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73)
3 – 본능의 시간>
1.
성좌의 사도들이 행운의 도네를 받고 식겁하는 사이, 두 명의 사도는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묵언검객에게 이실직고를 하러 간 이사벨라가 한 명이라면 다른 한 명은 인도 출신 사도 TNT였다.
‘다른 사도들이랑 나는 입장이 다르지.’
그들은 인류의 적인 성좌들의 힘을 받았지만 그 힘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을 제물로 삼을 수도 있다고 협박을 할지언정 공개적인 대학살을 벌이진 않았다.
유일하게 선을 넘은 자.
인류의 적임이 확실시 된 자.
비호해야 할 자국민의 일부를 제물로 바친 자.
TNT는 모든 사도 중에서 유일하게 인류의 적임이 확실시 된 인물인 것이다.
‘묵언검객의 끝을 모를 강함 앞에서 이대로 메탈드래곤의 지구침략이 무산된다면 내 목숨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전 세계 방방곳곳에서 사도죽이기를 하고 다니는 각성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연락이 두절된 몇몇 사도들이 있음을 떠올리면 자신이 한 번이라도 게임 속에서 죽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 보듯 자명했다.
자국민을 제물로 바치듯이 자신들도 제물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인도의 권력자들이 자신의 안전가옥 위치를 한 명이라도 흘려버리면 바람 앞의 촛불이 된다.
“15각형의 악마이시여. 부디 제가 지닌 권능을 강화해주소서.”
15각형의 악마는 이 궁지에 몰린 사도가 썩 마음에 들었다.
나약하게 픽픽 죽어나가기만 하는 다른 사도들과 달리 유일하게 속 시원한 제물공양도 바칠 줄 아는 밥값은 하는 사도가 아닌가.
“액션테트리스의 권능은 강화할 수 없다. 네가 쌓은 업의 절대적인 총량이 부족하다.”
“하면 어찌 해야 그 업을 늘릴 수 있습니까?”
“백만 명의 제물을 바쳐라. 아니라면 소소한 은혜를 받는 선에서 만족하라.”
십만 명을 제물로 바친 지금도 인류의 적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만 명을 건드리면 그때는 사도들을 토벌한 정체불명의 각성자들이 직접 자신을 처단하고자 찾아올지도 모른다.
TNT는 차선의 선택지에 눈을 돌렸다.
“소소한 은혜를 고르면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까?”
“쉽게 지치는 인간의 나약한 눈 대신 오래도록 지속되는 고성능의 마안을 하사할 지어다.”
‘하필이면 눈이냐.’
사도 중에 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중국인 사도 신웨이도 성좌에게 소원을 빌었다.
시야범위를 훨씬 넓히고 눈을 깜빡이며 재정비 시간도 사라지는 전방위 상시 강화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그 대가로 그는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눈알괴물 로 전락했다.
그 끔찍한 말로를 떠올리면 사람을 무더기로 제물로 바친 TNT조차도 감히 섣불리 은혜를 하사받겠노라 말할 자신이 없었다.
“두려운가?”
그런 속내를 꿰뚫어보듯이 묻는 성좌.
속임수 따위는 무의미함을 깨달은 TNT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예. 두렵습니다.”
“너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두려운가?”
인류의 해방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이것저것 재고 있을 여유는 없다.
TNT는 끔찍한 괴물이 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그저 확정적으로 죽을 뿐이니까.
“두렵지만 더는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한 번 선을 넘은 이상, 죽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는 돌아갈 길은 없습니다.”
“잘 생각했다, 나의 사도여.”
눈과 함께 뇌가 터질 것처럼 뜨겁게 달아오르는 고통에 한참을 괴로움에 발버둥 치던 TNT.
그는 욱씬거리는 통증이 잦아들며 자신의 눈이 전보다 우수한 마안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그의 눈은 깜빡이지 않아도 되며 항시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눈 위로는 은은한 역장이 떠올라 모든 이물질과 투사체의 침입을 방어한다.
그 대가로 얻은 마안은 안구 주위로 검은 핏줄이 돋아나고 눈자위도 온통 흑색으로 물든 불길한 색을 띠게 되었지만, 흉한 눈을 얻을 가치는 충분했다.
‘보이기 시작했어.’
다음에 어떤 블록이 내려올지.
여러 개의 테트리스를 어떻게 하면 동시에 전개할 수 있을지.
시신경과 이어진 뇌의 일부마저 비약적으로 성능이 향상되었음이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15각형의 악마이시여.”
“키우기에 따라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눈이다. 잘 활용해보아라.”
게임에서 로그아웃을 한 TNT.
그는 거리에 나서기 무섭게 차량 경적소리가 들리더니 머리 위에서 떨어진 화분에 맞아 쓰러지는 자신의 모습을 마치 남의 몸을 빌린 것처럼 쳐다보았다.
‘지금 그건 대체!?’
혼란스러워하며 건물을 나서는 그의 귓가에 차량 경적소리가 들렸다.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뒤에 일어날 일을 ‘기억’하며 발을 건물 안으로 도로 집어넣었다.
퍽.
쨍그랑!
바닥에 떨어지는 화분.
흩어진 흙더미와 깨진 화분 파편은 말하고 있다.
그는 환각을 본 것도, 착각을 한 것도 아님을.
그는 깨달았다.
그가 얻은 것은 그저 테트리스의 아직 정해지지 않은 다음블록을 미리 엿볼 수 있는 눈이 아님을.
