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9)
1.
랭커들은 날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매일 1회 자신의 레벨에 맞는 던전보스를 잡으며 레벨을 올렸다.
레이드보스 클리어 최소스펙을 달성한 뒤로는 매주 1회 자신의 레벨에 맞는 레이드보스를 잡았다.
월드레이드보스 클리어 최소스펙을 달성한 뒤로는 매월 1회 자신의 레벨에 맞는 월드레이드보스를 잡았다.
이를 최소 10년.
3650일 동안 3650마리의 던전보스를.
521주 동안 521마리의 레이드보스를.
120개월 동안 120마리의 월드레이드보스를.
기계적으로 꾸준히 도살해온 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게 된다.
“강하구나. 그 얄팍한 몸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골 따위가 얄팍함을 논하지 말라고!”
적색군단의 병귀천인장이 그들의 저력을 직접 상대하며 실감하고 감탄하듯이 랭커들도 이들의 강함을 느끼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10년.
에픽판타지를 기준으로는 긴 시간이지만 반요곡에서는 결코 아니었다.
인간의 영토가 몰락한 시대.
요괴가 창궐하는 인외마경의 지옥.
생전에도 그들은 수많은 요괴를 상대했다.
인간이었든, 요괴였든.
싸움이 끊이지 않는 전란의 시대를 살아왔으니까.
죽은 자가 일어나는 병귀가 되고.
병귀군단의 일원이 되고.
적색군단의 진명을 깨우치며.
묵언검객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하는 장대한 과정.
그동안에 쌓인 업은 더욱 만만치 않다.
그들은 세계의 끝을 보았다.
그 장대한 여정의 시작과 끝을 어찌 10년이라는 세월에 담을 수 있는가.
생자의 고통은 수십 년이요, 죽은 자의 배회는 그 두배를 능가하니, 영광의 순간은 삶과 죽음의 시간을 아우른다면 찰나나 다름없다.
그러나 앞선 삶의 고통과 죽음의 배회가 있기에 그들은 영광의 순간을 함께 할 자격을 얻었다.
지옥 같은 반요곡을 헤매면서도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이 사악한 마선의 토벌로 이어졌다.
요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세상.
요괴의 피가 인간의 피에 희석되어갈 세상.
반요곡에서의 싸움은 끝났다.
그들은 소망했다.
자신들이 일군 평화를 스스로의 손으로 망치고 싶지 않다고.
주군께서 만들어낸 미래를 위해 기꺼이 이 목숨을 바치겠다고.
그리하면 언젠가 도원향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소망은 이루어졌다.”
적색군단 제 13 천인장.
그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가축들도 살이 올라 거대하고, 한낱 돼지도 이족보행을 하며 농사를 지으니. 이 풍요로운 대지와 산천을 뛰노는 짐승들, 새로이 싸울 전장이 있는 이곳이 도원향이 아니면 무엇이 도원향인가!”
에픽판타지.
그들이 꿈꾸던 모든 이상이 이곳에 있었다.
인간들의 건방짐?
몬스터의 강력함?
모두 우스울 따름이다.
예의가 없으면 폭력을 쓰면 된다.
몬스터가 강하면 힘으로 꺾으면 된다.
생존을 위해 한정된 영토에서 서로를 죽이는 지옥불협곡이 아닌 모든 생명체가 서로의 욕망을 위해 무례와 폭력을 행사하는 천국.
“자, 겨뤄보자. 너희의 그 태도가 스스로를 과신하여 만들어진 무례함인지, 그럴만한 힘과 자격을 갖춘 자신감인지 증명하자!”
“미친. 이거 진짜 시즌16 몬스터라도 되나? 어떻게 중보스도 아닌 엘리트몹에 대응되는 놈들이 이렇게까지 강할 수가 있어!?”
랭커들은 피 말리는 심정이 무엇인지 느꼈다.
일반요괴들을 베어 넘겼던 것처럼 가볍게 극복하리라 여겼던 천인장들은 엄청난 무력과 다양한 스킬로 그들과 대적하였다.
그 다양성이 랭커들의 손발을 어지럽게 했다.
플레이어는 원하는 기술이 있거든 해당하는 스킬북을 찾아서 습득해야 한다.
그마저도 정확히 원하는 그대로의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스킬북에 기록된 유사효과, 혹은 스킬진화 이후의 효과를 보고 사용한다.
요괴들은 달랐다.
그들이 존재해온 시간이 곧 그들의 업이니, 업을 지닌 전승은 원하는 기술을 현실로 구현했다.
필요에 의해 배운 자와 스스로 이룬 자.
둘의 차이는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랭커들의 손해를 강요했다.
“힘을 아끼지 마라. 이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다. 1번 스킬셋을 써라!”
는 시즌보스 토벌전에 사용하는 결전 스킬세팅을 불렀다.
강력한 스킬에는 제약이 크다.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거나.
HP의 10%를 사용해야 하거나.
빈사상태가 아니면 발동하지 않거나.
때로는 이런 차원을 넘어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시즌보스 토벌전에서도 한 번만 사용할 정도로 기나긴 쿨타임을 지닌 스킬도 있다.
“엠브리오 윙Embryo Wing!”
아득한 과거, 대형 조류들이 하늘을 창궐하던 시절에 존재하던 태초의 날개.
강력한 근막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갑옷 위로 투명날개의 형상을 그리며 텍사스파이어펀치의 몸을 허공에 띄워 올렸다.
평지에서의 이동뿐만 아니라 공중마저 자유자재로 날며 공격을 피하고, 하늘로 쏘아지는 가시와 투창을 피해 날개를 접고 허공을 선회, 단숨에 급하강을 하는 묘기에 가까운 곡예비행을 선보인다.
