죠.”
“저희는 전적으로 기관장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모든 책임을 1인자에게 떠넘기는 수뇌부!
MKEO기관의 기관장 는 여기서 결정을 잘못했다가 인명사고라도 나면 자신이 모든 덤터기를 쓸 것을 직감했다.
애초에 그는 무력이 뛰어나서 기관장이 된 것이 아니라 수뇌부 사이에서는 누구라도 이 인간이 기관장을 맡으면 자기가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추대한 바지사장 같은 존재였다.
게임에서의 사고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해프닝으로 끝날 테니까.
사도의 권능이 현실에서도 사람의 죽음을 초래하면?
그땐 진짜 대참사 시작이다.
천문학적인 소송비가 걸린 단체국제소송은 물론이고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과 국제각성자협회에마저 수배령이 내려질지도 모른다.
떠넘겨야한다.
누구에게라도.
희생자를 찾아 눈을 벌겋게 뜨고 둘러보는 그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수뇌부는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기 급급했다.
“마오하오. 당신네 중국인들도 인도의 TNT 못지않게 자국출신 사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허튼 소릴! 신웨이는 티베트족이고 하나의 중국은 규격 외 몬스터의 등장 이후로 망한지 오래요. 티베트는 중국의 땅이 아니며 티베트족도 중국인이 아니니 중국은 이 일에 아무런 책임이 없소!”
수뇌부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어났다.
“저 새끼 지난주에 중국은 신웨이의 무력을 바탕으로 하나로 통일되어야 마땅하다고 하지 않았냐?”
“중국 각성자협회의 대부 장노야 대신 말 잘 듣는 개로 키우겠다고 씨부려대던데.”
“저런 또라이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잘못 물리면 겜생 끝장나겠다 싶었나보지.”
저런 독한 새끼.
칠리는맛있어는 마오하오의 뻔뻔한 변명에 복장이 터질 것 같았다.
군벌사회로 쪼개진 중국을 하나로 뭉쳐서 공산당 전성기 시절로 되돌아가겠다고 기를 쓰던 것을 오늘까지 모두가 지켜봤는데 한 순간에 뻔뻔하게 말을 바꾼다.
이런 뻔뻔한 놈한테는 떠넘기기도 어렵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야!”
한창 치열한 눈치싸움이 오가던 그때, 회의장에 누군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든 좋으니까 빨리 하지?”
모두를 재촉하는 이는 블루로즈.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플레이어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묵언검객.
초신성처럼 나타난 엄청난 실력자인 그녀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1위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부터 블루로즈의 인기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인기가 많으니 사람이 남의 눈치를 안 보고 지 좋을 대로 다닌다는 점이었다.
‘평상시라면 아니꼬워도 참았겠지만 오늘은 다르지.’
너 잘 걸렸다!
“모두가 기관장인 내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으니 이 선택을 지지해주게. 대중의 앞에 나서는 일은 우리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블루로즈가 맡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하네.”
“…엥?”
간부진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재빨리 물타기에 들어갔다.
“옳습니다.”
“요즘은 인기순위가 랭킹순위죠.”
“블루로즈 아니면 누가 이런 중임을 맡습니까?”
“다른 사람은 시켜도 말을 안 들을 겁니다.”
“당신만 믿겠습니다, 블루로즈!”
어어 하는 사이에 졸지에 사도를 쫓아낼지 받아들일지를 결정하게 생긴 블루로즈.
“아니 니들 조별과제 해? 잘못 고르면 인류의 미래가 와장창 부서질 것 같은 선택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거 맞아??”
지극히 상식적인 불만은 비상식적인 수뇌부의 몰아주기에 의해 묵살 당했다.
‘우리 같은 국가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덤터기를 쓸 수는 없지.’
‘블루로즈는 인기는 많지만 딱히 어느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도 아니고.’
‘평소부터 인기 많아서 아니꼬웠어.’
‘내 고백 안 받아준 년 엿이나 한 번 먹어라.’
‘이번 일로 뒤지게 욕먹고 침울해지면 스윗하게 다가가서 어떻게 한 번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수뇌부의 음습한 이해관계의 일치로 모든 책임은 기관장 칠리는맛있어에서 블루로즈에게 넘어갔다.
