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0)
1.
이계군단이 서로를 죽고 죽이며 포인트를 버는 행동은 성좌들의 힘을 스스로 약하게 만드는 짓이었다.
죽음 후에 부활을 약속하더라도 경험치 감소, 레벨 하락, 능력치 상실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한 일!
심지어 묵언검객의 상승페이스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한 번도 아니고 부활쿨타임이 돌 때마다 매번 서로를 죽고 죽여야만 했다.
“출혈이 너무 심하다…”
“천 년을 들여 일군 정예들이 엉망진창으로 죽어나가다니…”
“이 원한, 지구의 영혼을 손에 얻는 그날부터 억겁토록 영혼을 쥐어짜내는 것으로 갚아주겠다…”
이제는 정말 악에 받친 성좌들!
대륙이 얼어붙는 것도 카운터를 쳐낸 그들이었지만 영문 모를 바다가 어는 광경에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묵언검객, 저 어리석은 존재가 무얼 꾀하고 있지?”
“바다에 우리의 군단은 없을 터…”
“자포자기인가?”
“지구가 아니라고 아주 행성을 멸망시킬 작정이군.”
“그런데 묵언검객이 어째서 바다 위를 다시 제 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냐… 레벨 1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그러게?
성좌들은 갑분싸가 무엇인지 여실히 느꼈다.
바다가 얼어붙으며 세계의 기온이 10도 넘게 하락했을 때에도 느끼지 못했던 추위가 영혼을 떨게 했다.
성좌의 존재력이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운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놈은 대륙에 궁극의 종말병기를 날렸지.”
“아주 많은 생명체들이 죽었을 테고.”
“그 경험치는 헤아릴 수 없이 많겠군…”
묵언검객이 레벨을 올렸다.
칭호작을 위해 미뤄둔 킬.
그것이 무산되었다고 좋아할 수도 없다.
저 대학살이야말로 1레벨에 일어난 일이니까.
이는 곧 아주 무시무시한 사실을 어렴풋이 암시하기 시작했다.
묵언검객은 이미 1레벨이 아니다.
그 레벨이 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묵언검객 본인부터가 상태창을 안 열고 다니니까.
단지 출입하는 지역을 통해서 몇 레벨 미만은 출입 불가능한 지역에 드나들었으니 그 레벨보다는 높다는 추정만이 가능할 뿐.
그렇게 역으로 산정된 묵언검객의 현재 최소레벨은 자그마치…
“1800레벨.”
그 살벌한 수치의 레벨에 모두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대체 한 번에 몇 레벨을 올린 것이지…?”
“경험치를 역산해보면 첫 종말병기로 대륙을 초토화시키면서 1레벨에서 1500레벨까지 직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레벨을 폭발적으로 향상시키면 얻는 칭호도 존재하지 않았나?”
“강적토벌 시에 레벨 업이 크게 되는 점에 착안하여 칭호가 주어지는 사례가 알려져있다.”
“그럼 1500레벨을 한 번에 올린 칭호는 얼마나 강력한 칭호효과를 지녔지?”
모른다.
그런 거 알 리가 없다.
“우리도 묵언검객과 같은 짓을 한다면?”
“하고 싶으면 네놈이나 해라.”
“말을 내뱉은 놈이 직접 하면 되겠군.”
그들도 본신이 강림하면 묵언검객과 같은 짓이야 얼마든지 저지를 수 있지만 묵언검객이 자연지기를 이용해 평타처럼 저지르는 대참사와 그들이 일으키는 대참사는 소모되는 자원의 양이 다르다.
그들은 외계의 존재.
정당한 인과를 얻지 못한 침략자.
인과의 허점을 이용해 게임과 계약, 수많은 편법으로 사용 가능한 힘의 절대량을 늘리는 상황.
강제로 대륙 하나를 날릴 정도의 힘을 투사하면 본체의 힘이 영구적으로 어마어마하게 감소하는 불상사마저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까지 약해진 성좌는 주변 성좌의 먹잇감으로 노려질 수도 있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배신당할 정도로 나약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격을 상실하여 성좌의 자격 그 자체를 박탈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성좌들도 정색하며 이건 아니지 라고 차갑게 반박했다.
“결국 묵언검객은 계속 강해지는군.”
“어차피 헛수고다. 우리가 이계군단을 제물로 바쳐 종말포인트를 얻는 이상, 묵언검객이 역전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방법은 있지. 메탈드래곤의 토벌.”
“하하하. 그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시즌보스를 모두 토벌하지 않으면 메탈드래곤의 사살은 시스템의 보호에 의해 막힌다.”
외통수는 묵언검객이 처했다.
자신들이 아니다.
묵언검객이 아무리 강해도.
정당한 인과를 지닌 현인신이라도.
요선의 대단함이 마선을 능가할 지경이라도.
이 게임의 승리조건을 달성할 방법이 묵언검객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묵언검객이 바다를 얼리는 것은 포세이돈을 쫓느라 그러는 것이 아닌가?”
승리를 확신하던 성좌들에게 고스트라이더의 성좌가 의문을 던졌다.
“묵언검객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왜 저리 포세이돈 토벌에 진심이지?”
성좌들의 여유에 또 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유는 모른다.
그런데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진다.
분명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 뭔가를 자신들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깨닫는 순간이 되면 대참사가 벌어질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멈추질 않았다.
