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69)
1.
무림인은 신기술을 좋아한다.
신기술은 멋지고 대단하기 때문이 아니다.
“크하핫! 어리석은 녀석. 작년 무림대회에서 사용했던 금면쌍모의 초식을 언젠가는 다시 사용할 줄 알고 파훼식을 준비해왔지. 내 준비성 앞에 패배해라!”
“이노오오옴! 날 얕잡아보는 것이냐? 감히 재작년 주막 앞에서 길거리 파락호와 시비가 걸렸을 때 사용했던 광견복타의 초식을 재탕하다니. 맹수살견의 초식으로 그 건방진 멱을 따주마!”
“소협. 대체 지난 삼 개월 간 무얼 해왔던 건가요? 오랜만의 비무에 크게 기대했건만 전과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 초식이라니. 다음 비무는 취소하죠.”
무림인들이 미친 복습의 달인들이기 때문이다.
한 번 겪은 초식은 반드시 다음에 마주칠 때까지는 대응법을 공부해오는 복습귀신들!
수능 올 1등급 공부천재들도 무림인들 앞에서는 기를 못 펼 정도로 일류 이상의 무림인은 같은 초식에는 절대로 당하지 않는 우수함을 선보였다.
“뭐지? 작년 6월 모의평가와 같은 문제를 내보내다니. 수험생 깔보는 건가?”
“아 줫망. 올해 수리 가형 변별력 쥐뿔도 없네.”
“허. 1년이나 오늘의 대결을 기다렸건만 전과 같은 문제라니. 정말 실망스럽군. 내년 삼수에 다시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어.”
반대로 보자면 일류 수험생들도 이런 소리를 내뱉을 만큼 일류 무림인들 못지않은, 같은 문제에는 당하지 않는 출중한 실력을 지닌 인재들이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무림인은 그런 이유로 신기술을 좋아한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경지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새로운 무공을 익히면 대성할 때까지 경지레벨을 무더기로 더 얻을 수 있으니 익히기 쉬운 무공 하나만 잘 잡으면 실력이 쑥쑥 느는 것과 같았다.
“멈춰라! 삼성표국의 쟁자수들이여. 죽고 싶지 않다면 물건을 이리로 넘겨라.”
“크윽, 우리 짐에 실린 철광석을 노리는 것이냐?”
“틀렸다.”
“그럼 두 번째 마차에 비밀스럽게 모신 정가장의 첫째여식의 신변을 노리는 것이냐?”
“틀렸다.”
“그럼 대체 뭘 노리는 것이냐!”
“삼성표국 쟁자수들이 익히는 삼류무공 국군도수체조공의 비급서를 내놓아라!”
“…”
오죽하면 자신이 익히지 않은 무공이라면 쟁자수를 협박해서라도 배우려고 할 지경!
무림에서는 일상이나 다름없던 일이다.
그러니 조화경의 경지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해응응이 대륙 하나를 통째로 혹한의 동토로 바꾸는 새로운 기술을 꺼내들었다고 이상할 건 없었다.
무림인의 상식으로 바라보자면 당연한 일이니까!
물론 그딴 상식은 알 바 아닌 3대 요괴왕은 인간같지 않은 인간에게 단단히 질린 얼굴로 말했다.
“…무림인은 무슨 반요곡보다 더한 아귀다툼을 거치며 살아가는 종족이냐?”
3대 요괴왕의 기준으로는 터무니없는 미친 소리였다.
세상에 얼굴 한 번 볼 때마다 다른 전승을 꺼내서 싸우는 요괴가 있기는 할까?
필요야 그렇다고 쳐도 그것이 가능한지의 여부부터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난데없이 대륙 하나를 아작을 낸 이유는 무엇이냐?”
“벌레가 너무 많잖아요. 어디라도 하나쯤 청소하면 포인트가 변동이 생기지 않을까 싶었죠.”
변동이 생기기는 했다.
[현재 침공포인트 총합현황] [경합종료까지 남은 시간 3주]메탈드래곤 : 1580억 21만 3093p(↑80억p)
묵언검객 : 2511억 1105만 8097p(↑400억p)
그것도 굉장히 큰 폭으로.
3대 요괴왕이 물었다.
“그거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냐?”
“자연지기로 사용하는 무공이니 장소만 바꾸면 언제든지요?”
“가엾은 몬스터들. 아이스골렘 빼고는 다 죽겠군.”
3대 요괴왕이 없던 동정심을 느낄 정도로 불쌍한 몬스터들이었다.
2.
[제목]본인 열심히 띵킹해봤는데 [본문]묵언검객이 대륙 왜 얼렸는지 알 것 같음
[댓글]-당연히 종말포인트 때문이겠지
┗(작성자)ㄴㄴ 해수면 때문임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임
┗(작성자)대기가 얼면 그만큼 바다가 될 수 있는 물의 총량이 줄잖아
┗빙하 부피 때문에 늘어난 수면은?
┗(작성자)앗
-ㅋㅋㅋ 고등학교 지구과학 공부 열심히 하시고~
┗중학교 수권의 구성과 빙하에서 배우는데요?
┗지도 아는 척 하다가 틀린 일침충 얼굴 관우 됐죠? 홍익인간 됐죠? 본진 털린 이해찬 됐죠?