“화염정령의 축복. 불사조의 깃털. 고스트건틀릿.”
화속성 데미지 증가.
화속성 데미지 증가 및 화염깃털 생성.
모든 타격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유령손에 의한 히트존 확대효과발생.
“깃털 발사. 파이어레인.”
공중에서 날리는 히트존이 확장된 데미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깃털들이 또 다시 화속성 데미지를 늘리는 광역딜링과 함께 쏟아진다.
여기에 더해 마지막으로 데미지 계수를 천원돌파시켜줄 최강의 기술을 발동한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텍사스파이어펀치가 한줄기 유성이 되어 선상을 내리쳤을 때, 선박 하나가 통째로 증발하며 해수가 증발해 자욱한 안개가 퍼졌다.
증발한 선박 주위로 폭발적으로 솟구친 물기둥이 파도가 되어 인근 선박들을 덮치며 혼란을 가중시키니, 가히 월 1회만 사용 가능한 콤보다운 위력이었다.
[적색군단 제 11 천인장을 토벌했습니다.] [적색군단 제 12 천인장을 토벌했습니다.] [적색군단 제 13 천인장을 토벌했습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칭호 을 습득했습니다.] [요괴종을 상대로 상태이상 가 상시 발동합니다.]해냈다.
이걸로 전황은 뒤바꾸었다.
천인장 셋을 배와 함께 일격에 해치웠다.
다른 선박 위에서도 랭커들의 화려한 이펙트가 밤하늘을 빛내는 별처럼 빛나는 상황.
블루로즈의 지시를 받지 않아도 그는 이미 공략에 성공했다.
저 꺼림칙한 사도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자, 적들이 혼란에 빠진 지금 여세를 몰아서 남은 선박들의 정리에…!?”
승기를 쥐었다.
그 기쁨을 미처 다 누리기도 전에 텍사스파이어펀치는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감각을 느꼈다.
머리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다.
그가 날아오른 허공의 아래로 거대한 무언가가 안개를 가르고 지나갔다.
스킬이펙트.
갑작스러운 기습.
그런 경험이야 에픽판타지를 하면서도 수도 없이 겪어보았다.
상태이상 공포가 선사하는 공포심이 어떤지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이렇게까지 심한 상대는 없었다.
맹세컨대 시즌보스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피했는가. 그럼 다음이다.”
안개를 뚫고 솟구치는 거대한 물기둥.
기겁하며 회피기동을 하던 그의 날개에 끝내 물기둥 하나가 적중했다.
치이익!
물에 닿자마자 연기를 내뿜으며 픽 꺼져버리는 화염깃털의 날개.
비행능력을 상실한 채 수면으로 하락하던 텍사스파이어펀치의 귓가에 비명이 들렸다.
“끄아아악!!”
“아, 안 돼. 이건 너무 강하잖아!”
“오지마아아아아아!”
뼈가 부러져서는 안 될 방향으로 꺾이고, 조각나고, 잘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파티원 이 사망했습니다.] [파티원 가 사망했습니다.] [파티원 이 사망했습니다.]천인장 따위와는 급이 다르다.
공략을 위해서는 랭커 수십 명이 공략대를 만들어 온갖 공격패턴을 무위로 돌리고 체력게이지를 밀고 또 밀어야 극복 가능한 괴물.
레이드보스를 넘어서 월드레이드보스에 대응하는 엄청난 강적.
그것도 최신 시즌보스에 필적하는 존재.
그런 괴물이 안개 너머에서 나른하고도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만 남았다.”
“뭐냐고, 대체. 이건 너무 사기잖아. 어떻게 일개 유저한테 이렇게까지 강한 부하들이 있냐고!”
“부하? 틀렸다. 이 몸은 묵언검객과 수직관계를 이룬 부하가 아니다.”
감히 묵언검객의 군세에서도 부하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존재는 한 손에 꼽힌다.
“너, 너는 설마.”
“이 몸의 이름을 아는가.”
“부기걸!”
안개가 흩어지며 수면을 뒤덮은 수십 개의 손이 드러났다.
“정답이다.”
물기둥의 정체는 수많은 손이 수면을 짓누르며 자아내는 물장구의 여파였다.
내려치는 힘만으로도 그렇게나 높은 물기둥을 만들어 ‘공격’으로 써먹는 손이 직접 날아온다면 그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강적의 정체를 식별합니다.] [어둠 속의 불길한 공포, 월드레이드보스 이 등장합니다.] [전력분석결과 – 대적불가] [즉시 전장에서 이탈하십시오.] [메인 공격대를 소집하지 못할 시, 승산을 논할 수 없는 절망적인 강적입니다.]경고를 따르기엔 이미 늦었다.
반응조차도 할 수 없었다.
부서진 선박의 잔해를 딛고 뛰어오르며 달아나려던 텍사스파이어펀치의 두 다리를, 골반을, 가슴과 양팔, 어깨와 목을 수많은 손들이 휘감았다.
게임의 장르가 달라졌다 싶을 정도로 불쾌하고도 섬뜩한 검은 손들의 습격.
얼굴을 뒤덮은 손가락 사이로 드러나는 겁에 질린 눈동자를 허공에 떠오른 배낭이 들여다보았다.
그 새카만 어둠 속에서 충혈 된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텍사스파이어펀치는 깨달았다.
죽겠구나.
“상으로 고통 없이 목을 꺾어주지.”
우두둑.
[당신은 사망했습니다.]묵언검객의 동료, 부기걸.
천인장 따위와는 급이 다른 그녀가 전장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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