“비밀작전이라는 핑계로 잠깐 로그아웃 시켜. 작전 상 일시잠적이면 쟤들도 거부할 순 없잖아.”
“오, 그런 명안이.”
“영민한 지혜이십니다, 블루로즈님.”
약아빠진 의도는 이해했지만 자기까지 책임지기 싫다고 싸우면 이놈들은 오합지졸마냥 아무것도 못하고 묵언검객도 아닌 요괴선단 선에 정리되겠지.
블루로즈는 청색 코트를 흩날리며 “그럼 이만.”이라는 말과 함께 홀로그램을 종료했다.
역겨운 면면들이 사라진 회의실에는 텅 빈 자리와 무기질적인 금속테이블, 싸늘한 냉기만이 감돌았다.
“재미없네, 정말.”
MKEO기관도 예전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는데.
한국인의 지배를 저지하겠다며 정작 자신들의 집권기가 길어지니 하나 둘 책임은 싫어하고 권리는 좋아하는 도둑놈이 되었다.
이들과의 영양가 없는 대화에 시달리다보면 슬슬 ‘접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무림비망록.
낯선 세계로의 이주를 생각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자신의 뒤만 쫓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으니까.
자신의 선택이 지닌 영향력을 이해하니까.
그녀가 떠나는 순간, 전 지구의 인구 중 최소 1% 이상은 무림비망록으로 떠난다.
그 여파는 기존 인구의 이탈속도를 폭발적으로 가속시키며 지구에 남은 이들에게 엄청난 손실과 고뇌를 유발하리라.
먼저 떠날 사람에게는 아무래도 좋을 일조차도 그녀는 외면할 수 없었다.
블루로즈 본인이야 좋든 싫든 그녀는 책임감이 있는 성격이었으니까.
“차라리 저쪽이 더 좋겠어.”
등장 이래 무서운 속도로 연일 인기몰이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시청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썅마이웨이를 걷는 묵언검객.
별명도 순 지 마음대로라서 누구는 매지컬천마마망검객이라고 하고, 누구는 종말의매지컬구미마룡검객이라고 하고, 누구는 상습방종악질비둘기몰살검객이라고도 부른다.
탱탱볼마냥 압력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성질머리는 공인으로서의 인식과 책임감의 감옥에 갇힌 블루로즈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인가?’
자신이 묵언검객 토벌에 참여한 이유가.
하긴 애플여왕 때에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도 저 한국인이 미치도록 부러웠으니까.
이번이라고 다를 건 없다.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누리는 이가 밉다.
하찮고도 이기적인 욕망은 이번에도 저들의 자유와 날개를 꺾을 테니까.
“큰일입니다. 사도들이 블루로즈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의 동요도 상당합니다.”
“플레이어들의 불만과 동요에 답하지 말고 배를 전진시키세요. 교전이 시작되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을 테니까.”
너희가 멋대로 떠넘긴 책임이다.
수뇌부뿐만 아니라 그녀를 지켜보는 플레이어들도 전부 마찬가지다.
블루로즈님은 이런 사람이야.
멋지지 않은 행동을 해서는 안 돼.
기대.
기대. 그놈의 기대.
이제는 자신도 그런 기대를 강요할 때가 되었다.
“기다림은 충분히 했어. 이젠 한국인들을 지옥으로 돌려보낼 시간이에요. 함포사격 개시.”
[전투가 진행 중입니다.] [전투가 종료되거나 전투지역을 이탈할 때까지 로그아웃이 불가능합니다.]해상교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 목적이 마냥 불순함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자연마나농도가 공간왜곡임계점을 향해 멈추지 않고 상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시간 19분 뒤, 및 인근 에 메탈드래곤의 고유영역 에 비견되는 묵언검객의 고유영역이 도래합니다.] [개벽의 시간이 도래하기 전에 술진의 중심부로 침투하여 의식을 저지하십시오.]저 인간, 이쪽이 혼란에 빠진 사이에서도 쉼없이 뭔가를 저지르고 있으니까.
진짜로 시즌보스랑 맞먹거나 그 이상이 될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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