┗아 요즘 중딩은 진도 왤케 빠름ㅅㅂ
┗이해찬은 가만이 있다가 왜 맞는데ㅋㅋㅋ
-팩트> 순수 얼음으로 빙하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서 해수면이 줄어드는 게 맞음
┗팩트> 할아버지 학위 걸고 이 새끼 틀렸음
별 것도 아닌 일로 개싸움이 벌어진 인터넷.
주아영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담아 물었다.
“엄길동씨. 그래서 뭐가 맞아요?”
“네? 뭐든 어떻습니까. 장사만 잘되면 그만이죠.”
멀쩡한 생수를 패트병에 담아다가 스티커를 붙이던 엄길동이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와… 종말의 상인도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니구나.’
세계가 멸망해도 멸망기념 멸망토를 한 삽 크게 퍼서 포대에 담고 박물관에 팔아치울 정도로 독한 엄길동의 생활력!
“포션보급은 감사한데 그거 진짜 파시게요?”
“하하. 창고에 넣어두면 이런 것도 다 팔릴 때가옵니다.”
“길동씨 상인력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못 구하는 물건이 없으실 것 같아요.”
“설마요. 저도 구할 방법이 없는 물건이 있습니다.”
“정말요?”
“길장님 마음?”
“우와…”
이런 말을 실제로 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구나.
보통 사람이 말했으면 주먹이 먼저 울었을 텐데 보추계 미소년처럼 생긴 사람이 말하니까 또 느낌이 달랐다.
“지금 그거 길장님 앞에서 한 번 더 말해봐요.”
“아니 무슨 벌칙게임입니까!? 제가 왜요?”
“저 혼자 듣기 아까워서 그래요.”
“아 제발.”
“저도 제발요!”
“엎드려 빌게요.”
“저도 엎드려 빌게요!”
“도게자로 사과할게요.”
“저도 할 줄 알아요!”
쉽지 않은 여자 주아영.
악질검객 수제자다운 악질력에 단단히 물려버린 엄길동은 끝내 시청자들이 보는 앞에서 묵언검객에게 다시 재현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해남파 길드장님은 어디 계십니까?”
“잠깐 지구본 돌리러 나가셨어요.”
“지구본은 왜요? 세계여행이라도 가신답니까?”
“포인트가 애매해서 하나 더 날려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하나 더? 설마 그 지구본의 정체가…”
“네. 에픽판타지 지구본이요.”
때마침 간부전용 회신라인에 묵언검객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2대륙 대피령 내리세요.]혹한의 동토에 이어 혹한의 남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
해응응은 퍽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파괴와 몰살로 점철된 과거가 그립기라도 하냐?”
“누굴 요괴 취급 하는 건가요.”
“요선인 널 요괴 취급하지. 그럼 누굴 요괴취급 하냐.”
머리에는 뿔이, 엉덩이 위에는 꼬리까지 달린 마당에 남 얘기마냥 시치미 떼기엔 아무리 묵언검객이라도 뻔뻔함이 부족했다.
“북해빙궁이 떠오르는 날씨라는 뜻이에요. 거기는 시원한 날씨였거든요.”
“요즘 시원함은 얼어 죽기 직전의 날씨를 뜻하냐? 두 번 시원하면 아이스골렘 빼고는 다 얼어죽겠군.”
“경지가 오르면 원래 추위를 잘 안타요.”
아무튼 대륙을 두 개째 날리다보니 성좌들의 군세도 행동패턴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냥터를 장악하며 학살을 벌이는 대신, 눈에 보이는 생명체는 자기들도 포함해서 전부 닥치는 대로 죽이는 만인의 만인을 향한 무차별대학살 작전!
종말포인트에는 자신들의 목숨도 계산된다는 점을 역이용한 대처방안!
아껴봤자 언제 묵언검객의 포인트가 될지 모르는 몸.
차라리 자신들끼리 서로 죽여서라도 포인트를 벌자는 참 절박하고도 안타까운 발상이었다.
“이대로면 남은 대륙을 다 날려도 너희 인간들이 사냥할 몬스터는 사라지고 저놈들만 포인트가 불어날 텐데 포세이돈을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
“어쩔 수 없네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별 수 없죠.”
사람들은 묵언검객을 양심이 없는 존재처럼 착각하지만 그녀에게도 양심은 있다.
무림인도 아닌 양민을 학살한다면 당연히 마음이 아프고 잠자리가 불편해진다.
그래도 오늘밤은 잠자리가 불편해지는 것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나쁜 건 멋대로 도망 다니는 포세이돈이지 제가 아니에요.”
이 미친인간이 이번에는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고해성사를 하는 걸까.
3대 요괴왕은 불안이 곧 현실이 되면서 인간이라는 종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쩌저적
바다가 얼었다.
시야가 닿는 요 밑에서부터 저 끝까지.
지평선 저 너머로.
한참을 날고 또 날아도 계속.
포세이돈이 순간이동으로 나타날 바다가 하나 사라질 정도로 말이다.
“앞으로 대충 일곱 번만 더 쓰면 되겠네요.”
육지도 바다도 모두 얼어붙는 죽음의 행성이 도래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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