“포세이돈을 살려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혹은 우리가 먼저 포세이돈을 죽여 저들이 토벌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온 바다를 다 얼릴 기세로 날뛰는 묵언검객의 사냥부터 저지해야 한다.
“우리는 묵언검객이 얼린 바다를 깨고 다닌다.”
자유의 몸이 된 포세이돈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가능하다면 겸사겸사 자신들이 해치우기 위해!
2.
어쩌다보니 에픽판타지를 양분하는 거대세력(성좌들과 묵언검객)의 관심이 포세이돈에게 쏠린 사이, 이사벨라는 상당히 힙한 발상을 떠올렸다.
“시즌보스 토벌 카운트. 이거 굳이 본캐를 직접 죽여야만 하나?”
-날먹벨라님 또 무슨 날먹을 떠올리셨습니까?
-제발 게임 좀 정석대로 해!
-요즘 정석은 한국인아버지와 외국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한국인인 척 행세하면서 몬스터 공장에서 버튼 누르고 사냥하기인데?
-뭐? 니들은 자존심도 없어? 어떻게 그런 악마의 민족의 혼혈행세를 할 수가 있어?
-버튼 누르면 800레벨로 점핑을 하는데?
-어떻게 나만 빼놓고 악마족으로 전직할 수 있냐는 말이지
-무빙ㅋㅋ
-자연스러움 10점 예술점수 10점
밈이 조금 다르고, 성격이 조금 다르고, 스트리머 채팅방 규칙이 조금 다른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방송채팅창이란 어느 나라든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세계에서 오직 이탈리아인에게만 사랑받는 이탈리아의 영웅 이사벨라는 묵언검객이 아니었다.
-저 저 겜못하는련 또 실력 안 되니까 헛짓거리 하는 거 봐라
-ㄹㅇㅋㅋ
-고스트라이더 빼고 니가 뭘 잘해!
레이싱게임 고스트라이더.
컴퓨터게임도 아닌 가상현실게임에서 트랙 위를 뺑뺑이 도는 스피드카보다 살벌한 데스매치 레이싱을 전문으로 삼는 정상급 스트리머.
그녀가 차를 타면 따라잡을 자가 없다는 말이 있는 대신, 차 없는 이사벨라는 지나가던 양민도 잡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변변찮았다.
“나쁜 말 멈춰!”
-왜 반말임?
-우리가 니 친구야?
“멈춰주세요!”
-니가 멈추라면 우리가 멈춰야됨?
-니가 뭔데 교통순경이라도 됨?
“진짜 억까 좀 멈춰!”
-왜 반말임?
-우리가 니 친구야?
-이거 10초 전에 본 채팅 같은데
-ㅋㅋㅋ
어디서든 무적의 실력을 지니지 않고서야 빠짐없이 나오는 억까.
이사벨라는 오늘도 계속되는 억까에 부들부들 떨다가도 애써 심호흡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나도 아쉬울 거 없는 사람이니 꼬장이라도 부렸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
모처럼 떠올린 편법이 패치로 막히기 전에 1초라도 더 빨리 꿀을 빨아야 했다.
“너희들. 생각해본 적 있어? 몬스터의 부활판정은 어디까지 신체가 되살아나야 부활로 인정되는지.”
-몰?루
-그거 알면 뭐해줌?
-심장이랑 뇌는 있어야할 듯
“나도 알아봤는데 심장이랑 뇌가 맞더라고.”
-그렇게 많이도 필요 없고 그냥 알파메일의 외면은 지녀야 부활로 인정될 듯
-아ㅋㅋ 베타메일의 외면은 부활이 아니라 몬스터 리스폰이지
“아 뭐래요 진짜. 지금 부활시킬 것도 몬스터거든?”
그녀는 조국 이탈리아에서 구해준 포세이돈의 재료드랍템 에 현역 치유계 각성자를 데려와 능력을 발현시켰다.
[시즌보스 포세이돈이 부활합니다.] [HP 0.01%]“자 종료.“
몸도 가눌 수 없는 혼수상태의 포세이돈.
그 몸이 허물어지기 전에 이사벨라의 공격이 부활한 장기를 파괴하자 알림이 이어졌다.
[시즌 8 보스 포세이돈을 토벌했습니다.] [토벌카운트에 이 수집됩니다.]-?
-?
-아니 이게 맞아?
-경험치 쥰내 쪼금 주네
-그래도 빠른 토벌 하려면 이것만한 꿀팁이 없네
“봐봐. 사람은 이렇게 머리를 써야 한다니깐.”
자랑스럽게 웃으며 포세이돈의 두개골을 휙 내던진 이사벨라.
그녀의 방송은 해외 성좌의 사도들의 동향을 염탐하던 국제 애플단 첩보원의 정보망에 걸렸다.
보고된 정보를 열람한 애플녀는 실시간으로 빙하기가 도래해버린 에픽판타지의 기상상태를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 개고생을 하면서 포세이돈 잡겠다고 묵언검객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실은 이렇게 간단한 해결책이 있었다.
“이거 알려주면 화내진 않겠지~?”
…자신이 없는데.
문득 깨달음이 왔다.
이걸 꼭 내가 직접 전해야할까?
묵언검객님한테 이 영상 좀 전해주세요!
“…그걸 왜 저한테 던져주고 가세요?”
엄길동이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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