‘근소한 앞날의 일을 엿볼 수 있게 되었어.’
정확히는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근소한 미래의 위기를 내다볼 수 있음을.
심지어 15각형의 악마는 말하였다.
쓰기에 따라서는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지닌 눈이라고.
“크크. 정말 잔인한 분이시군. 성장형 능력이라는 덫이 이렇게나 무섭다니.”
TNT는 한탄했다.
이 눈의 성능을 강화하는 방법 또한 인간의 안구를 씹어 먹는 불길한 방식이라는 사실에.
이를 깨닫고도 물러설 생각은커녕 개당 어느 정도의 효율이 나올지를 먼저 떠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영락없는 괴물 그 자체였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5초 뒤가 아닌 10초 뒤의 미래를 본다면, 1분 뒤를 내다본다면, 1시간, 하루, 나아가 일주일 뒤를 예견할 수 있다면.
자신은 절대로 죽지 않는 무적의 존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 가식은 여기까지야.”
마안을 얻기 전에는 각성자들의 위협이 두려워서 제물공양을 멈추었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마안의 예지능력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각성자들을 피해 다닐 수 있으니까.
역으로 그들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제물의 일부로 바치는 것마저 가능하겠지.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해다오. 내가 널 능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까지.”
새카만 눈이 바라보는 모니터 너머의 방송화면.
묵언검객의 생방송에는 벌을 받으러 자진출두한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이사벨라의 측은하고도 한심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2.
“자 쉽죠?”
치유계열 각성자를 데려온 이사벨라는 눈앞에서 을 [포세이돈(HP 0.01%)]으로 바꾸는 기적을 선보였다.
그 꼴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장례식까지 끝마친 이브의 유해였다.
“그 능력. 현실에서도 쓸 수 있나요?”
“현실에서는 훨씬 제약이 큰 능력입니다. 가상에서 레벨 업 효과에 스킬보조효과를 받아서 일어난 기적이니 실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쉽네요.”
대쉬맨이 참 좋아했을 텐데.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은 해묵은 상처만 들쑤셨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느꼈는지 이사벨라가 급히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얼른 안 잡으시면 자연소멸해요!”
“요괴왕.”
“시시하군. 몸도 못 가누는 산송장을 죽이라니. 그래도 대계를 위해서는 참아주지.”
[월드레이드보스 3대 요괴왕이 시즌 8 보스 포세이돈을 토벌했습니다.]가장 골칫거리였던 포세이돈을 해치운 3대 요괴왕.
그의 몸 위로 자격갱신을 알리는 이펙트가 떠올랐다.
시즌 9 보스 토벌이 활성화되었음을 알리는 표식이다.
“나머지는 부탁해요.”
“그러지.”
3대 요괴왕을 떠나보내자 이사벨라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가 떠난 자리를 쳐다보았다.
“직접 잡으려던 거 아니셨나요? 메탈드래곤을 잡으려면 시즌보스를 다 잡아야 하잖아요.”
“제 손으로 잡을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당신이야말로 성좌들의 사도면서 저를 도와도 괜찮나요? 사도는 인류의 적일 텐데.”
하얗게 떠버린 얼굴이 밀가루를 끼얹은 것처럼 식탐을 불렀다.
진명을 바쳤던 욕망에 솔직한 요괴들의 개성이 요선인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친 탓일까.
요력에 지배당하던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군침이 도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저는 속은 겁니다. 절대로 그런 뜻은 없었어요!”
“성좌들은 생각이 다르겠죠.”
“저희 국가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저는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를 연료로 삼는다고요.”
“그럼 됐고요.”
“네? 이렇게 간단히 용서해주셔도 되는 거예요?”
“요괴들의 요력만 해도 사람을 간식거리처럼 튀겨먹으면 무슨 맛이 날지 궁금하지 않냐며 입맛을 부추기는걸요. 이런 충동을 참으면 인류의 편이고 못 참으면 인류의 적이죠.”
묵언검객은 정말 오픈마인드시구나.
솔직하게 감탄하던 이사벨라의 얼굴에서 다시금 혈색이 사라지며 백설기처럼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두개 해도 돼요.”
“그 말은 지금도 사람을 튀겨먹고 싶다는 뜻인가요? 그러니까… 저를 튀김처럼?”
라는 말이 있다.
종을 울리고 먹이를 주면 종소리만 들어도 밥을 찾게 되는 그런 이론.
지금의 해응응도 다르지 않았다.
튀김.
꽤 오랫동안 신체혈도에 해로운 음식을 걸러왔던 그녀의 입맛을 자극하는 음식.
그 이름에 자신도 모르게 침이 주르륵 흘렀다.
“!?”
그렇다고 정말로 사람을 튀겨먹을 수는 없는 노릇.
당연히 무림인의 인내심으로 제어한다.
초식의 정밀도가 0.01%만 어긋나도 첨단기계보다 더한 정확도로 오차를 수정하는 정신력의 소유자가 이깟 본능 하나를 못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무림인이 아닌 사람은 그 사실을 모른다.
즉, 이사벨라는 자신을 보고 침 흘리는 해응응에게 극한의 공포를 느꼈다는 뜻이다.
스읍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단정한 얼굴로 돌아온 해응응이 시치미를 뚝 떼었다.
“왜 그러시죠?”
이사벨라는 겁에 질려 조심스럽게 물었다.
“바, 방금 침 흘리신 건…”
“잘못 봤겠죠.”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이사벨라는 로그아웃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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